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각

40. 공감각
-숙소-
너무 익숙한데.
또 김수오의 기억인가.
이 행렬식은 뭐지.
미분 방정식 같은데.
나는 왜 방정식을 시간과 공간으로 미세하게 쪼개고 있지?
유한요소법인가?
도대체 뭘 풀고 있는 거지?
이상하다.
이 행렬식이 왜 이렇게 쉽게 보이지?
김수오는 연구실에서 여분의 차원과 앨리스 링 현상에 관해 열띤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방 안은 최신 과학 저널들과 수많은 그래프로 가득했다.
주위에는 여러 명의 저명한 물리학자들이 함께 자리해 있었다.
김수오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교수님들은 이 여분의 차원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론물리학자 박 교수는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답했다.
“여분의 차원에 대한 이해는 끈 이론을 통해 많이 진전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봅니다. 3차원 막에 정말 5차원이 비눗방울처럼 달려있다는 가정이 맞는다면 고에너지 실험 데이터를 통해 더 많은 차원 에너지의 증거를 수집해야겠죠.”
김수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최근 시뮬레이션에서 추가적인 차원을 고려했을 때, 예상치 못한 패턴들이 나타났습니다. 이 패턴들이 물리적으로 실재할 가능성이 있는지 더 많은 이론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때, 다른 이론물리학자인 슈타인 박사가 끼어들었다.
“앨리스 링 현상은 정말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자, 이 현상이 마이크로범위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보았을 때, 추가적인 차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해보셨나요?”
김수오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동양인에게 쌍생과
쌍소멸의 음양이론은 익숙하죠, 앨리스 링 현상은 특히 고차원 공간에서 비선형 효과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연구는 이 현상이 단지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관측될 수 있는 현상임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마 교수는 팔짱을 끼며 김수오에게 말했다.
“그래서, 자네 생각은 어떤가? 고차원 공간에서의 앨리스 링 현상이 현실화할 수 있을까?”
“현실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김수오는 화이트보드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이 부분에서 이론적인 결함만 찾으면 실험으로 앨리스 링을 구현할 가능성은 확실히 커집니다.”
박 교수가 물었다.
“리만 다양체의 계량 텐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변화하고는 있는데, 자세히 보니 이건 리치 흐름 유도 방정식을 변형한 것이군.”
“아 맞습니다.”
“과정을 보니 이거 거의 수작업으로 다 풀어낸 것 같은데?”
“네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수치 해석적 증명 과정은 이해할 수도 없고, 너무 재미가 없어서요.”
“그래요?”
“네, 교수님.”
어, 교수님의 얼굴이 왜 노스무스 교수의 얼굴을 하고 있지?
눈을 떴다.
이상한 꿈이다.
낙서와 그림 그리기, 그리고 무언가 알 수 없는 수식들을 계속 그리게 된 것은 김수오의 영향인가?
최근 들어서 김수오의 사라진 기억들이 점점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 같다.
앨리스 링의 시작은 파스칼의 삼각형이었다.
김수오가 중학생 때 관심을 가진 인수분해 공식에서 출발한 이항정리 그리고 원과 정사각형.
중등 교과 과정에서는 원의 넓이를 구하는 정확한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 호기심에서 시작된 일들.
원의 넓이.
교과 과정에서는 원을 피자처럼 잘게 나눠서 재배열하면 원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이 나온다는 것이 다였다.
그 과정에서 유명한 아르키메데스가 나온다.
아르키메데스는 원의 내접하는 다각형과 외접하는 다각형의 차이를 줄여가며 수작업으로 계속 계산했다고 한다.
게임체인저는 뉴턴이다.
뉴턴 이후로 수학자들은 원주율을 계산하지 않았다.
뉴턴은 아르키메데스와 다른 접근법으로 원의 넓이를 구했다.
중등 교과 과정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
위대한 수학자들은 어떤 개념의 정의를 무시하고 확장하는 놀라운 재능을 가졌다.
신을 믿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려고 했던 파스칼, 로그의 발명자 네이피어, 그리고 오일러, 뉴턴, 라이프니츠, 가우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상하게 항상 파스칼의 삼각형이 나왔다.
피보나치수열, 오일러상수 e, 이항정리, 조합론, 모든 것들이 파스칼의 삼각형 하나로 합쳐지는 꿈을 꿨다.
그리고 그 연구는 고대의 피라미드 구조가 파스칼의 삼각형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까지 이르렀다.
파스칼의 삼각형의 보이지 않는 부분, 피라미드의 꼭대기 꼭짓점 윗분은 어떤 구조일까.
파스칼의 삼각형의 처음 시작 1의 위쪽, 보이지 않는 이 부분이 있다고 가정하고 음수의 영역으로 확장해서 그려 본 것은 뉴턴이었다.
게임체인저인 뉴턴은 파스칼의 삼각형을 음수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유율법을 사용해서 원의 파이값을 간단하게 구할 방법을 알아내었다.
파스칼의 삼각형의 모든 값은 이항정리의 계수 값을 의미한다.
확률과 조합론에 나오는 팩토리얼 계산은 자연수로 정의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이항정리다.
오일러가 자연수로 이루어진 팩토리얼을 유리수 영역으로 확장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감마함수가 탄생하였다.
감마함수는 가우스의 제자인 리만이 만들어 낸 제타 함수의 원형이다.
리만의 제타 함수, 리만 가설은 증명되지 않았다.
앨리스 링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
-예언학과 학과장실-
로월아스가 예언학과의 노스무스 교수를 찾아갔다.
교수실은 고대의 문서와 책들로 가득 찬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로월아스는 긴장된 마음으로 문을 두드렸습니다.
“교수님, 로월아스입니다.”
“어서 오게, 기다리고 있었네.”
한동안 이어진 침묵, 그리고 노스무스 교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왔는지 말을 해야지?”
로월아스가 물었다.
“제가 빛의 도서관에 중요한 책을 하나 찾았는데, 제가 찾는 부분이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교수님이 책을 보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면서 그 책의 어떤 책장을 그렇게 한 것 같아서요.”
“내가 말인가?”
노스무스 교수가 미소를 지었다.
“혹시 자네는 전쟁에서 점령한다는 말 들어봤냐?”
“알죠.”
“예언학자들은 고대의 샤먼, 그러니까 점쟁이라고 하잖아?”
“네?”
“부족들의 우두머리는 항상 예언자였지, 전쟁이 나면 누구를 가장 먼저 잡아야 최소한의 희생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겠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점령은 전쟁에서 우두머리인 점쟁이를 잡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개념에서 나온 것이네. 이는 그들의 예언과 지혜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지. ”
“갑자기 그 말씀은 왜 하시는지?”
“영지를 점령하더라도 농민들이자 하급 병사들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관례였어, 점쟁이인 대장만 잡으면 끝나는 것이 전쟁이야.”
“네?”
“관례를 깬 것은 제국이었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남부의 영주들은 전쟁해도 우두머리끼리 싸우고 끝났는데, 북부의 황제는 그런 것을 모르지.”
“네?”
“자네는 에드워드가 아니지?”
“아 네.”
“에드워드는 찾지 말아야 할 것을 찾고 있어, 그러니 나는 자네가 찾고 있는 물건을 찾게 놔둘 수 없네.”
“혹시?”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에드워드는 위험한 생각을 하는 거야.”
“그럼 교수님은 제가 찾고 있는 페이트윈드가 어디 있는지 알고 계신다는 건가요?”
“계시를 봤어, 나는 자네가 찾지 말아야 할 물건을 찾고 있는 것은 알지.”
“계시요?”
“말했잖아, 전쟁을 막으려면 에드워드를 멈춰야 한다고.”
“무슨 말씀이신지?”
“루카스처럼 남을 위해서 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없었으면 전쟁이 일어났을까?”
“네?”
“그냥 점쟁이끼리 싸움에 불필요한 자들을 끌어들일 필요는 없잖아?”
“저는 교수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나도 사실 답을 찾고 있는 것뿐이지.”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그림자가 없으면 빛의 방향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지, 자네처럼.”
로월아스는 노스무스 교수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썼지만, 그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서 뒤엉켰다.
교수의 말속에는 어떤 숨겨진 진실이 있는 듯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노스무스 교수는 그런 로월아스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빛이 있으면 반드시 그림자가 생기지. 그림자가 없다면, 빛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야.”
로월아스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노스무스 교수는 그의 시선을 다시 잡아끌며 덧붙였다.
“에드워드는 그 그림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그는 빛만을 쫓으려 하지, 막상 그림자를 제거해버리면 빛도 사라진다는 것인데.”
로월아스는 교수의 말에 깊이 생각해보았다.
“교수님이 어둠의 심장을 가지고 계시는 거죠?”
노스무스 교수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조용히 대답했다.
“무엇이 어둠의 심장인가, 인간들이 두려워하면 어둠의 심장이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빛의 심판자인가?”
로월아스는 일순 말문이 막혔다.
“네?”
“궁금한 것이 있다면 먼저 자네의 진정한 그림자를 찾아야 하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한 후에야 내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계속 이런 식의 대화가 이어지면 노스무스 교수의 말에 휘둘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는 그냥 오늘 제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겁니다. 제가 찾는 것은 페이트윈드의 행방뿐입니다, 저는 그것만 알면 됩니다.”
골똘히 생각하던 노스무스 교수가 말했다.
“인간들이 더 불행해진 것은 신의 뜻대로 살지 않고, 다가올 미래를 멋대로 예측하고 미리 걱정하기 때문이지.”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노스무스가 미소를 지었다.
“내가 지운 내용이 뭔지 알고 싶다고 했지?”
“네?”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자는 페이트윈드를 찾을 수 있다고 적혀 있던데.”
“네?”
“간절한 마음이 있으면 내가 위치를 알려주지 않아도 자네는 그것을 찾을 수 있겠지?”
로월아스는 노스무스 교수의 행동을 유심히 살피는 중이었다.
김수오의 처지에서 보자면 로월아스는 자신에게만 있는 독특한 능력을 몰랐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많은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는 공감각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감각은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을 자동으로 유발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눈으로 냄새를 보는 것과 같은 현상들.
파인먼은 숫자와 방정식을 색으로 보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는 숫자와 수학적 개념을 시각적 색채로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자면 나에게 그냥 5와 2라고 보이는 숫자도 그에게는 5가 빨간색으로, 2는 파란색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그가 수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김수오도 가끔 그런 공감각이 있었으면 복잡한 수학적 개념을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랬다면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방식으로 좀 더 자신이 찾는 수학적 증명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공감각은 뇌의 특정 영역들이 비정상적으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발생한다고 한다.
그런데, 김수오가 아닌 로월아스는 뇌는 그런 이상한 능력이 있는 건가?
파이만이 숫자를 시각적인 색으로 인식했다면, 로월아스는 모든 눈에 보이는 형태들이 숫자의 비율로 보인다.
김수오 시절에는 잘 그리지 못했던 그림들이 로월아스의 몸으로는 너무 쉽게 그려지는 이유가 그것 때문인 것 같다.
노스무스 교수의 표정의 미묘한 변화.
노스무스 교수가 연기를 했다.
입은 진실인 것처럼 말해도 표정을 숨길 수는 없다.
표정의 변화가 나타나는 시간은 1/25초.
입술은 미소를 짓는데 눈이 웃지 않는다.
미세하게 얼굴의 한쪽 측면이 더 많이 움직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세부 사항은 기억나지 않아도 로월아스가 읽은 내용에는 노스무스 교수가 말한 내용 같은 것은 분명히 없었다.
노스무스 교수의 눈길이 티가 나지 않게 반복적으로 향하는 곳이 한 곳 있었다.
노스무스 교수가 무의식중에 숨겨둔 책장이 있는 부분을 바라보는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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