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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르새싹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9
최근연재일 :
2024.10.16 18:4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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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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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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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화

DUMMY

서방 신들의 거대한 회의실, 에테르의 전당은 평소와 달리 무거운 공기로 가득했다. 제우스의 자리는 비어 있었고, 신들의 시선은 그 빈 자리를 향해 있었다. 전통적으로 제우스가 이끌어야 할 회의는 이제 전쟁의 신, 아레스가 주도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긴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는 신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각자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전보다 깊어진 어둠과 불안이 서려 있었다.


아레스, 전쟁의 신이 테이블의 가장자리에 서서 창을 짚고 있었다. 그 창은 수많은 전쟁을 거쳐 수억의 영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도구였지만, 지금 그 창은 생명을 앗아갈 때의 불타오르는 기운을 잃은 듯 보였다. 그는 무겁게 숨을 내쉬며 다른 신들을 둘러보았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강해졌었다. 그랬었지."

아레스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지금 영혼 에너지가 점점 약해지고 있고 이제는 동방에서 우리를 앞서고 있어."


헤르메스, 신들의 전령 역할을 하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그들의 윤회 시스템 덕분이지. 동방에서는 영혼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영혼들을 별이 되어 사라지게 만들지 않고, 끝없이 이 지구상에서 되풀이하게 만들어 강해지고 있지."


모든 신들의 시선이 비어 있는 제우스의 자리로 쏠렸다. 제우스가 없는 가운데 아레스가 대화를 이끌고 있었지만 대화 주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들 모두는 제우스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었다.


아레스는 창을 단단히 쥐며 대답했다. "제우스는 더 이상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그는 우리에게 등 돌렸다. 지금 우리가 의지할 것은 우리 자신의 힘 뿐이다."


하데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제우스의 부재는 우리에게 치명적이다. 그가 없다면 우리는 동방의 체계를 무너뜨릴 만한 힘을 잃게 된다. 그들의 윤회 시스템을 무너뜨릴 방법이 없으면, 우리는 점점 쇠락할 것이야!."


아레스는 그 말을 듣고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우리가 제우스 없이도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계획을 세워야 했지. 그 해결책이 바로 불멸의 제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아테나가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불멸의 제국? 그 계획이 제우스의 부재를 상쇄할 수 있다는 건가?"


"그렇다." 아레스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동방 대륙의 통일된 제국을 이용할 것이다. 그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 동방의 윤회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이다. 불멸의 제국을 세우고, 그 다음에는 종교와 문화를 탄압하면 된다. 그렇게 된다면 동방의 신들에게 가는 영혼이 없을 것이다."


헤르메스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불멸의 제국... 하지만 제우스는?"


아레스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끊었다. "제우스는 이제 없다. 그는 더 이상 우리의 리더가 아니다. 우리가 그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계획을 실행하는 것뿐이다."


하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우스의 행방은 불확실하지만, 우리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시간이 없다. 동방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이상,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아레스의 눈은 날카로워졌다. 그의 입술은 경멸에 찬 미소를 그렸다.

"우리는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 그들의 체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불멸의 제국을 만들어 더 이상 영혼이 윤회하지 않고, 동방의 신들이 사라지는 세계 말이다."


"불멸의 제국?" 아테나가 흥미롭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 제국은 누가 세울 것인가?"


아레스는 창을 단단히 쥐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누구라면 이미 선택되었다. 영정이라는 남자다. 내가 선택했지. 그를 통해 불멸의 제국이 완성되는 순간, 동방의 윤회 시스템은 무너질 것이다. 영혼들은 더 이상 재활용되지 않고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때 우리는 다시금 우리의 힘을 되찾게 될 것이다."


헤르메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가 불멸만 얻는다면, 동방의 신들은 약해질 것이라는 건가.”


"맞다." 아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불멸은 단순한 불멸자의 탄생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구원이며 그들의 구원이다. 그를 통해 우리는 동방의 체계를 파괴할 것이다. 영혼들은 더 이상 윤회하지 않고, 별로 돌아가며 스스로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지."


하데스는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동방의 신들이 힘을 잃게 된다면, 그들은 그들의 체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약해지는 순간, 우리는 다시금 그들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겠군."


아레스는 테이블에 창을 내리쳤다. 그 소리가 고요한 공간을 울렸다.

"영정에게 불멸의 비밀을 전해줄 것이고, 그의 제국이 한동안 지속되도록 만들 것이다. 우리에게 한동안이지만, 그들에게는 무척이나 긴 시간이지. 그 동안 동방의 윤회는 끝나고, 그들의 신들은 무너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들의 힘은 그들의 종말을 통해 되돌아올 것이다."


“불멸의 비밀이라면, 내가 가지고 있는 적추를 말하는 것인가?”

아테네는 대답했다.


“그렇다. 잠시 빌려주는 것이다. 그가 모든 일을 마치면, 다시 우리가 가져오면 되는 것이지.”

“그러면 승리를 위해 잠시 빌려주도록 하지.”


아레스는 미소를 지으며 신들을 둘러보았다.

"그래, 모두가 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불멸의 제국을 건설하고 동방의 신들을 파괴할 시간이다.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

.

.

.

기나긴 항해를 마치고 육지에 도착하기까지 5일도 채 남지 않았다.

“복숭아.. 복숭아... 아버지 복숭아가 먹고 싶습니다...”

“닷새 내로 집에 도착하니, 그 놈의 복숭아는 그 때 먹도록!”


지금 아버지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소년은 정하연이다. 아버지 몰래 배까지 따라와서 지금 고생 중이다.

현재 한 달 가까이 진행 중인 항해로 인해서, 과일은 커녕 채소조차도 먹지 못하고 있었다.

집에 있었다면 매일매일 먹었을 복숭아가 지금 그의 눈 앞에서 아른거렸다.


그는 왜 아버지 몰래 배를 따라 탔을까 그의 호기심을 몹시 자책했다.


“도련님, 육포 좀 드셔보십쇼.”

“수 아저씨! 이제 육포는 그만... 제발 육포 좀 저리.. 우 우욱···”

지긋지긋한 육포향이 코끝을 자극하자 하연이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내일이면, 도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좀만 참으시죠”

“내일은 무슨 내일, 아버지가 닷새는 족히 필요하다는데요?”

“내일이라고 생각하면 내일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일단 드시죠”


하연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수환검을 쳐다보았다.

수 아저씨라 불리는 수환검은 정두천의 몇 안되게 인정하는 동료이자 친한 동생이다.


하연은 수 아저씨가 장기간 배에 생활하다 보니 정신이 오락가락하시는 것 같다며 핀잔을 줬다. 그러는 와중 환검의 강력한 권유에 의해 하연은 육포를 입에 우겨 넣었다.


하연에게 말린 육포와 말린 생선은 음식이 아닌 신물을 유발하는 약으로 보였다.


하연이 앞에 있는 음식과 사투를 벌이는 와중, 배의 움직임이 이전보다 격해졌다.


그의 배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신물이 파도 때문인지 음식 때문인지 헷갈릴 즈음, 옆 선실에서 선장과 지휘부들의 대화가 들렸다.

.

.

“이보게 선장, 어제 말했던 날씨와 지금 많이 다르지 않은가?”

“제가 30년이상의 항해 경험으로 본다면, 믿기 힘드시겠지만 지금의 바다는 용왕님께서 노하신 것으로 추정됩니다. 확신은 못가지지만 그것 이외에는 생각이 안 납니다. 현재 이 배 위에 있으면 안되는 것이 있거나, 아니면 다른 무엇이 바다를 화나게 했을 겁니다.”


몰래 듣던 하연은 생각했다.

‘용왕? 용왕이 화가 나? 아니 갑자기 왜 화가 나셨지? 지금까지 잘 왔잖아?‘


하연이는 어젯밤 바다에 한 짓을 생각하면서 머리를 괜히 긁적였다.

어젯밤 하연은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바다를 향해 삿대질을 노발대발하고는 소변을 갈겼었다.


“보통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바다가 잠잠해지나?”

하연의 아버지이자, 이 항해의 지휘관인 정두천은 선장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항해 지휘관은 선장에게 돈을 주고 배의 운항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다.


“이럴 때는 제물을 바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배의 책임자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바다로 보내주는 것이죠”

미신같은 이야기를 하며 선장의 눈빛은 날카롭게 변했다.


그러자 수환검은 손바닥으로 선장의 얼굴을 찰싹 쳤다.

“눈 착하게 안 떠? 어디서 대장군님에게 눈을 그 따위로 떠?”


“환검아, 진정해라 그리고 대장군도 이젠 아니잖느냐. 우리는 이제 그저 임무를 수행하는 무위일 뿐이다.”

“아니 대장군님, 아무리 그래도 방금 그 눈빛은 선을 넘는 것 아닙니까? 며칠같이 있었다고 우리가 이제 만만해?”

“아닙니다···”

“됐다, 그만해라”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 다시 환검은 자리에 앉았다. 선장은 멍한 표정으로 환검을 바라봤다. 몰래 듣던 하연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두천은 눈을 지긋이 감은 채, 생각에 잠겼다. 여기서 가장 사랑하는 것을 바다에 던진다면, 무엇일까? 그의 가슴 한 켠이 무겁게 느껴졌다. 폐하에게 친히 명 받은 이 여정의 끝이 보이는 지금, 두천은 바다의 분노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두천은 눈을 천천히 뜨며 말했다.


“우리는 미신을 믿지 않는다. 파도는 뚫고 나가도록 한다. 선장, 그대의 경력은 인정하나 지금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돛과 타를 최대한 활용하여 뚫고 나가도록 한다.”


두천의 결정을 듣고 선장은 환검을 쳐다봤지만, 환검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어쩔 수 없이 선장은 알겠다고 대답을 하고는 회의실을 떠났다. 그가 떠난 뒤, 모든 사람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선장은 알겠다고 대답을 했지만, 순순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경력 30년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지 바다를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꺼들먹거리며, 이것 해라 저것 해라 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나 있던 참이었다.


그는 선원 몇 명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그의 은밀한 작전이 시작됐다.


“우리 배는 기껏해야 강 하류정도만 왔다갔다하는 배로 현재의 파도를 감당하기 힘들다. 지금까지 우리가 온 것도 기적이다. 그 기적을 누가 이끌었지? 바로 이 몸이란 말이야. 내 말이 맞아 아니야?”

선장의 일방적인 대답요구에 모두가 박수를 치며 수긍했다.

“맞습니다. 맞습니다. 지금까지 선장님이 배를 잘 이끌었으면 계속 믿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선장의 성격을 아는 몇몇 선원들이 그의 흥분을 다독였다.


“선장님, 저희가 그러면 무엇을 하면 되죠? 저 살벌한 무위들을 저희가 제압하라고 하면 저는 그냥 바다에 뛰어들어 죽겠습니다.”

“멍청하긴, 너가 그러니까 아직도 선상바닥이나 닦는거야! 자, 우리의 작전은 은밀히 시작된다. 항해지휘관 두천의 아들이 현재 이 배에 있다. 내 생각에 이 항해를 책임지는 무위의 아들이야 말로 진정한 바다의 제물이지. 저번에 섬에 들렸던 것 기억하지? 그때 그분이 무슨 짓을 벌인 것 같다.“

선장이 제물이 이야기를 꺼내자 분위기가 불편해졌다.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을 느낀 선장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다들 믿기 힘들겠지. 갑자기 그 사람의 아들을 죽이라고 하니까. 예전에 나도 이런 적이 있었다. 철저히 그때에도 내가 말한 것처럼 했어. 그랬더니 정말 거짓말처럼 바다가 잠잠해진 것 아니겠냐? 어젯밤 하늘을 기억해라. 그것은 맑은 바다가 예정된 하늘이었어. 내가 확신하면서 잠에 들었단 말이지. 근데 지금 이게 뭐야! 날씨가 말이 안되잖아! 적당히 안 좋으면 나도 넘어가지만, 이렇게 까지 안 좋다는 것은 이것 하나 뿐이다. 그 아이만 던지면 바다가 잠잠해질 것이야. 내가 괜히 30년 넘게 이 바다에서 살아남은 게 아니야 땅에서는 몰라도 바다에서는 내 말을 들어야 살아남는다 이 말이야!!”

“선장님, 그렇게 한다고 해도 그 아이가 죽으면 우리는 결국 무위들 손에 죽습니다.”

“그니까 극적으로 던져야지 극적으로! 바다가 요동치는 것이 극적이 될 때! 작전을 실행한다.”

선장은 선원 몇 명을 한 곳에 모아 작전임무를 분담하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

한편 두천의 방에서는 긴급회의가 이뤄졌다.

“장군님 선장의 말을 들어보니, 저희가 건네 받은 상자, 그것이 바다가 이렇게 된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그럴 리가 없다. 폐하가 더 오래 사시는 것은 이 세상을 구하는 일이야. 혼란스러운 세상을 하나로 모으신 그 분의 안위를 하늘이 시기한다는 것이냐?”

“아닙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 선장이 배에 있으면 안되는 것이 있다고 하니,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혼란스러운 너의 마음은 잘 안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임무는 거의 끝이 보인다.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우리는 육지에 이 상자를 전달하도록 한다.”

“알겠습니다.”


환검은 그 상자를 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두천의 의지는 요지부동이었다. 항상 두천에게 찬성만 하던 환검이 왜 그렇게 불안감에 휩싸였는지 두천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사이에 낀 하연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짐작이 갔다. 외딴 섬에서 건네 받은 나무상자, 두천의 단단한 한철 금고 안에 있는 그 상자, 그것이 이 기상악화의 원흉으로 의심됐다.


한 시진도 지나지 않아서 바다는 더욱 요동치기 시작했다.



선장이 선실 밖으로 나와 비상대피 구역으로 사람들을 모았다. 한 구역으로는 모자라서 2구역으로 나뉘었다. 좌현(왼쪽 구역)과 우현(오른쪽 구역)으로 나뉘었다. 좌현으로는 무위들이 모였고, 우현으로는 선상을 관리하는 선원위주로 모였다. 그리고 선장은 가운데 서서 현재 어떻게 해야 할지 설명했다. 선장은 하연을 우현 쪽으로 데려갔다. 하연은 내심 아버지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무거운 분위기와 혼란스러운 배 상황에 그저 명을 따랐다.


모두가 선장의 설명을 듣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돛을 제대로 피도록 해!!”

“온다!! 파도가 온다!! 다들 꽉 잡아!”


작가의말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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