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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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lvo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5
최근연재일 :
2025.02.0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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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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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포레스트

DUMMY

화이트 포레스트는 다크 엘프의 마을, 레푸지오를 지나쳐서 있었다.


호손은 레인저들의 순찰 구역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감시 범위를 피해서, 들키지 않고,

이반과 루시아를 화이트 포레스트까지 데려갈 수 있었다.


어둡게 칠해진 암흑 속에서,

하얗게 번지는 존재감.


빛이 그 안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다 왔습니다. 이 앞이 화이트 포레스트입니다."

호손이 화이트 포레스트의 앞에서 얘기하였다.


이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반은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루시아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보였다.


그녀가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대로 놔두면 또 손톱을 입안으로 가져갈 것 같았다.


"돌아가시겠습니까?"

호손이 루시아를 보고 물었다.


호손에게, 그녀의 존재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루시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약간은 강박적인 모습.

그녀는 화이트 포레스트 안에 있을 위협을 두려워 하였다.


호손이 그 모습을 빤히 보았다.

그리고,


"이반. 가실까요?"

고개를 화이트 포레스트 쪽으로 까닥이며, 이반을 불렀다.


"좋습니다."

이반은 바로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루시아가 이반의 팔을 잡으며,

이반의 진입을 저지하였다.


이반이 루시아를 돌아보았다.


"저기···, 다시 생각해 보면 안 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이건 아닌 것 같아."

루시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부담인 모양이었다.


"얘기했잖아. 다른 방법이 없어."

이반이 말했다.


"그래도···."

루시아가 말끝을 흐렸다.


더 할 말은 없는 모양이었다.


이반이 팔을 당겨, 루시아의 손을 뿌리쳤다.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지는 않았다.

그녀도 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불안감이, 두려움이, 컸던 것이었다.


이반은 호손을 따라, 화이트 포레스트 안으로 발을 들였다.


루시아는, 뒤에 남겨졌다.


이반은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어두운 숲속에서,

루시아의 머릿결이 화이트 포레스트의 빛을 받아, 조금씩 반짝였다.


이반은 다시 고개를 앞으로 향하였다.

안 됐지만, 그녀에게는 무리인 일이었다.


앞을 돌아본 이반.

그의 눈앞이, 온통 하얬다.


화이트 포레스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얀 자작나무들이 빼곡했다.


그리고 번쩍.

섬광에,

이반이 눈을 반사적으로 감았다.


나무 사이로 반사된 빛이,

이반의 눈을 찌른 것이었다.


금지된 숲의 가장 깊은 곳이라는 화이트 포레스트는,

역설적이게도 숲에서 가장 밝은 곳이었다.


빛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밝은 숲이었다.


"조심하세요. 잘못하면 실명할 지도 모릅니다."

호손이 말했다.


그런 건 좀, 일찍 말해주면 좋았을 것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죠?"

이반이 눈을 감은 채로 물었다.


"고개를 들지 마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스피릿(Spirit)을 써서 눈을 보호하는 게 좋을 겁니다."

호손이 대답해 주었다.


그런데,


"스피릿?"

그것을 이반은 잘 몰랐다.


"아! 인간들은 그걸··· 마···."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 듯, 호손이 그 끝을 더듬었다.


하지만 이반은 그것을,

"마나?"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요! 마나라고 했죠."

그 짐작이 맞는 모양이었다.


"마나를 눈 주위에 집중해 보세요.

힘은 담지 않고, 그 흐름만을 의식하는 겁니다."

호손이 요령을 설명해 주었다.


이반은 그 말을 따라,

주변에 흐르는 마나를 의식해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원래 하던 대로,

호흡으로 삼키고,

그 힘을 발현해 보았다.


눈 쪽으로, 힘을 집중하였다.

그리고 그와 함께 눈을 슬며시 떠보았다.


하지만,

눈에서 그림자가 뿜어져 나왔다.


그림자가 연기처럼 피어나면서,

시야를 가로막았다.


"이반! 집중하세요! 힘을 덜어내야 합니다!!"

호손이 다급하게 말했다.


다급함의 이유를 이반은 알 수 없었지만,

호손의 말대로,

다시 눈을 감고, 마나를 더 의식하였다.


그런데,

"빨리! 서두르세요. 정령들이 눈치챌 겁니다."

호손의 말이 들렸다.


덕분에 다급함의 이유를 알게 되었지만,

집중에 도움이 되는 말은 아니었다.


이반은 그 말을 무시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집중력을 더 끌어올렸다.


그러자, 마치 심연을 마주했을 때처럼,

주위가 고요해지고, 어둡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안의 하얀 구체,

그리고 연기처럼 피어나는 무언가.


하얀 구체는 해골 같아 보이기도 했고,

연기는 그림자처럼 검은색이었다.


그 검은색 연기를,

이반은 슬쩍 걷어보았다.


그런 이미지를 상상하였다.


그리고 그와 함께, 눈을 떠보았다.


이번에는, 눈앞이 투명했다.

가로막혀 있지 않았다.


앞이, 잘 보였다.


"이반?"

호손이 고개를 들이밀며, 이반을 불렀다.


"네. 된 것 같습니다."

이반이 호손을 똑바로 보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때, 또 섬광이,

이반의 눈을 향해 쏟아졌다.


눈을 찌르려는 빛.


하지만 그 빛은, 이반의 눈앞에서,

분산되었다.


눈앞에 생긴 막이, 그것을 흩뜨린 것이었다.


이반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호손 또한 이반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이제 다시, 걸음을 옮길 수 있게 되었다.


* * *


"오늘은 이거나 먹자고."

바르거스가 짐을 정리하다가, 장작 위로 무언가를 던졌다.


타닥 타닥.


타고 있는 모닥불이,

그것을 밝혔다.


사람 팔뚝만 한 작은 개체.


쌍으로 묶여 있는 그것은, 토끼였다.


상흔을 보아하니, 활로 잡은 모양이었다.

엘프니까, 당연한 것이었다.


"손질은 할 줄 아나?"

바르거스가 물었다.


그가 어느새, 옆에 다가와 있었다.


"예. 압니다."

게라드가 대답했다.


사실 그 질문은 행상인에게는 실례인 질문이었다.

게라드는 길 위에서 할 수 있는 건, 웬만큼 다 할 줄 알았다.


바르거스가 게라드와 눈을 맞추다가,


"됐네. 내가 하지."

하고, 토끼를 들고 가버렸다.


이럴 거면 왜 물어본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비거는 것을 즐기진 않을 것이었다.


아닌가?

뭐 그래도, 신경 쓸 것은 아니었다.


게라드는 불쏘시개로 장작을 뒤적였다.


이 불로 밥도 해야 했고,

긴 밤도 보내야 했다.


불을 잘 보살펴야 했다.


얼마 후, 바르거스가 돌아왔다.


솥을 하나 들고 왔다.


그 솥 안에는 물과 손질된 토끼 고기,

그리고 자잘한 야채들이 들어 있었다.


아직 끓인 것도 아니었는데,

군침이 돌았다.


이 정도로 제대로 된 음식은 오랜만이었다.


"흥! 어지간히도 맛있어 보이나 보지?"

바르거스가 게라드를 보고 코웃음 치며 말했다.


이것도 약간은 시비조였다.


게라드는 깨달았다.


아, 그에게 이것은 친근감의 표시였다.

친해지고자 하는 말투였다.


물론, 그것이 엇나가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네, 그러네요. 맛있어 보입니다."

게라드가 밝은 얼굴로, 대답하였다.


여차할 땐 미소가 제일이었다.


"흠, 그래. 많이 먹으라고.

그렇다고 할매 줄 것까지 다 먹지는 말고."

바르거스가 솥을 불 옆에 올려놓았다.


바로 위에 올리기에는, 불이 셌다.


게라드는 불을 계속 뒤적였다.


그리고 그의 옆에,

"으차."

바르거스가 앉았다.


밤이 아직 많이 남았기에,

대화는 환영이었다.


"그래서 어디로 가려는 건가?"

바르거스가 물었다.


"일단은 파구스(Pagus)로요."

게라드가 대답했다.


"파구스에는 왜? 그 마을엔 별 게 없는데?"


"사람을 찾고 있어서요. 아, 혹시 이 근처에서

저 말고 다른 사람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게라드가 되물었다.


그리고 바르거스는,

"아니, 이 근처에서 사람을 볼일은 거의 없지."

즉답했다.


"그렇습니까."

실망하지는 않았다.


예상한 일이었다.


숲을 급하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고서는,

이 아래로 내려올 일은 없었다.


"뭐, 중요한 사람이야?"

바르거스가 물었다.


"동료입니다."

게라드가 대답했다.


"동료? 동료를 찾는다고 여기까지?"

바르거스는 이해가 안되는 모양이었다.


"네. 물론 여기까지 온 건 풍랑을 만나서긴 합니다."

게라드가 얘기했다.

바르거스가 오해를 한 걸까 싶었다.


"흠···. 그래도 금지된 숲이잖아?

설마, 동료가 금지된 숲에 들어간 건가?"

바르거스가 물었다.


"네, 맞습니다."

게라드가 대답했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봐도, 답해주진 않을 것이었다.

게라드는 바르거스의 다음 말을 경계하였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바르거스는 사연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음···. 그럼 다시 보긴 어렵겠군.

빨리 포기하는 게 나을 거야."

바르거스가 쉽게 얘기하였다.


그에게는 남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듣고,


"하하. 그렇습니까.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게라드가 웃어넘겼다.


예상 가능한 말이라, 당황도 하지 않았다.


"흥! 진짜야. 아우렐이 보내주지 않을 거라고."

바르거스가 얘기했다.


바르거스의 말에, 게라드의 표정이 돌연 진지해졌다.

이 얘기는, 넘겨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우렐이라니요?"

게라드가 물었다.


"엘프들의 수장, 숲의 주인이지."

바르거스가 대답했다.

그의 표정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의 허락 없이는, 숲을 나올 수가 없는 겁니까?"

게라드가 또 물었다.


"그렇지. 물론 나는 쫓겨난 거라, 조금 다르지만."

바르거스가 말했다.


쫓겨났다는 것, 왠지 위험해 보이는 사연이었다.


물어보기가 약간은 망설여졌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게라드는 그것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반과도 관계있는 얘기일지도 몰랐다.


* * *


이반은 호손의 뒤를 따랐다.


이 숲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엘프든 다크엘프든,

계속 남의 뒤를 따라가게 되었다.


불편한 것은 아니었지만,

낯설기는 하였다.


호손은 길을 알고 있는 듯,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물론 길을 알고 있다고 얘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자신만만하게 걸어갈 줄은 몰랐다.


몇 번이나 와본 듯한 모습이었다.


이반은 주위를 둘러보며 걸었다.


확실히, 호손이 지나가는 길은 주변과 조금 달랐다.

마치, 파도의 골처럼 빛이 적은 지역이었다.


그것을 가만 살펴보니,


바닥 아래에 깔려 있는 빛들이,

나름의 결이랄까, 패턴을 가지고 있어 보였다.


물살 치듯 일렁이기도 했는데,

크게 요동치지는 않았고,


일정한 범위를 지키며 그 안에서 흔들렸다.


신기한 모습이었다.


화이트 포레스트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그런 파장이 조금씩 짧아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 파장 위, 어떤 지점 위에, 자라나 있는 하얀색의 자작나무들.


나무들도 일정한 범위 또는 법칙 아래에 자라나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어떤 법칙인지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이, 감각적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갑자기,

호손이 걸음을 멈추었다.


앞에 무언가가 있는 모양.


이반은 조심스럽게, 호손의 옆으로 붙었다.


"호손?"

이반이 작은 목소리로, 호손을 불렀다.


"네. 다 왔습니다."

호손도 마찬가지로 목소리를 죽였다.


이반은 호손의 앞을 보았다.


그리고 이반이 목격한 것은,

채찍 치듯,

이리저리 휘몰아치는 하얀색의 파장들.


이전까지는 그 움직임이 크지 않았던 파장들이,

호손의 앞 지점부터는,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듯, 매섭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파장의 가운데에는 자주색 빛이 바닥에서부터 퍼져 나오고 있었다.


"저깁니다. 저기에 정령의 별이 있습니다."

호손이 그 자주색 빛의 발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떤 형체가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아마도, 땅 아래에 묻혀있을 것이었다.


땅 아래에 박힌 별.


이마저도 역설적인 상황이었다.


이제는 땅 아래에서 별을 꺼내야 했다.


누군가의 손길을, 격렬하게 거부하는 그 별을,

잘 달래서 데리고 나가야 했다.


작가의말

조금 더 걸렸습니다. 감사합니다:)


1/14일 수정) 백림 -> 화이트 포레스트

백림이란 이름이 멋있게 느껴져서 사용했는데 분위기에는 안 맞을 것 같아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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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토라지다 25.02.06 2 0 11쪽
114 무엇을 위해서 25.02.05 4 0 11쪽
113 알비다의 집 25.02.04 5 0 12쪽
112 숲의 햇살 25.02.03 5 0 12쪽
111 처절함 25.02.02 5 0 11쪽
110 정령신 25.01.31 5 0 12쪽
109 빛의 기둥 25.01.30 6 0 12쪽
108 람파스 25.01.29 6 0 11쪽
107 25.01.28 6 0 11쪽
106 선택의 입장 25.01.27 7 0 11쪽
105 아우렐 25.01.24 7 0 12쪽
104 질문들 25.01.23 7 0 12쪽
103 부패의 정령, 후샤드 25.01.22 7 0 11쪽
102 구심점 25.01.21 6 0 11쪽
101 위화감 25.01.20 7 0 11쪽
100 죽음과 생존 25.01.19 7 0 11쪽
99 레푸지오 25.01.17 7 0 12쪽
98 정령 25.01.16 7 0 12쪽
97 연기와 뭉치 25.01.15 8 0 13쪽
96 하얀 공간 25.01.14 8 0 12쪽
95 정령의 별 25.01.13 8 0 12쪽
» 화이트 포레스트 25.01.12 9 0 12쪽
93 선택지 25.01.10 8 0 12쪽
92 기다림 25.01.09 9 0 12쪽
91 호손 25.01.08 8 0 12쪽
90 안도감 25.01.07 8 0 11쪽
89 서로에 대한 이해 25.01.06 9 0 13쪽
88 수색 25.01.05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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