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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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lvo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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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6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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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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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렐

DUMMY

엘프의 마을, 파나.


아직 파나에는 아침이 오지 않았다.

스산한 새벽 공기가 안개를 타고 마을에 퍼졌다.


전에 보았던 마을 중앙의 거목,

이제는 신목임을 알게 된 그 거목 안으로,


이반이 루시아와 함께,

그리고 게라드를 데리고 입장하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직 날이 밝지 않았는데도,

아우렐이 나와서 이반 일행을 맞이하였다.


"그래, 인간. 다크 엘프들은 몰살시켰나?"

아우렐이 능청스럽게 물어왔다.


다크 엘프들이 여기로 진격하고 있는 것을 정말로 모르는 건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아뇨, 아직 한 명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이반이 대답했다.


"그래? 그럼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온 거지?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 건가?"

아우렐이 이반을 똑바로 보고 물었다.


"지금 여기로 다크 엘프들이 오고 있습니다.

알고 있으십니까?"

이반이 되물었다.


"그래. 오늘 내로 도착할 것 같더군.

어찌된 일인가?

다크 엘프들을 처단하기로 나와 약속하지 않았었나?

아우렐이 따졌다.


그 말이 맞았다.


상황을 모면하고자 거짓 약속을 한 것,

그것은 이반의 잘못이었다.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동료들에게로 돌아가고 싶다는 조급함이,

화가 되어 그에게 돌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아직은 기회가 남아 있었다.


"그랬죠. 하지만 사실 그 약속을 지킬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반이 고백했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

관계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그것이 필수적이었다.


"그래? 그럼 죄송하다고 말하려고 여기까지 온 건가?"

아우렐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우렐은 이반의 사죄를 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조금 더 구체적인 것을 원하였다.


"다크 엘프 중 호손이라는 자가 정령의 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반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흠···. 그랬군. 역시 그래서 여기로 오고 있는 거군."

아우렐이 손가락으로 턱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후샤드, 도르시아 그리고 수베오 등의 정령들과 함께 오고 있습니다."

이반이 말했다.


"그래···. 전쟁 때마다 활약했던 정령들이지."

아우렐이 대답했다.


활약···. 전쟁의 승자 입장에선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었다.

아우렐은 엘프 종족 전쟁의 승리자로 여기 살아있는 것이었다.


"그 이름들은, 루시아가 알려준 건가?

아니면··· 네 옆에 그 정령이 알려준 건가?"

아우렐이 누토 쪽으로 시선을 향하고 물었다.


'헉!'

누토가 깜짝 놀란 척을 하였다.


이반은 그에 개의치 않고,

"그렇습니다."

아우렐의 말에 바로 대답하였다.


누토의 이름이나 능력은 밝히지 않았는데,

그것을 처음부터 밝혀버리는 것이,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다크 엘프들을 처단하겠다는 건가?

도움이 필요해서 여기 내 앞으로 온 것인가?"

아우렐이 물었다.

그의 태도는 처음 그와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신중하고 또 엄숙했다.


신경질적이고 오만했던 그때와는 달랐다.


아마도 다크 엘프의 진격에 압박을 느낀 모양이었다.


이반에게 했던 부탁, 다크 엘프의 처단이 사실은,

그렇게 진지한 게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이반은 받았다.


이반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 없으니,

거절할 수 없는 무리한 부탁을 이반에게 던진 것일 수도 있었다.


"다크 엘프를 전부 처단하지는 않겠습니다.

대신, 호손을 처치하고 정령의 별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겠습니다.

그 대신, 제 동료와 함께 이 숲을 나가게 해주십시오."

이반이 다시 아우렐의 앞에 나타난 이유, 그 제안을 아우렐에게 내놓았다.


아우렐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물론,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일 수도 있었다.


처음 요청이 다크 엘프의 처단이었는데,

이제 와서 그것을 호손 한 명으로 좁히는 것이었다.


호손이 강해졌고, 또 다크 엘프들이 바로 앞까지 쳐들어왔다고 해도,

그 조건이 크게 달라진 것이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성은 더 커진 제안이었다.


"그래.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왠일로 순순히, 아우렐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만."

그런데,


"정령의 별은 내게로 가져다주게."

조건이 있었다.


그리고 그 조건은, 들어주기 힘든 것이었다.


"안됩니다."

이반이 바로 거절했다.


정령의 별을 가져간다는 것은,

다크 엘프의 처단을 본인이 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럼 나도 아쉽군. 제안은 들어줄 수 없네.

원래 약속대로, 다크 엘프를 모두 처치하도록 해."

아우렐이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그로써는 아쉬울 게 없다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그것이 그냥 척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반은 그리고 게르는 눈치챘다.


정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면,

제안을 들어보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정말로 저희가 그냥 물러가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게라드가 끼어들었다.


협상에 관해선, 그가 더 전문가였다.


"뭐?!"

아우렐이 기분 나쁘다는 듯 반응했다.


"다크 엘프의 숫자는 40명이 조금 안 되는 정도.

정령의 힘을 차치하더라도,

이것을 희생 없이 막을 수는 없을 텐데요?"

게라드가 물었다.

약간은 공격적인 어투였다.


"말 조심해라, 인간.

난 너와 대화하고 있는 게 아니다."

아우렐이 위협하였다.


그로서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고 싶었을 것이었다.

그에 대한 방해를, 고깝게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저도 여기에 연루되어 있는 이상,

말할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게라드는 물러서지 않았다.


아우렐은 더 말을 잇지 않았다.

대화를 더 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암시였다.


하지만, 게라드는 개의치 않았다.


"정말로 동족들을 희생시킬 생각이십니까?"

게라드가 아우렐을 한 번 더 압박하였다.


아우렐은 이번에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뭔가 다른 한 방이 필요했다.

그리고 게라드는, 효과적일 것이 분명한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


"이럴 거면 바르거스는 왜 쫓아낸 겁니까?"

게라드가 따져 물었다.


그리고 그 말에,

아우렐의 동공이 확 커졌다.


"인간! 그 이름은 어떻게 안 것이냐?"

아우렐이 물었다.


"바르거스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종족을 희생시키진 않았을 겁니다!"

게라드가 한 번 더 강하게 나왔다.


하지만,

"흥!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이는군.

그가 원한다고 선택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목은 나를 선택했어.

그리고 마을을 나가는 건 그도 동의한 바다."

잘 먹히지 않는 듯했다.


그래도 아우렐의 반응을 끌어냈으니,

말을 계속 이어가야 했다.


"하지만, 그가 마을을 나간 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당신은 모르실 겁니다.

정말로 엘프들을 위하시는 게 맞습니까?"

게라드가 생각나는 대로 말을 뱉었다.


그의 평소 대화 방식이 아니었다.

이반은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주제 넘는 말을 계속 뱉는군, 인간.

나보다 우리 종족을 생각하는 엘프는 없다.

알겠으면 이만 꺼져라."

아우렐이 눈빛을 쏘았다.


인간의 도발을, 그로서는 더 들어줄 이유가 없던 것이었다.


하지만 게라드는 그에 굴하지 않았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바르거스가 숲에 돌아온다고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겠군요."

계속 도발적인 말을 쏟아냈다.


이반으로서는 그가 왜 이렇게까지 나오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 이상은 못 들어주겠구나, 인간!!"

아우렐이 소리질렀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서 작은 불빛들이, 빛을 밝히며 나타났다.


정령들.

정말로 공격할 태세였다.


하지만,

"아우렐님! 그만해 주세요!"

루시아의 목소리가 그를 막았다.


"루시아? 설마 이들을 지지하는 거냐?"

아우렐이 루시아를 보고 물었다.

불빛들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아니요! 아니, 네! 일단 우리 종족을 살리고 봐야죠!

다크 엘프들을 다 죽이고 싶은 마음은 저도 알지만,

지금 전쟁을 막고 희생을 줄이는 게, 맞지 않을까요?"

루시아가 호소했다.


자신감이 떨어지게 느껴지는 말이었지만,

그 간절함은 오히려 더 크게 느껴졌다.


"루시아, 전쟁을 몇 번이나 겪어봤지?"

아우렐이 물었다.


"네?"

당황스러운 물음이었다.


"몇 번이나 전쟁을 치러봤냐고!!"

아우렐이 소리쳤다.

그의 감정이 격해져 있었다.


"전··· 하, 한 번 아니 두 번?"

루시아가 말을 살짝 떨었다.

확신이 없어 보였다.


"한 번이겠지, 루시아. 다른 한 번은 기억도 나지 않을 거다.

그리고 기억하는 한 번마저도 내가 모든 책임을 진 전쟁이었다.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아우렐이 말했다.


"··· 맞아요. 맞습니다. 그래도!!"

루시아가 그래도 맞서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럼 조용히 해, 루시아. 이 인간 놈들 뜻대로, 끌려다닐 순 없어.

이번 기회에 이 인간들도 그리고 다크 엘프도 모두 처리해야 해.

전쟁에서 남의 말을 듣다간, 결국 우리가 지고 말 거야."

아우렐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말에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전쟁에서, 남의 말은 쉽게 믿어선 안 되는 것이었다.


"아우렐님, 저희는 아우렐님과 싸울 의사가 없습니다.

엘프와 다크 엘프도 꼭 싸우지 않아도 되고요.

지금의 전쟁은, 호손 혼자의 의지로 벌어지려는 겁니다.

그 호손을 저희가 처치할테니,

저희가 이 숲을 나갈 수 있게만 허락해 주십시오."

이번에는 게라드가, 상황을 정리하며 호소하였다.


게라드와 루시아가 나서서 호소하였고,

이반이 그것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아우렐은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령의 별만 가져와. 그러면 그 제안을 받아들여주지."

아우렐이 또 말하였다.

그는 그것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건 안됩니다."

이반이 말했다.


그 또한 타협의 여지를 두고 있지 않았다.


완전한 교착 상태.


정령의 별은 호손의 위협을 뒤로 할 정도로,

그만큼 중요한 것이었다.


"그럼 거기 정령을 내놓고 가라, 인간.

네놈에게 어울리는 것이 아니다!"

아우렐이 먼저 위협을 가하였다.


자신의 정령들을 믿는 것이었다.


정령의 위력에 대해서는,

이반도 이미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우렐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그가 여기에서 힘의 우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그는 착각하고 있었다.


그 착각을 깨줄 필요를, 이반은 느꼈다.


이반은 루시아에게도 감췄던 비밀.


심연의 그림자를 비로소 꺼냈다.


어두운 연기가 그의 심장 안쪽으로부터,

퍼져 나왔다.


미지의 공포가 목 바로 뒤에 있는 것 같은 느낌.

게라드와 루시드는 뒤를 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아우렐의 경우, 그것이 가깝지도 않았고,

그것이 무엇인지도 몰랐기 때문에,

아무런 느낌도, 그로부터 받을 수 없었다.


어둠의 스피릿이라는 것 정도만 그는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것을 꺼낸 것이, 전투의 개시라고 받아들인 아우렐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서,

정령들을 이반에게로 보냈다.


먼저 선수를 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다르게,

정령들은 이반에게 가까이 다가가질 못했다.


이반 옆의 정령의 소행인가 싶었지만,

그보다는 어두운 연기 때문으로 보였다.


그 어두운 연기를 정령들이 싫어했다.

아니, 거의 혐오했다.


그리고 우왕좌왕하는 정령들을,

어두운 연기가 둘러싸서, 가두었다.


정령들이 어두운 연기 안에서,

그 빛을 잃어갔다.


믿을 수 없는 광경.


아우렐은 자신을 거만하게 쳐다보는 이반의 표정을 보았다.


이제는 상황이, 반전되었다.

그냥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나았을 수도 있었겠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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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알비다의 집 25.02.04 4 0 12쪽
112 숲의 햇살 25.02.03 5 0 12쪽
111 처절함 25.02.02 5 0 11쪽
110 정령신 25.01.31 5 0 12쪽
109 빛의 기둥 25.01.30 6 0 12쪽
108 람파스 25.01.29 6 0 11쪽
107 25.01.28 6 0 11쪽
106 선택의 입장 25.01.27 7 0 11쪽
» 아우렐 25.01.24 7 0 12쪽
104 질문들 25.01.23 7 0 12쪽
103 부패의 정령, 후샤드 25.01.22 7 0 11쪽
102 구심점 25.01.21 6 0 11쪽
101 위화감 25.01.20 6 0 11쪽
100 죽음과 생존 25.01.19 6 0 11쪽
99 레푸지오 25.01.17 6 0 12쪽
98 정령 25.01.16 6 0 12쪽
97 연기와 뭉치 25.01.15 8 0 13쪽
96 하얀 공간 25.01.14 8 0 12쪽
95 정령의 별 25.01.13 8 0 12쪽
94 화이트 포레스트 25.01.12 8 0 12쪽
93 선택지 25.01.10 8 0 12쪽
92 기다림 25.01.09 9 0 12쪽
91 호손 25.01.08 8 0 12쪽
90 안도감 25.01.07 8 0 11쪽
89 서로에 대한 이해 25.01.06 9 0 13쪽
88 수색 25.01.05 9 0 12쪽
87 현 상황 25.01.03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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