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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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lvo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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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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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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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DUMMY

"일단은 이 숲을 빠져나가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이반이 말했다.


그의 입장에선 당연한 말.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루시아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흥!"

루시아가 또다시 고개를 돌렸다.


"좋죠. 어느 쪽으로 가고 싶으신 겁니까?"

호손이 행선지를 물었다.


"왕도 쪽으로 가고 싶습니다."

이반이 대답했다.


"그것도 좋습니다. 며칠 걸리겠지만, 가능한 부탁이네요.

그 외에는 또 없습니까?"

호손이 또 물었다.


그러자 이반이 눈을 돌려, 루시아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루시아를 놓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조금 무리인 부탁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루시아가 휘말린 것에 대한 책임을, 이반은 지고 싶었다.


그런데,

"음··· 바로는 어렵겠지만 아마 가능은 할 겁니다."

예상과는 다르게 호손이 그것을 바로 응하였다.


"저희도 엘프와 마찰을 빚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이어서 들려온 것은 그럴 듯한 이유.


"그런데···."

호손이 말을 하다가 말고, 이반을 응시하였다.


그리고 물었다.

"아까는 엘프들에게서 내쫓겼다고 하지 않았나요?

놓아드려도 갈 곳은 있으신 겁니까?"


이반의 말속의 허점을 지적했다.


물론 정말로 걱정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냥 뱉는 말은 아니었을 것이었다.


호손의 눈빛은, 잘 읽히지 않았다.


여기에서는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 나아 보였다.


"네. 사실, 내쫓긴 건 아닙니다.

아까는 싸움을 피하기 위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이반이 설명했다.


하지만,

"음···."

호손이 이반을 탐탁치 않게 보았다.


상황을 모면해기 위해서라고 하여도,

거짓을 이야기한 것은 좋게 봐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알겠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겠지요."

호손은 이반의 말을 받아들였다.


여기에서까지 거짓을 말할 이유가,

그에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이반이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를 표했다.


루시아는 여전히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단단히 토라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빨리 일을 마치고 동료들에게로 돌아가는 것.


부탁은 원래부터 들어줄 생각이 없었고,

루시아가 그것을 배신으로 여긴다고 해도,

그 결정을 번복할 생각은 없었다.


아우렐과 대화를 나누었을 때부터,

이반은 이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다크 엘프에게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름은 어떻게 되십니까?

우선, 제 이름은 호손입니다."

호손이 말했다.


"이반입니다."

이반이 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루시아는, 그 물음을 들은 체 만 체 하였다.


호손은 그녀의 이름도 궁금한 듯했지만,

그것을 그녀의 입에서 듣기는 어려워 보였다.


뭐, 일찍이 차도 거절한 그녀였다.


쩝.

호손이 아쉬워하였다.


"그럼 잠깐 쉬고 계시지요.

제가 마을 의회에 얘기를 전하고 오겠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호손이 탁상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리를 나서려고 하였다.


그때 든 의문.


"저희를 그냥 두고 가셔도 괜찮으신가요?"

이반이 말로 호손을 붙잡았다.


아무리 부탁을 했다고 해도,

손목도 풀어주고,

무장도 해제하지 않은 상대를,

그대로 놓고 가는 것이 이반은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그 물음에 호손은 되려,


"하하! 하하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왜지?

이해가 안 됐다.


이반이 어벙한 표정으로, 호손을 바라보았다.


"뭐, 도망가기라도 하실 생각이셨습니까?"

호손이 끅끅거렸다.


그 말대로.

이반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이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을 보고,

"그럼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호손이 바로 집을 나섰다.


"하하 하하하하!"

그의 웃음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왔다.


그리고 호손의 웃음소리가 멀어지자마자,

"너, 후회할 거야. 이반."

루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쾌하지 않은 말이었다.


화가 난 듯했기에,

"미안, 루시아. 나는 빨리 동료들에게로 가야 해."

이반이 사과했다.


하지만,

"나한테 사과할 건 아냐.

단지, 이대로라면 너는 숲을 빠져나갈 수 없을 거야."

의미가 없는 사과였다.

루시아가 낮은 톤으로 말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호손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말이야?"

이반이 놀라 물었다.


"약속? 뭐, 다크 엘프가 약속을 잘 지키는 법이 없긴 하지.

마치 너처럼 말이야."

루시아가 이반을 째려보았다.


"하지만, 숲을 나가지 못할 거란 건,

그 때문이 아니야."

루시아가 말했다.


"지금 이 숲의 주인은, 아우렐이야.

아우렐의 미움을 산다면,

다크 엘프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이 숲을 빠져나갈 수가 없어."

루시아가 설명했다.


"뭐!?"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너는 그가 떠벌대는 모습을 보고, 단순하다고도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

그는 천 년도 더 산 엘프야. 그 안에 능구렁이가 있다고.

그는 절대로 호락호락하지 않아."

루시아가 말했다.


당황한 이반.


이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이 분주했다.


"지금이라도, 이 마을을 몰살시키는 게 나을 거야.

아우렐이 배신을 눈치챈다면, 그땐 이미 늦어."

루시아가 말했다.


이반이 그 말을 듣고,

급하게 한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냈다.


"네 말이 지어낸 게 아니란 걸 어떻게 알지?"

이반이 물었다.

그의 표정이 진지했다.


하지만, 루시아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못 믿겠다면, 그 호손이란 작자와 함께 이 숲을 빠져나가 봐.

물론 그가 정말로 도와준다면 말이지만."

루시아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 차분한 태도.

그녀가 없는 말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선택을 해야 했다.


아우렐과의 약속을 이행할지,

아니면 호손을 기다릴지,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 * *


물고기도 계속 먹으니, 이제는 물려버렸다.

시프와 일행들은 알비다가 낫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휴식을 취하고 또 훈련을 하였다.


시프는 이반이 알려준 것을 토대로,

기척을 지우는 연습을 했고,

또 활을 쏘거나 마나를 쓰면서, 나름대로 실력을 가다듬었다.


정해진 루틴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하나씩 해보면서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갔다.


시간은 차고 넘쳤다.


하이드는 반면, 스승이 있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종종,

케로스가 하이드를 봐주었다.


하이드가 소질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이유와 고집을, 시프는 꺾을 수 없었다.

케로스는 시프의 훈련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케로스는 알비다의 상태도 중간중간 봐주었다.


알비다는 이제 다리의 부기가 빠지면서,

홀로 일어설 수 있었지만, 걷는 것은 아직 무리였다.


몇 번씩 걸어보려고 시도해 보았으나,

그때마다 중심을 잃고 자빠지기 일쑤였다.


그런 그녀를, 말렌이 도와주었다.


알비다는 말렌의 도움을 고맙게 받았다.

하지만 그 도움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보기에 씁쓸한 광경이었다.


시프가 보기에는 그랬다.


그래도 언젠가는 말렌에게 기회가 닿지 않을까.

시프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다.


시프는 또, 게라드는 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아!"

케로스가 이반이 어디 있는지 아는 것처럼,

게라드가 무사한지, 또 어디에 있는지 케로스는 알 것이었다.


"케로스님!"

시프는 케로스를 불렀다.


그리고,

"뭐냐, 꼬맹이."

케로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 * *


게라드는 하루를 꼬박 더 걸었다.


그리고 그는 한 오두막을 발견하였다.

마을과는 하루 이틀 정도,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게라드는 그 집으로 다가갔다.


이제 곧 해도 질 것이었고,

말렌과 하이드와 헤어진 이후로 제대로 먹지도 못했었다.


도움을 구할 생각이었다.


오두막 앞에는 장작들이 쌓여져 있었고,

그 옆에 장작을 패는 도끼가 나무 위에 박혀 있었다.


똑 똑.

게라드는 문에 달린 도어 노커를 두드렸다.


그러자,


끼이이익.


누군가가 안에서 문을 열고, 나타났다.


키가 작고 등이 굽어 있는 늙은 여성, 노파.


"뉘슈?"

노파가 물었다.


노파를 보고, 게라드가 잠깐 멈춰 있다가,


"아드님은 밖에 나가셨나요?"

물었다.


장작을 패는 사람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홀홀, 그렇죠. 금방 돌아올 겝니다.

볼일이라도 있으신가?"

노파가 물었다.


"네. 하루만 신세를 질 수 있을까 싶어서 왔습니다."

게라드가 정중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노파가 게라드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집 안은 좁을 텐데···. 뭐, 아가 돌아오면, 얘기나 해보슈."

노파가 말했다.


그리고,

끼익.

도로 문을 닫았다.


닫는 속도는 여는 속도보다도 훨씬 빨랐다.


혼자 낯선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겁이 났을 것이었다.


게라드는 이해했다.

그리고 돌아올 아들을 기다렸다.


해가 금지된 숲 너머로 지며,

주황빛과 분홍빛이 뒤섞인 노을이 하늘을 물들였다.


* * *


이윽고 호손이 돌아왔을 때,

그가 마주한 것은,

결심을 마친 이반이었다.


이반은 호손에게 칼을 들이밀지 않았다.

그의 선택은, 호손을 믿는 것이었다.


이 마을 40여 명의 목숨을,

숲을 빠져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앗아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호손이 이반의 앞으로 로프를 들이밀었다.

다시 손목을 묶을 때였다.


이반은 순순히 호손을 따랐다.


호손은 이반과 루시아의 손목을 다시 묶고,

그들을 다시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그대로,

마을 중앙을 통과하였다.


거목 앞의 건물을 그대로 지나친 것에,

이반이 놀랐다.


"호손?"

이반이 호손을 불렀다.


"아, 이미 얘기는 끝났습니다.

당신을 숲 밖으로 데려다주고,

엘프도 마을 밖으로 데려다주기로요."

호손이 대답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 된 듯한 이반의 표정.


그 표정을 보고,

"여러분을 밖으로 데려다주는 것에 모두가 동의를 하였습니다.

애초에 여러분은 이곳에 없던 자들.

제 발로 나간다는 데, 말릴 이유는 없는 거죠."

호손이 설명했다.


"물론, 숲 밖까지 데려다 드린다는 건 제 오지랖이긴 하지만,

이곳은 항상 심심한 편이니까요.

저는 그 편이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

호손이 이어서 자신의 이유까지, 설명하였다.


그렇게 솔직하게 얘기하는 호손을 보고,

이반은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


일단 마을 밖으로 나간 다음에,

자초지종을 더 설명해야겠다는 생각을, 이반은 하였다.


그리고 마을 밖.


다크 엘프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호손이 루시아와 이반의 손목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당신은 이만 가셔도 좋습니다."

루시아를 보내려고 하였다.


정말로 순순히 자신을 풀어주려는 호손을 보고,

루시아는 순전히 놀랐다.


무언가를 처음 보았다는 표정.


그 무언가는 아마 다크 엘프가,

엘프에게 약속을 지키는 모습이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루시아는 가지 않았다.

그녀로서는 떠날 이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왜 가시지 않는 거죠?"

라고 묻는 호손.


그 호손을,


"호손."

이반이 불렀다.


그리고 말했다.

"말하지 못한 게 있습니다."


무언가를 자백하려는 듯한 모습.


그 모습을 보고, 그것이 예사롭지 않은 것임을 눈치챈 호손이,

"뭐죠?"

불안한 목소리로 이반에게 물었다.


"그건 바로 제가 엘프와 약속을 했다는 겁니다."

이반이 최대한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거운 사안이었다.


"후우."

그것을 예감한 듯, 호손이 숨을 길게 내뱉었다.


그리고 이반에게 물었다.


"어떤 약속이죠?"


그 진지한 물음에,

"저는 사실 다크 엘프를 몰살시키기로, 아우렐과 약속했습니다."

이반이 대답했다.

이번에는 거짓 없이, 솔직하게.


그것이 거짓이 아님을, 어느 누구라도 눈치챌 수 있었다.


"허업."

호손이 숨을 크게 삼켰다.


그리고 그의 동공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의 눈에 보이는 이반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었다.


그가 거짓으로 감추었던 이유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것이었다.


호손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리고 그런 호손을,

"호손?"

이반이 걱정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섣부른 것이었다.

호손이 겪을 충격과 혼란을 이반은 간과했다.


호손이 손을 들어, 다가오려는 이반을 막았다.

그리고 그 손으로 다시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머리를 쥐었다.


호손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반은 어쩌면 이 고백이,

또 최악의 것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말

요새 무리를 해서인지 오늘도 늦었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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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토라지다 25.02.06 2 0 11쪽
114 무엇을 위해서 25.02.05 4 0 11쪽
113 알비다의 집 25.02.04 5 0 12쪽
112 숲의 햇살 25.02.03 5 0 12쪽
111 처절함 25.02.02 5 0 11쪽
110 정령신 25.01.31 5 0 12쪽
109 빛의 기둥 25.01.30 6 0 12쪽
108 람파스 25.01.29 6 0 11쪽
107 25.01.28 6 0 11쪽
106 선택의 입장 25.01.27 7 0 11쪽
105 아우렐 25.01.24 7 0 12쪽
104 질문들 25.01.23 7 0 12쪽
103 부패의 정령, 후샤드 25.01.22 7 0 11쪽
102 구심점 25.01.21 6 0 11쪽
101 위화감 25.01.20 7 0 11쪽
100 죽음과 생존 25.01.19 7 0 11쪽
99 레푸지오 25.01.17 7 0 12쪽
98 정령 25.01.16 7 0 12쪽
97 연기와 뭉치 25.01.15 8 0 13쪽
96 하얀 공간 25.01.14 8 0 12쪽
95 정령의 별 25.01.13 8 0 12쪽
94 화이트 포레스트 25.01.12 9 0 12쪽
93 선택지 25.01.10 8 0 12쪽
» 기다림 25.01.09 10 0 12쪽
91 호손 25.01.08 9 0 12쪽
90 안도감 25.01.07 9 0 11쪽
89 서로에 대한 이해 25.01.06 9 0 13쪽
88 수색 25.01.05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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