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나라의 로월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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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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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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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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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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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이름

DUMMY

52화. 알 수 없는 이름


-숙소-


로월아스는 점점 더 깊어지는 무기력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동안 퀘스트에 관한 일들도 잘 정리되지 않았다.


친구 글리터와의 대화도 귀찮게만 느껴졌다.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며 자신이 쓸모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데, 마치 침대 주변이 낭떠러지 같은 느낌이 들어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로월아스는 왜 이러한 이상 증상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숙소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인데?


“교수님!”


누구지?


문이 열리고 소나가 들어왔다.

소나 뒤에는 다른 인영들도 몇 있었다.


소나 뒤에서 에블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소나가 말했다.

“아이들한테 인기가 많으시네요, 먹을 것도 가져오고.”


개인적으로 가르쳤던 아이들이라서 그런가.


병문안으로 찾아온 것은 에블린, 알렉스 루미, 타론과 마이라 오누이.


그리고 코끝을 스치는 너무 좋은 향기.

에블린이 만든 X 뚜기 맛이 나는 채소 수프.


에블린이 말했다.

“교수님, 저희 병문안 왔어요!”


타론이 말했다.

“교수님, 빨리 나으셔야 해요.”


무뚝뚝한 녀석이 웬일이지?


마이라가 말했다.

“교수님 힘내세요.”


마이라는 에블린과 다르게 여성스럽고 다정하고 목소리도 좋다.

말만 들어도 힘이 나네.


알렉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교수님 그런데 혹시 아프신 게 아닌 것 같아요?”


에블린이 루미를 타박하듯 말했다.

“야, 병문안을 와서 그런 소리를 하면 어떡해.”

“아니 나는 그런 뜻이 아니라.”


로월아스가 억지로 대답했다.

“아 그래, 너희들 덕분에 힘이 나는구나. 고맙다.”


아이들이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지만, 로월아스는 귀찮기만 했다.


눈치를 보던 에블린이 말했다.

“또 올게요, 교수님 힘내세요!”


로월아스가 아이들에게 억지 미소를 지었다.

“아 그래.”


그런데, 돌아가려던 알렉스 루미가 돌아보며 말했다.

“교수님 혹시, 빙의 된 것 아니에요?”


어, 이 녀석이 그걸 어떻게 알지?

“뭐?”


루미가 다시 말했다.

“교수님 눈 밑이 까맣잖아요, 그거 악마가 빙의한 거 같아요, 제가 집에서 그런 거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에블린이 루미를 잡아끌었다.

“야, 왜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해!”


소나가 말했다.

“연금술학과 우라모르 교수님이 시간 나시면 와서 병세를 봐주신다고 하셨어요.”


로월아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떠나고, 불현듯 알렉스 루미의 말이 떠올랐다.

“설마?”


억지로 몸을 일으킨 로월아스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창가로 다가갔다.


창밖으로 엘릭시아의 정원이 눈에 들어오자, 그곳으로 조금씩 기어서 다가가기 시작했다.


엘릭시아의 정원 가까이에 도착했을 때, 멈추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얼마 안 움직였을 뿐인데 죽을 것 같이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숨이 거칠고 불안정했고, 흉부가 마치 짓눌린 듯한 고통이 전해졌다.


고개를 들어 마법의 화분을 바라보았다.


화분에서 퍼져 나오는 따뜻한 기운이 몸을 감쌌고, 손으로 어루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로월아스는 천천히 눈을 감고, 숨을 내쉬었다.


막혀 있던 숨이 조금씩 트이고,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다시 기운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숨이 조금 더 안정되자, 로월아스는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뭘 좀 먹어야 해.


에블린이 가져온 수프로 향했다.

정말 정성껏 끓여서 가지고 온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아내 윤경 생각이 났다.


원래의 김수오는 사교성이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 친구도 지인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윤경이 말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어요, 어딜 가나 자기 편을 만들어야 일을 할 수 있어요.”


***


에블린이 가져온 수프를 마시다시피 해서 다 먹었다.


로월아스는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깊은 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


마나의 발견자 엘라리온, 마나의 인체 흡수 이론의 창시자 세라핀, 마나 석의 발명자 발타자르.


마나 인체 흡수 이론은 세라핀이 동방 수행자들의 수행법을 연구해서 정립한 것이다.


꽤 수련이 어려우므로 발타자르의 마나 석보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마즈다 사원의 스승들은 세라핀의 마나 흡수 이론을 받아들였다.


마나 수련법은 호흡에 인위적으로 집중하여 신체 일부분을 자극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먼저 바른 자세로 앉아 자세를 안정시킨 후 호흡을 고르게 한다.


마나 수련법의 핵심은 숨을 배꼽 아래 하복부에 이르도록 깊게 들이마시는 것이다.


호흡법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내가 배운 것은 들숨과 날숨의 길이를 자연스럽게 같게 하여 천천히 내쉬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김수오가 단전호흡을 한때 배웠던 기억이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아이러니 한 일이다.


명상센터 수련생들에게 절대 고수로 추앙받는 분이 명상센터 관장님이었는데, 김수오가 출근할 때 그분이 지하철역 앞에서 명상센터 광고 찌라시를 돌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 찌라시 덕분에 이곳으로 오게 되었을 때, 마나 수련법을 상대적으로 쉽게 습득했다.


의도적으로 숨에 대한 집중력을 강화하고, 호흡이 깊어지면 마나가 생성되기 시작한다.


마나는 처음에는 자력과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중에는 전류처럼 찌릿하게 나타나며 점차 뜨거운 열기를 가지고 몸을 돌기 시작한다.


이것이 강해지면 마치 때가 낀 수도관을 강한 물줄기로 씻어내듯 몸의 찌꺼기를 강한 마나의 흐름으로 씻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때 마나가 왕성해져 온몸을 개통하게 된다.


단전호흡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소주천(小周天)'이라고 했는데, 마즈다 사원의 스승들은 그런 설명 자체를 해주지 않았다.


이 단계에 이르면 수련자는 세상의 모든 것에서 마나를 느끼게 되며, 이를 스스로 운영하여 조절할 수 있게 된다.


그다음 단계는 깊은 주의가 필요하다.


몸의 기운이 외부의 우주와 연결되어 하나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경지를 단전호흡에서 ‘대주천’이라고 배웠다.


물론 김수오 시절에는 이런 경지에 들어가 본 적도 없고, 기를 느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이곳에서는 마나가 존재하니까.


호흡을 제대로 하면 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그런데 평온하던 마나의 미세한 흐름에 문제가 생겼다.


심장 박동이 점점 더 빨라지고, 가슴 속에서 무엇인가 꿈틀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한 불안감이 아니었다. 이내, 머릿속에서 어둡고 음침한 감각이 엄습해왔다.


순간, 로월아스 루미의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로월아스가 눈을 번쩍 떴다.

“그 녀석 말이 진짜잖아!”


몸을 감싸는 불길한 기운이 있었다.


한 가지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

글리터가 말한 악마의 도전 퀘스트.


악마들에게 선전포고를 바란다는 것이 더 황당한 것일까.


언제부터 시작된 거야?

도전 퀘스트를 시작한다는 메시지를 본 적도 없는데 이것들이 벌써 시작했네.


로월아스는 눈을 감고, 양미간 사이의 한 점에 마음을 집중했다.


명상 중 느낀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그 뒤에 깃든 이상한 느낌의 원인을 찾은 것 같다.


감기랑 비슷한 정도라면 악마의 이름을 몰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


정체를 제대로 밝혀주마.


로월아스가 자신이 암기해놨던 ‘솔로몬의 작은 열쇠’에 나오는 악마들의 이름과 특징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허공에 그들의 이름과 이미지를 그리기 시작했다.


가상 스크린이라도 있는 것처럼 그들의 모습과 특징, 그리고 이름들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


-마법 역사학과-


도서관에서 다시 다르코스 교수의 학과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월아스는 가는 도중에 도서관에서 읽었던 기록들을 천천히 다시 떠올렸다.


이전의 암기했던 내용과 비교하며 책의 페이지를 넘겨 보았었다.


고티에 문서에서 악마들의 특성과 그들이 과거에 했던 도전에 대한 기록을 다시 읽었다.


페이지를 넘기다가 로월아스는 자신의 현재 상황과 유사한 기록들을 발견했다.


고대의 기록들이라서 그 뜻이 모호한 것도 많았지만, 신중하게 살펴보니 점차 명확한 힌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72 악마 서열 68위 벨리알

무가치한 자.

타락한 천사, 본명 사타나엘

불꽃의 왕, 암흑의 왕, 남색의 악마


루시퍼의 천상 반란에 동참했던 악마.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으로 불의 전차를 타고 나타난다.]


여러 글귀 중 로월아스의 눈길을 끄는 것은 한 구절이었다.


[인간의 마음을 타락시켜 악의 길로 이끄는 데 능숙함.]


“혹시 첫 번째 도전 퀘스트의 악마는 이놈인가?”


고티에 문서 말고 다른 자료를 찾았는데 벨리엘 말고 유사한 놈이 없었다.


“음?”


나머지 악마들의 기록은 너무 악마 같지 않고, 오히려 선행을 베푸는 행동을 하는 악마도 있었다.


그리고 김수오의 기억 속에서도 ‘벨리알’이라는 이름이 너무 익숙했다.

“거의 모든 시작은 이놈이었는데?”


숙소로 돌아가서 다시 그 악마의 목소리가 들릴 때 외쳤었다.

“벨리알!”


아무 반응도 없었다.

오히려, 온몸이 솜에 젖은 듯 무거워졌었다.


그리고 악몽이 시작되었다.


어린 김수오가 아버지를 부르고 있었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던 날의 기억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 횡단보도를 건너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로월아스는 그 사건 이후로 어떤 심리치료도 받지 못한 채 병원에 한 달간 입원했다.


그때 느낀 엄청난 좌절과 공허함, 그리고 외톨이가 된 기분이 고스란히 돌아왔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그 두려움이 계속 몰려왔다.


로월아스가 상념에서 깨어났을 때 마법 역사 학과장 다르코스가 들어왔다.

“아프다고 하던데, 이제 괜찮아 진 건가?”

“아 이제 조금 움직일 만합니다, 교수님.”


다르코스 교수는 바빠 보였다.

아무래도 로월아스 자신 때문인 것 같았다.


노스무스 교수의 후임도 오지 않았는데, 자신까지 강의를 쉬게 되었으니, 그거 땜빵을 하는 것이다.

“저 때문에 죄송합니다.”

“어서 나아야지.”


너무 바빠 보여서 찾아온 용건을 빠르게 말했다.

“교수님, 제가 악마로 생각되는 어떤 존재가 저를 괴롭힌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상하게, 그는 저에게 직접 말을 걸었습니다. 꿈이라면 너무 생생해서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악마가 직접 말을 걸었다고?”

“믿을 수 없겠지만 사실입니다.”


다르코스 교수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악마라는 존재는 신화 속에나 나오는 거지, 세상에 하프 악마라고 존재하는 자들도 따지고 보면 인간의 몸에 가까운 신체를 가졌잖아?”


“교수님은 그런 것을 믿지 않으시니까, 제 이야기가 모두 무의식이 만든 환상이라고 생각하시는 거 압니다.”


다르코스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글리터 이야기 할 때도 말해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아 네.”

“때때로 우리의 꿈은 우리가 가진 두려움이나 불안을 반영할 수 있어. 그러나 자네가 그것을 그림으로 그렸다고 해서 그것이 실제와 같다는 의미는 아니야. 아프면 헛것이 많이 보여, 그러니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 노력해보게.”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 사실이라면 어떤 존재가 저를 괴롭히는지 찾을 방법이 있을까요?”


다르코스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굳이 마음의 안정이 필요하다면 자네의 이야기를 더 들어 줄 정도의 시간은 있지.”


로월아스가 자신이 찾은 힌트들을 다르코스 교수에게 풀어 놓았다.


다르코스 교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네 생각으로는 그 존재가 72 악마 중 서열 68위인 벨리알인 것 같단 말이지?”


“네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의 이름을 외쳤는데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던 다르코스 교수가 말했다.

“자네 말을 종합해보면, 내 생각은 그 존재가 벨리알이라는 것과 조금 다른데?”

“네?”


“사람의 감정을 조정하고 악마화시키는 것이 벨리얼이라면 자네에게 나타난 존재 하고 조금 안 맞아.”

“하지만 72 악마 중에 비슷한 것은 벨리얼 뿐인데요?”


다르코스 교수가 다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책을 한 권 꺼냈다.

“자네 증상과 비슷한 꿈을 꾼 자들의 기록을 본 적이 있었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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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8 투자 24.12.14 7 0 13쪽
57 로베스피에르 24.12.08 8 0 13쪽
56 선동가 24.12.05 9 1 13쪽
55 벨페고르 24.12.02 7 0 12쪽
54 협상하시죠 24.11.29 9 0 12쪽
» 알 수 없는 이름 24.11.27 7 0 12쪽
52 악마가 다가오다. 24.11.27 6 0 12쪽
51 깨어난 글리터 24.11.25 8 0 12쪽
50 벤포드의 법칙 24.11.23 12 0 15쪽
49 내가 악마라고? 24.11.22 9 0 12쪽
48 깨어난 노스무스 24.11.20 6 0 12쪽
47 노스무스의 정체 24.11.19 6 0 12쪽
46 카프레카 24.11.18 7 0 13쪽
45 검은 장미 형제단 24.11.16 8 0 12쪽
44 검은 장미 여관 24.11.15 9 0 14쪽
43 검은 장미 24.11.14 10 0 14쪽
42 불길한 징조 24.11.13 11 0 13쪽
41 공감각 24.11.12 11 0 12쪽
40 도서관의 서가 정리 24.11.11 9 0 13쪽
39 페이트윈드의 행방 24.11.08 10 0 13쪽
38 엘라리온의 유산 24.11.07 9 0 12쪽
37 엘라리온과 미나스 이야기 24.11.06 9 0 12쪽
36 앨리스 링 프로젝트 24.11.05 9 0 13쪽
35 루카스의 장례식 24.11.03 10 0 12쪽
34 노스무스의 비밀 24.11.02 8 0 12쪽
33 단서 24.11.01 8 0 12쪽
32 생각보다 깊은 어둠 24.10.31 10 0 12쪽
31 수도원 폐허 24.10.30 10 0 13쪽
30 어둠의 심장 24.10.29 11 0 13쪽
29 다시 나타난 노크투스 24.10.28 1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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