그림자와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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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lvo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5
최근연재일 :
2025.02.0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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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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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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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2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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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로렐 해협

DUMMY

시프는 마나석을 주운 남자들을 계속해서 관찰했다.


"시프, 넌 뭐 안 시킬 거야?"

말렌이 물어와도,


"나는 조금 있다가, 시킬 게."

거절하고, 남자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전면전을 벌여도,

괜찮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좋은 방법을,

시프는 알고 있었다.


"그럼 바로 만나러 가볼래?"

마나석을 가진 자의 친구가 말했다.


"좋지! 이런 건 후딱 해치워 버리는 게, 속 편하다고!"

마나석을 가진 남자가 말했다.


그리고 그 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프도 그들을 따라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프?"

하이드가 시프를 올려다보았다.


"잠깐 다녀올게."

시프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몸을 낮춰 이동하였다.


영문을 모르기에,

하이드와 말렌은 그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였다.


"밥! 시켜 놓을게?"

시프가 시야에서 아예 사라져 버리기 전에,

하이드가 큰소리로 물었다.


시끌벅적한 주점을 가르는 높은 소리.


시프가 고개를 끄덕이고, 주점 밖으로 나갔다.


시프는 주점 밖 골목으로,

그리고 번화가로,

남자들을 따라갔다.


그리고 번화가에서,

남자들이 대화에 열중하는 사이,

그들에게 빠르게 접근한 뒤,

그 소매를 뒤져,

케로스의 마나석을 되찾았다.


번화가까지 따라간 것은,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기 위함이었다.


괜히 주점에서 일을 벌였다면,

의심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었다.


시프는, 용의주도해졌다.

이반의 영향도, 게라드의 영향도 있을 것이었다.


볼일을 마친 시프는 곧바로 주점으로 돌아갔다.


"시프!! 여기 밥 나왔어."

하이드가 시프를 발견하고 말했다.

계속 입구 쪽을 확인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하이드는 시프가 이반에게 활을 겨눈 일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이반을 찾으러 간다는 목적이 있으니,

이전 일은 아무래도 좋다는 것 같았다.


"어디 갔다 온 거야?"

오물오물.

음식을 씹으며, 말렌이 물었다.


그러자 시프가,

"이거."

자신이 가져온 것을 슬쩍 보여주었다.


풉!!

마나석을 보고, 말렌이 음식을 뿜었다.


음식물이, 식탁 위에 흩뿌려졌다.


으엑.

옆에 있던 하이드가 그것을 보고, 오만상을 지었다.


"미안, 하이드. 미안."

말렌이 하이드에게 묻은 음식물과, 자신의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그리고 시프에게 물었다.

"그거 이반의 마나석 아냐?"


하지만 큰 목소리.


"쉿."

시프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막으며, 주의를 주었다.


"아···, 응. 응."

말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반보다도 나이가 많은 말렌이었지만,

꼬맹이들은 그를 또래처럼 대하였다.


어쩌면 정신 수준은 비슷했을 것이었다.


시프는 마나석을 다시 감추고,

자기 앞으로 온 음식을 먹었다.


빵과 스튜, 보통의 식사였다.


* * *


시프는 일행들과 함께 방을 따로 잡았다.


게라드에게 케로스에 대한 것을 공유하기 위함이었고,

또 케로스와 대화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케로스?"

시프가 케로스를 불렀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케로스를 기다렸다.


그리고,

"뭐냐? 꼬맹이."

케로스가 나타났다.


그 등장을 보고, 게라드가 헉 소리를 내며 놀랐다.


말로 듣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게라드의 표정이 금방 흥미진진해졌다.


"이반이 두고 간 거야?"

시프가 물었다.

버렸냐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흥! 그런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 나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케로스가 못마땅해하며 말했다.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것치고는 꽤 토라진 모습이었다.


"그럼 혹시 이반이 어디로 간지는 알아?"

시프가 물었다.

그 행선지를 확실히 하고 싶어 했다.


"왜? 그놈을 따라가려고?"

케로스가 한쪽 눈구멍을 키우며 물었다.


"응. 따라가서 도와줄 거야."

하이드가 끼어들었다.


"왜 그러는 거지? 너희들을 버린 놈이다.

또 버려지고 싶은 거냐?"

케로스가 물었다.

그는 시프처럼 말을 골라 뱉지 않았다.


"아냐, 이반은 그러지 않을 거야.

그리고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할 거야."

하이드가 다부지게 말했다.


그것에 반박하기란 어려워 보였다.

그녀의 이반에 대한 믿음을 꺾는 것은, 각오가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케로스는 거리끼지 않았다.


"도움이라···. 애송이가?

그놈은 결국 너희들이 걸리적거려서 떠난 거다.

도움이 됐다면 떠나지 않았겠지."

케로스가 모진 말을 내뱉었다.


케로스의 그 말에,

콧등이 시큰해진 건지 하이드가 코를 훌쩍거렸다.


여자아이가 소화하기에는 힘든 말이었다.


"케로스 당신도, 많이 서운한가 보군요."

게라드가 나섰다.


"뭐!?"

인상을 찡그리는 케로스.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모진 말도 하지 않았겠죠.

아픈 경험이라도 가지고 계신 건가요?"

게라드가 얘기하였다.


의도가 담긴 말.

동료들을 달래고, 케로스에 맞서기 위한 말이었다.

게라드는 말을 허투루 하지 않았다.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라. 잡상인."

가시 돋친 말을, 케로스가 또 하였다.


"알겠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건 이반에 대한 정보입니다.

혹시 그것을 제공해주실 수 있습니까?"

게라드가 말을 돌렸다.


게라드의 물음에, 케로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정말로 애송이에게 갈 생각이라면,

그 위치를 알려줄 수 있다. 서약 덕분이지.

다만, 조건이 있다."

말하였다.


"그 조건이 뭐죠?"

게라드가 얼른 물었다.


"너도 나와 서약을 해야 한다.

애송이를 죽어서라도 찾겠다는 서약.

그리고 나를 케로스님이라고 불러라."

케로스가 제시하였다.


"오···! 케로스님!!"

하이드는 이미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게라드에게 이것은 장난이 아니었다.

생사를 넘어선 서약.


게라드가 침을 꿀꺽 삼켰다.


"흥! 할 거냐 말 거냐. 빨리 결정해라."

케로스가 재촉했다.


"그럼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게라드가 물었다.

표정이 굳어 있었다.


"뭐냐."


"이반과는 어떤 서약을 한 겁니까?"

게라드가 침을 한 번 더 삼켰다.

입안이 건조했다.


그 물음에, 케로스가 씨익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나를 왕도에 데려다준다는 서약이다."


"그럼 하겠습니다."

게라드가 케로스의 답변을 듣자마자 바로 대답하였다.


빠른 의사 결정에 놀란 케로스에게,

"이반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게라드가 이어서 물었다.


"로렐 해협, 그 위에 있다."

케로스가 대답하였다.


아직 그리 멀리 가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 * *


노인이 노를 저었다.


배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답답한 속도.


명상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


해협의 건너편까지는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노인은 조는 듯 아닌 듯,

간간히 노를 젓고 또 멈추기를, 반복했다.


"저기, 제가 대신 노를 저을까요?"

이반이 참다못해 물었다.


하지만, 노인은 대답이 없었다.


그 얼굴을 살펴보니,

아, 역시나 졸고 있는 것이었다.


"할 아 버 지 !?"

이반이 큰소리로 다시 불렀다.


그에, 노인이 화들짝!


"나 아직 안 죽었다. 이놈아! 소리 좀 그만 질러!"

노인이 성을 냈다.


"그럼 제 가 노 를 저을까요?"

이반이 부분 부분 강세를 주는 식으로 화법을 바꿨다.


"노를!? 젓겠다고?"

노인이 되물었다.


다행이다. 말귀를 알아먹은 모양이었다.


"네! 저 주세요."

이반이 밝게 대답했다.


하지만,

"싫어. 이놈아! 날 바다에 빠뜨릴 셈이지?

이 배는 내 거야. 이놈아!!"

노인이 거절했다.


아니, 요단 강도 아닌데 왜 그렇게 과민 반응인지.

나이가 지긋함에도 소유욕은 확실한 노인이었다.


아, 소유욕은 나이랑 상관이 없었나.

이반이 체념하였다.


"알 겠 어요. 그럼 조 금만 더 서 둘 러 주세요!"

그리고 당부했다.


대화하기도 힘든 노인에게 너무 많은 걸 바란 것 같았다.


"알아서 할 거다. 이 썩을 놈아!"

노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러운 욕과 고성.


이반은 노인의 감정 기복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꾸할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냥 이 시간이 어서 지나갔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이반의 그 바람은,

곧바로 무산되었다.


갑자기 나타난 바다 안개가,

시야를 서서히 가렸다.


"할아버지, 할 아 버 지!!"

이반이 노인을 불렀다.


하지만 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반이 다가가서 보니,

무언가를 응시하며, 벌벌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벌벌 떨리는 손이,

노를 놓쳤다.


조류에 휘말려서,

노가 배 뒤편으로 사라졌다.


이반은 그것을 잡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인지했을 땐 이미, 노가 바다에 빠진 뒤였다.


유속이 빨랐다.


그렇다면 왜 배는 뒤로 떠내려가지 않는 것인가.


그 대답은 간단했다.


노인의 시선이 그 대답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인이 보고 있는 그것,

그것은 바로,

바다 용, 씨 서펜트(Sea Serpent)였다.


"히이이익! 구해줘 호손(Hawthorne). 나 좀 살려줘!"

노인이 허공을 향해 외쳤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을 텐데,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처럼, 소리 질렀다.


그 호손이란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처럼.


노망난 것인가.

아니면, 겁에 질려 헛것을 보는 것인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은 씨 서펜트를 처치해야 했다.

그놈이 노인의 배를 그 배 위에 올리고,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 * *


씨 서펜트는, 그 크기가 성체 갈란투스보다도 작아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물 위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목까지의 거리가 꽤 된다는 것이었다.


지금 물밖에 드러나 있는 것은,

배의 일부와 그것의 목과 머리가 전부였는데,


목을 노리자니 발을 디딜 곳이 마땅치 않았고,

그렇다고 배 부분을 노리자니,

타고 있는 배를 건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배가 파손된다면, 해협을 건너지도 못하고 침몰하고 말 것이었다.


마땅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이반은 노인을 돌아보았다.


노인은 패닉에 빠져, 이제는 배에 바짝 엎드려 배를 꽉 붙잡고 있었다.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애초에 씨 서펜트와 싸우는 데, 그가 도움이 될 리는 만무했다.


이반은 칼을 꺼냈다.

평범한 칼.

글랜과의 전투 이후로, 이반은 새로운 칼을 구하지 않았다.


그게 아쉬움이 될 줄은, 이반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일행들과 헤어지게 될 거라고도, 이반은 생각지 않았었다.


모든 것이 급박하게 돌아갔었다.


하지만, 그 선택은 필요한 것이었다.


동료들과 함께라면 더 큰 것을 이룰 수도 있었겠지만,

앞으로 할 일은 이반이 혼자일 때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게다가 또 어떤 희생을 치르게 될 줄도 모르는데,

동료들을 자기 마음대로 끌고 다닐 수는 없었다.


이반은 칼을 꽉 쥐었다.


우선은 이 난관부터 헤쳐나가야 했다.


쉐도우 스피어를 사용한다면 그 머리까지 단숨에 닿을 수 있을까?

이반은 다시 궁리하였다.


하지만 바로 떠오른 답은 'NO'였다.

도약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심연의 힘을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또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들,

그것은 원래 이반이 찾던 것들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임무를 완수하고,

상황을 정리하는 것, 그것이 이반의 일이었다.


이반은 자신의 뺨을 갈겼다.

아쉬운 것만 떠올려서는 나아갈 수가 없었다.


이반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씨 서펜트를 다시 관찰하였다.


그리고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그간 본인이 심연의 힘과 동료의 힘에 기대어 잊고 있었던 것.


이반은 그 방법을 바로 실행하기로 하였다.


이반은 그림자를 몸에 감았다.

그리고 위 아래로 통 통,

뛰면서 그림자를 축소하였다.


충분히 작아진 그림자.


그 그림자 안에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쉐도우 스피어!"


그림자가 그 외침과 함께,

씨 서펜트를 향해 크게 도약하였다.


하지만,

그림자는 씨 서펜트까지의 거리의 절반을 겨우 넘어서,

그 추진력을 잃고,

공중에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예상한 대로였다.


이반은 그림자를 잠깐, 풀었다.


그리고 형체가 드러난 칼을,

씨 서펜트에게로 세게 던졌다.


그런 다음 칼의 그림자 속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숨기며 녹아들었다.


칼이 씨 서펜트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칼은 씨 서펜트의 머리 바로 앞까지 뻗었다.


하지만,

그 머리에는 닿지 못하고,

또다시 추락하였다.


목표를 목전에 두고 좌절되는 순간,


다시 형체를 드러낸 이반은,

포기하지 않고 씨 서펜트의 머리를 곧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림자의 손을 불러내는 기지를 발휘하였다.


이반이 그림자의 손을 뻗어,


씨 서펜트의 아래턱을 잡고,


반동을 이용하여 몸을 날려,


씨 서펜트의 주둥이 위에 섰다.


그것의 눈이 미치지 못하는 지점에서,

이반이 씨 서펜트를 응시하였다.


작가의말

많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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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부패의 정령, 후샤드 25.01.22 7 0 11쪽
102 구심점 25.01.21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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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죽음과 생존 25.01.19 7 0 11쪽
99 레푸지오 25.01.17 7 0 12쪽
98 정령 25.01.16 7 0 12쪽
97 연기와 뭉치 25.01.15 8 0 13쪽
96 하얀 공간 25.01.14 8 0 12쪽
95 정령의 별 25.01.13 8 0 12쪽
94 화이트 포레스트 25.01.12 9 0 12쪽
93 선택지 25.01.10 8 0 12쪽
92 기다림 25.01.09 9 0 12쪽
91 호손 25.01.08 9 0 12쪽
90 안도감 25.01.07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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