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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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lvo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5
최근연재일 :
2025.02.07 19:45
연재수 :
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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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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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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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3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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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위험

DUMMY

이반이 도착한 곳은 어느 해변이었다.

항구 같은 것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안개가 이곳까지도 이어져 있었다.


노인이 해변에 배를 댔다.


"다 왔다. 이놈아!"

노인이 소리쳤다.


이제는 그리워질 이놈 소리였다.


"감사합니다. 뱃삯은 얼마면 될까요?"

이반이 물었다.


"필요 없어. 이놈아! 어서 내리기나 해!!"

마지막까지 캐릭터가 확실한 노인이었다.


뭐, 괜히 분위기 잡고,

애잔하게 헤어지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반이 가볍게 도약해, 해변에 착지하였다.


땅이 질퍽했다.


중부 지역의 땅.

왕도가 이 중부 지역 끝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이반의 등 뒤에서 던져진 무언가.


파닥파닥.


그것은 노인이 잡은 물고기였다.

그 풍랑에도 물고기는 배에서 떨어지지 않은 것이었다.


신기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감사 인사를,


이반이 서둘러 노인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노인은 이미 안갯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이반은 머리를 긁적였다.


배도 그냥 태워주고,

고기도 그냥 내주고,

아낌없이 주는 노인이었다.


그의 마음을, 이반은 다 헤아릴 수 없었다.


이반은 노인의 실루엣을 응시하다가,

그것이 아예 사라지자, 몸을 돌려 육지를 향했다.


도대체 어디에다가 내려준 건지,

눈앞에 숲이 울창했다.

그 위로도 안개가 깔려 있었다.


해가 떠 있는 것도 간신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짙은 초록 위로 번지는 뿌연 안개.

음산한 분위기.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일단 불부터 지펴야 했다.


몸도 데우고, 젖은 옷도 말려야 했다.

그리고 받은 고기도 먹어야 했다.


이반은 고기를 들고 해변가를 벗어났다.


그리고 불 피우기 적당한 곳,

적당한 땔감을 찾아보았다.


이곳은 습하고, 땅도 축축하고,

떨어진 나뭇가지도 얼마 없었다.

있다고 하더라도, 모두 젖어 있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 * *


시프는 알비다를 찾아갔다.

알비다는 타륜을 잡고 있었다.


타륜 앞에 선 그녀의 모습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알비다님!"

시프가 알비다를 불렀다.

그렇게 부르는 것을, 그녀가 좋아할 것 같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꼬맹이!!"

알비다가 시프를 반겼다.


시프가 알비다에게로 뛰어갔다.


"배는 잘 가고 있나요?"

안부 인사 같은 느낌으로, 시프가 물었다.


"물론이지. 누가 모는 배인데!"

약간은 까칠한 듯하지만 당차게, 알비다가 대답했다.


"좋네요."

시프가 싱긋 웃었다.


"혹시 하나만 여쭤봐도 되나요?"

경계심이 풀린 알비다에게, 시프가 물었다.


"흠, 뭐냐?"

알비다가 되물었다.


"제 동료가 뱃멀미를 해서 그런데,

혹시 도움이 될만한 게 있을까요?"

시프가 물었다.


"하하하하하!! 뱃멀미라니!

대체 어떤 말미잘 같은 녀석이 멀미를 하는 거냐? 하하하하!!"

알비다가 크게 웃었다.

호탕한 모습.


그녀를 따라서 선원들도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기껏 예우해 줬는데 이런 반응이라니,

말렌이 비웃음 당하는 것에, 시프는 화가 났다.


하지만 그의 앞에,


찰랑,


알비다가 병 하나를 내밀었다.


갑자기 자신의 앞에 들이밀어진 병을 보고,

시프가 당황하였다.


"자! 이걸 가져가서 먹여라. 그리고 어디 해먹에라도 눕여 잠이라도 재워.

아무 해먹이나 써도 된다."

알비다가 말했다.


알비다의 그 말에, 시프의 화가 눈 녹듯 사라졌다.

그 안에 따뜻함이 있었다.


시프는 병을 유심히 보았다.


그 안에 들은 것은 아마도 술.

색깔이 검붉은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포도주인 것 같았다.


물론 말렌은 좋아하겠지만,

그게 효과가 있는 것일까 시프는 의심스러웠다.


"괜찮다. 꼬맹이라서 모르겠지만,

이게 최선이다. 이보다 나은 건 없어.

가져가서, 먹여라. 남기지 않아도 된다."

알비다가 술병을 흔들며 말했다.


시프는 그 술병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알비다님."

감사 인사도 빼먹지 않았다.


"그래! 갑자기 파도가 많이 치고 있으니까, 조심하렴."

알비다가 당부했다.


어딘가 낯선 느낌.

그 낯선 느낌에 당황한 시프가, 알비다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느낀 낯선 느낌이,

다정함이었음을, 시프는 깨달았다.


알비다가 시프를 보며 알 수 없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시프는 그런 미소를 본 적이 없었다.

가장 비슷한 미소는, 사제님의 미소였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시프의 머리 위에,

알비다가 자신의 손을 올렸다.


그리고 시프의 고개를 돌렸다.


거부할 수 없는 악력.


여자의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그 힘에,

시프가 뒤를 보게 되었다.


다시 고개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포도주를 들고, 시프는 말렌에게로 향하였다.


* * *


말렌은 거의 죽어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겉은 누구보다도 튼튼했지만,

속은 그러지 못한 듯했다.


비교할 필요는 없었지만,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말렌, 이것 좀 마셔봐."

시프가 와인병을, 말렌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찰랑.


"시프! 이건 어디서 난 거야?"

말렌이 와인병을 반겼다.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알비다님이 주셨어. 어떨진 모르겠지만,

이거 마시고 한숨 자래."

시프가 말했다.


"그래?"

알비다가 준 술이라는 것이, 말렌은 또 기쁜 모양이었다.


말렌이 마개를 따고,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반 병 조금 모자라게 남아있는 정도였지만,

그 모두를, 말렌은 단번에 마셔버렸다.


"크아."

말렌이 인상을 찡그렸다.


"좀 어때?"

시프가 물어보았다.


"음··· 나쁘진 않은데, 뒷맛이 조금 쌉쌀한 게 좋은 와인은 아닌 것 같은데?"

말렌이 대답했다.


하지만,

"아니, 맛이 아니라 몸은 어떻냐고!"

평가를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약간의 짜증을 담아, 시프가 소리쳤다.


"몸은 그냥 그렇지.

속도 아직 울렁거리고."

말렌이 배를 만지며, 투덜댔다.


그것을 보고 못마땅한 듯,

시프가 인상을 찌푸렸다.


미묘한 긴장감이, 대기 중에 감돌았다.


"자자, 그만하시죠.

말렌 씨는 지금 아프니까,

조금 더 상냥하게 대해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시프."

게라드가 나서서 둘 사이를 중재하였다.


"그리고 일단 말씀대로, 말렌 씨를 재우러 가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게라드가 말했다.


언제나 그렇듯, 맞는 말이었다.


"알겠어. 미안해, 말렌.

내가 예민해졌었나 봐."

시프가 사과했다.


그리고 그 사과를,

"아냐, 뭐, 괜찮아.

그런 걸로 사과하지 않아도 돼. 동료잖아. 안 그래?"

말렌이 받아주었다.


말렌이 하이드를 보고, 윙크했다.


평소와 같은 뻔뻔함.

자신이 괜찮다는 것을 내비치고자 한 행동이었다.


그런 말렌을 보고, 하이드가 히~ 웃었다.

천진난만한 모습.


이반의 부재에 누구보다도 힘들어할 그녀였지만,

그녀 또한 힘을 내고 있었다.


모두가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시프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반성하였다.


여기 힘든 사람은 자신만이 아니었다.

목걸이가 조금은, 가볍게 느껴졌다.


* * *


타닥 타닥.


안갯속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모닥불.

그 옆에는 생선 꼬치가 둘, 불에 구워지고 있었다.


하나는 이반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반이 잘 구워진 생선을 한입 베어 물었다.


약간은 퍽퍽한, 부서지는 생선 살.

그 몸집이 작아서인지, 지방이 적었다.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이반은 나머지 생선 꼬치들을 바라보았다.


동료들이 없으니, 조금은 적적해졌다.


한 번 익숙해진 시끌벅적함을,

그리워하지 않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이럴수록 힘을 내야 했다.


어서 할 일을 마무리 짓고,

일행들을 다시 만나,

회포를 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소는, 존의 술집이 좋을 것이었다.


이반은 나머지 생선들도 열심히 먹어 치웠다.


이반은 생선들을 다 먹자마자,

몸을 움직였다.


쉬어갈 여유 따윈, 없었다.


이반은 불을 꺼뜨리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걷지 않아서, 이반은 작은 못을 발견하였다.


안이 투명하게 비치는 작은 못.

송사리, 그리고 가재까지도 그 안에 살고 있었다.


목이 마르던 차에, 잘된 일이었다.


이반은 물을 조금 떠서, 조심스럽게 마셔보고,

그것이 괜찮다고 느끼자,

조금 더 많이 떠서 목을 축였다.


그리고 꼴꼴꼴, 물통에도 물을 담았다.


또 언제 물을 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때, 연못 위로, 푸른빛의 무언가가 하나 둘,

불을 밝히며,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숫자가 하나 둘, 점차 많아졌다.


마치 민들레 홀씨처럼, 그것들이 공중에 부유하였다.


그리고, 이반에게로 하나 둘 다가와서,

사뿐히 내려앉았다.


우아한 동작이었다.


이반은 그 불빛을 자세히 관찰하였다.


자신의 손등에 붙은 불빛을, 이반이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알아챘다.


그것은 벌레였다.

그 꼬리 부근에서 빛을 내뿜고 있는 벌레.


그런데 그 벌레가,

이빨을 드러내고,

이반을 물려고 하였다.


이반은 놀라서, 손을 뿌리쳤다.


그와 함께 공중에 퍼지는 푸른 불빛들.


그 불빛들 아래로,


축축한 가죽만이 남아있는,

동물들의 사체가 이반의 눈에 들어왔다.


끔찍한 모습.


이반은 그 불빛 벌레들이,

피를 빨아먹는 벌레라는 것을 직감하였다.


물을 마시러 온 생물들의 피를 노리고,

이곳에 잠복해 있던 것이었다.


이반은 재빨리 몸을 털어,

벌레들을 뿌리쳤다.


이반의 주위로 퍼지는 푸른 불빛들.

어느새 그렇게, 수가 많아져 있었다.


벌레들이 다시 이반에게로 달려들었다.


이제는 그 본색을 드러내고,

빠르게 날아드는 벌레들이었다.


우아한 동작은, 이제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이반은 달렸다.


숲속으로 더 빠르게.


벌레들에게서 빠르게 멀어졌다.


그리고,


어느 정도 멀어졌다 생각됐을 때,

뒤를 돌아보았다.


아쉬운 듯 저 멀리에서 깜빡이는 푸른 불빛들.


"후우···."

이반은 숨을 골랐다.


천만다행이었다.


그 벌레가 독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숲속에서 마주치는 정체불명의 것들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이반은 약간은 풀어졌던 긴장감을,

다시 바짝 조였다.


이곳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숲.

위험은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 * *


통로 위로 비치는 네모난 하늘.


심상치 않은 구름.


시프는 갑판 위로 올라갔다.


좌우로 흔들리는 갑판.


중심을 잡기 어려웠다.

풍랑이 심했다.


하늘도 보기보다 어두웠고,

안개도 자욱했다.


바람에 뜯겨 나갈 것처럼 펄럭이는 돛.


우레가 치고, 비가 쏟아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기상이었다.


시프는 서둘러 알비다를 찾았다.


알비다는 늘 그랬듯이, 선미에서 타륜을 잡고 있었다.


시프는 알비다에게로 뛰어갔다.


"알비다님! 이게 무슨 일이죠?"

시프가 물었다.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알비다.

그녀는 선원들을 지휘하느라 바빴다.


"모르겠어! 이런 적은 처음이야!!

휩쓸리지 않게 돛대라도 잡고 있어!!"

알비다가 소리쳤다.


상황은 위태로웠고, 긴박했다.


"네!!"

말을 더 걸어봤자 방해만 됐을 것이기에,

시프는 간단하게 대답하고 다시 일행들에게로 되돌아갔다.


"선장님은 뭐라고 하셨나요?"

게라드가 시프에게 물었다.


일행들은 갑판 아래의 통로에서 말렌과 함께 있었다.


말렌은 해먹에서 진작에 떨어졌었다.

아직도 어지러운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였다.


"이런 적 처음이라고, 돛대라도 잘 잡고 있으라고, 그랬어!"

시프가 큰소리로 말했다.


우르릉 쾅쾅!!!


천둥 소리.


그리고 쏴아아아아아아!!!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설마 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일행들은 갑판 아래에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잠시 뒤,


배가 기울어지면서,

통로로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꺄악!!"

하이드가 비명을 질렀다.


안쪽으로 떠밀려 갈 뻔한 그녀를 잡은 것은,

다름 아닌 말렌.


몸이 온전치 않은 상황에서도, 말렌은 동료를 챙겼다.


시프는 통로 위로 비치는,

네모난 하늘을 보았다.


큰 위험이, 느껴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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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알비다의 집 25.02.04 5 0 12쪽
112 숲의 햇살 25.02.03 5 0 12쪽
111 처절함 25.02.02 5 0 11쪽
110 정령신 25.01.31 5 0 12쪽
109 빛의 기둥 25.01.30 6 0 12쪽
108 람파스 25.01.29 6 0 11쪽
107 25.01.28 6 0 11쪽
106 선택의 입장 25.01.27 7 0 11쪽
105 아우렐 25.01.24 7 0 12쪽
104 질문들 25.01.23 7 0 12쪽
103 부패의 정령, 후샤드 25.01.22 7 0 11쪽
102 구심점 25.01.21 6 0 11쪽
101 위화감 25.01.20 7 0 11쪽
100 죽음과 생존 25.01.19 7 0 11쪽
99 레푸지오 25.01.17 7 0 12쪽
98 정령 25.01.16 7 0 12쪽
97 연기와 뭉치 25.01.15 8 0 13쪽
96 하얀 공간 25.01.14 8 0 12쪽
95 정령의 별 25.01.13 8 0 12쪽
94 화이트 포레스트 25.01.12 9 0 12쪽
93 선택지 25.01.10 8 0 12쪽
92 기다림 25.01.09 9 0 12쪽
91 호손 25.01.08 9 0 12쪽
90 안도감 25.01.07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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