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에게 나라를 팔겠다니! 자네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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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루나버드
그림/삽화
다교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6
최근연재일 :
2024.11.24 09:32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3,349
추천수 :
212
글자수 :
324,787

작성
24.11.16 20:20
조회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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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골렘 웨이브 (6)

DUMMY

“저기··· 잠깐 일어나 보셔야 할 것 같아요!”


마차 짐칸에 누워 잠깐 눈을 감자마자 마차를 몰던 청년이 나를 불렀다.


‘음··· 마차에 문제가 있나?’


눈을 뜰 힘이 아까워 눈 감은 채로 그에게 대답해 주었다.


“무··· 무슨 일 있나요···”


“아니요··· 이제 거의 다 와서요.”


크타리아에서 카르넬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이다. 동이 트자마자 출발했지만 적어도 해가 지기 전에는 도착할 수는 없다. 하루 꼬박 걸리는 거리일 텐데··· 어떻게 벌써···?


“벌써 다 왔다고요? 온종일 걸리는 거리일 텐데요!?”


“네, 온 종일 주무셨어요··· 거의 다 왔습니다.”


진짜··· 정말로 눈을 잠깐 감았을 뿐인데··· 하루가 훌쩍 다 지나 버렸단 말인가. 눈을 뜨고 바깥을 살피니 이미 해는 졌고 어둠이 내려와 있었다. 그리고 아린과 오트롱의 상태를 확인했다.


“드르렁······ 드르렁···!”


오트롱은 여전히 곯아떨어져 있었고 여전히 퀭하고 처참한 몰골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묘하게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듯 보였다.


“새근새근···”


아린 역시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두 사람은 카르넬에 완전히 도착할 때까지 조금 더 재우기로 했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마차 운적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하··· 먼 길 마차를 모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네··· 그런데 그것보다 여기 좀 보세요··· 완전 폐허가 됐어요.”


청년의 말대로 카르넬 영지는 폐허나 다름없었다. 영지에는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모든 가옥이 파괴되어 있었다. 파괴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주택 대부분은 벽들이 뜯어지고 기둥이 부러져 주저앉아 무너져내려 있었고, 운 좋게 기둥이 파괴되지 않은 집 역시 모든 벽이 무너져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었다.


“과연··· 이게 다 골렘들의 짓이란 건가···”


티칸의 말에 따르면, 카르넬를 침략한 골렘들을 인간이 직접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모든 영지 사람들은 성으로 피난 갔을 것이다. 성벽에서 발리스타로 하나씩 골렘들을 잡아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니까.


“역시 소문이 사실인가 보네요···”


“크타리아에도 카르넬을 침략한 골렘에 대한 소문이 돌았나 보네요?”


“네, 골렘들이 이곳을 공격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것이 한 달 전쯤이고 카르넬이 함락되었단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으니··· 놈들을 잘 막아낸 줄로만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곳은··· 정말 처참한 모습이네요.”


“아마, 영지의 모든 사람이 성에 모여있을 겁니다. 얼른 성으로 가주세요···”


나의 요청에 청년은 멋쩍은 웃음을 짓고 나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성··· 성까지 말인가요? 저는 이제 돌아가도 되지 않을까요?”


“걸어서 크타리아로 돌아가는 것은 무리예요. 저희랑 성으로 가셔서 하룻밤 묵고 내일 출발하셔야 할 겁니다. 그리고 이제 골렘들은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왔으니까요.”


골렘을 걱정하지 말라는 소리에 그는 어이없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의 말대로 이제 와 크타리아로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을 그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뭐··· 방법이 없네요···”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성으로 마차를 천천히 몰고 있었다. 우리가 골렘들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얼마나 더 갔을까··· 저 멀리 카르넬의 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벽 앞에는 골렘들의 잔해로 바윗덩어리가 곳곳에 즐비해 있었고, 몇 마리의 골렘이 성벽에 달라붙어 성벽을 향해 우악스러운 주먹을 꽂아 넣고 있었다.


‘생각보다 몇 마리 없네···?’


성벽에 붙은 골렘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성벽 위에 설치된 발리스타가 골렘을 향해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위잉!! 탕!!! 꽝!!


발리스타가 거대한 화살을 쏘아 골렘을 맞출 때마다 우레같은 파열음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발리스타가 쏜 화살이 골렘 한 마리의 가슴을 정확하게 꿰뚫자, 골렘은 힘을 잃고 고꾸라졌다. 하지만, 팔다리 등 가슴을 제외한 부위를 맞은 골렘들은 화살을 맞은 부위가 파괴되어 움직임이 둔해졌을지언정 여전히 꾸물꾸물 움직이며 성벽을 공략했다.


‘가슴··· 정확히 가슴을 꿰뚫어야 놈을 쓰러뜨릴 수 있구만···!’


마차와 성이 충분히 가까워지자 청년을 마차를 멈추었다.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저기 해자··· 해자가···!!”


마차에 내려 성벽을 둘러싼 해자에 다가가 보았다. 해자의 물이 흘러넘쳤는지 땅바닥은 진흙탕이 되어있었으며 해자로 이동하는 걸음을 방해했다. 몇 걸음 더 다가서자 해자의 물이 흘러넘친 까닭을 알 수 있었다.


“뭐··· 뭐야 이것들은!”


물이 채워져 있어야 할 해자는 물 대신에 골렘들로 득실득실했고 기괴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끄어어···”


“끠기이기긱”


‘정말 소름 끼치는 소리군···’


카르넬 성은 수성을 위해 성벽에서 따라 해자를 파놓은 구조였다. 해자를 성벽에 딱 붙여 파놓진 않아서인지, 해자와 성벽 사이에는 약간의 간격이 존재했고 해자를 기어올라 탈출한 몇 마리의 골렘이 성벽에 달라붙은 상황이었다.


카르넬 성으로 전진하던 골렘들은 하나같이 모두 해자에 빠져버려서 차츰 해자를 메웠을 것이고, 해자의 물이 흘러넘쳤다. 해자는 제법 깊었지만, 빠진 골렘들의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많아지자 먼저 들어온 골렘들은 바닥에 깔렸고 골렘들은 골렘을 밟고 일어섰다. 그중 일부의 골렘들이 또 근처의 골렘을 발판 삼아 조금씩 조금씩 밖으로 빠져나오는 형국이었다.


“성문!! 성문을 열어주세요!”


해자를 건널 수 있는 다리는 골렘들의 이동 경로를 차단하기 위하여 수직으로 세워져 성문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성문을 열어 다리를 만들어내어야 내가 건너가 저 골렘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응? 잘 안 들리나···’


“제가 건너가서 놈들을 처리하겠습니다. 다리를 내려주세요!!”


성벽 위의 병사들을 올려다보았다. 그들은 나의 모습을 분명히 확인했고, 나의 외침 역시 명확하게 들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나에게 성문을 열어 다리를 만들어 주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 보였다.


‘날··· 못 믿는군!’


다리가 놓이면 골렘들이 다리를 부여잡고 일부가 해자를 탈출하는 것을 염려했을 것이다. 우리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당연히 그들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


꾸앙!! 꽈앙!


그들이 망설이는 지금도 성벽에 달라붙은 골렘은 끊임없이 성벽을 후려치고 있었다. 골렘의 주먹이 박힐 때마다 성벽에는 균열에 생기고, 곳곳에 구멍이 뚫리려 했다. 성벽이 뚫리면··· 성안의 인간들이 골렘을 막을 방법은 없다.


성벽 위에서 발리스타를 쉼 없이 쏘아대고 있지만, 가슴팍을 정확히 명중하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발리스타의 공격으로 양팔이 다 떨어져 나간 골렘은 제 머리를 주먹 삼아 성벽으로 들이받았다. 확실히 꿰뚫지 않으면 골렘을 쓰러뜨릴 수 없다.


‘서둘러야 한다. 건너가는 방법이···’


진흙탕이 된 땅을 힘차게 달려 마차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짐칸에서 깊은 잠에 빠진 오트롱의 뺨을 냅다 후려갈겼다.


철썩! 찰싹찰싹!!


“야!! 오트롱 비상상황이야!! 빨리 일어나!!!”


“드르렁······ 피유의유이유······ 드르렁······”


간밤에 얼마나 힘을 소진했는지··· 그렇게 세게 뺨을 갈겼는데도 오트롱은 미동이 없다.


‘음··· 그렇다면···!’


오트롱의 배를 향해 힘껏 주먹을 꽂았다.


“크헉!!!”


어리둥절?


오트롱은 갑작스러운 큰 충격에 가까스로 눈을 떴다.


“뭐··· 뭐야!! 적이다!?”


“오트롱 나야! 잘들어 지금 비상사태야. 한 가지만 도와주고 다시 자.”


“라··· 라진, 오··· 오트롱은··· 자야 한다···!”


간신히 깨어났지만, 여전히 오트롱은 눈꺼풀을 들고 있기 힘겨워 보였다. 적의 공격이 아닌 것을 인지한 오트롱은 다시 숙면을 원했다.


“그래! 자야 하는 건 알겠는데 부탁 하나만 들어주고 자. 금방 끝나니깐”


오트롱은 슬픈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꼭··· 지금이어야 해?”


“그래 임마! 빨리 끝내고 다시 자. 빨리 따라와.”


오트롱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짐칸을 나와 나를 따라 해자 근처로 왔다.


“흐암··· 이것 때문이야? 자고 일어나서 내가 다···”


“일단··· 내가 건너편으로 넘어가야 해. 날 좀 집어 던져서··· 건너편으로 보내줘. 잘할 수 있겠지?”


해자의 폭은 네 명의 인간 키를 합한 정도이다. 이 정도 폭이면··· 오트롱의 완력으로 충분히 나를 반대편까지 날려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해자를 건널 유일하고도 빠른 방법이다.


“아··· 그래! 그럼 반대편으로 라진을 던지고··· 오트롱은 다시 잔다.”


“그래그래! 어서 시간이 없다고!”


오트롱은 나에게 저벅저벅 다가오더니 나를 번쩍 집어 들었다.


“내가 몸을 웅크리고 있을 테니까··· 공 던지듯이···! 알지? 별로 멀지도 않잖아. 혹시라도 실수하면 안 돼!”


오트롱은 건성건성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가 던지기 좋도록 몸을 최대한 웅크려 몸을 말았다.


“오트롱··· 해자 앞으로 몇 발짝 더 가야 하는 거 아닐까?”


그는 잠의 유혹에 어떻게든 빨리 일을 끝내고 싶은 표정이었다. 그는 제자리에서 나를 힘껏 던져버렸다.


‘간다··· 생각보다 높게 떠오르지 않은 것 같은데···?’


피유우우웅웅···


‘잠깐만··· 이거 거리가··· 되려나? 에이 설마···’


한 가지 내가 간과한 것은 오트롱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제정신도 아닐뿐더러 자신의 모든 힘을 엉뚱한 곳에 쏟아부어서인지, 꼭 필요한 때에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 것 같았다.


“야이 새끼야! 거리가··· 모자라잖아!!!”


공중을 날아가는 동안 오트롱을 향해 소리쳤으나 그는 벌써 뒤돌아서 마차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크··· 큰일 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해자 한가운데 떨어지지 않는다는 정도였다. 나는 낙하지점을 예측하고 빠르게 탈출 방법을 생각했다.


넓은 곳에서 놈들과 싸우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저곳은 골렘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검을 휘두를 공간조차 없다. 그리고 몇 마리 쓰러뜨리다 한들 전혀 상황은 호전되지 않을 것이다. 제일 위험한 사실은 내가 넘어져 놈들에게 깔리면 무조건 사망이란 점이다. 반드시 균형을 유지하고 놈들을 밟고 해자를 탈출해야 한다.


‘좋아··· 할 수 있다. 넘어지지만 않으면··· 놈들을 밟고 튀어나올 수 있어!’


체공이 끝날 때 즈음에도 골렘들은 내가 난입하는 것을 알아내지 못하고 저들끼리 끼그덕 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낙하지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골렘의 머리에 나의 미스릴 소드를 박아넣었다.


빠가악!!!


골렘의 정수리에 나의 검이 세로로 박혔고, 나는 검자루를 온 힘을 다해 부여잡았다. 날아오던 힘으로 내 몸은 여전히 앞으로 쏠려 고꾸라지려 했지만, 골렘에게 박힌 검과 꼭 부여잡은 검자루로 인해 튕겨 나가지는 않았다. 검을 중심으로 나의 몸이 빙글 몇 바퀴 돈 후에야 착지··· 아니, 골렘의 어깨를 밟고 서는 것이 가능해졌다.


나의 등장을 알아낸 골렘들이 내가 밟고 선 골렘을 향해 세차게 밀착해댔다.


끼긱··· 끼기긱···!


“끄어어!”


“끠이으어”


골렘들이 밀착하자 서로의 몸을 부대끼는 마찰로 인한 돌이 갈려 나가는 소리와 그들이 내는 기괴한 소리가 내 귀를 쑤시고 있었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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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교대 24.11.20 22 2 13쪽
56 골렘 웨이브 (9) 24.11.20 21 2 12쪽
55 골렘 웨이브 (8) 24.11.19 20 2 12쪽
54 골렘 웨이브 (7) 24.11.17 21 2 12쪽
» 골렘 웨이브 (6) 24.11.16 2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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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축제 (2) 24.11.04 37 2 13쪽
39 축제 (1) 24.11.02 35 2 12쪽
38 해방전쟁 (4) 24.11.01 34 2 12쪽
37 해방전쟁 (3) 24.10.31 33 3 12쪽
36 해방전쟁 (2) 24.10.30 34 3 12쪽
35 해방전쟁 (1) 24.10.29 34 3 12쪽
34 매듭 24.10.28 4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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