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에게 나라를 팔겠다니! 자네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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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달꿀
그림/삽화
다교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6
최근연재일 :
2024.11.24 09:32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3,473
추천수 :
212
글자수 :
324,787

작성
24.11.19 20:33
조회
21
추천
2
글자
12쪽

골렘 웨이브 (8)

DUMMY

엉망진창이 되었던 양쪽 다리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었다. 해자를 가로질러 길게 늘여 뜨러 진 성문은 이제 마차도 거뜬히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되었고, 해자 속 골렘들은 다리가 놓이자 다리로 손을 뻗어 다리 위로 기어오르려 애를 쓰고 있었다.


’징글징글한 놈들···‘


끼기긱··· 끼익··· 끽끽···


골렘들을 서로가 서로를 밟아 다리 위를 올라가려 부대끼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돌덩이들이 갈려 나가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내 한두 마리의 골렘이 다리 위로 거의 올라오려 하자···


까딱까딱!


아린이 그녀의 뱀을 바라보며 손짓했다. 손짓을 확인한 뱀은 해자를 가로지르는 다리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다리 위로 빼꼼히 내민 골렘의 머리를 꼬리를 휘둘려 날려버렸다. 머리가 날아갔음에도 골렘은 기어이 다리를 오르려는 듯 다리 위를 더듬거렸다.


쌔애! 빠악!


뱀의 꼬리가 골렘의 가슴을 꿰뚫자 그제야 골렘은 움직임을 멈추고 해자로 떨어져 나갔다. 뱀은 쉬지 않고 다리를 공략하는 골렘들은 하나씩 처치해버렸다.


”아··· 아린! 이제 마차를 불러! 성안으로 들어가자!“


아린이 마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린의 신호를 확인한 청년이 마차는 천천히 몰아 해자의 다리를 건너 성문 바로 앞까지 이동했다. 청년은 놀라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아린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 뱀을··· 당신이 소환한 건가요!!?“


아린은 청년의 경외에 찬 눈빛에 싱긋 웃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놀랐던 것은···


”아니!! 당신··· 살아있네요! 저기에 빠져서 살아나올 줄이야···“


”하하··· 그보다 좀 도와줄래요··· 당장은 움직이기가 좀 불편해서···“


청년은 나에게 빠르게 다가와 나를 부축해주었다.


”혼자 걸을 순 있는데··· 얼른 들어가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골렘이 한 입 크게 베어 물어 커다란 반원이 생겼던 나의 발목은 어느새 새살이 몰라보게 차올랐고, 정강이뼈 역시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붙어 올곧은 다리의 형태를 되찾았다.


”회··· 회복능력까지···“


”일단 들어가죠, 들어가시는 대로 묵을 곳을 구하고 하룻밤 쉰 다음에 크타리아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마차를 몰고 가셔도 좋습니다.“


청년과 아린은 마차 운전석에 나란히 앉았고, 나는 무거운 몸을 움직여 마차의 짐칸으로 발라당 누워 버렸다.


”드르렁··· 피유의유이유······ 드르렁···!“


’졌다! 졌어···! 이 자식, 아직도 이렇게나 퍼질러 자고 있었구만···!‘


해자로 나를 빠뜨려버린 오트롱이 얄밉긴 했지만, 어쨌든 살아 돌아왔다. 골렘들의 다음번 공격을 막기 위해선 오트롱도 회복을 해야 할 것이다.


드르륵륵! 덜덜덜더럴!!


마차가 성안으로 진입하자 병사들은 해자의 다리를 올려 성문을 굳게 닫아 버렸다. 그리고 마차를 향해 병사들이 쏜살같이 쫓아왔다. 그들은 낯선 이 들의방문을 경계했지만, 성문을 박살 내려는 골렘들로부터 성을 지켜냈다는 사실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그들의 대장이 흥분한 표정으로 우리를 향해 외쳤다.


”알트란에서 왔다고요!? 국왕의 명을 받고!? 정체가 무엇입니까? 어떻게···! 인간의 힘으로 골렘을 박살 낼 순 없는데··· 게다가 그 뱀은!? 도대체 뭡니까!!“


대장 잔뜩 흥분하여 우리에게 질문해 대었다. 우리의 정체와 카르넬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이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마차에 내렸다.


”안녕하세요··· 알트란에서 온···“


그들에게 우리의 소개를 하려 했을 때, 아린이 불쑥 끼어들었다.


”안녕하세요! 알트란에서 온 아린이에요! 우리는 오크들의 부족인 붉은 달 소속이지요. 지금 당장 봉화를 올려주세요. 며칠 내로 우리의 전사들이 달려와 이곳을 사수해 줄 것입니다.


“아··· 네 맞습니다. 그렇죠”


“전사··· 전사들이요?”


“네, 그렇답니다. 봉화를 알트란에서 확인하면 수십의 오크 전사들이 이곳으로 달려올 거에요. 이제 안심이에요!”


오크들이 몰려온다는 소식에··· 그들은 혼란스러워했다. 미심쩍은 표정으로 아린에게 말했다.


“오크들이 우리를··· 도와준다고? 그럴 리가······”


그들의 의심이 시작되자 아린의 표정이 잠깐 싸늘하게 변했다. 이내 미소를 되찾은 아린은 그들에게 말했다.


“어차피··· 우리 없으면 이곳은 내일 당장 함락될걸요···? 지금 바로 봉화를 올리세요. 그리고 묵을 곳을 마련해주세요. 성문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요. 아! 마지막으로 마차 짐칸에 오우거가 한 마리 자고 있을 거예요. 그를 침대 위에 곱게 옮겨 주세요!”


오크들이 자신들의 영지를 구하러 온다. 게다가 선발대로 온 여자아이는 거대한 뱀을 소환했고, 마차에는 잠들어 있는 오우거가 실려있다. 분명 그들에게는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혼란스러워하는 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기 위하여 그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오우거는 공격하지 않습니다. 걱정 마세요. 알트란으로 티칸 장군이 찾아왔습니다. 그를 통해 카르넬을 사수하고 골렘들의 근거지를 소탕하라는 국왕의 명을 받았고요. 티칸은 어디에 있죠?”


“티··· 티칸 장군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소. 곧 돌아온다고는 알고 있는데···”


“티칸 장군이 우리의 신원을 보증해 줄 것입니다. 방금까지 성벽을 깨려던 골렘들을 처리해주었는데 지금 우릴 경계할 이유도 없잖아요. 우선 이곳의 상황을 설명해주세요.”


성벽을 공략하는 골렘들을 우리가 처리했다. 우리를 경계할 필요가 없음을 그들도 약간은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들의 대장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한 달 전부터··· 골렘들이 밀려왔소. 병사들이 그들을 상대하려 했지만, 단단한 돌덩어리를 병사들이 힘으로 깨부수는 건 불가능했소. 다행히 카르넬 성의 성벽은 해자가 둘러싸서··· 놈들이 성안으로 접근할 수 없었소.”


골렘들은 사람들이 있는 곳을 맹목적으로 돌진했다. 인간처럼 지능을 지니지는 않은지, 해자가 있건 없건 성을 향해 달려들었을 것이다.


“우리가 놈들을 쓰러뜨릴 방법은 공성 무기인 발리스타밖에 없었고, 해자로 달려드는 모든 골렘들을 저격해 낼 순 없었소. 골렘들은 해자로 끝없이 빨려 들어갔고, 수 많은 골렘이 해자에 갇히자 놈들은 서로를 발판삼아 기어이 한둘씩 해자를 기어 올라와 성벽을 공격했소.”


“성벽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붕괴되진 않았지만, 조금만 더 공격당하면··· 구멍이 뚫려버릴 것이오. 골렘이 지나가기에 충분한···”


“방어선을 구축해야 합니다. 해자 바깥에서요. 이제부터 해자에 떨어지는 숫자만큼이나 골렘들이 해자를 빠져나와 성벽을 공격할 거예요. 몇 마리만 더 탈출하면··· 성벽은 버티지 못하겠죠. 이제 해자까지도 사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나의 말에 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성벽이 아닌 곳에서 골렘들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골렘들은 몇 마리씩··· 오나요?”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즈음 한번··· 그리고 밤이 깊었을 때 한번··· 하루 두 번씩”


“몇 마리쯤 될까요···?”


“음··· 아마도 쉰 마리쯤 되겠군요. 며칠 전부터 해자를 탈출한 골렘들 때문에 병사들은 누구도 쉬지 못하고 성을 사수했습니다. 이제는 체력적으로 더 버틸 수 없어요.”


“그래도 이번엔 해자에서 몇 마리 탈출하지 않았나 보네요. 빨리 처리했네요, 밤이 깊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럼 내일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진 오지 않겠군요···”


“그··· 그건···”


나의 말에 대장은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대낮에 온 녀석들이 밀어낸 골렘들을··· 이제야 다 정리한 것입니다. 밤이 깊었으니 이제 곧 또 다른 쉰 마리의 골렘이 몰려올 겁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로 병사들을 지칠대로 지쳐 보였다. 대낮에 오십 마리의 골렘이 해자 속으로 기어들어 갔고, 더욱 빼곡해진 골렘을 딛고 골렘들이 조금씩 해자 밖으로 기어 나왔다. 이들은 온종일 해자 밖으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골렘들을 발리스타로 힘겹게 처리하고 있었다.


“이번 공격엔··· 더 많은 골렘이 해자를 빠져나올 겁니다. 병사들은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어요···”


피로가 쌓일 대로 쌓인 건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카르넬을 지키는 병사들 역시 지칠 대로 지쳐 제대로 된 전투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건 휴식이었다.


“이틀··· 이틀 드리겠습니다.”


“뭐··· 뭐라고요? 이틀을 준다니··· 그게 무슨···”


“병사들에게 휴식이 필요할 겁니다. 지금부터 이틀 동안 그들을 쉬게 해 주세요. 그동안 골렘들은 저희가 막겠습니다.”


“해자 밖에 방어선을 구축한다고 하지 않았소?! 당신들끼리··· 그것이 가능할 리가···”


“물론 저도 힘에 부치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내일 아침에는 마차 짐칸에 자는 녀석이 기운을 차릴 겁니다. 믿고··· 병사들을 쉬게 해 주십시오”


“그··· 그럴 순 없습니다. 이곳은 우리의 영지입니다. 당신들의 능력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잠자는 중에 놈들에게 당할 순 없어요!”


대장을 제외한 병사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장이 반대하기 시작하자 모두 말을 하지 않지만··· 약간의 실망스러운 표정을 내비쳤다.


“어차피 당신들은 도움이 되지 않아요! 발리스타를 쏘아봤자 해자 밖의 골렘 몇 마리나 처리할 수 있겠습니까. 놈들이 해자를 건너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약속드리죠. 카르넬을 지켜드리겠습니다. 반드시···!”


대장은 고민하는 듯 보였다. 해자 속에서 골렘의 팔을 썰어내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내가 골렘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의심하지 않았지만, 오십에 이르는 골렘들을 단신으로···


“놈들은 압도적인 방어력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움직임은 둔하고 지혜롭지도 못하지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저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고민하는 대장을 위해 아린 역시 나섰다.


“하핫! 여러분 걱정 마세요. 붉은 달의 샤먼이 왔으니까요! 혹시나··· 만에 하나라도 이 멍청이가 골렘을 막지 못하면 제가 나설 거에요! 아까 그거 보셨죠!?”


그들은 아린이 소환한 뱀 역시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아린까지 나서자 그들은 그나마 안심하는 듯했다.


“으음··· 그렇다면, 병사들에게 전투 휴무를···”


대장이 결단을 내리고 병사들에게 휴식을 주려던 순간, 성벽 위에서 바깥을 감시하던 한 병사가 성안으로 몸을 돌려 큰소리로 외쳤다!


“옵니다!! 놈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골렘들의 접근 소식에 병사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일그러졌다. 몇몇 병사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리기도 했다.


“확실히 밤이 깊었나 보네요. 성문을 열어주세요. 제가 나가겠습니다. 단! 병사들에게 휴식을 명령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나가지 않겠습니다.”


병사들은 일제히 간절한 표정으로 그들의 대장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대장은 뭔가 내키진 않았지만··· 이내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모두 해산하라! 이틀 뒤 동이 트는 대로 이곳으로 집결한다. 모두 숙소로 돌아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와아!!!”


“드··· 드디어! 쉬··· 쉴 수 있닷!! 이얏!!”


“자··· 잘 부탁한다! 알트란에서 온 형제여!”


그들은 전쟁에서 승리한 병사들처럼 함성을 내질렀다.


“라진··· 알트란에서 온 라진이여··· 정말··· 괜찮겠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성문!”


드르륵륵! 덜덜덜더럴!!


대장의 손짓에 세워진 성문은 서서히 해자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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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교대 24.11.20 23 2 13쪽
56 골렘 웨이브 (9) 24.11.20 23 2 12쪽
» 골렘 웨이브 (8) 24.11.19 22 2 12쪽
54 골렘 웨이브 (7) 24.11.17 23 2 12쪽
53 골렘 웨이브 (6) 24.11.16 26 2 12쪽
52 골렘 웨이브 (5) 24.11.15 26 2 12쪽
51 골렘 웨이브 (4) 24.11.14 24 2 12쪽
50 골렘 웨이브 (3) 24.11.13 23 2 12쪽
49 골렘 웨이브 (2) 24.11.12 27 2 12쪽
48 골렘 웨이브 (1) 24.11.11 2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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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재판 (3) 24.11.09 23 2 12쪽
45 재판 (2) 24.11.08 24 2 11쪽
44 재판 (1) 24.11.07 2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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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축제 (3) 24.11.04 35 2 12쪽
40 축제 (2) 24.11.04 40 2 13쪽
39 축제 (1) 24.11.02 38 2 12쪽
38 해방전쟁 (4) 24.11.01 37 2 12쪽
37 해방전쟁 (3) 24.10.31 36 3 12쪽
36 해방전쟁 (2) 24.10.30 36 3 12쪽
35 해방전쟁 (1) 24.10.29 36 3 12쪽
34 매듭 24.10.28 4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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