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 망령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neulvo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5
최근연재일 :
2025.02.06 19:43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1,980
추천수 :
87
글자수 :
619,447

작성
25.01.20 18:10
조회
6
추천
0
글자
11쪽

위화감

DUMMY

'이반! 재밌는 얘기를 들었어요, 이반!'

누토가 신난 아이처럼 말했다.


"뭔데?"

이반은 심통 난 어른처럼 물었다.

누토의 말투가 너무 밝았기 때문이었다.


'정령들이 얘기해 줬는데···.'

누토가 또 말에 여지를 남겼다.


아, 어쩌면 누토의 말버릇이 거슬렸던 걸지도.


이반이 대답을 하지 않자,

누토가 고개를 까딱거리듯, 좌우로 움직였다.


아, 어쩌면 대화에 재미를 붙인 모양이었다.


"뭔데?"

이반이 누토에 호응하며 물었다.


'그게 말이죠, 방금 왔던 다크 엘프가,

아니 동료분?

동료겠죠? 정령의 별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그분이,

정령들을 모아서 글쎄···.'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뭔데? 빨리 말해."

이반이 다그쳤다.


사람을 짜증 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알겠어요. 말하려고 했다구요.'

누토가 툴툴댔다.


이반은, 뭐라고 더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참았다.


또 얘기가 길어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얘기해 줘."

이반이 말했다.


그러자, 누토가 다시 신을 내며,

'그러니까 그 동료분이,

엘프를 공격할 건데,

정령들에게 힘을 빌려달라고 그랬대요.'

끌어왔던 얘기를 꺼냈다.


"뭐?"

예상치 못했다.


'히히히히.'

누토가 이반의 놀란 얼굴을 보고 즐거워했다.


이반의 반응은 누토가 바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더 재밌는 건 뭔지 알아요?'

누토가 또 말을 이었다.


"뭔데?"

이반이 순순히.


'정령의 별을 화이트 포레스트에 다시 갖다 놓지 않겠대요.

그 대신, 엘프의 신목에 그것을 놓겠다고,

정령들이 아무 대가 없이 그곳에 살 수 있겠다고 해준대요.'

누토가 얘기했다.


"그래서?"

이반이 물었다.

이반은 이곳의 생리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라뇨? 당연히 많은 정령들이 그를 따른다고 했죠.

저도 지금 바로 따라가고 싶을 정돈 걸요?

좋은 동료를 뒀네요. 이반.'

누토가 말했다.


분명 비아냥은 아니었다.

그러기엔 그 말투가 너무 꿈꾸는 듯한 것이었다.


"아니, 호손은 내 동료가 아니야."

이반이 선을 그었다.


동료를 사지에 내버려두고,

정령의 별로 엘프를 치겠다는 생각을 하는 자가,

동료일 리가 없었다.


호손은 이반을 이용한 것이었다.

루시아의 말이 맞았다.

그는 믿을 수 없는 자였다.


그런데 언제부터,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 거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니면 설마, 바다를 건너왔을 때부터?


'아, 그러네요. 정령의 별을 되찾겠다고 했었죠?

그런데··· 정말로 그럴 생각이에요?'

이반의 생각의 고리를 누토가 끊으며, 물어왔다.


"그게 왜?"

이반이 되물었다.

누토의 입장은 다른 건가 궁금했다.


'그야 신목에서 살면 더 좋을 테니까요?

먹을 것도 더 다양해질 테고, 많아지고,

하얀 숲, 아 화이트 포레스트보다는 더 좋을 것 같은데요?'

누토가 대답했다.

그런데 그 대답이 정말로 단순했다.


"그런데 그렇다고 엘프들을 몰아낸다고?"

이반이 물었다.

그의 인상이 찌푸려져 있었다.


말 한마디로 다크 엘프를 처단해달라는 아우렐도 그렇고,

신목에 살게 해준다고 엘프를 치는 걸 도와주겠다는 정령들도 그렇고,

이곳의 사고방식, 생명에 대한 경시가 이반은 이해가 안 됐다.


물론 자신도 뭐라 할 입장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또 왕국의 질서를 위한 일이었고···,

이곳은 정도가 너무 심했다.


'네! 굴러들어 온 기회를, 마다할 필요가 없죠.'

누토가 밝게 대답했다.


그 밝은 대답에서, 이반은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마치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 것만 같은 느낌.


"그럼 혹시 엘프들이 정령의 별을 대가로 부탁했다는 것이···."

이반이 설마 싶은 그 말을, 입에서 꺼냈다.


설마, 죽음을 감수해서 정령의 별을 가지고 가서,

그것을 가지고 부탁한다는 게···.


그리고,


"네! 보통 다른 엘프들을 죽여달라고 했어요."

누토가 또 밝게 그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심연보다도 더 깊은 심연을 본 듯한 기분.


누토는 하얀색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운 무언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이 숲의 표상.


누토의 순수하고 밝은 모습이,

마치 거울처럼,

이 숲의 어둠, 혐오를 남김없이 비춰주고 있었다.


이반은 마음이 복잡했다.


* * *


앞서가던 루시아가 갑자기 멈춰 섰다.

게라드는 그녀를 따라 멈췄다.


루시아가 몸을 낮추고,

게라드도 따라 낮췄다.


"저기 앞에 있어."

루시아가 속삭였다.


게라드가 루시아가 가리킨 방향을 보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게라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아! 알겠어."

루시아가 깨달은 듯 말했다.


이반과의 일을 그녀는 기억해냈다.


이 남자는 갑자기 앞으로 뛰쳐나가지 않겠지,

루시아는 괜히 불안해졌다.


"파나 쪽으로 천천히 가고 있어.

경계가 삼엄한데, 우리 쪽은 보지 않고 있어.

아마 우리가 뒤쫓을 거라 예상 못 한 거겠지."

루시아가 말했다.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현 상황에 더욱 집중했다.


"파나? 엘프의 마을 이름이 파나입니까?"

게라드가 물었다.


"응. 맞아."

루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뒤따라 가는 겁니까?

앞질러 가서 마을에 알려야 하는 거 아닐까요?"

게라드가 물었다.


루시아가 큰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다크 엘프를 쫓아가는 것만 생각했을 뿐,

다크 엘프를 따라 잡으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었다.


게라드는 루시아의 반응을 바로 이해하였다.

그리고,

"흠···. 그렇죠. 앞쪽에서 경계를 하는데,

그걸 뚫고 나가기란 쉽지 않겠죠."

그녀의 생각을 유도하였다.


"맞아. 마을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루시아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정령들을 쓰는 건 안되나요?

그리고 듣자 하니 이 숲을 마음대로 빠져나가지 못한다고 하던데,

아우렐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을 수도 있지 않나요?"

게라드가 질문을 쏟아냈다.


삘 받으면 질문과 말이 많아지는 그였다.


"정령들···. 정령들은 보통 멀리 가지 않아.

누군가를 따라가는 게 아니면, 자기 영역을 벗어나지 않지.

부탁한다고 해도 마을까지는 가지 않을 거야.

대신 어딘가에 숨어서 내가 포기하기를 기다리겠지.

그리고 아우렐은 아마 모르고 있을 거야.

숲의 출입은 그의 통제 하에 있지만,

그라고 모든 소식을 다 아는 것은 아니거든.

게다가 다크 엘프들이 또 정령들을 협박하고 있을 테니,

소식이 전해지기도 어려울 테고.

그런데 아우렐은 어떻게 알았어?"

루시아가 되물었다.

그녀 또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루시아는 자기 관심의 얘기엔 수다스러웠다.


"사실 밖에서 바르거스를 만나고 왔습니다.

그에게 들었습니다."

게라드가 대답했다.


"바르거스!?? 정말? 어떻게··· 그는 잘 있어?"

루시아가 그 이름을 듣고 놀라며 물었다.


"네. 잘 있습니다. 숲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하더군요."

게라드가 말했다.

아쉬움이 느껴지는 말투였다.


"그렇겠지. 신목의 결정이니까."

루시아가 안타깝다는 듯, 눈꺼풀은 내리깔았다.


"신목? 그건 또 뭡니까?"

게라드가 물었다.


레푸지오에서 마을 중앙의 거목을 보기는 했는데,

그게 신목인가? 궁금했다.


"신목은 정령 신을 모시는 나무.

우리 종족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나무야."

루시아가 대답해 주었다.


"정령 신? 정령에도 신이 있습니까?"

게라드가 물었다.


"응. 먼 옛날부터 우리 종족과 함께였어.

신목에 살면서, 우리를 지켜주는 존재지."

루시아가 대답했다.

처음 보는 따뜻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게라드는, 일전에 동료들과 함께 들었던 신에 대한 케로스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신이 영혼의 총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의 의지를 읽는 자라는 것.


그 논리에 따르면, 정령 신은 정령 또는 영혼의 집합체이고, 그것의 의지를 읽는 자··· 아우렐?

아우렐을 신이라고 하는 건가?


"그럼 아우렐이 신인 겁니까?"

게라드가 이상한 표정으로 물었다.

난해하다는 것을 온 근육으로 나타내는 표정이었다.


그 물음에,

"하하하하하하!!"

루시아가 웃음을 터트렸다.


"루시아?"

다크 엘프를 뒤쫓고 있다는 걸 깜빡한 건지,

게라드는 걱정스러웠다.


루시아가, 그 눈치를 읽고,

곧바로 몸을 살짝 들어, 다크 엘프 쪽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앉아, 가슴을 쓸어내리며 숨을 골랐다.

아무 문제 없는 모양이었다.


"미안. 너무 생각지도 못한 말이어서."

삐져나온 눈물을 닦으며 사과했다.


"다행이네요."

게라드가 말했다.


"아우렐이 신목의 선택을 받은 건 맞아.

그가 마을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것도 맞고.

하지만 그는 신이 아니야."

루시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긴, 신의 뜻을 받는다고,

신이 되지는 않을 것이었다.


신 행세를 할 수 있기는 하겠지만···,

그런 의미였나?


케로스와 대화가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우선,


"그런데 왜 정령 신의 선택을 받은 것이 아니라,

신목의 선택을 받았다고 하는 겁니까?"

여기에서의 호기심을 먼저 해소해야 했다.


"그건··· 정령 신이 신목과 융화되어 있기 때문이야.

실체를 가지고 있는 건 신목이니까, 그렇게 얘기하는 거지."

루시아가 대답해 주었다.


그런데,

루시아의 얼굴이 갑자기 사색으로 변하였다.


무언가의 변화,

무언가가 게라드의 뒤에 있었다.


게라드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즐겁게들 하고 있나?"

은빛 턱수염을 기른, 다크 엘프가 서 있었다.


* * *


시프는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케로스에게,

이반과 게라드의 안부를 확인하였다.


그런데,


"오···."

케로스가 눈을 번뜩 뜨며 감탄하였다.


감탄할 만한 일이 있는가?

시프는 궁금했다.


그의 입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둘의 생존 여부뿐이었다.


"이반과 게라드, 둘 다 살아있다.

그런데, 게라드도 금지된 숲으로 들어간 모양이로군.

이반을 찾으러 간 건가···.

생각보다도 겁이 없는 녀석이었군. 케케케케케."

케로스가 뜻밖의 소식과 함께, 기분 나쁜 웃음을 지었다.


"네? 게라드가요?"

이미 들은 사실을, 시프가 또 한 번 물었다.

그만큼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


"그래. 그쪽에 붙을 걸 그랬나?

그랬다면 이반을 더 빨리 만났겠군."

케로스가 혼잣말하였다.


순간, 케로스를 보고,

시프는 케로스가 왜 그리 이반을 만나고 싶어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서약이라는 단순한 이유 외에 무언가가 있어 보였다.

물론 이반의 실력이 월등하긴 했다. 그런데···.


이반···.

게라드가 이반을 만나러 갔다고?


그런데 게라드에 대한 생각이, 시프의 위화감을 바로 덮어버렸다.


게라드는 바로 돌아온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거지?

같이 이반을 찾기로 한 거 아니었나?


시프가 생각에 잠기자,

케로스가 바로 사라져 버렸다.


시프는 아차 싶었지만,

케로스에게 더 할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게라드가 왜 금지된 숲에 들어간 건지 물어봤자,

케로스도 그것을 알 리가 없었다.


일단, 동료들과 알비다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 했다.


그리고 원래 계획대로 네빌다로 간 후에, 엘 니도로 갈지,

아니면, 우리도 금지된 숲으로 향할지, 논의해 봐야 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그림자와 망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토요일 제외) 오후 6시~7시 연재입니다. 25.01.09 8 0 -
115 토라지다 NEW 19시간 전 1 0 11쪽
114 무엇을 위해서 25.02.05 3 0 11쪽
113 알비다의 집 25.02.04 4 0 12쪽
112 숲의 햇살 25.02.03 5 0 12쪽
111 처절함 25.02.02 5 0 11쪽
110 정령신 25.01.31 5 0 12쪽
109 빛의 기둥 25.01.30 6 0 12쪽
108 람파스 25.01.29 6 0 11쪽
107 25.01.28 6 0 11쪽
106 선택의 입장 25.01.27 7 0 11쪽
105 아우렐 25.01.24 7 0 12쪽
104 질문들 25.01.23 7 0 12쪽
103 부패의 정령, 후샤드 25.01.22 7 0 11쪽
102 구심점 25.01.21 6 0 11쪽
» 위화감 25.01.20 7 0 11쪽
100 죽음과 생존 25.01.19 6 0 11쪽
99 레푸지오 25.01.17 7 0 12쪽
98 정령 25.01.16 7 0 12쪽
97 연기와 뭉치 25.01.15 8 0 13쪽
96 하얀 공간 25.01.14 8 0 12쪽
95 정령의 별 25.01.13 8 0 12쪽
94 화이트 포레스트 25.01.12 8 0 12쪽
93 선택지 25.01.10 8 0 12쪽
92 기다림 25.01.09 9 0 12쪽
91 호손 25.01.08 8 0 12쪽
90 안도감 25.01.07 8 0 11쪽
89 서로에 대한 이해 25.01.06 9 0 13쪽
88 수색 25.01.05 9 0 12쪽
87 현 상황 25.01.03 9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