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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르새싹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9
최근연재일 :
2024.10.16 18:42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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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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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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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20여척 높이가 되어 보이는 파도들이 앞에서 들이치는 와중에, 선장과 비밀작전을 미리 들은 선원들은 눈빛을 교환했다. 이렇게 큰 파도는 처음 겪는 무위들이지만, 두려움을 내색하지 않고 갑판에서 선장과 선원들의 지휘를 잘 따르고 있었다.


보통 육지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면 두려움에 움츠려 들기 마련인데, 전쟁을 겪은 사람들이라 그런 것인지 두려움을 하나도 내보이지 않는 무위들이 선장은 신기했다.


환검은 반대편에 있는 하연이 걱정이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면 걱정이 덜하겠지만, 그의 눈에 하연은 띄지 않았다. 하연은 이제 소년이지만 그의 눈에는 애기처럼 보였다.


반대편에서는 은밀한 작전을 암시하는 눈빛들이 서로 교환되고 있었다.

“선장님, 이제 슬슬 해야죠?”

“기다려. 슬슬 파도들의 주기가 배의 흔들림과 맞춰지는 순간이 온다. 그때를 노려서 바다 속으로... 알지?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다수가 사는 것이 우선이야... 그도 나중에는 이해할 것이다...”

무언가에 홀린 듯 이야기하는 선장이었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하연은 그저 돛을 조종하는 밧줄을 지시에 따라 세게 쥐었다 놓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속마음은 배 안으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배가 가라앉으면 바깥으로 나올 새 없이 바로 수장된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바깥에 있었다. 또한 대장군의 아들이라는 호칭은 그가 도망칠 수 없도록 거센 파도 앞에 붙잡아 두었다.


앞니가 두 개가 빠진 한 선원이 얼굴을 뒤에서 하연에게 들이밀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얼굴에 하연은 흠칫하며 밧줄을 잡고 있는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허... 참, 그런 개성 넘치는 얼굴로 그렇게 다가오면 귀신도 놀라겠습니다...”

“아니 나는 그저 우리 대장군님 아들이 잘하고 있는 지 궁금해서 왔지! 밧줄 잘 잡아줘~ 안 그러면 돛이 찢어질 수 있어”

“알겠어요. 그런 걱정은 마세요! 저기 대머리 아저씨 호령에 맞춰서 잘 움직이고 있으니까”

앞니 실종 선원에게 퉁명스럽게 대답한 뒤, 하연은 다시 밧줄을 꽉 잡았다.

그는 하연에게 살고 싶으면 꽉 붙들어 매라는 이야기를 남긴 뒤 휘청휘청 거리면서 사라졌다.


“슬슬 배의 흔들림 주기가 맞춰지니 모두들 준비하시오!!”

선장은 선원들이 몰려 있는 쪽을 향해 크게 외쳤다.

하연도 그 외침을 들으니 몸이 잔뜩 긴장했다.


파도의 주기와 흔들림 주기가 맞춰지는 그 순간,


앞니 실종 선원은 갑자기 하연이 붙잡고 있는 줄을 칼로 배어내고 발로 걷어찼다.


그러자 하연은 좌현에서 우현으로, 즉 반대쪽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는 배의 난간을 그대로 통과해 넘어갔다.

하연의 눈동자에는 씨익 웃고 있는 선원의 얼굴이 시퍼렇게 담겼다.

'이런 개자식이...'

그리고 파란 파도와 하얀 물거품이 하연의 몸을 순간적으로 덮쳤다.


하연의 시야에는 새파란 바닷물이 가득 찼다.

하연이 빠지는 모습을 본 무위들이 소리를 질렀다.

모두가 그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려 하기 전, 두천이 재빠르게 몸에 밧줄을 묶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환검이 소리쳤다.

“모두 검기를 발하여 장군님 근처에 도달하려는 파를 부숴라!!”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검을 치켜들고 환검의 구령에 맞춰 일제히 검기를 내보낼 준비를 하였다.


두천은 하연을 향해 헤엄쳤으나, 밀려오는 파도로 인해 전혀 가까워지지 않았다.

“파도가 오는 방향은 동쪽! 동쪽을 향해 발하라! 지금!”

전쟁에서 함께 해 왔던 시간들은 그들의 움직임을 하나로 결속시켰다. 커다란 기합과 검기들이 합쳐져 하나의 검이 되어 커다란 파도를 도륙하기 시작했다.


한편, 선장은 하연이 바다에 빠졌는데도, 바람과 파도가 잠잠해질 기색을 보이지 않자 당황했다. 그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 아닌지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선장은 중얼거렸다.

“용왕의 원하는 제물은 저 아이가 아니였어... 도대체 무엇이지?”

그의 안광은 귀신에 빙의 된 듯 시퍼렇게 빛났다.


두천의 앞으로 오는 파도들은 환검의 구령에 맞춰 나간 검기에 의해 부서져 하얀 거품으로 변했다. 수십 차례 검기가 파도를 부숴냈다.


파도가 부서지는 덕분에 두천은 하연과 가까워졌지만 선박과는 점점 멀어져 몸에 묶은 밧줄이 그를 붙잡았다. 두천은 과감히 밧줄을 칼로 베어내려 할 때였다.


“아버지!! 그러지 마십시요!! 아버지는 살아서 돌아가야 합니다!!”

하연은 외쳤다. 그의 외침과 동시에 천둥이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울렸다.


하늘의 호통이 하연의 소리를 무참히 덮쳤고 두천은 밧줄을 칼로 베어냈다.


아버지와 아들과의 상봉이었다. 선장은 그들의 상봉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두천이 살아 돌아온다면 선장과 모든 선원들은 물고기밥이 될 터였다.


파도는 그들의 상봉에 아랑곳을 하지 않고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더욱 거세진 파도는 선장이 타고 있는 배도 힘차게 타격했다. 그 순간 배가 옆으로 기우뚱 기울더니 한쪽 면이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배는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서서히 침몰하기 시작했다.


선원들도, 환검도, 다른 무위들도 하나 둘 다같이 바다로 추락하였다.

파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배에 몰아쳤다. 서서히 배 전체가 비틀려지면서 부서지기 시작했다. 마치 바다가 하나의 야수처럼 배를 뜯어먹는 것처럼 보였다.


선원들은 선장을 주위로 헤엄을 치고, 무위들은 두천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하였다.

한 배를 탔지만, 그들의 마음은 다르기에 세력이 두 개로 나뉘었다.


“장군님!!”

“선장님!!”

두 개의 세력으로 나눠졌고 세력은 북과 남으로 갈라져 떠다니기 시작했다. 선원들은 어느 정도 수공을 익혔기에 재빨리 헤엄쳐 선장에게 붙었다. 무위들도 헤엄을 쳐서 두천에게 향하였다.


“선장, 이제 어쩌죠? 육지가 저기 멀리 보이지만 헤엄쳐서 가기 전에 모두가 탈진할 겁니다.”

“일단 부서진 선체 주변에 있도록 해 천운이 있다면 다른 배들이 부서진 배를 보고 도움을 주기 위해 올 것이야!”

선장은 시퍼런 안광을 내뿜으며 선원들을 부서진 배 주변으로 모았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두천은 자책하는 하연을 말없이 끌어안았다.

"저기 보이는 선원이 밧줄을 자르며 저를 바다로 내던졌습니다..."

하연은 파도로 인해 입으로 계속 들어오는 바닷물을 내뱉으며 두천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두천은 설명을 들었음에도 선원들을 향해 몸을 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멀리 떨어지기를 선택했다.


수공을 가진 선원들을 상대로 물속에서 상대하면 불리하고 설령 다 죽인다 하여도 소진된 체력으로 여기를 빠져나가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육지로 가면 모두 처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두천은 저 수평선에 보이는 육지를 향해 헤엄쳐서 가기로 결정했다.

무위들은 두천의 명령을 따라 육지를 향해 헤엄치기 시작하였다.


선장과 선원들은 육지를 향해 헤엄쳐가는 그들을 보고 안도를 느꼈다.


한 시진이 지나자 무위들의 헤엄치는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다. 파도들을 부숴내기 위해 기력을 사용한 것과 장기간의 항해가 문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시진을 지나 어느 덧 두 시진이 지났다. 점차 얼굴빛이 새파랗게 변한 사람들이 속출하고 한 명 두 명 점차 바닷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두천은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금우야! 호찬아!! 정신차려라!! 저 앞에 육지가 있다”


바다는 그들을 서서히 집어삼키고 있었다. 육지가 수평선과 함께 눈앞에 보이지만 아무리 헤엄을 쳐도 가까워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그들은 점점 자신들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은 전염병처럼 그들을 집어삼키었다.


몸이 지친 상태에서 심마까지 찾아오자 그들의 몸은 더욱 무거워졌다.


환검은 상태가 안 좋은 수하들에게 내공를 주입해주며 독려 하였지만, 그들의 마음에 들어온 심마는 지독하였다. 환검이 깨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것을 깨우쳤을 때는 이미 환검조차 기력이 바닥 나 있었다.


환검의 얼굴이 점점 파도의 색으로 물들었다. 헤엄을 치다 뒤를 돌아본 도천은 눈물을 흘리며 부르짖었다. 내가 잘못했다고 제발 죽지말아 달라고 외쳤지만 환검과 수하들은 눈동자만이 움직일 뿐, 점점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나지막히 환검이 읊조렸다.

“후회는 없습니다··· 형···님..”


두천의 눈앞에는 함께 훈련을 받던 순간들,

전장에서 좌장군 우장군으로 환검과 함께 활약했던 순간들,

그리고 폐하의 부탁으로 지금의 무위 임무를 맡은 장면까지 쏜살처럼 지나갔다.


도천과 하연을 위해 기력을 쓴 모든 무위들이 바다 속으로 잠들자.

도천은 눈물을 흘렸고 그것은 마치 피가 흐르는 것과 같았다.


그는 하늘을 향해 외쳤다.

“어찌하여··· 이것이 하늘의 순리를 거스르는 것입니까!! 어찌하여··· 어찌하여!!”

하연도 덩달아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흘렸다.

.

.

.

.

“선장, 그 무위들 괜찮을까요?”

“아마도 안 괜찮겠지... 지금 쯤 몸의 기력이 서서히 빠지고 있겠지..."

선장은 미안함과 꺼림칙함을 동시에 느꼈다.


한 소년과 다수의 사람들을 죽음에 빠뜨린 판단과 바다가 잠잠해지지 않는 상황, 이 두 가지가 그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20여년 전, 바다에 나갔을 때 항해 지휘관의 아들을 바다에 빠뜨리고 대다수의 선원들이 살아온 경험이 있던 그였다. 그때의 선장이 했던 것처럼 자신도 했는데 왜 바다가 진정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선원들 모두가 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 파도와 사투를 하는 도중, 바다에 무엇인가 부유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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