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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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lvo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5
최근연재일 :
2025.02.07 19:45
연재수 :
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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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글자수 :
62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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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0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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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물살

DUMMY

콰과과과과과강!!!


천둥, 그리고


쏴아아아아아!!!


쏟아지는 폭우.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 같은 느낌.


하지만, 그것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폭우를 뚫고,

시프는 선미로, 알비다에게로 이동하였다.


하지만, 시야가 확보되었을 때 보인 것은,

타륜 부근에 쓰러져 있는 알비다.


그녀의 몸이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타륜에 걸려서 떠밀려 가지는 않고 있었다.


의식을 잃은 그녀에게로, 시프가 다가갔다.


시프가 엎어져 있는 알비다의 몸을 돌려 눕혔다.

그리고 그녀를 살폈다.


비가 후두두둑, 그녀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


이마에 긁힌 자국이 있는 걸로 봐서,

풍랑에 휩쓸려 어디 부딪친 모양.


그래도 상태가 심각해 보이지는 않았다.


"알비다님! 알비다님!!"

시프가 소리를 질러, 알비다를 깨웠다.


하지만 알비다는 쉽사리 일어나지 않았다.


때마침, 배가 우측으로 기울어지면서,

시프가 알비다와 함께 우측으로 밀렸다.


"컥."

시프가 난간에 부딪쳤다.

불워크 때 부딪쳤던 곳을 또 부딪쳤다.


고통스러웠다.


인상을 찌푸린 시프.

시프는 품에 들어온 알비다를 보고,

그리고 배 너머의 바다를 보았다.


기상을 확인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 눈에 들어온 것은 전혀 기대하지 않은 것이었다.


바다 한가운데, 먹구름과 안개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실루엣.


모르닥스가 생각나는 듯한,

하지만 그보다도 더 거대한 실루엣이었다.


거대한 날개를 가지고 있는 그것의 푸른 안광이 안개 사이로 번뜩였다.

겁이 났다.


저런 것이 이쪽으로 다가온다면,

목숨이 둘셋이더라도 부족할 것이었다.


"으으···."


신음 소리.


알비다.

알비다가 깨어나는 소리였다.


시프는 알비다를 바로 보았다.


"알비다님!! 알비다님!?"

그녀의 몸을 흔들며, 그녀를 불렀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알비다가,

눈을 떠,

시프를 바라보았다.


흐릿한 시야.


"토미(Tomy)?"

알비다가, 시프를 보고 말했다.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


그녀는 아직 정신을 다 차리지 못한 듯 보였다.


"알비다님!! 정신 좀 차려 보세요!!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시프가 알비다를 다그쳤다.


"으···."

머리를 짚는 알비다.

머리가 아픈 듯 보였다.


알비다가 시프의 품에서 빠져나와,

주변을 살폈다.


"나를 구해준 거니?"

알비다가 물었다.


그녀에게는 궁금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가 아니었다.


"알비다님! 빨리! 어떻게 해야 하죠?"

시프가 알비다를 다시 한번 다그쳤다.


하지만 알비다는,


불안한 눈빛.


겁먹은 듯, 몸을 떨며, 주변을 둘러 볼 뿐이었다.


그녀가 이렇게나 연약한 사람인지,

시프는 알지 못했다.


출항 때의 호탕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힘도 센 그녀가,이렇게 다른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다.


하아.

시프는 속으로 실망감을 삼키고,

난간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이곳에 방법이 없는 이상,

동료들에게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어디가? 가지 마. 지금 움직이는 건 위험해."

알비다가 시프를 붙잡았다.


겁이 난 게 분명해 보였지만,

그녀는 그보다도 시프를 걱정하였다.


사태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그녀가,

시프는 답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시프는 외면할 수 없었다.


시프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갈등했다.


이럴 때 이반이라면, 그녀를 안고 뛰든,

배를 어떻게 하든, 뭐라도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시프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신의 무력함만 뼈저리게 느낄 뿐이었다.


그때, 배가 다시 한번 크게 흔들렸고,

시프는 중심을 잃고 바닥에 넘어졌다.


그리고 그의 품속에서,

케로스의 마나석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것을 보고,

"케로스님!!!"

시프가 크게 외쳤다.


그리고 그 외침에,


번쩍.


"뭐냐, 꼬맹이."

번개를 등지고,

케로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쿠르르릉 쾅쾅!!

천둥 소리가 뒤에 울렸다.


"꺄악!"

케로스를 보고, 알비다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하죠?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시프가 다급히 물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스스로 생각해라, 꼬맹이."

케로스가 못마땅하게 여겼다.


"적어도 이반은 내게 기대기만 하진 않았다."

케로스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 모두 위험에 처해 있다고요!

이번 한 번만 좀 도와주세요!"

시프가 간청했다.


그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고,

위기가, 동료들이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 그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케로스에게 기대게 만들었다.


"흥! 그렇게 빌어도, 내가 도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내가 이길 수 있는 바람도 아니고,

저 뒤의 마수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케로스가 말했다.


간절함이 무너지는 순간,

시프는 낙담했다.


하지만 그 낙담에, 오히려 상황이 뚜렷해졌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천둥과 폭우, 그리고 파도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시프는 난간과 알비다를 꽉 잡았다.

그녀를 결국, 시프는 두고 갈 수 없었다.


시프는 일행들이 무사히 버텨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그 바람을 비웃듯,

시프의 눈앞에,

갑자기,

큰 파도가, 들이닥쳤다.


배를 삼켜버릴 것만 같이 높은 파도.


시프는 반사적으로 갈고리를 던져,

난간에 감았다.

그리고 로프를 손에 감아 쥐고,

다른 한 팔로 알비다의 허리를 감았다.


알비다도 시프를 꽉 잡았다.


그리고 파도가, 배를 덮쳤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파도를 타고 들어온 거센 물살을,

시프는 안간힘을 다해 버텼다.


손에 감은 로프에,

손이 뜯겨 버릴 것 같았다.


버텨, 버텨, 버텨.


시프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하지만 그 물살은,

인간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첫 급류를 버텨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결국 시프는, 로프를 놓쳤다.


알비다를 감은 팔도 풀어졌지만,

알비다가 시프를 놓지 않고 꽉 잡았다.


시프는 그렇게 바닷속으로, 알비다와 함께 빠져 들어갔다.


흐릿해지는 시야 사이로 보이는 것은,

완전히 뒤집혀 버린 배.


일행들도 결국 물에 빠졌을 것이었다.


진이 다 빠져버린 시프의 두 눈이, 스르르 감겼다.


* * *


루시아를 앞장 세우고, 이반은 그녀를 따라 걸었다.


그렇게 걸은 지, 이미 한두 시간은 지난 것 같은데,

그녀가 말한 동료는 아직도 만나지 못했다.


낯설지만 비슷해 보이는 풍경만이, 지속됐다.


"얼마나 더 가야 되는 거야?"

이반이 물었다.


"얼마 안 남았어."

루시아가 대답했다.

냉랭한 말투였다.


"마을에는, 사람들이 얼마나 살고 있지?"

이반이 또 물었다.


마을이 이렇게 먼 줄 알았다면,

진작에 했을 질문이었다.


하지만,

"알아서 뭐하게."

답변은 차가웠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마을에 해를 끼칠 생각은 없어."

이반이 말했다.


루시아의 차가운 반응이, 이반은 달갑지 않았다.

자존심을 꺾으려 한 것이, 악효과를 불러일으킨 건 아닌지 괜히 신경 쓰였다.


조금 태도를, 유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어 보였다.


"마을에는 스무 명 정도가 같이 살고 있어.

그리고 우리는··· 사람이 아니야."

루시아가 이반을 흘긋 보고, 대답해 주었다.


그런데,


"뭐!? 사람이 아니라고?"

말도 안 되는 말이었다.

이반이 놀라 물었다.


"응. 우리는 엘프(Elf)야."

담담하게, 루시아가 그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엘프.


말로만 들었던 종족이었다.

전설에 불과한 줄 알았는데, 그 실재가 이반의 눈앞에 있었다.


그 금발, 그 뾰족한 귀, 그리고 오똑한 코가,

이제는 다르게 느껴졌다.


이질적이고, 신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존재가,

갑자기 우뚝.

걸음을 멈췄다.


그 행동의 의미를 찾으려는 이반의 눈앞에서,

루시아가 뒤를 돌아, 이반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등 뒤,

나무 위에서 인기척들이 느껴졌다.


나뭇잎 사이로,

엘프들이 이반에게 활을 겨누었다.


루시아보다도 더 숙련된 자들이었다.


이반은 슬며시, 칼을 뽑아 쥐었다.


* * *


"어떻게 된 거지? 도와주는 게 아니었어?

마음을 바꿔 먹은 거야?"

이반이 엘프들의 위치와 수를 살피며, 물었다.


루시아는 말없이, 이반을 가만히 보았다.


"괜히 싸움을 벌였다간, 다치는 사람만 많아질 뿐이야."

이반이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주변을 계속 경계하였다.


그런 이반의 모습을 보다가, 루시아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엘프들이 겨누었던 활을, 모두 내렸다.


이반도 자세를 풀었다.


"싸움을 좋아하는 건 너희 인간들이지. 우리가 아냐.

너에게 접근한 것도, 도움이 필요한지 보러 갔을 뿐이었고."

루시아가 말했다.


"그럼 왜 멈춰 선 거지?"

이반이 물었다.

경계는 완전히 풀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흥."

가소롭다는 듯, 루시아가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몸을 살짝 돌려,

"왜긴 왜야. 이 앞이 바로 우리 마을, 파나(Pana)야."

소개했다.


엘프의 마을, 파나에 도착한 것이었다.


* * *


파나는 마을 중심의 거목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이었다.


나무 위쪽으로 초소와 같아 보이는 건축물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집은 나무 아래에,

나무에 기대거나, 나무를 바탕 삼아 만들어져 있었다.


나무 밑동에 감싸져 있는 집들은,

그 연식이 얼마나 오래된 건지 감도 잘 오지 않았다.


나무에 기대어서 집을 지은 다음에,

그 나무가 성장함에 따라 집의 구조를 조금씩 수정해,

그 밑동 아래에 집이 자리 잡도록 만드는 방식인 것 같았다.


그런 과정에 있는 집들이 눈에 밟혔다.


이반은 루시아를 따라갔다.

그녀가 어디로 가는지는 너무나 분명했다.


마을 중심에 있는 거목.

그 거목을 향해, 그녀는 똑바로 걸었다.


그 거목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다른 엘프들을 마주쳤지만,

엘프들은 이반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거만하고 교만한 모습으로,

이반을 보고,

자기들끼리 쑥덕쑥덕 떠들었다.


엘프에 대한 환상이, 하나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들도 인간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거목에 다다라서 그것을 바라보니,

그 속이 뻥 뚫려 있었다.

다른 집들과는 다른 방식, 다른 모양이었다.


끼익.


루시아가 그 문을 열고 들어갔고,

그 뒤를 따라 이반이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생각보다도 넓고 쾌적했다.


그리고 그 안은, 집과 같은 구조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기 용이한 구조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반을 기다리고 있었다.

열 명이 채 되지 않는 숫자.


정확히 일곱 명이었고,


거목까지 걸어오며 마주친 사람들까지 총 열댓 명 정도,

아직 마을에 복귀 못한 엘프도 있다고 하면,

정말로 스무 명 정도 될 것 같았다.


많다고 볼 수 없는 인원이었지만,

이런 곳에 사는 것치고는 적지 않은 숫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는, 없어 보였다.


"반갑다. 인간. 우리 마을, 파나에는 어떤 일로 오게 된 건가?"

가운데에 서 있던 엘프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반갑다고 말은 했지만, 반가워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얼굴은 또 상당히 젊어 보였다.

아니, 그 뿐만 아니라 모든 엘프가 젊은 얼굴이었다.


"해협을 건너던 중, 씨 서펜트를 만났고,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이반이 말했다.

일반적으로 오지 않을 곳 같았기 때문에, 씨 서펜트를 핑계로 삼았다.


"씨 서펜트? 그것을 만나고도 죽지 않았다고?"

가운데의 엘프가 물었다.


"네. 그것을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반이 대꾸하였다.


다르게 말을 꺼내는 것이 좋았을까,

이반은 약간 후회됐지만,

일단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리고 이반의 말에, 웅성웅성 대는 엘프들.


이런 모습 뒤에 어떤 말이 나올지,

이반은 대충 짐작이 되었다.


"흠··· 그래서 정령들이 소란스러웠던 모양이군.

그래서, 여기에 온 목적은 무엇인가?"

엘프가 물었다.


"이 숲을 빠져나가는 길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반이 대답했다.


이반의 태도는 계속 직선적이었고 또 다소 공격적이었는데,

그것은 엘프들의 거만한 모습이,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군. 그럼 우리 부탁도 하나 들어주겠나?"

이반의 예상대로, 엘프가 제안을 건네왔다.


"그게 뭐죠?"

이반이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음흉한 미소를 짓는 엘프.

그는 자신의 표정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엘프가, 입을 열었다.


작가의말

키와 타륜 단어 선택에 미스가 있었네요.

키를 타륜으로 정정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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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토라지다 25.02.06 2 0 11쪽
114 무엇을 위해서 25.02.05 4 0 11쪽
113 알비다의 집 25.02.04 5 0 12쪽
112 숲의 햇살 25.02.03 5 0 12쪽
111 처절함 25.02.02 5 0 11쪽
110 정령신 25.01.31 5 0 12쪽
109 빛의 기둥 25.01.30 6 0 12쪽
108 람파스 25.01.29 6 0 11쪽
107 25.01.28 6 0 11쪽
106 선택의 입장 25.01.27 7 0 11쪽
105 아우렐 25.01.24 7 0 12쪽
104 질문들 25.01.23 7 0 12쪽
103 부패의 정령, 후샤드 25.01.22 7 0 11쪽
102 구심점 25.01.21 6 0 11쪽
101 위화감 25.01.20 7 0 11쪽
100 죽음과 생존 25.01.19 7 0 11쪽
99 레푸지오 25.01.17 7 0 12쪽
98 정령 25.01.16 7 0 12쪽
97 연기와 뭉치 25.01.15 8 0 13쪽
96 하얀 공간 25.01.14 8 0 12쪽
95 정령의 별 25.01.13 8 0 12쪽
94 화이트 포레스트 25.01.12 9 0 12쪽
93 선택지 25.01.10 8 0 12쪽
92 기다림 25.01.09 9 0 12쪽
91 호손 25.01.08 9 0 12쪽
90 안도감 25.01.07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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