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전쟁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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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우··· 뿌우!!!
외성문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와중에 성안에서 뿔피리 소리가 들렸다.
“우읏··· 뭐지···? 라··· 라진 갑자기 이건 무슨··· 소리야?”
‘불길하다. 지원군이라도 부르는 건가···?’
유느이트는 뿔피리 소리에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전사들을 독려할 뿐이었다.
“곧! 성문이 열린다! 우리를 막아서는 놈들에게는 자비를 베풀지 마라!”
하지만 성곽에 있는 궁수들은 뿔피리 소리에 환호했다.
“좋아! 됐다!! 이제 그들이 구하러 올 거야!”
‘그들···? 정말로 누가 온다는 것인가···?’
성곽에 궁수 하나가 웃으며 우리를 향해 외쳤다.
“하하하!! 늬들은 이제 다 뒈졌어! 지금 곧!! 후레자식 용병단이 성문으로 올 것이다! 그들의 병력은 족히 삼백은 넘거든!”
‘후레자식 용병단···? 그들은 범죄집단이잖아. 어떻게 그들이 알트란까지 왔다는 거지?’
어느새 성 외곽을 돌아서 수많은 인간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영지에 속한 정식군대는 아닌 듯 제각각의 무기들로 무장했지만, 다부진 체격과 눈빛의 살기는 보통의 병사들보다 뛰어난 전투력을 지닌 듯 보였다.
“우측이다! 적의 지원군이 왔다!”
“끠이이··· 뭐··· 적이 더 있다고···?”
외성문에만 신경을 쓰고 있던 전사들은 갑자기 나타난 수백의 적들로 인해 다소 동요했다. 전사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하여 유느이트가 소리쳤다,
“몇 놈··· 아니 몇백 놈들이 와도 상관없다! 우리 앞길을 막는 모든 인간에게 붉은 달의 힘을 보여줄 때다! 놈들에게 ! 죽음을!!”
족장인 유느이트의 외침으로 어수선해지려 하던 전사들의 분위기가 다 잡혔다. 그들은 죽음을 불사하고 끝까지 싸울 준비가 된 전사들이었다.
“놈들에게 죽음을!!”
“죽음을!”
이윽고 후레자식 용변단의 대규모 병력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붉은 달의 전사 하나하나는 모두 인간 병사 또는 용병단원 보다 훨씬 강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지만, 생각보다 적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이거 야단났군···’
삼백이라면··· 승리하더라도 전사 대부분은 죽는다··· 현재 붉은 달의 병력 규모는 겨우 오십.전사 하나하나가 소중한 전력이다.
“유느이트! 오트롱! 우리가 앞장서서 최대한 많이 썰어버리자! 전사들의 피해를 줄여야 해!”
내가 외치기도 전에 유느이트는 벌써 놈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오트롱은 역시 살벌한 눈빛으로 놈들을 향해 뛰쳐나갔다.
‘유느이트와 오트롱, 내가 최대한 놈들의 수를 줄인다!’
◆ ◆
후레자식 용병단의 뿔피리 소리를 들은 것은 성 근처에 있는 이들뿐만이 아닌 듯했다. 요란한 뿔피리 소리에 많은 영지 주민들이 잠에서 깨어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려 했다. 그리고 소리가 나는 알트란 성으로 조심스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울! 무슨 소리지?!”
알트란 성에서 왜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는지 사울은 알 도리가 없었다. 게다가 잠에서 깨어난 주민들의 숫자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너도나도 알트란 성의 방향으로 움직였다.
“모··· 모르겠습니다. 지금 많은 영지 사람들이··· 성으로 이동합니다!”
“모든 경비대원은 들어라! 알트란 성으로 이동한다. 주민들이 성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 오늘 밤 우리의 목적은 주민들의 안전이다!”
“네! 알겠습니다.”
핸더슨과 경비대원들 역시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알트란 성으로 이동했다.
◆ ◆
난전이 시작되었다. 붉은 달의 전사들과
“오트롱! 피해가 누적되면 아린에게로 이동해!”
나의 외침은 오트롱에게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는 무자비하게 적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모두 들어라! 부상으로 전투가 곤란해지면, 샤먼에게로 이동해!”
웨슬린에서 가장 전투력이 강하다는 후레자식 용병단이었지만, 미스릴 검과 갑옷으로 무장한 오크 전사들의 실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사들은 훈련받은 대로 간결하지만 강하고, 묵직하지만 빠른 검격으로 적들을 하나씩 도륙하고 있었다.
“으라야얏!!”
벌써 몇 놈이나 베었다. 하지만 놈들의 숫자는 압도적이다. 유느이트와 오트롱, 전사들 역시 분전하곤 있지만, 우리 전사들이 역시 조금씩 놈들의 공격에 쓰러지고 있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용병단과의 난전으로 성곽에 있는 궁수들은 더는 화살을 퍼붓지는 못했다.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놈들에게 죽음을!”
“끄아아앗!! 죽음을!”
전사들의 전의는 더욱더 불타올랐다. 하나둘 쓰러진 동료들로 인해 전사들의 분노는 끓어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아무리 적을 베어도 적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듯했다.
‘젠장··· 너무 많잖아···’
삼 백의 적을 상대하기엔 오십의 전사는 턱없이 부족했다. 오트롱과 유느이트 내가 최전선에서 많은 적을 베고 있지만, 우리의 피해 또한 점차 누적됐다. 놈들을 모두 도륙해내더라도 우리 전사들 역시 전멸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유느이트! 오트롱! 우리가 최대한 놈들을 썰어야 해!”
끼이이!! 쿵!
반쯤은 너덜너덜해져 뚫리기 직전이었던 알트란 성의 외성문이 열렸다. 우리가 가져온 충차는 바닥에 떨어져 있고, 지금은 누구도 성문을 공격하지 않고 있었기에 성문은 안에서 열렸을 것이다.
예상대로 외성문을 통해 성을 지키던 알몬스의 병사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숫자는 족히 백 명은 되어 보였다.
‘젠장··· 사백의 병력이면··· 도저히···’
하지만 이제는 방법이 없다. 죽을힘을 다해 놈들을 처리해나가는 수밖에!
◆ ◆
핸더슨과 그가 이끄는 경비대원들은 알트란 성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미 많은 주민이 성문 앞에서 벌어진 난전을 보고 있었다.
“뭐··· 뭐지? 오크들이 왔었잖아!?”
“게다가···! 지금 놈들은 누구랑 싸우고 있는 거지···?”
군중 중 하나가 후레자식 용병단의 깃발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깜짝 놀라 외쳤다.
“저··· 저것은!! 후레자식 용병단의 깃발이야! 왕국 최악의 범죄집단이 어떻게 우리 영지로 온 거지!?”
“알몬스 정신 나간 놈이··· 후레자식 용병단까지 불러들였나···!?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군중들의 이야기를 들은 핸더슨은 사울을 향해 물었다.
“후레자식 용병단이라고!? 확실한가!? 사울! 놈들의 깃발을 알아볼 수 있겠나!!?”
영지의 경비대원이라면 후레자식 용병단이 얼마나 악명높은 집단인지 모르는 이가 없다. 놈들은 돈을 위해선 아동 인신매매까지도 손을 대는 쓰레기 같은 집단이었으니까.
“··· 확실합니다. 알몬스··· 그가 후레자식 용병단까지 영지로 불러들였던 것 같군요···!”
“알몬스··· 대체··· 어디까지 갈 셈이냐···!! 용병단의 숫자는?”
핸더슨의 물음에 사울은 재빠르게 용병단의 규모를 확인했다.
“··· 정확하진 않지만··· 수 백 단위··· 삼 백정도 되어 보입니다. 라진이 저들을 이길 수 있을까요···?”
“······ 글쎄··· 쉽지 않을 거야. 설령 격퇴해낸다고 할지라도 오크들은 궤멸적인 피해를 입겠지.”
그리고 핸더슨과 사울은 외성문이 열리고, 알몬스의 사병들이 쏟아져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알몬스까지 움직이는 군요··· 사병의 숫자는 백 명 이상이니··· 라진은 사백의 적을 상대해야 할 겁니다. 라진은··· 여기까지인가 보네요···”
“크윽···”
핸더슨은 고민했다. 이곳에서 그들이 죽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괴로웠다.
“대장님··· 어떻게 할까요. 우선 주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시는 게···”
“사울··· 우리 경비대는 알트란의 주민들을 구하는 것을··· 저기 라진과 오크들에 맡겼네.”
“··· 네··· 그랬지요”
“라진과 오크들을 상대하기 위해 알몬스는 웨슬린 최악의 범죄집단을 불러들였어. 후레자식 용병단이 라진과 오크들을 죽이면··· 알트란을 가만히 둘 것으로 생각하나···?”
사울은 머뭇거렸다. 그리고 핸더슨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짐작하였다.
“영주가 직접 후레자식 용병단을 불렀을 거야. 그 말은 우리가 후레자식 용병단을 제어할 수 없단 소리지. 라진의 죽음으로 전쟁이 끝나면··· 알트란은 더 큰 암흑에 빠질 거야···”
사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는 못했다.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모두!! 모두 들어라!”
이내 핸더슨은 경비대원들을 향해 외쳤다. 경비대원들은 일제히 핸더슨을 바라보았다.
“저기! 오크들은 알트란의 해방을 위해! 인간과 오크가 공존하는 새로운 세상을 위해! 우리를 대신해 피 흘리기로 결심한 자들이다!”
“알몬스는··· 후레자식 용병단을 영지로 불러들였다. 왕국 최악의 인간쓰레기들을 여기 알트란! 우리 영지로 불러들인 것이다!”
경비대원들은 핸더슨의 생각을 하나 둘씩 알아차렸다. 이제 그들은 핸더슨의 명령을 기다렸다.
“알트란은! 인간쓰레기들의 발이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모두 들어라! 영지의 주민들을 위해! 알트란을 위해! 해방전쟁에 우리도 참전한다! 뜻이 다른 이는 참전하지 않아도 좋다!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다!”
경비대원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알트란 성에서 오크들과 후레자식 용병단의 난전을 보고만 있었던 것이 답답했던 것일까. 그들은 모두 검을 뽑아 들었다.
“알트란의 자랑스런 경비대원들이여! 나를 따르라! 오늘 밤 우리는 알트란을 위해 피 흘릴 것이다! 알몬스와 우리 영지를 탐하는 후레자식들을 몰아낼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가보자고!!! 두 번 다시 우리 영지에 쓰레기들이 올 수 없도록 해!”
핸더슨의 외침에 경비대원 모두 함성을 질렀다.
“가자!! 나를 따르라!!”
힘차게 달려나가는 핸더슨을 필두로 백 오십 병력의 알트란 경비대가 성을 향해 뛰어나갔다.
◆ ◆
오트롱은 피 칠갑을 한 모습이었다. 수없이 도륙해낸 적들의 피로 그의 몸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오트롱의 팔다리 역시 성한 곳이 없었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오트롱! 괜찮냐! 아린에게 한 번 다녀와!”
“크랴아아앗!! 아직! 멀었다!!”
여전히 오트롱의 함성과 적들의 비명이 귀를 찌르고 있었다. 나 역시 치명상은 피하고 있지만, 피해가 누적되고 있었다. 가장 선두에서 전투를 이어온 유느이트 또한 마찬가지. 용병단 만으로도 벅찬데 알몬스의 사병들까지 전투에 합류하면서, 우리 쪽 피해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미 많은 오크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젠장··· 너··· 너무 많아!’
와아아아!!!
멀리서 함성이 들렸다. 소리가 나는 쪽을 확인해보니 핸더슨이 그의 경비대원들을 이끌고 성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해··· 핸더슨!”
경비대원들은 성문으로 빠르게 접근했고, 알몬스의 병사들을 덮치기 직전이었다.
“알트란의 경비대가 왔다. 알몬스와 후레자식 모두를 도륙할 것이다!”
핸더슨의 외침에 온몸에 전율이 타올랐다. 죽음의 위기에서 핸더슨이 우리를 구하러 온 것이다.
“모두 들어! 알트란의 경비대가 전투에 합류한다! 놈들을 밀어붙여!”
그리고 갑자기 강철뱀 한 마리가 후레자식 용병단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쌔애!!!! 쌔애!!!
용병단원들은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강철뱀에 당황한 듯 소리쳤다.
“뭐··· 뭐야 저 괴물은!!”
“마법사··· 적 중에 마법사가 있었나!”
’아린! 해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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