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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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lvo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5
최근연재일 :
2025.02.0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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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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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손

DUMMY

"도움?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다크 엘프 레인저 중 한 명이 다가와서 말했다.


호전적인 태도.


그는 은빛 장발을 멋지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중의 리더인 듯했다.


"진짜야. 너네 마을로 안내해 줘."

이반이 말했다.


"마을로? 너와 이 엘프를 마을로 안내해 달라고?

뭘 믿고?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다크 엘프가 따져 물었다.


그러자,

"지금도 이렇게 가만히 있잖아.

나는 도움을 구하고 싶을 뿐이야."

이반이 어깨를 들썩이며 대꾸하였다.


그 모습을 보고, 기가 차다는 듯,

"하, 네가 가만히 있는 건, 우리가 포위해서잖아.

뭐가 그렇게 당당한 거지?"

다크 엘프가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이반에게로,

얼굴을 기울이며 다가왔다.


다크 엘프는 단도를 꺼내,


이반의 얼굴 아래로,

그것을 들이밀었다.


"봐 봐, 지금도 이렇게 가만히 있잖아."

비열한 웃음.

이반의 말을 비꼬았다.


"가만. 생각해보니까, 그냥 너희를 여기에서 처리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위험 요소를 마을로 들일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야. 그렇지 않아?"

다크 엘프가 이반을 똑바로 보고 물었다.


이반도 이반 나름대로 어이가 없었다.


도발하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다크 엘프가 발끈해 버렸다.


맞설 수도 있었지만,

여기에서는 참아야 했다.


싸움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


"아냐,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건, 엘프들이 우리를 내쫓았기 때문이야.

너희 마을에 위험이 되지는 않을 거야."

이반이 말했다.

나름대로 부드러운 톤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래. 왜 엘프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냐고.

저 위선적인 놈들을 여기까지 데리고 와서,

도와주세요~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어?"

다크 엘프는 공격적인 태도를 거두지 않았다.


아마 쉽게 발끈했던 건, 엘프와 함께 있던 탓도 있는 것 같았다.


이반이 루시아를 한 번 돌아보았다.

그러자,


"허튼수작 부릴 생각하지 마."

다크 엘프가 경고하며,


이반 목 아래의 단도를, 더욱 들이밀었다.


이반의 목에서, 피가 찔끔 흘러나왔다.


이제는 이반도 참고만 있을 수 없었다.

죽이지는 않더라도, 맞상대는 해야 했다.


이반이 손을 까딱, 움직였다.


그런데 그때,


"잠깐."

뒤에 있던 다크 엘프가 앞으로 나왔다.


"그냥 마을로 데려가죠, 엘몬드(Elmonde)."

그리고 말했다.


"뭐?!"

그 말에 인상을 찌푸리고 돌아보는 엘몬드.


이반의 목에서 단도가 떨어졌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호손?!"

엘몬드가 단도로 호손을 가리키며 물었다.


호손···.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이반은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둥근 턱에 앳된 인상.


그의 턱에 자라난 은빛 턱수염은,

그의 앳된 면모를 감추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예. 마을에 해가 되지 않을 거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호손이 말했다.


그 이름, 그것은 배를 몰던 노인이 애타게 부르던 이름이었다.


물론 같은 인물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흠···."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한 엘몬드.


부하가 분위기를 깨고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제안을 한 것이,

반갑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엘몬드는 단도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래, 좋다."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신, 이 둘이 어떤 일이라도 벌인다면, 그건 모두 네 책임이다.

네가 알아서 관리해."

조건이 있었다.


마땅한 조치였다.

그리고 그것을,


"알겠습니다."

호손이 받아들였다.


호손이 이반과 루시아의 손목을 묶었다.


루시아는 이반에게 반감이 있었지만,

호손의 지시를 순순히 따랐다.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볼 생각인 듯했다.


이반은 호손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 * *


눈앞에는 안개가 잔뜩 깔린 금지된 숲이 있었다.

결국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여기까지, 시프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배의 잔해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 지 오래였다.


아무래도 시프는 해협 아래쪽으로 떠밀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아래쪽으로는 말렌과 하이드가 향했다.


그 둘이 시프를 만난다면 다행이었다.

그 둘이 시프를 찾았기를, 게라드는 진심으로 바랐다.


그렇다면 이제는 본인의 차례였다.

내륙으로 들어가,

이동 수단을 찾아 일행들에게로 합류해야 했다.


그런데 그때 한 가지 생각이, 게라드에게 들었다.


그것은 바로,

이반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금지된 숲으로 들어가 이반을 찾을 것은 아니었다.


게라드가 생각한 것은,

이반이 나올 곳.


이반이 나올 곳을 예측하여,

그를 기다리고 있을 생각을, 게라드는 하였다.


뭐 물론,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그렇지만 마을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그가 금지된 숲에서 나온 뒤에,

들를 마을로 선택지를 좁힌다면,


불가능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었다.


먼저 가장 가까운 마을로 찾아간 뒤에,

그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만약 그가 그곳에 들르지 않았다면,

그곳을 기점으로 다른 마을들 사이에 연락망을 구축하면 될 것이었다.


그리고 연락망을 구축하는 도중에,

혹시나 그의 행방을 발견한다면, 그가 이미 지나갔다고 한다면,

다시 발길을 돌려 일행들에게로 돌아가면 됐다.


물론 그렇게 한다면, 일행들을 더 기다리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잘만 하면 이반과 함께 돌아갈 수도 있었다.


지금 아마, 삼사일 정도는 이반에게 뒤처져 있을 것이었다.


아무리 이반이라고 해도 숲을 바로 통과하지는 못했을 것이었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을에 가서 확인해 보면 됐다.


일단 마을로 서둘러 가야 했다.

게라드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여기가 바로, 레푸지오(Refugio). 우리 다크 엘프의 거처입니다."

호손이 말했다.


정중한 태도.

그는 이반과 루시아를 단순한 포로로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달랐다.


이반은 바로 얼마 전에도 겪어 봤던 시선.

마주보기 껄끄러운, 따가운 시선이었다.


이미 그 시선에 익숙한 이반과 달리,

루시아는 그 시선을 매우 불편하게 여겼다.


적대적인 종족인 탓도 있었을 것이었다.


불편한 시선과 목소리들 사이로,

호손이 이반과 루시아를 인도하였다.


이곳의 가옥들은 엘프의 것과 비슷한 듯, 달랐다.


나무에 기대서 지은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나무가 그 집을 토대로 자라게 만든 것은 아니었고,

집 또한 바닥에서 띄워져 있었다.


집 바깥쪽으로 나온 베란다 같은 공간에,

다크 엘프들이 걸터앉아서 이반과 루시아를 내려보고 있었다.


아이들도 몇 명 있었다.

그런 면에선, 엘프들과 대조적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도, 마을 중앙에 거목이 있었다.

엘프든 다크 엘프든, 나무는 그들에게 중요한 모양이었다.


그건 전설 대로였다.


하지만, 그 거목 앞에서, 호손은 멈추지 않았다.


엘몬드와 다른 레인저들은 그 거목 앞에 위치한 건물로 들어갔지만,


호손은 이반과 루시아를 그 안으로 들이지 않고,

조금 더 끌고 갔다.


그리고 한 평범한 가옥 앞에서 멈추었다.


그 가옥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호손이 이반과 루시아를 안내하였다.


아담하고 또 아늑한 집.


호손이나 루시아보다 키가 약간 큰 집이었다.


촛불까지 켜니, 분위기가 꼭 동화 속에 나올 것만 같았다.


집 중앙에 위치한 탁상 앞에서,

호손이 이반과 루시아의 손목에 묶여 있는 줄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앉으시죠."

권유하였다.


이반과 루시아는 서로를 한 번 돌아보고,

자리에 앉았다.


루시아는 이반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곧바로 고개를 돌렸었다.


아직 이반에게서 돌발 행동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것이 이유일 것이었다.


하지만 이반은 급하지 않았다.

호손 앞에서 모든 얘기를 꺼내는 것도 좋지 않을 것이었다.


이반은 호손을 지켜보았다.


호손은,


달그락달그락.


이런저런 식기를 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탁. 탁. 타닥.


탁상 위에 올린 것은,

바로 찻잔.


그리고 그는 다시 등을 돌려,

찻주전자에 찻잎을 넣고, 물을 끓였다.


흠흐흠~.


콧노래를 부르는 호손.


이반은 차에 대해서,

좋지 않은, 하지만 또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는,

기억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차를 마실 수 있기를,

이반은 속으로 바랐다.


* * *


탁.


이윽고, 호손이 찻주전자를 탁상 위에 올려놓았다.


올라오는 김과 함께 퍼지는 향기.

상쾌한 허브향이 났다.


쪼르르르르.


호손이 각각의 찻잔에, 차를 따랐다.

그리고,


"마셔보시죠."

권유하였다.


하지만, 이반과 루시아는 선뜻 찻잔을 가져가지 못했다.

아무리 호의적이라고 하여도, 낯선 사람이 주는 음료였다.


그 눈치를 보고,

"아, 이런."

호손이 먼저 찻잔을 가져가 마셔보았다.


그리고 괜찮지 않냐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반은 그제야,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 보았다.


가까이에서 맡아보니,

상쾌한 허브향 말고도 달콤한 과일향도 느껴졌다.


그리고 그 맛은,

그 향기와 비슷했다.


상쾌한 가운데, 약간의 단맛이 끝에 감돌았다.


"맛있네요."

이반이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반면, 루시아는 찻잔을 입에 가져가지 않았다.

그냥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다.


"당신은, 마시지 않을 건가요?"

호손이 물었다.


"나는 다크 엘프의 음식에 입을 대지 않아."

루시아가 대답했다.


또 고고한 태도.


이런 상황에서도, 남이 보인 호의 앞에서도,

자존심이 더 우선인 모양이었다.


아니면, 종족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이 있는 걸지도 몰랐다.


"그렇습니까? 아쉽군요."

호손이 쩝,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찻잔을 들이켜고,

다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찰나에,

"그런데 왜 우리를 도와준 건가요?"

이반이 먼저 질문을 던졌다.


호손이 이반을 보았다.


"당신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잖습니까?

도움을 구하는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만약이란 게 있지 않습니까."

이반이 말했다.

이반은 그의 사고 방식, 그의 이유를 이해하고 싶었다.


"흠. 설마, 만약의 일을 벌일 생각이셨습니까?

뭐, 말은 그렇게 하셔도,

그러지 않으실 거란 걸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호손이 차를 다시 찻잔에 따랐다.


"어떻게? 어떻게 아셨죠?"

이반이 또 물었다.


그 묻는 모습을, 호손이 마치 질문하는 어린아이를 보듯,

귀엽게 보았다.


"딱 보면 알죠."

그리고 대답하고, 따라둔 차를 마셨다.


그런데 차를 마시다가 마주친, 이반의 눈빛이 진지했다.

예사로 대할 물음이 아니라는 것을, 호손은 알아챘다.


그래서 호손이 찻잔을 내려놓고,


"사실, 해변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나우타(Nauta)의 부름이 들렸거든요."

진지하게 대답했다.


"나우타? 그 노인 말인가요?

그런데 나를 봤다면서 왜 도와주지 않은 거죠?"

이반이 되물었다.


"네. 그 노인의 이름이 나우타입니다.

나우타와는 오래된 관계죠.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셨습니까? 저는 그런 줄 몰랐습니다."

호손이 말했다.


그리고, 찻잔을 들어 보이며,

이반에게 차를 더 마실 건지, 제스처만으로 물어보았다.


이반은 고개를 끄덕이고, 찻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돕는단 말인가.


쪼르르르.


호손이 두 찻잔에 차를 또 따랐다.

그런데 이반의 잔이, 마지막 잔이었다.


더 이상 물줄기가 나오지 않았다.


호손이 자신의 찻잔 위로, 남은 차를 탈탈 털었다.


그리고 난 뒤에,

탁.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이반에게 그의 차를 건네주었다.


호손이 이반을 똑바로 보았다.


그리고,

"그럼 이번엔 제 차롄가요?

도대체 어떤 도움이 필요하신 겁니까?"

물음을 던졌다.


호손뿐만이 아니라 루시아까지, 모두 이반에게 집중하였다.


작가의말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이었습니다.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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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레푸지오 25.01.17 7 0 12쪽
98 정령 25.01.16 7 0 12쪽
97 연기와 뭉치 25.01.15 8 0 13쪽
96 하얀 공간 25.01.14 8 0 12쪽
95 정령의 별 25.01.13 8 0 12쪽
94 화이트 포레스트 25.01.12 9 0 12쪽
93 선택지 25.01.10 8 0 12쪽
92 기다림 25.01.09 9 0 12쪽
» 호손 25.01.08 9 0 12쪽
90 안도감 25.01.07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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