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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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l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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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1 10:15
최근연재일 :
2025.03.2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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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3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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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신

DUMMY

빛의 기둥 속에서, 이반은 탈출 방법을 모색하였다.


주변을 둘러보고, 위를 보았다.


빛이 위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반을 감싸고 있는 심연의 그림자가,

이반을 보호해 주고 있었다.


아마도 심연의 그림자를,

이 빛은 어쩌지 못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굳이 탈출해야 하는 건가?


그런데,


'이··· 이반!!'

옆에서 누토가 괴로움에 소리쳤다.


이반은 누토를 바로 보았다.


누토는 영혼 그 자체라,

이 빛의 기둥에 완전히 노출이 되어있었다.


그를 구할 방법은 한 가지.


"미안, 누토. 약속은 못 지키겠네."


이반은 곧바로 심연의 그림자로 누토를 감쌌다.


그러면서 누토의 괴로워하는 목소리가,

조금 다른 결의 괴로움으로 바뀌었다.


'으아아!! 약속했잖아요, 이반!!'

누토가 소리쳤다.


"미안해."

이반이 또 한 번 사과했다.


'싫어요. 싫어. 싫어!!!'

누토가 아랑고하지 않고 소리쳤다.


이반은 두손을 들어, 귀를 막았다.

반사적인 동작.

그게 소용이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런데,

그 마지막 큰 외침 뒤로,


누토가 더는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어?'

뭔가 이상하다는 듯한 소리.


'어라? 왜?'

누토가 변화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내 몸이 왜? 이반? 이반은 왜 괜찮아요?'

누토가 안정을 되찾고 물었다.


여전히 심연의 그림자는 싫은 듯 했지만,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것도 같았다.


"이 그림자 때문인 것 같아."

이반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듣자마자,


'이반!!'

누토가 울음을 터트리듯,


'절 구해주신 거였군요!

미안해요, 이반.

고마워요, 이반!!'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신의 감격을 표현하였다.


참 질리지 않는 정령이었다.


"됐어.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

이반이 누토를 진정시켰다.


'네!'

대답은 잘했다.


다행히도, 빛의 기둥은 점차 그 힘을 다하고,

희미해져 갔다.


다크 엘프들, 그리고 호손이 눈에 들어왔다.


"이, 이반?!!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호손이 당황하며 허둥댔다.


이반은 차분하게 그를 마주하였다.


그리고 누토를 풀어주고,


'켁켁.'


다시,

호손에게로 돌진하였다.


"어비스 스피어!"


심연의 그림자가 다시 한 번,

호손을 찔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 공격은 닿지 못 했다.


호손의 목 아래에서 바로 막혔다.


그렇다면!


이반은 호손이 정신을 못 차리는 틈을 타,

연격을 퍼부었다.


모든,


공격,


들이,


어떤,


기운에, 막혔다.


밀도가 다른 대기,


마치, 공기가 여러 겹으로 둘러쌓여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공격할 때마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벗겨지는 것이, 느껴졌다.


누토의 말대로 효과가 있었다.

조금 즐거워졌다.


하지만, 어깨도 그와 함께 무거워졌다.

심연의 힘을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


"이반!!"

그때, 호손이 절규했다.


이반은 반사적으로, 뒤로 피하였다.


푸쉬익.


이반이 있던 자리가,

그곳에 있던 풀들이, 순식간에 부패하였다.


부패의 정령, 후샤드의 짓이었다.


물론, 맞아도 괜찮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위험은 일단 피하는 것이 습관이었다.


"감히, 감히!! 그렇게 비겁하게!!"

호손이 화를 분출했다.


굳이 대화는 안하는 게, 좋아보였다.


"좋습니다. 저도 더는 봐드리지 않겠습니다!!"

호손이 소리쳤다.


처음부터 빛의 기둥을 쓴 놈이, 말은 많았다.


그런데 호손의 손짓에 따라,


우드드드득,


지면 위로 진동이 느껴졌다.


나뭇가지가, 나뭇잎이 흔들렸다.


그런데 그것이,

단순히 흔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무들이 그 나뭇가지를 이반에게로 뻗었다.


이반은 자신에게 쇄도하는 나뭇가지들을,

요리조리 피하였다.


그런데 그 앞으로 또 후려치는, 나뭇잎들.


이반은 그것을 피하기 위해,

또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위로 크게 점프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더 많은 나뭇가지들이 이반에게로, 뻗어왔다.


이반의 주위를 에워싸면서, 다가왔다.


사방이 모두 막혔다.


어쩔 수 없었다.

심연의 힘을 또 써야 했다.


"어비···."


그런데, 무거웠던 어깨가,

갑자기 찌릿하고 아파왔다.


화이트 포레스트 때부터의 무리가,

쌓이고 쌓여서,

지금 터진 것이었다.


이반은 속절 없이,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나뭇가지들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이반! 피해요!'

누토가 말을 걸어왔고,


이반은 누토가, 눈에 들어왔다.


"누토! 도와줘!!"

이반이 소리쳤다.


그러자 누토가 순간,

'어···.'

당황한 듯 했다가,


'네!!'

바로 태세를 바꾸어,

이반의 요청에 응하였다.


이반의 몸이,

나뭇가지들을 피해 비상했다.


나뭇가지들은 그래도 이반을 따라왔다.


하지만,

이반의 발치,

에도 나뭇가지들은 닿지 못했다.


이반의 속도는 나뭇가지들보다도 빨랐고,


나뭇가지들은 자기의 원래 길이 이상으로 크게 뻗지 못하였다.


그리고 누토가 이반을 이리저리 움직임에 따라,


나뭇가지들은 서로 부딪치고 엉키며,

서로가 서로의 방해가 되었다.


결국 이반은 나뭇가지들로부터 자유로워졌고,

누토가 이반을 다시 땅 위에, 살포시 내려다 놓았다.


그것을 보고 엘프들은 기뻐하였고,

다크 엘프들은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어느새 전쟁은, 호손과 이반의 양자 구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어느 한 쪽이 이기면, 그쪽 세력이 다 이기는 것이었다.


다크 엘프들 사이로,

가장 기분 나쁜 표정을 짓고 있는 호손이 보였다.


"칫, 상위 정령까지 꼬드긴 겁니까,

이제는 놀랍지도 않군요.

그것 말고도 또 숨겨 놓은 게 더 있습니까?"

호손이 말했다.

물음보다는 빈정에 가까운 말이었다.


"아니, 너야말로 정령들이 얼마나 더 있는 거야?"

이반이 말을 받아쳤다.


"흥! 제 정령들이나 다 풀어주시고, 그런 말을 하시죠?"

호손이 까칠하게 나왔다.


"글쎄, 나는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

이반이 호손을 약간 도발하듯 말했다.


처음에 정령들을 가두었던 것이, 정말로 다행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싸움이 훨씬 더 힘들어졌을 것이었다.


"그럼 그냥 죽으시죠. 당신을 죽여서,

모두 되찾아가겠습니다!"

호손이 말했다.

더 독기가 오른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가 또 무엇을 할 수 있는 거지?


무언가 또 새로운 게 나온다면 위험했다.

이제 심연의 힘을 다루기 힘들 정도로,

몸에 피로가 쌓여 있었다.


만약, 심연의 힘을 더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목숨을 순식간에 뺏겨버리고 말 것이었다.


일단은 그러기 전에,

호손을 보호하고 있는 저것을 어떻게 해야 했다.


정령신의 가호.


지금까지 본 걸로 정령신은 저 가호와,

빛의 기둥 크게 두 가지 힘을 쓸 수 있었다.


또 다른 힘을 쓸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역시 번거로운 것은 저 가호였다.


"누토, 효과가 있다며, 어떻게 된 거야?"

이반이 속삭였다.


사실, 효과가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그런데 그것이 미약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음···. 글쎄요. 분명 아파하는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더 많은 영혼을 담고 있나 봐요.'

누토가 대답했다.


확신이 떨어지는 목소리였다.


"그럼 어떻게 하지?"

이반이 물었다.


의견을 나누고,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누토에게는 그럴 의지가 없었다.


동기도 불확실했던 데에다가,

정령신의 압도적인 힘을 보니, 의지가 꺾인 모양이었다.


"쳇."

이반은 혀를 찼다.


지금 상황에서 누토의 태도를 지적하거나,

바꿀 수는 없었다.


호손이 또 어떤 공격을 할지 몰랐다.


그리고 호손이,

이번에는 단도를 꺼내 들었다.


뭐지?

갑자기 근접전이라도 하려는 건가?


이반은 의아했다.


호손이 근접전에 강했다면,

자신의 공격을 맞받아쳤을 것이었다.


하지만 단도를 들고,

호손은 오히려 자세를 느슨하게 풀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반은 바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순간,

"베어버려, 사우키오(Saucio)!!"

호손이 소리치며, 단도를 던졌다.


그는 애초에 그것을 투척하려 했던 것이었고,

투척에 자신이 있던 것이었다.


대기를 가르며 호손의 단도가 날아왔다.


이반은 그것을, 고개를 기울여 피해냈다.


하지만,


이반의 머리가 있던 자리에 남아있던 심연의 그림자가,

잘려, 날아갔다.


이반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령이 이 심연의 힘을 잘라냈다고?


하지만,

생각할 여유는 많지 않았다.


호손이 단도를 계속 던져 댔다.


이반이 피하면 피하는 대로,

그것을 계속 던져 댔다.


이반은 단도에 심연의 그림자가 닿지 않게 조심하면서,

단도들을 계속 피해 냈다.


호손은 단도를 생각보다도 잘 던졌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반을 맞추지는 못하였다.

몸을 쓰는 것으로는, 기량이 차이가 났다.


호손이 단도를 몇 번 더 던졌다.


그런데 힘이 떨어진 건지,

그 단도들은 이반에게 뻗지 못하고,


힘없이 이반 앞으로, 떨어졌다.


"헉···. 헉···."

호손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만 포기하지 그래?"

이반이 말했다.


호손의 단도를 피하면서,

여유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호손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럴 수는 없죠. 이제야 다 완성했는데···."

호손이 씩씩대며 말하였다.


그런데··· 완성? 무엇을?


이반은 흠칫 놀라,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다.


단도들이,

이반의 주위로 원을 이루며 박혀 있었다.


"후후. 그렇죠. 일단은 그 이상한 연기를 모두 벗으셔야겠습니다!"

호손이 소리쳤다.


자신감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반!!'

누토도 걱정 어린 말로 이반을 불렀다.


무엇이 벌어지는 건지,


이반은 그 원 안을 얼른 벗어나고자 하였다.


하지만,

그의 앞에 빛의 기둥이 펼쳐졌다.


주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반은 일단 누토를 다시 심연의 그림자 안으로 가두었다.


'으아아악!!'

누토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가능한 한 그림자를 둥글게,

축소하였다.


어떤 공격이 오더라도,

면적이 넓은 것보다는 나을 것이었다.


그리고 단도 주위로,

빛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단도는 사우키오라는 정령의 힘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각각에 정령이 붙어 있었고,

정령신의 힘도 담겨 있었다.


빛의 기둥과 같은 기운이 단도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심연의 그림자를 베어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단도에서 나온 빛들은,

각각이 하나의 빛의 줄이 되어,


이반에게로 뻗어왔다.


착, 착, 착, 착, 착.


빛의 줄들이 이반의 사지를 붙잡았다.

정확히는 심연의 그림자를 붙들었다.


이반은 그 안에서,

정령들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누토의 것이 아니었다.


단도에 담긴 정령들이 모두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이반이 빛의 줄로 그들에게 닿아 있었기 때문에,

그 비명 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져 들려왔다.


머릿속이 비명 소리로 울렸다.


뇌가 찢어질 것만 같은 느낌.

이반도 덩달아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빛의 줄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었다.

이반에게 정신 공격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심연의 그림자를 붙든 빛의 줄들이,

각각의 단도 쪽으로 심연의 그림자를 잡아당겼다.


아마 그렇게 세팅이 되어있던 모양이었다.


이반의 주위에서 심연의 그림자들이,

두드득,

뜯어졌다.


그리고 빛의 기둥에 노출된 부분,

이반의 맨몸이,

말 그대로 타올랐다.


정화라는 것은 연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으아아아악!!!"


이반이 고통에 울부짖었다.


화형.


그렇다. 이것은 영혼에 가해지는 화형이었다.


이반은 안간힘을 써서,

심연의 그림자를 자신의 몸으로 붙들었다.


그러자, 정령들이 그것을 더 악착같이 잡아당겼다.


이반과 정령들이, 힘의 줄다리기를 하였다.


이반은 눈에 들어오는 빛의 뭉치,

이반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정령을, 보았다.


정령 주위에는 호손에게 씌워져 있었던 것과 같은 막이,

씌워져 있었다.


정령들은 정령신의 가호로 이 빛의 기둥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너무나도 불리한 힘겨루기였다.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어 보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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