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 폐허

30화. 수도원 폐허
로월아스는 일행과 함께 폐허가 된 수도원의 입구로 다가섰다.
느낌이 이상했다.
주변에는 기이하게 빛나는 어떤 힘의 흔적이 느껴졌다.
로월아스는 눈을 감고 그 느낌이 무엇인지 떠올렸다.
“여기 주변 환경이랑 안 맞는 뭔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뭔지 모르겠어요.”
노스무스가 손을 들어 주변의 허공을 만지는 것처럼 행동했다.
“이건 마법의 결계야. 우리를 감시하려는 것인지 막으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꽤 강력한 마법이야.”
노스무스의 말에 아르카노스는 숲의 주위를 살폈다.
그의 손가락 끝이 스칠 때마다 허공에서 기이한 빛이 살짝 흘러나왔다.
“이 결계는 상당히 강력해. 누가 설치한 거지 로드릭의 수하들이 설치한 것 치고는 너무 정교한데.”
가브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 것이 맞아, 로드릭은 원래 이렇게 치밀한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닌데?”
노크투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시간이 없는데, 대부님을 어서 구해야 해.”
노스무스가 말했다.
“결계를 풀기 위해선 어떤 결계인지 먼저 알아내야지.”
로월아스가 물었다.
“결계의 역할이 뭔지 알아낼 수 있습니까?”
노스무스는 손끝에서 나오는 빛으로 결계를 조심스럽게 만졌다.
“단순히 산짐승을 막기 위한 결계는 아니야, 이건 단순히 사람 눈을 속이려고 만든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네?”
노스무스가 다시 주변을 살폈다.
“이거 세피로트의 나무 형상 같은데?”
로월아스가 물었다.
“세피로트의 나무 형상이요?”
로월아스는 주변을 살피며 물었다.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노스무스는 주변을 계속 살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생명의 나무의 구조는 우주의 구조와 인간의 정신적 여정을 설명하는 상징이야. 총 10개의 세피라가 있고, 이 각각은 신과 연결되는 방식과 의미를 담고 있어.”
“세피라는 뭐죠?”
“숫자라고도 하고 빛의 방출이라고도 하지.”
로월아스가 수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긴 듯 물었다.
“수라면?”
“열 개의 세피라가 있지.”
“열 개나요?”
“각 세피라 중 첫 번째는 크라운이야. 신성한 의지와 창조의 첫 시작을 상징해. 그다음으로는 위즈덤이야. 순수한 창조적 힘과 잠재적인 지혜를 나타내지. 그리고 언더스탠딩은 지혜가 구체화하여 형태를 갖춘 이해를 의미해.”
로월아스는 노스무스의 설명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계속 들었다.
“아 어떤 ‘세피라’라고 하는 포인트가 10개가 있다고요?”
노스무스의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마지막 10번째는 킹덤이고 물질적 세계와 현실을 나타내.”
로월아스는 흥미롭다는 듯 다시 물었다.
“아 그래서 이 나무의 도형은 우리의 존재와 신과의 연결을 상징하는군요?”
“맞아, 로월아스. 세피로트의 나무는 우리에게 신성한 지혜와 인식을 제공하는 중요한 상징이야.”
로월아스는 그 나무 형상을 상상하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로월아스가 물었다.
“세피로트의 나무로 만들어진 환영의 결계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수도원 풍경도 실체가 아닌가요?”
“그럴 가능성이 커.”
로월아스가 노스무스 교수에게 물었다.
“교수님, 이 결계는 어떻게 해야 해제가 되죠?”
노스무스 교수가 주변의 지형을 살피더니 말했다.
“기본은 같아, 펜타 그램 방식의 점을 찾아야지. 화, 토, 공, 수, 의 4원소의 힘과 영의 힘을 포함해서 다섯 곳을 생성했던 반대의 순서로 봉쇄해야 해, 문제는 그 방향을 정확하게 모른다는 거야.”
로월아스가 물었다.
“다비드의 별의 위치잖아요, 각각의 방위에 뭐가 들어가는지 아세요?”
노스무스가 말했다.
“기초가 정펜타그램이면 북쪽이 항상 영이나 빛이고, 흑마법으로그린 역펜타그램이면 남쪽이 영이나 빛이라고 보면 되는데.”
“아, 그럼 지금 이 마법진은 어떤 방향이에요?”
“우리가 보는 시점과 해를 보면 정방향인 것 같긴 한데, 마법 나침반이 없어서 그 방향을 정확하게 알 수 없어.”
노크투스가 말했다.
“마법 나침반이 필요하면 제가 빨리 가서 구해 오도록 하죠.”
로월아스가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펜타그램을 떠올렸다.
“그건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일단 북쪽을 찾으면요?”
노스무스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동쪽이 오른쪽으로 수(水), 그 아래가 동남이 불(火), 그 옆 남서가 토(土), 그 위인 서가 공기인데 각각 방위는 모두 같은 각도로 72도인데 각도기도 필요하겠는데.”
“중앙 위치를 알고 어느 정도 긴 밧줄이 있으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스무스가 폐허가 된 수도원을 가리켰다.
“보통 결계로 가리고자 하는 부분이 중심이야, 저쪽이 입구라면 저기가 중심이지.”
중심이 수도원의 입구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북 방향을 찾는 것이었다.
아르카노스에게 일단 잘린 나무를 찾아서 나이테의 좁은 방향과 넓은 방향을 알아봐 달라고 했다.
나이테가 넓은 쪽이 항상 남쪽이지만, 지형 특성상 그렇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야만 했다.
로월아스는 바닥에 엘드라이트를 수직으로 세워서 꼽고 그림자 길이를 쳐다보았다.
다행히 해가 엘드라이트의 그림자를 조금 길게 만들었다.
로월아스는 그 그림자의 끝에 돌 하나를 표시로 놓아두었다.
노크투스가 다가왔다.
“한시가 급한데 지금 뭐 하는 거야?”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어, 서두르기만 하는 건 실패의 지름길이야.”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내가 가서 구해 온다니까.”
로월아스가 말했다.
“기다려, 나침반이나 각도기를 구하러 가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잖아, 그러니 그림자의 위치로 북쪽을 찾아야지.”
노스무스가 다가왔다.
“나이테가 넓은 쪽이 남쪽이라고 하지 않았나?”
로월아스가 말했다.
“혹시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 위도 방향이 어디인지 그림자로 찾아서 크로스체크도 해야죠.”
노스무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림자의 변화를 보면 북쪽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잖아요, 그건 변하지 않죠.”
가브가 물었다.
“그런 걸로 방향을 어떻게 안다는 거지?”
“시간에 따라서 그림자의 끝 점이 변하잖아, 그 끝점을 직선으로 연결하고 그 직선의 중심에 수직인 선을 그어, 그럼 그 수직으로 그은 선은 일정한 한 방향을 가리킬 거야, 그곳이 북쪽이야.”
가브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말했잖아, 해는 동에서 서로 이동한다고, 그러니 해의 이동 경로에 수직인 선을 그어보면 남북을 잇는 대략적인 직선이 된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태양이 고정이고 지구가 자전해, 물론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으니까 정확진 않지만, 북쪽을 찾는 것은 무리가 없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그러니까 공 위에 펜을 데고 공을 옆으로 회전시키면 공에 줄이 그어지잖아, 그게 위도라는 거야.”
“음?”
“그냥 결론적으로 태양이 지구 위에 좌우로 직선을 그리는 거야, 그럼 수직 방향은 당연히 경도 방향이니 남북 방향이지.”
“위도, 경도?”
“아 그냥 나이테 간격이 넓은 쪽이니 남쪽이니까, 그 방향이 경도고, 태양의 그림자가 움직이는 선을 그린 것이 위도라고 보면 된다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대체?”
“아 그냥 그런 게 있어.”
꽤 오랜 시간 동안 북쪽에 있는 처음 룬워드를 찾아냈다.
로월아스가 바닥에 그림을 그려서 노스무스에게 물었다.
“세피로트의 나무 구성이 이렇게 그려진 그림이 맞나요?”
“맞아, 어떻게 이렇게 잘 그리지?”
로월아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이 경로들 모두 22개네요?”
“그런가?”
“교수님이 타로의 메이저 아르키나 카드가 22장이라고 하셨잖아요, 뭔가 묘하게 경로의 수와 같은데요?”
노스무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 수와 그 수가 왜 맞는 거지?”
“아 교수님도 모르시나 보군요, 저는 비슷한 숫자만 보면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여서.”
“음?”
로월아스는 그 처음 찾은 북쪽의 룬워드를 기준으로 작도법을 이용해서 줄 하나로 북쪽의 영령 룬워드가 있을 법한 위치를 차례대로 찾아냈다.
로월아스가 모두에게 말했다.
“두 번에 나눠서 끌게요, 수도원을 중심으로 다섯 방향을 모두 찾아냈으니, 이제 모두 자리를 잡으세요. 해가 저기 나무 끝에 걸치면 동시에 해제합니다”
아르카노스는 손끝에서 마법의 빛을 발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지.”
가브와 노크투스는 각각의 위치에서 준비를 마쳤다.
그들의 손끝에서도 마법의 에너지가 빛을 발하며 결계를 향해 흐르기 시작했다.
“지금”
로월아스가 외치며, 바람의 룬워드가 그려져 있는 바닥에 엘드라이트를 꽂았다.
다섯 룬워드의 주위에서 빛의 파장이 퍼져나가면서 주변의 풍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로월아스가 노스무스에게 물었다.
“이제 다섯 개 남았죠?”
노스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에게 묘한 재주가 있군, 이걸 이렇게 쉽게 찾아내다니?”
로월아스가 밧줄을 내보이며 말했다.
“가브가 이런 긴 밧줄을 가지고 다녀서 다행이죠.”
굳게 닫혀있던 수도원의 정문이 열렸다.
로월아스 일행은 조심스럽게 수도원의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
로월아스가 노스무스 교수에게 말했다.
“왜 이리 조용하죠?”
“우리가 올 것을 미리 알고 대비를 하는 것일지 몰라.”
로월아스와 그의 일행이 수도원의 거대한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갔다.
어둠 속에서 기둥들에 붙어있는 작은 불빛들이 희미하게 깜박였다.
수도원의 내부는 오래된 석조 건물로, 먼지와 거미줄이 곳곳에 쌓여 있었다.
로월아스 일행은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그 순간, 로월아스는 멀리서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희미한 그림자의 모습이 점점 선명해졌다.
커다란 십자가 방패를 든 기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갑옷으로 무장을 한 모습으로, 칼과 방패를 든 채 로월아스 일행을 막아섰다.
이상하게 기사들은 입구를 방어만 할 뿐 공격을 해오지 않았다.
노스무스 교수가 말했다.
“뭔가 이상한데.”
“네?”
노스무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세피로트 안에 펜타 그램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노스무스가 주변의 상징물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중 결계, 그런데 저거 어디서 본 것 같지?”
“아, 그런 것 같기는 한데.”
노스무스가 말했다.
“더 데블 카드를 꺼내 보게.”
로월아스가 데블 카드를 꺼냈다.
“아 저거 데빌 카드에 나오는 염소의 머리 아닌가요?”
“맞아, 우리가 아무래도 거꾸로 들어온 것 같아.”
“거꾸로 들어왔다고요?”
“이건 누군가 우리에게 일부러 결계를 뚫으라고 손을 써 놓은 것 같아.”
“무슨 말씀이신지.”
노스무스가 중얼거렸다.
“마치 바포메트와 템플기사단이 전설 속에서 되살아난 것 같잖아.”
“바포메트요?”
노스무스가 침착하게 주변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저들은 바로 템플기사단의 유령 기사들 같아. 템플기사단은 악마의 형상이라는 바포메트를 신성한 존재로 여겼어.”
“네?”
“템플기사단은 바포메트로부터 비밀스러운 힘을 얻었다고 알려져 있지.”
“아니 바포메트가 뭔데요?”
“데블 카드 그림 속의 염소 머리가 바포메트의 상징이야.”
“아.”
“전설에 따르면, 바포메트는 이 세상과 저런 세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신비한 지혜를 전파하는 존재라고 알려져 있어.”
로월아스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이 기사단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노스무스가 고개를 눈을 살짝 치켜뜨고 말했다.
“이들의 목표는 고대의 지혜와 신비를 지키고, 바포메트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것이야. 하지만 그 힘에는 항상 희생과 대가가 따르지.”
“네?”
노스무스가 노크투스를 쳐다봤다.
“루카스 수도사가 정말 로드릭에게 잡혀간 것이 맞아?”
노크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노스무스 교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래도 여기 로드릭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에는 좀 이상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여긴 로드릭이 만든 함정이 아닌 것 같아.”
“네?”
“로드릭이 템플기사단과 관련이 있을 수가 없는데?”
노스무스가 뒤를 돌아보았다.
“노크투스, 정말 루카스 수도사가 여기에 인질로 잡혀 있는 거 맞아?”
“아닌가요?”
노스무스가 로월아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세피로트의 나무를 해제한 것이 아니라, 클리포트의 나무를 해제한 것 같아.”
로월아스가 물었다.
“클리포트의 나무는 뭐죠?”
“세피로트의 나무의 똑같은 모양이 대칭의 그림자처럼 생긴 거야.”
로월아스가 다시 물었다.
“세피로트는 생명의 나무의 상징이라고 했는데, 클리포트는 그럼 뭐죠?”
“세피로트가 자연과 균형이면 타락과 불균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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