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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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l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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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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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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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들

DUMMY

다크 엘프의 야영지, 깊은 밤.


밤의 어둠 사이로 그림자가 움직였다.


루시아와 게라드는 말뚝에 묶여있었고,

그 옆에는 불빛이 가라앉은 모닥불,

그리고 보초가 둘 서 있었다.


엘프를 죽이자고 그렇게 외쳐댔지만,

루시아는 살려뒀었다.


그건 다행이었다.


루시아와 게라드는 눈을 감고, 잠에 빠져 있었다.


"야 어떻게 해? 내일이면 진짜 전쟁 아냐?"

한 다크 엘프가 같이 경계를 서고 있는 동료 다크 엘프에게 말했다.


"어떻게 하긴 뭐 어떻게 해. 싸워야지 뭐."

동료 다크 엘프가 대답했다.


"정말로? 넌 걱정되지도 않아?"

다크 엘프가 놀라며, 물었다.


"걱정이야, 당연히 되지. 그런데 뭐 어떻게 하겠냐,

촌장님도 죽었고···, 지금 호손의 말을 거슬러봤자 죽기밖에 더하겠어?"

동료 다크 엘프가 체념한 듯 말했다.


"그건 그렇지···.

그럼 어떻게 생각해?"

다크 엘프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또 물었다.


"뭘?"

약간 귀찮은 듯한 반응.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다크 엘프가 물었다.


"음···."

동료 다크 엘프가 잠시 숙고했다.


그리고 그것을,

다크 엘프가 긴장감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그러지 않을까? 아마 우리가 이길 거 같아."

동료 다크 엘프가 답을 내렸다.


그 답에, 다크 엘프가 얼굴에 화색을 띄며,

"진짜? 정말이지?"

재차 물었다.


"응. 정말로."

동료 다크 엘프가 확답했다.


"그럼 왜? 우리가 왜 이길 거 같아?"

다크 엘프가 물었다.

약간의 흥분이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그야···, 우리에게 정령의 별이 있으니까?

아무리 아우렐이 그리고 엘프들의 신목이 강력하다고 해도,

결국 정령의 별을 가진 쪽이 이겼었다고 하더라고.

엘프들도 그렇게 다른 종족들을 몰아냈던 것이었고."

동료 다크 엘프가 이유를 얘기해 주었다.


그 말을 듣고,

다크 엘프가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래? 어떻게 넌 그렇게 잘 알아?"

또 물었다.


"나? 나야 뭐, 원로들이 얘기하는 걸 많이 들었으니까.

우리가 이 숲에 들어와 살기 전의 이야기는 정령들에게 듣기도 했었고."

동료 다크 엘프가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정말? 그럼 너, 화이트 포레스트에도 들어가 봤어?"

다크 엘프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모닥불의 불빛이 그의 눈을 밝혔다.


"어. 다 들어가지는 않고, 앞쪽에만.

앞쪽은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아.

상위 정령들도 그렇게 무섭지도 않고."

동료 다크 엘프가 말했다.


"정말로? 누구랑 얘기해봤어?

호손이 데려온 후샤드란 정령도 본 적이 있어?"

다크 엘프가 연이어서 질문을 던졌다.


"아니, 저건 아마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정령일 거야.

그 정령들은 차원이 다르지.

하나같이 종잡을 수 없고, 원하는 것도 다 달라.

넋 놓고 마주하고 있다간, 영혼까지 다 털려버릴걸?"

동료 다크 엘프가 말했다.


그리고,


'그렇다는데, 누토?'

이반이 누토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흥! 새파랗게 어린 놈들이 뭘 안다고!'

누토가 말했다.


확실히, 이 녀석은 누군가에게 안 좋은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해 보였다.

아마도 정령의 별을 찾았던 다른 엘프 종족들일 것이었다.


그 반응을 무시하고,

이반은 자신의 할 일에 집중하였다.


여전히 재잘대고 있는 두 다크 엘프의 뒤로 다가가,

그들을 연달아 기절시켰다.


이반에게는 너무도 손쉬운 일이었다.


'우와!'

누토가 감탄했다.


'대단한데요? 팍, 파박!

도르시아보다 더 빠르겠어요!'


여기 재잘대는 놈이 하나 더 있었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인지라,

그리고 이미 많이 익숙해진지라,

이반은 누토의 반응을 또 무시하였다.


그리고 루시아와 게라드에게 다가갔다.


이반이 게라드의 몸을 흔들었다.


그러자 게라드가,

눈을 부릅 뜨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게라드의 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루시아 또한 부스럭,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 또한 무언가를 느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무언가가 어떤 것인지,

루시아 그리고 게라드는 알지 못했다.


다만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것을,

루시아와 게라드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둘의 앞으로,

희미한 빛을 담고 있는 하얀 뭉치가,

둥실 다가왔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씨익 미소를 지은 것 같은 느낌을,

게라드는 받았다.


그리고 루시아는 그 하얀 뭉치를 보고,

두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놀란 듯, 그리고 또 겁먹은 듯, 보였다.


그때,

그림자의 검은 장막을 걷으면서,

이반이 얼굴을 드러냈다.


그것을 보고 기겁한 루시아.


이미 입을 막고 있던 루시아였지만,

이반이 손을 뻗어 그 입을 확실하게 막았다.


루시아의 눈이 눈에 띄게 커져 있었다.


루시아의 반응을 보니,

이반의 조치는 적절해 보였다.


게라드는 이반을 보았다.

정말로 이반이었다.


살아있다고는 믿었지만,

이렇게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지금은 재회를 기뻐할 때가 아니었다.

감격의 상봉은 뒤로 미뤄야 했다.


여기는 다크 엘프의 진영이었다.


일단은 그가 왜 왔는지부터 알아야 했다.


도움이 필요한 건지,

아니면 생사만 확인하러 온 건지,

확인해야 했다.


그런데,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루시아의 입을 막은 것으로 봐도,

지금은 말을 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엘프들은 기본적으로 시력과 청력이 좋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게라드는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렸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그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위로 그림자가 덮였다.


게라드는 곧바로, 자신의 몸이 어딘가로 끌려가는 것을 느꼈다.


빠른 속도로,

다크 엘프의 야영지를 빠져나갔다.


* * *


풀썩.


어딘가 풀숲 위에, 게라드의 몸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 옆에는,


풀썩.


루시아도 함께였다.

그녀도 함께 떨어졌다.


충분히 멀리 떨어졌으니까,

내려놓은 거겠지.


"이반!"

게라드가 바로 이반을 불렀다.


그리고 이반이,

그림자에서 얼굴을 꺼내며,

"게라드!"

그에 호응했다.


자신을 쫓아온 것을 타박하진 않을까,

싶었지만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여러모로.


"역시 살아있었군요!"

게라드가 말했다.


"그렇지, 게라드. 이번엔 정말로 죽을 뻔했다고."

이반이 말했다.

그리고,

"그런데, 여기는 혼자 온 거야?"

바로 물었다.


그렇지. 타박은 아니어도,

추궁은 당해야 했다.


자신이라도 그랬을 것이었다.


"네. 저 혼자 왔습니다. 다른 동료들은 지금쯤 네빌다로 가고 있을 겁니다."

게라드가 대답했다.


"네빌다?"


"네. 네빌다로 간 뒤에, 엘 니도로 가서,

와이번을 타고 왕도로 갈 생각이었습니다."

게라드가 말했다.


그리고 이반은, 당황하였다.


"아니, 왜···, 왜? 왜 왕도로 가려고 한 거야?"

이반이 물었다.

그 답을 알 것 같았지만, 그것이 아니기를 바랐다.


하지만,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죠, 이반.

모두가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다른 답이 존재하지 않았다.

게라드가 그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반이 침을 삼켰다.

그리고 말을 잇지 못하였다.


"돌아가시죠, 이반.

동료들이,

하이드와 시프, 그리고 말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게라드가 진지하게 말했다.


게라드의 그 눈빛을 보고,

이반은 이번에도 말을 고르지 못했다.

적절한 말을, 그는 떠올리지 못했다.


"이반?"

이반의 의사를 다시 묻는 게라드,


그리고 그 게라드의 옆으로,

"이반! 거기서 도대체 어떻게 살아나온 거야?"

루시아가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보다 대답하기 쉬운 질문.


이반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움직였다.


"그건 새로운 힘을 깨달았기 때문이야."

이반이 대답했다.


"무슨 힘?"

루시아가 캐물었다.


"그건 비밀이야."

이반이 말했다.


심연의 힘,

그것을 함부로 밝힐 수는 없었다.


이 힘은 케로스의 마나석을 쓰면서부터 생긴 힘.


케로스의 존재를 말하는 것도 껄끄럽고,

이 힘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하는 것도 좋은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루시아와도, 신뢰가 많이 쌓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칫."

루시아가 이반의 대답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 대해 더 물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이제는 대화의 차례가 넘어갈 차례였다.


"이반,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집요하게, 게라드가 물어왔다.


"쓰읍···."

이반이 숨을 옅게 들이 마시고,


"응. 게라드. 미시오를 처리하고 돌아가도록 할게."

대답하였다.


그의 여정의 목적,

그것은 세계의 배후에 있다는 미시오였다.


그리고 그것을 알려준 사람은,

다름 아닌 게라드였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저희와 함께 미시오를 물리칠 생각은 없으신 겁니까?"

게라드가 이어서 물었다.


"응. 그러니까 너희도 날 쫓아오지 마."

이반이 대답했다.


약간은 쓸쓸하게 느껴지는 대답.

하지만 그 결정은 쉽게 한 것이 아니었다.


굳은 결심과 각오가, 수반된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게라드가 수긍했다.


"하지만, 저희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반의 말을 모두 받아들인 것이 아니었다.

이반의 결심만을 인정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반은,

게라드의 마지막 말에, 토를 달 수가 없었다.


그 또한 자신의 마음대로 그룹을 나온 것이었고,

그룹의 결정은 그룹 사람들에게 달려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궁금한 게 하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여기 있는지는 어떻게 알았어?"

이반이 물었다.


그에 대해 게라드는,

대답을 아끼고 싶었지만,


이미 이반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을 들킨 이상,

그것을 감추는 것이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아,


"케로스님이 알려줬습니다."

이반에게 사실대로 얘기해 주었다.


"케로스?"

이반이 설명을 필요로 했다.


"네. 케로스와 서약을 했기 때문에,

그 위치를 대강 알 수 있다고 하더군요."

게라드가 설명을 제공해 주었다.


"아···. 그래서."

이반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런데, 이 정령은 대체 뭐야, 이반?"

자신의 차례가 됐다 생각한 건지, 루시아가 물어왔다.

누토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자 누토가,

'이 정령은 뭐냐니! 나는 그냥 정령이 아니고 누토야! 누토!'

버럭 성질을 부렸다.


이반을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누토? 네가 어떻게 정령을 데리고 다니는 거야, 이반?"

루시아가 질문을 다시 하였다.


"음···."

이반이 턱을 긁었다.


"그것도 비밀이야?"

루시아가 물었다.

서운한 듯한 말투였다.


이건 얘기해 줘도 되겠지.

이반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정령의 별이 있던 곳에서 데려왔어.

그때 먹을 게 없어서 얘를 잡아먹으려고 했는데,

얘가 말을 걸어오더라고."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뭐? 인간이? 정령을 잡아먹는다고?

어떻게?"

루시아가 되물었다.


질문이 꼬리를 물면서,

비밀로 했던 심연의 힘까지 엮이게 되어버렸다.


이반은 아차 싶었다.


하지만,

"배고파서 죽겠다 싶으니까 잡을 수 있더라고."

곧잘 에둘러서 대답하였다.


루시아가 그 대답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너무 맥락을 빠뜨렸나 싶었는데,

루시아가 갑자기 자신의 배를 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느껴보려는 듯, 집중하였다.


아무래도 이반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번에는 또, 게라드가 물어왔다.


사실상 가장 중요한 질문.


이렇게까지 많은 질문을 받을 줄은 이반은 예상 못 했었다.


마지막 질문이 왔다는 생각에,

이반은 조금 마음이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반은 시선을 다시,

게라드에게서 루시아로 옮겼다.


그리고 말했다.


"아우렐을 만나야겠어, 루시아."

이반이 그녀에게 함께 가주기를 요청하였다.


"어?"

놀라는 루시아.


그리고 그 루시아에게,


"근데 그전에, 뭐 먹을 것 좀 있을까?"

이반이 물어봤다.


이반은 아직 허기를 다 채우지 못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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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무엇을 위해서 25.02.05 3 0 11쪽
113 알비다의 집 25.02.04 4 0 12쪽
112 숲의 햇살 25.02.03 5 0 12쪽
111 처절함 25.02.02 5 0 11쪽
110 정령신 25.01.31 5 0 12쪽
109 빛의 기둥 25.01.30 6 0 12쪽
108 람파스 25.01.29 6 0 11쪽
107 25.01.28 6 0 11쪽
106 선택의 입장 25.01.27 7 0 11쪽
105 아우렐 25.01.24 6 0 12쪽
» 질문들 25.01.23 7 0 12쪽
103 부패의 정령, 후샤드 25.01.22 7 0 11쪽
102 구심점 25.01.21 6 0 11쪽
101 위화감 25.01.20 6 0 11쪽
100 죽음과 생존 25.01.19 6 0 11쪽
99 레푸지오 25.01.17 6 0 12쪽
98 정령 25.01.16 6 0 12쪽
97 연기와 뭉치 25.01.15 8 0 13쪽
96 하얀 공간 25.01.14 8 0 12쪽
95 정령의 별 25.01.13 8 0 12쪽
94 화이트 포레스트 25.01.12 8 0 12쪽
93 선택지 25.01.10 8 0 12쪽
92 기다림 25.01.09 9 0 12쪽
91 호손 25.01.08 8 0 12쪽
90 안도감 25.01.07 8 0 11쪽
89 서로에 대한 이해 25.01.06 9 0 13쪽
88 수색 25.01.05 9 0 12쪽
87 현 상황 25.01.03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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