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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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l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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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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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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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의 정령, 후샤드

DUMMY

게라드와 루시드는 호손을 따라,

다크 엘프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뭐야, 호손? 엘프는 왜 데려온 거야?"

한 다크 엘프가 호손에게 물었다.


게라드가 금지된 숲에 들어왔을 때 만났던 그 다크 엘프였다.

비아냥 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다크 엘프.


"아, 엘몬드. 구면이지 않습니까?

루시아입니다.

따로 저항하지 않는다면,

파나를 친 다음에 놓아줄까 생각 중입니다."

호손이 말했다.


엘모드였구나.

게라드가 그 이름을 기억했다.


"놓아준다고? 엘프를?"

엘몬드가 따져 물었다.


"네. 만약 내키지 않는다면,

이 자리에서 처형시켜도 괜찮습니다."

호손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루시아는 바로 앞에서 자신의 생사에 대한 논의가 오고 가고 있음에도,

눈 하나 깜짝 안 했다.


다크 엘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 듯했다.


"음···."


막상 처형시켜도 상관없다고 해버리자,

엘몬드가 고민이 되는 듯 생각에 잠겼다.


"당장 그럴 생각이 없으시다면,

일단 넘어가시죠.

저희 촌장 님과도 얘기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호손이 손을 넘기는 동작을 하며, 말했다.


그에 엘몬드는 더 이상 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촌장이라니,

다크 엘프의 대표가 따로 있었던 것인가?


하긴 마을의 대표라고 하기에는,

호손은 너무 젊어 보였다.


게라드는 주의를 놓치지 않았다.


루시아와 게라드는 호손이 계속 끌고 다녔다.


그리고 호손의 앞으로,

그나마 나이가 들어 보이는 다크 엘프들이 나타났다.


"호손! 어떻게 됐는가!?"

그 중 가운데에 있는 다크 엘프가 바로 물었다.


아무래도 그가 촌장인 듯했다.


촌장의 물음에, 호손이 팔을 펼치며,

"보시지요."

얘기하였다.


그리고 그의 말에 따라,

그 주변에 일전에 보았던 불빛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오오···!"

촌장과 다크 엘프들이 감탄하였다.


"바로 쳐들어가서 아우렐과 엘프들을 끝장내시죠."

호손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거리낄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촌장의 낯빛이, 마냥 기뻐 보이지만은 않았다.


"그래. 호손. 잘해주었네.

그런데 정말로 아우렐을 이길 수 있을까?"

촌장이 의문을 제기했다.


"네?!"

호손이 놀라 물었다.


깜짝 놀라기는 게라드도 마찬가지였다.


아우렐의 전력이 그 정도인가?

아니, 그것은 차치하더라도,

엘프를 치겠다고 모두 마을에서 나온 게 아니었나?


그런데,

"아니, 우리끼리 얘기를 좀 해봤는데 말이야.

굳이 싸움을 벌여야 하나 싶어서 말이야.

지금처럼 서로 관여하지 않고 지내는 것도 괜찮지 않나?"

촌장이 다른 얘기를 꺼냈다.


"대체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호손이 어이없어했다.


"아니, 자네가 데려온 정령들로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아우렐 때문에 말이야, 우리 쪽에서도 희생자가 나올 텐데,

싸움을 굳이 벌여야 하나 의문이 들어서 말이지."

촌장이 자기 의견을 반복해서 말했다.


"그럼 여기까진 왜 나오신 겁니까?"

호손이 물었다.

화가 난 말투였다.


"우리도 얘기를 들었을 땐, 이만한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어서 말이지.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굳이 싸움을 하지 않아도,

숲이 이렇게 넓은데, 서로 모른 척하고 살면 되지 않겠냐는 말이지."

촌장이 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를 흔들었다.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제스쳐였다.


"그럼 마을로 돌아가실 생각이십니까?"

호손이 호전적인 말투로 물었다.


그러자,


그에 겁먹은 듯,

"아니, 나는···, 그러니까 우리는,

그러면 어떻겠냐 하는 거야.

얘기를 한 번 해보자는 거였지."

촌장이 말을 돌렸다.

주변 다크 엘프들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다른 다크 엘프들도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원로님들 모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호손이 호소하듯 물었다.


그러자,

촌장 뒤에 서 있던 원로들이 촌장을 괜히 찡그려 보았다.


말을 좀 잘 했어야 지라고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원로님들?"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호손이 다시 그들을 불렀다.


줏대가 사라진 늙은이들.

엘프의 원로들은, 남 눈치를 보며 결정을 떠넘기는 늙은이들이었다.


팔꿈치로 서로를 치며, 네가 나가라고 몸짓하였다.


그리고 결국,

한 다크 엘프가 앞으로 나섰다.


그중 나이가 가장 젊어 보이는 다크 엘프였다.


"모두의 의견은 아닐세.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말이야.

일단 마을로 돌아가서, 다시 한번 얘기를 나눠보는 게 어떻겠나?"

그나마 젊은 다크 엘프가 말했다.


"그건 안 됩니다. 이미 여기 이 엘프가 이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호손이 로프를 들며, 루시아를 살짝 끌어당겼다.


루시아가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흥!",

하며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처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것에 신경을 쓰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다크 엘프를 싫어하는 티를, 역력히 내었다.


원로들이 루시아를 보았다.


"뭐, 이 처자도 그렇게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그냥 없던 얘기라고 하고 보내주면 안 되겠는가?"

그나마 젊은 원로가 말했다.


"뭐라고요?"

호손이 기가 막힌 듯, 하, 숨을 내던졌다.


"맞아. 나 나쁜 사람 아니야, 호손."

루시아가 비아냥거렸다.


다크 엘프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즐거운 듯,

그 얼굴에 미소가 띄어져 있었다.


"조용히 해! 루시아!!"

호손이 소리쳤다.


화가 잔뜩 난 모양이었다.


"그리고 원로님들!!"

호손이 원로들을 돌아봤다.


"히익."

원로들이 겁먹은 듯, 고개를 뒤로 뺐다.


"여기 이 남자의 동료, 일전에 우리 마을로 왔던 인간!

그 인간이 아우렐에게 어떤 부탁을 받았는지 아십니까?

바로 우리 다크 엘프들을 몰살시키는 것이었다구요!!

왜 갑자기 이러시는 겁니까, 정말로!!!"

호손이 게라드를 가리키며 호소했다.


그리고 가슴을 쿵쿵 쳤다.

정말로 답답해 보였다.


그런데 다크 엘프들은,

"인간이? 우리를?"


"하하하하 하하하!! 고작 인간 한 명이 우리를 죽인다고?"

그 말을 믿지 못했다.


그 말에 조소할 뿐이었다.


그 얼굴들이 참 가관이었다.


"하하하하 하하하!!"

엘몬드도, 이마를 짚고 웃고 있었다.


"아니, 원로님들.

제가 그 인간을 봤는데, 진짜 한 주먹 거리도 안 되는 녀석이었습니다.

제가 칼을 이렇게 들이대니까, 바로 쫄더라고요!! 하하하하하!!"

엘몬드가 칼을 쓰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그러자 그에 또 마음이 놓인 듯,

"하하하하하하!"

다크 엘프들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호손은,

부글부글,

화가 안에서 끌어 오르는 듯,

얼굴이 시뻘게져서, 주먹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만!!"

호손이 결국 분을 터트렸다.


"그만 좀 하세요! 그 인간이 우리를 죽일 수 있건 아니건,

중요한 건 아우렐이 그런 부탁을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그렇게 약한 인간도 아니었고요!"

호손이 소리 질렀다.

그가 숨을 씩씩 몰아쉬었다.


"알겠네. 알겠어. 너무 열 내지 말라고."

촌장이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이제는 조금 위신이 사는 모양이었다.

호손이 감정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정령의 별을 가져오고,

또 이렇게 정령들을 포섭해온 건 정말로 고생 많았네.

우리 모두 인정해.

그런데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네.

어쩌겠나?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인 걸."

촌장이 호손에게 다가와서, 그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호손의 마음을 다 이해한다는 듯한 뉘앙스였다.


하지만, 호손이 바란 것은 이해가 아니었다.


그가 화이트 포레스트를 자주 드나들었던 것,

그것은 고생 많았다고, 인정받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후샤드."

호손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의 옆에 있던 불빛 중 하나가, 깜빡였다.


그리고,

무언가 힘을 쓴 듯, 주변의 공기가 달라졌다.


불쾌한 냄새.


늪지대를 지나칠 때 맡을 수 있는, 썩은 달걀과 같은 냄새.

고이고 썩은 냄새였다.


그리고 그 냄새가 향한 곳은,

호손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던 다크 엘프 촌장.


어쩌면 그 또한 신목의 선택을 받았을지도 모르는,

촌장에게로 냄새가 뻗어나갔다.


그리고,

"으어··· 으어어어···."

촌장이 놀란 눈으로 제 몸을 살폈다.


프시익.


무언가가 사그라드는 듯한 소리.


촌장이 옷 안쪽으로 말라가고 있었다.


그의 몸집이 줄어들고,

옷이 널널해졌다.


그리고 그 옷 안에서,

어떤 가스가,

원래 촌장을 이루었던 무언가가,

프쉬이이익,

새어 나왔다.


촌장은 말라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부식되고 있었다.


"흐어어···."

촌장이 앓는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땅바닥에 닿고,

살점들이 흘러내리며,


그의 피부 아래로,

해골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의 속도는,

점차 빨라져,


피부와 근육이 떨어지고,


그의 눈에서 눈알이 굴러 나와서,

바짝 마르고,


그가 결국 해골로, 끝을 맞이하였다.


모두가 말을 잃었다.

그 광경을 본 모두가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호손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액척로, 해골로 변해버린 촌장을 내려다보았다.


호손이, 어금니를 꽉 물었다.


그리고 다른 다크 엘프들을 보았다.


모두가 흠칫, 호손을 겁냈다.

엘몬드는 잘 보이지도 않게 뒤에 숨어버렸다.


"아시겠습니까? 저희는 싸워야 합니다.

안 그러면, 우리 모두 결국 죽어버리고 말 겁니다!"

호손이 강하게 말했다.


모두, 그에 말에 바로 반응을 하지 못했다.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무언의 대화를 하기 바빴다.


"아시겠습니까?!!"

호손이 재차 호응을 유도했다.


그러자,

그나마 젊은 원로가,

"엘···, 엘프들을 모두 죽여버립시다!!"

먼저 소리쳤다.


그리고,

다른 엘프들이,

"죽이자! 모두 죽여버리자!!"

함께 외쳤다.


모두가 게라드의 무언의 협박에 따르며,

궐기하였다.


여기에는 광기가 있었고,

두려움에 의한 복종이 있었다.


게라드는 루시아를 붙잡아, 자신의 뒤에 숨겼다.


광기가 어디로 향할지,

불확실했기 때문이었다.


게라드가 판단하기에,

이 광기는 금지된 숲 보다 큰 것이었다.


정령의 막강한 힘과,

호손의 광기,

이 모두 금지된 숲 너머로 뻗어나가지 못하게,

여기에서 막아야 했다.


부패의 정령, 후샤드의 힘을 보고,

이반은 곧바로 누토에게 물었다.


"누토, 저게 정령 중에서 가장 강력한 거야?

아니라면 또 어떤 정령들이 호손의 곁에 있지?"


누토가 이반의 물음을 듣고,

호손 주변을 유심히 보았다.


'강력하다는 게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통 전쟁이 일어나면 후샤드가 많이 활약하긴 하죠.

또 다른 정령으로는···,

잠 재우는 도르시아(Dorthia)와,

스며드는 수베오(Subeo),

그리고 나머지는··· 잘 안 보이네요."

누토가 대답했다.


처음으로.


처음으로 말을 늘이지 않고, 한번에 말했다.


이반이 놀란 눈으로 누토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누토가 이것쯤이야 하는 듯,

몸체를 살짝 기울였다.


그런데 그것은,

장하다기보다 왠지 모르게 열받는 것이었다.


여태 일부러 대화를 끌었나 하는 의심.

그 의심이 순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툴 때가 아니었고,

괜히 또 타박했다가 원래대로 돌아올 수도 있었다.


이반은,

"고마워."

짧은 말로, 마음속, 모든 말을 일축하였다.


그리고 누토가,

"뭘요."

하며, 기분 좋은 듯 말하였다.


케로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 속을 긁는 녀석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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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무엇을 위해서 25.02.05 3 0 11쪽
113 알비다의 집 25.02.04 4 0 12쪽
112 숲의 햇살 25.02.03 5 0 12쪽
111 처절함 25.02.02 5 0 11쪽
110 정령신 25.01.31 5 0 12쪽
109 빛의 기둥 25.01.30 6 0 12쪽
108 람파스 25.01.29 6 0 11쪽
107 25.01.28 6 0 11쪽
106 선택의 입장 25.01.27 7 0 11쪽
105 아우렐 25.01.24 6 0 12쪽
104 질문들 25.01.23 6 0 12쪽
» 부패의 정령, 후샤드 25.01.22 7 0 11쪽
102 구심점 25.01.21 6 0 11쪽
101 위화감 25.01.20 6 0 11쪽
100 죽음과 생존 25.01.19 6 0 11쪽
99 레푸지오 25.01.17 6 0 12쪽
98 정령 25.01.16 6 0 12쪽
97 연기와 뭉치 25.01.15 8 0 13쪽
96 하얀 공간 25.01.14 8 0 12쪽
95 정령의 별 25.01.13 8 0 12쪽
94 화이트 포레스트 25.01.12 8 0 12쪽
93 선택지 25.01.10 8 0 12쪽
92 기다림 25.01.09 9 0 12쪽
91 호손 25.01.08 8 0 12쪽
90 안도감 25.01.07 8 0 11쪽
89 서로에 대한 이해 25.01.06 9 0 13쪽
88 수색 25.01.05 9 0 12쪽
87 현 상황 25.01.03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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