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에게 나라를 팔겠다니! 자네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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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루나버드
그림/삽화
다교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6
최근연재일 :
2024.11.24 09:32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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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12
글자수 :
324,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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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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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축제 (1)

DUMMY

성문 밖에는 수많은 시체가 즐비해 있었다. 물론 오크 전사들의 시체도 곳곳에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은 후레자식 용병단원들의 시체들이었다. 핸더슨의 바람대로 블랙슈반을 제외한 모든 후레자식은 이곳에서 모두 목숨을 잃었다.


“드디어 전투가 끝났군··· 고박사 우리가 전사들을 얼마나 잃었지···?”


“··· 다친 전사들 역시 많았지만, 그들은 아린이 치료했다. 목숨을 잃은 전사들은··· 딱 스물이구만···”


오십의 전사들 가운데 스물을 잃었다. 후레자식 용병단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훨씬 더 적은 피해로 해방전쟁을 끝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개자식들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스물이라면··· 전력의 4할을 이곳에서 잃어버린 것이다. 경비대와 우리 사이의 힘의 균형은 깨져버렸다. 경비대의 대부분은 살아남았지만, 그들 역시 몇몇 안타까운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라진··· 끝났군. 알트란의 정리는 우리가 맡겠네. 죽은 전사들을 수습하도록 해”


“경비대가··· 오지 않았다면 우린 전멸했을지 몰라요···”


알몬스의 사병들과 후레자식들에게 둘러 쌓여있을 때, 우리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아린의 미스릴 뱀이 나타나 주긴 했지만, 경비대의 참전이 없었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것이다.


“··· 고마워할 필요 없다. 우린 알트란을 지키려 했을 뿐이야···”


핸더슨과 이야기하는 와중에 알트란의 주민들이 우리 쪽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핸더슨을 향해 소리쳤다.


“해··· 핸더슨 경! 지금···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요!?”


“오··· 오크들 이들이 어찌해서 성으로 왔으며, 경비대원과 함께··· 전투를 하다니···”


알트란의 주민들은 불과 오늘까지도··· 산맥토벌을 위한 강제징집 그리고 전투 훈련을 받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이 혼란스러운 것이 당연했다. 핸더슨은 이 상황을 어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라진입니다. 아시다시피··· 알몬스는 주민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후레자식 용병단 까지 영지로 끌어들였죠. 우리의 목적은 알몬스였습니다. 다른 주민들을 해치는 일은 일절 없을 거예요.”


“네··· 네놈들이 주민들을 위해서··· 알몬스를 몰아내러 왔다고?”


당연히 믿기 힘든 말일 것이다. 그들로서 오크들은 호시탐탐 알트란을 침략하고 싶어 하는 존재일 테니까. 나를 대신해 핸더슨이 입을 열었다.


“오크들은··· 인간들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공존을 원합니다.”


“하하··· 핸더슨 경 그게 무슨 소리요··· 공존이라니.”


“들으신 대로입니다. 영지 외곽의 빈 땅에 우리는 새로운 터전을 만들고··· 알트란에서 함께 살아갈 것입니다.”


나의 말이 끝나자 몰려온 주민들 모두가 크게 당황하여 웅성거렸다.


“라진··· 무슨 소린가! 알몬스가 목적이었다면, 이제 그것을 달성했지 않나? 너희들은 산맥에서 살아가···”


“그들이 알트란을 구한 것은 사실입니다. 영지를··· 구한 이들을 쫓아낼 순 없습니다. 내일 아침 날이 밝으면··· 모든 주민께 지금의 상황과 앞으로의 일에 관해 설명해 드릴 테니··· 돌아가 주십시오”


“오크들이··· 알트란을 구했다니···!”


“우리 경비대는 결코 여러분들이 우려하시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놈들과 함께··· 이곳에서···”


“외곽에 빈 땅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들과 화합한다면··· 알트란 역시 오크들의 침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저를 믿고 한번··· 지켜봐 주십시오.”


핸더슨은 모든 알트란 주민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그의 간곡한 태도에 군중들은 물러섰다. 그들은 각자의 집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핸더슨 경··· 우리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라진··· 당분간··· 우리 대원들이 너흴 감시할 거야. 공존··· 공존을 원한다면··· 너 또한 주민들의 불안을 잠재울 방법을 고민해보도록 해. 어디로 갈 거지?”


“제가 살던 집··· 그곳과 그곳 근처에 터를 잡으려고요”


내가 살던 집은 산맥에 가까웠고, 영지의 집들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있었다. 집의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경작이 가능한 빈 땅이 널려있었다.


“좋아··· 곧 들르도록 하지.”


핸더슨은 나의 목적지를 확인한 후 경비대원들 곁으로 돌아갔고, 근처에 있는 유느이트가 전사들을 향해 외쳤다.


“모두! 전사자들을 수습해라! 장례를 치를 것이다!”



◆ ◆



우리는 모두 내가 살던 집 근처로 이동해왔다. 그리고 전사자들을 위한 장례를 치르고 있었다.


타닥타닥···


해방전쟁에서 목숨을 다한 스물의 전사들이 불길에 휩싸여 타들어 가고 있었다. 전사들의 시신이 산짐승 또는 까마귀의 먹이가 되지 않도록 화장해주는 것이 장례의 전부였다.


어느새 아린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오빠! 그래도··· 죽을 고비는 또 한 번 넘겼네?! 인상 좀 피지~?”


전사들의 죽음은 안타까웠지만··· 내가 인상을 구기고 있는 것은 그 때문만이 아니었다. 막상 알몬스가 죽고 나니 허탈감이 몰려들었고, 새로운 터전을 잡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당장 오늘 밤··· 어디서 자나··· 우리 집에 모두가 들어갈 순 없는데···’


“하핫! 라진··· 정말 재미있는 친구야! ‘이제 뭐부터 하지!?’ 딱 이런 생각을 하는 표정이구만!”


“라··· 라진··· 내가 봐도··· 그런 표정이야. 하핫”


고박사와 오트롱은 나의 심정을 정확히 읽었다.


‘이 자식들··· 뭔가 좋은 수가 있으면 늬들이 얘기해 보라지···’


라고 생각하자마자 고박사는 입을 뗐다.


“첫 번째! 지금은 여름이다.! 오크나 고블린은 며칠 밖에서 잔다고 해서 전혀 무리가 되지 않지. 모기들은 오크를 싫어한다네! 인간이자 샤먼인 아린만 너의 집에서 잘 거야···! 단, 네 놈은 밖에서 오크들과 함께 자도록 하게! 하핫”


차라리 밖에서 전사들과 함께 노숙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럼 당장 오늘 밤은··· 그렇게···’


“두 번째! 그렇다고 해서, 매일 노숙을 할 순 없지. 내일부터는 집을 짓기 시작할 거야!”


당연히 그 생각은 나도 했다. 밀가루로 빵 만드는 당연한 소리를 하는 고박사가 어이가 없었다.


“삼십이 넘는 인원들이 살 곳을 짓는 다는 게··· 쉬운 일이···”


“하핫! 라진! 자네 정말··· 구제 불능이구먼! 도무지!! 똑똑한 구석이 전혀 없어! 무지무지 도무지 말일세!!


‘무지무지 도무지?’


”이곳은 알트란이야! 인간들이 사는 영지지! 그리고 집 짓는 기술은 인간들이 훨씬 좋아. 인간들에게 의뢰할 거야!“


”이봐! 고박사. 이곳의 인간들은 우리 노예가 아니야. 그들이 우리를 위해 집을 지어 줄 것으로 생각해?“


”라진··· 당연히 기술과 노동력에 상응하는 보수를 줘야겠지···“


”우린 무일푼이야!“


”그렇지 않네···! 저것들을 보게···“


고박사는 전사자들이 쓰던 미스릴 소드들을 가리켰다.


”모자라면 더 준다고 하게! 내가 알기로 미스릴은 대륙에서 가장 귀한 물건이지··· 인간들이 가치를 안다면 흔쾌히 집을 지어 줄걸세!“


고박사의 말대로··· 미스릴은 금보다도 귀한 물질이다. 무기의 재료일 뿐 아니라, 건축, 장식, 농기구 어떠한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최고의 성능을 보이는 금속이다. 가치를··· 알아볼 것이다.


”세 번째! 인간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 자네를 위한··· 나의 묘안이지··· 하핫! 벌써 전사하나를 산성으로 보냈어. 내일 오크들이 미스릴을 이곳으로 가져올 거야. 라진, 자네는 가져온 미스릴들을 근처 영지로 가서 처분하게. 인간들이 사용하는 돈이 필요할 거야! 그리고 그 돈으로!!!!“


”그··· 그 돈으로?“


고박사는 빙긋 웃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더니···


”그 돈으로 그 영지의 모든 술을 사 오도록 하게!“


”술!!!?“


”하핫! 알트란의 해방을 축하하는 축제를 열 걸세! 인간과 오크들이 화합하는 자리를 만들어야지! 그리고 말이야···“


‘또··· 또 뭐야···’


”우리로 인해 알트란은 대륙에서 가장 부유한 영지가 될 거라네···! 미스릴 때문에 웨슬린의 모든 재화가 알트란으로 차츰 옮겨오게 될 것이야 하핫 그때가 되면 알트란 주민들 역시 우리를 고마워할 것이라네. 하핫!“


우리가 가진 최고의 무기를 잊고 있었다. 미스릴이라면··· 어떤 곳에서도 큰 값을 지불할 것이다. 우리는 미스릴을 활용해 다른 영지에서 돈을 벌고, 그 돈을 알트란에서 소비한다. 고박사의 말대로 알트란은 부유한 영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 한 가지 더! 라진···! 수요와 공급에 대해서 아나?“


”수요와 공급···?“


”하핫 당연히 모르겠지. 내가 괜한 질문을 했구만··· 하하핫“


계속해서 바보 취급을 받고 있지만, 고박사의 입을 막을 수 없었다. 그가 지껄이는 모든 말들은 지금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피와 살이 되는 조언들이었으니까.


”공급이 많아지면 가치는 떨어지는 법이야. 여러 영지에서 소량씩 비싼 값으로만 미스릴을 공급해야 한다는 법이지! 물론 미스릴은 차고 넘치지만 말일세! 하핫“


고박사··· 과연 경이롭다. 얄미울 때도 있지만, 놈이 우리와 함께하는 사실에 새삼 감사했다.


”그렇지만··· 고박사··· 그 많은 미스릴을 처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미스릴이 귀한 건 사실이지만··· 그것을 요구하는 사람이 누군지 우린 다 알지 못한다고.“


나의 말에 고박사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고박사가 입을 열려고 하자, 아린이 먼저 그가 할말을 눈치채고는 고박사 흉내를 냈다.


”하핫! 라진! 정말 멍청하군! 멍청해“


오트롱 역시 맞장구쳤다.


”하핫! 라진··· 구제 불능이구만“


고박사 흉내를 낸 아린과 오트롱은 깔깔 웃어젖혔다. 고박사가 나를 멍청이 취급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큰 즐거움인 듯했다.


”하핫! 라진··· 오트롱과 아린 역시 자네의 멍청함을 알아차린 듯하구만··· 하핫! 어리석은 자네를 위해 내 다시 한번 가르침을 내려줌세!“


열받지만··· 어쩔 수 없다. 고박사가 나보다 압도적으로 똑똑한 것은 사실이니까···


”라진! 우리는 도매상이야. 도매상! 필요한 이들을 찾아 판매하는 것은 소매상의 일이지! 우리는 다른 영지로 가서! 영지에서 발이 넓은 상인들에게 미스릴을 도매로 넘기기만 하면 된다네! 이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나 하핫!“


”그··· 발이 넓은 상인이라면··· 누구를···“


”아니··· 라진 어디까지 입을 벌릴 셈인가? 거기서부터는 네놈이 알아서 해야지!“


”크으···“


오늘 밤 수도 없이 멍청이 취급을 당하긴 했지만, 고박사 덕분에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갈피가 잡혔다. 미스릴을··· 돈으로 바꾼다. 그리고 그 돈을 써서 인간들과 함께 터전을 가꾼다. 아! 그리고 축제도 빼놓을 수 없지.


”좋아! 내일 내가 근처 영지로 가서 어떻게든 미스릴을 처분해 돈을 만들어 올게!“


”오빠 같이 가면 안 돼!?“


”나··· 나도 갈래!“


오트롱과 아린은 나와 함께 다른 영지로 가고 싶어 했다.


”음··· 오트롱 넌 같이 가자. 아린은 여기에 남아줘. 내가 없으면,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이는 너뿐이야. 인간들이 이곳에서 집을 짓는다면, 분명 통역이 필요할 거야. 이번엔 내 말을 들어줘··· 부탁이야···!“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린 뿐이란 사실을 그녀도 알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나의 요청들 들어주었다.


”헤에··· 하는 수 없지 뭐··· 오빠 대신 금방 돌아와야 해···!“


”당연하지··· 날이 저물기 전에 돌아올 거야!“


아린이 나와 함께 떠나지 않는 것으로 정해지자, 오트롱은 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그럼··· 나도 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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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교대 24.11.20 22 2 13쪽
56 골렘 웨이브 (9) 24.11.20 21 2 12쪽
55 골렘 웨이브 (8) 24.11.19 20 2 12쪽
54 골렘 웨이브 (7) 24.11.17 21 2 12쪽
53 골렘 웨이브 (6) 24.11.16 25 2 12쪽
52 골렘 웨이브 (5) 24.11.15 25 2 12쪽
51 골렘 웨이브 (4) 24.11.14 23 2 12쪽
50 골렘 웨이브 (3) 24.11.13 22 2 12쪽
49 골렘 웨이브 (2) 24.11.12 2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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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재판 (2) 24.11.08 23 2 11쪽
44 재판 (1) 24.11.07 24 2 12쪽
43 축제 (5) 24.11.06 24 2 12쪽
42 축제 (4) 24.11.05 33 2 12쪽
41 축제 (3) 24.11.04 34 2 12쪽
40 축제 (2) 24.11.04 37 2 13쪽
» 축제 (1) 24.11.02 36 2 12쪽
38 해방전쟁 (4) 24.11.01 34 2 12쪽
37 해방전쟁 (3) 24.10.31 33 3 12쪽
36 해방전쟁 (2) 24.10.30 34 3 12쪽
35 해방전쟁 (1) 24.10.29 34 3 12쪽
34 매듭 24.10.28 4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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