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심장
29화. 어둠의 심장
로드릭이 녹트에게 물었다.
“그들이 어디로 움직였느냐?”
“예상대로 버려진 수도원입니다.”
“루카스는 아직 살아 있느냐?”
“다행히 아직 살아 있습니다.”
뭔가 생각하던 로드릭이 녹트에게 다시 물었다.
“왜 어둠의 심장을 노크투스가 가져가도록 보고만 있었느냐?”
녹트가 말했다.
“저는 징계를 받는 중이었고, 가브가 의심하지 않기에 저도 전혀 의심하지 못했습니다.”
“노크투스가 어떻게 그것의 위치를 알았다고 하더냐?”
“그건 모르겠지만, 주인님께서 그를 너무 가까이 뒀던 것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로드릭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럼 내 잘못이란 말이냐?”
“그런 뜻은 아닙니다.”
“위원회에서 나를 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녹트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가 에드워드인지 아닌지 확인해보라고 지시를 내린 것은 위원회의 명령이었습니다.”
“곧 위원회에서 사람이 나올 것이다, 그 전에 그 물건을 되찾아서 제자리에 돌려놔야만 해.”
“노크투스를 사로잡으면 루카스도 ‘어둠의 심장’을 어디에 감췄는지 진실을 말하게 될 겁니다.”
“가브와 노크투스는 인간에 가까워서 그렇다고 쳐도 아르카노스 그놈은 의외구나, 그놈은 너와 같은 마족인데 같은 계약을 하고도 어떻게 다른 마음을 품을 수 있지?”
녹트가 말했다.
“처음부터 이상했습니다, 그는 저와 비슷하지만, 저와 같은 마족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건 저도 모릅니다.”
***
-수도원 폐허-
가브가 다시 물었다.
“노스무스 교수님, 빛의 심판자를 가지고 계셨으면서 어째서 로드릭 경을 막지 않고 내버려 두셨습니까?”
노스무스가 가브를 쳐다봤다.
“내가 무슨 힘으로 로드릭 경을 막는단 말이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빛의 심판자’를 로드릭에게 들키지 않도록 숨기는 것이 다였다.”
가브가 말했다.
“애초에 당신이 로드릭 경을 막았다면, 지금 이런 상황도 없었을 거야.”
노크투스가 끼어들었다.
“시간이 없어, 대부님은 나이가 많으셔서 얼마 버티지 못해.”
가브가 노크투스에게 말했다.
“네 녀석이 함부로 로드릭 경에게 이를 드러내서 이런 일이 생긴 거야.”
노크투스가 가브를 쳐다봤다.
“가브, 너도 그날 나를 눈감아 줬잖아.”
가브가 말했다.
“맞아, 그런데 내가 가져간 것이 ‘어둠의 심장’ 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그리고 그걸 훔쳐갔으면 잘 숨어있지 왜 다시 기어나와?”
“나는 대부님에게 내 출신에 관한 진실을 들었어.”
“그걸 알았으면 뭐?”
“가브, 너는?”
“로드릭 경은 어둠의 심장을 품어서 자식을 가지지 못하는데 내가 왜 그의 손녀로 알려진 것 같아?”
“그럼 너도 진실을 알고 있었구나?”
“맞아, 그는 나의 기억을 모두 지웠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나는 다 기억해.”
로월아스가 말했다.
“잠깐만요, 무언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져요.”
그때 아르카노스가 스르륵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의 심장이 지금 로드릭에게 없단 말이잖아, 그럼 그 심장은 지금 어디 있지?”
그러자 가브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렇군. 뭔가 이상하다고 했어, 노크투스, 어둠의 심장은 그럼 지금 어디 있는 거지?”
노크투스가 말을 얼버무렸다.
“그건 말해줄 수 없어.”
가브가 노크투스를 노려보았다.
“기껏 도와줬더니, 네가 우리의 주인이라도 되고 싶은 거야?”
노크투스가 말했다.
“아니야, 나는 그냥 로드릭에게 조금 복수를 하고 싶었을 뿐이야.”
노스무스가 한숨을 푹 쉬었다.
“노크투스, 너도 로드릭의 길을 가고 있는 거다, 로드릭의 처음은 너와 달랐을 것 같으냐?”
노크투스가 노스무스 교수를 쳐다봤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노스무스가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도 모두 처음엔 로드릭을 믿었다, 그도 처음엔 믿을만한 사람이었어.”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많은 교수들이 그를 믿고 ‘어둠의 심장을’ 맡기고 학장으로 추대했는데, 로드릭은 학장이 되자마자 자신을 믿고 추대했던 교수들을 하나 둘씩 티 안 나게 제거해나갔다.”
가브가 물었다.
“다른 교수들은 자의든 타의든 모두 쫓겨났는데, 교수님은 용케 살아남으셨군요, 이유가 뭘까요?”
노스무스가 한숨을 푹 쉬었다.
“로드릭이 강한척해도, 그는 마족이 아니라 인간일 뿐이야, 인간은 항상 미래를 두려워하지, 그도 자기 미래는 모르니까 나를 자주 찾았지.”
가브가 말했다.
“그 말을 믿으라고요?”
노스무스가 다시 말했다.
“로드릭도 이제는 나를 믿지 않을 거야, 내가 ‘빛의 심판자’를 감추고 있었다는 걸 알았을 테니까.”
“세상 참 편하게 사시네요, ‘빛의 심판자’의 주인이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지금에 와서야 사실 로드릭 편이 아니었다 이러시는 건가요?”
노스무스가 가브를 유심히 쳐다봤다.
“마음대로 생각해라,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다, 지금은 아카데미의 일에 약간 문제가 있지만, 만약 ‘빛의 심판자’까지 로드릭이 얻었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게 정의로우신 분이 왜 어릴 때 나를 도와주지 않았죠?”
노스무스가 한숨을 푹 쉬었다.
“나도 살아남아야 했으니까.”
아르카노스가 말했다.
“로드릭에게 어둠의 심장이 없다면 우리가 그의 말을 따를 필요가 없는 것인가.”
로월아스가 아르카노스를 쳐다봤다.
“너희는 무슨 속셈으로 이러는 거야, 둘 다 로드릭의 충복이잖아?”
아르카노스가 말했다.
“가브는 몰라도 나는 로드릭에게 충성한 적이 없어.”
로월아스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아르카노스를 쳐다봤다.
“나에게 저주를 걸어놓고 뭐?”
아르카노스가 로월아스를 힐끗 쳐다봤다.
“나는 그냥 지시를 받고 일을 한 것뿐이야, 너에게 원한이 있어서 한 일이 아니다.”
가브가 아르카노스를 쳐다보며 말했다.
“너도 로드릭 경을 배신하겠다는 거야, 무슨 꿍꿍이야?”
아르카노스가 가브를 쳐다봤다.
“넌 진실을 몰라.”
“무슨 진실?”
아르카노스가 가브와 노크투스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너희 둘 다 로드릭 경이 같은 곳에서 데리고 왔다는 것도 모르지.”
“뭐?”
아르카노스가 로월아스를 쳐다보았다.
“내가 보기에 저놈도 너희들과 같은 곳에 있던 놈이야.”
로월아스가 물었다.
“이봐, 갑자기 나는 왜 끌어들여?”
아르카노스가 로월아스를 쳐다봤다.
“너희들 셋의 공통점을 모르겠어?”
“공통점?”
아르카노스가 노크투스를 향해 말했다.
“노크투스, 너는 왜 부모의 얼굴을 모르지?”
“아기 때 수도원에 버려졌으니까 그렇지.”
아르카노스가 가브를 쳐다봤다.
“너는?”
가브가 아르카노스에게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르카노스가 다시 말했다.
“너희 모두 같은 방식으로 소환된 거야.”
“뭐?”
“뭐긴 너희들은 모두 다른 세상에서 이곳의 누군가의 몸에 소환된 것이지.”
로월아스가 물었다.
“뭐야,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아르카노스가 노스무스를 쳐다봤다.
“말씀해 보시죠, 위대하신 마법사 길드의 일원이셨던 교수님께서?”
노스무스가 아르카노스를 쳐다봤다.
“내가 그 사건에 관해서는 할 말이 없다는 것을 알잖아.”
로월아스가 노스무스를 쳐다봤다.
“혹시 ‘앨리스 링’에 관해서 말씀하시는 건가요?”
노스무스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노크투스가 말했다.
“무슨 사정인지 모르겠는데, 일단 대부님부터 구해야 합니다.”
아르카노스가 노크투스를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둠의 심장을 가져갔으면 그 힘을 사용하지, 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거지?”
“나도 그러려고 했어.”
노스무스가 말했다.
“어둠의 심장이 주인으로 인정해야만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다.”
아르카노스가 물었다.
“그럼 아직도 ‘어둠의 심장’이 로드릭 경을 주인으로 알고 있다는 거야?”
노스무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주인으로 인정받았으면, 세상 모두가 로드릭의 이름을 떠올렸겠지, 로드릭도 주인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어.”
아르카노스가 다시 물었다.
“지금 로드릭 경이 ‘어둠의 심장’의 주인이 아니라는 소리야?”
“맞아.”
아르카노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그 힘으로 나를 속박했는데?”
“맞아, 주인이 없으니 대리인이 그 힘을 행사한 거야.”
가브가 물었다.
“노크투스, 사실대로 말해라, 어둠의 심장은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노크투스가 말했다.
“나는 대부님이 다치기를 바란 적도 없고, 어둠의 심장을 가지고 싶어 했던 것도 아니야, 그저 억울함을 조금 풀고 싶었을 뿐이야.”
로월아스가 물었다.
“설마 루카스 수도사님에게 어둠의 심장을 보관시켰어요”
노크투스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르카노스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우리가 도와주면, 어둠의 심장은 어떻게 하려고?”
“그건.”
아르카노스가 미소를 지었다.
“나에게 약간의 지분을 주면 나도 확실하게 도와주지.”
“지분이라니 무슨 소리야?”
“뭐긴, 나도 대리인이 되고 싶다는 거지.”
노스무스가 말했다.
“순서가 틀렸어, 로드릭 경이 오기 전에 먼저 루카스를 구해야 거래를 하든 지분을 주든 하지.”
“음?”
가브가 말했다.
“맞아, 지금은 로드릭에게 ‘어둠의 심장’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야.”
아르카노스가 뭔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노스무스에게 물었다.
“로드릭이 아직 ‘어둠의 심장’의 힘을 사용하고 있으면 여기 지키는 놈들도 하나같이 만만하지 않을 텐데?”
노스무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어둠의 심장 곁이 아닌 곳에서 빌려온 힘을 남용하면 자기 수명이 줄어든다는 것을 로드릭이 제일 잘 알지, 그는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해.”
가브가 물었다.
“로드릭은 왜 그렇게 중요한 물건을 허술하게 관리했을까요?”
노스무스가 말했다.
“허술하게 관리한 것이 아니야, 보물은 항상 자기를 드러내고 싶어 해, 감춘다고 감춰지지 않으니까.”
“그래요?”
“그냥 때가 된 거야, 주인이 바뀔 시간이 된 거지.”
“누가 주인이 될지는 모르세요?”
노스무스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가브의 눈이 반짝거렸다.
“뭐야, 누가 주인이 될지 벌써 아는 거야, 혹시 그 주인이 당신이야?”
아르카노스가 물었다.
“나도 궁금하네, 미래의 ‘어둠의 심장’의 주인이 여기 있는지 예언에 나왔으면 그 정도는 말해줘도 되잖아?”
노스무스가 말했다.
“그래 그 주인이 여기 있는 것은 맞아, 하지만 누군지는 나도 정말 몰라.”
가브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다시 노스무스를 쳐다봤다.
“어둠의 심장의 소유자는 ‘빛의 심판자’를 가질 수도 있지만, ‘빛의 심판자’의 소유자는 ‘어둠의 심장’을 소유할 수 없다는 말이 있던데 사실이야?”
노스무스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건 맞아.”
가브가 노스무스와 로월아스를 번갈아 쳐다봤다.
“혹시 ‘빛의 심판자’의 소유자는 ‘어둠의 심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서 일부러 ‘빛의 심판자’를 저 녀석에게 넘긴 거 아냐?”
노스무스가 말했다.
“예언이 누군가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경우는 없어.”
가브가 다시 물었다.
“말끝 흐리지 마, 그럼 왜 저 녀석에게 ‘빛의 심판자’를 준 건데, 그건 뭐야?”
노스무스가 로월아스를 쳐다봤다.
“얼마 전, 점을 봤는데 이상하게 ‘빛의 심판자’의 주인이 저 녀석이라고 예언이 나왔지, 그래서 준 거야.”
“뭐야, 왜 이랬다가 저랬다가 마음대로야, 예언은 누군가 구체적으로 지칭해서 가르쳐주지 않는다며, 말의 앞뒤가 안 맞잖아?”
“말했잖아, 나도 처음 겪은 일이라고.”
“헛소리 마, 당신도 로드릭이 ‘어둠의 심장’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았지, 당신은 예언자니까?”
노스무스가 로월아스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그걸 탐냈다면 왜 ‘빛의 심판자’ 사용법을 그에게 알려줬을까, 내가 ‘어둠의 심장’을 지니게 되면 그가 나를 노릴지도 모르는데?”
가브가 로월아스를 쳐다봤다.
“사실이야?”
로월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 사실이야.”
가브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럼 ‘빛의 심판자’의 주인은 빼고, 교수도 빼고 남은 건 나와 노크투스, 아르카노스뿐이네, 셋중 하나가 주인이란 말이지?”
아르카노스가 말했다.
“그건 흥미로운데?”
노크투스가 말했다.
“로드릭만 아니면 돼, 그리고 대부님만 무사히 구하면 난 양보할게.”
아르카노스와 가브의 눈이 마주쳤다.
“교수도 아니라고 했으니 너와 나 반반씩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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