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이봐 일어나라! 자는 척 한다고 이 절차가 건너 뛰어지는 것이 아니야”
등에는 커다란 두루마리를 진 청년이 입에서 곰방대를 빼내어 툭툭 하연의 머리를 쳤다.
하연은 누가 계속 머리를 툭툭 건드는 기분에 눈을 떴다. 눈을 뜨니 물속에 있지만 호흡이 잘되는 것이 죽음을 확신했다.
그리고 바로 선배님들이라고 생각한 남성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이번에 물귀신이 된 정하연이라고 합니다. 이곳에 계신 분들이 물귀신 선배님들 맞으시죠?”
“나보고 물귀신이라고? 얘 좀 봐봐! 나보고 물귀신이래!! 물귀신!”
바로 명치로 주먹이 날아왔다. 순식간에 날아온 주먹이었지만 하연은 몸을 순식간에 뒤로 빼서 피했다.
“어? 피해?? 피하면 더 맞아? 저승 가기 전에 교육 한번 받고 가야겠군. 좋은 말로 할 때 이리 오도록”
웃음을 참는 표정을 지은 청년은 고개를 까딱까딱하면서 손짓으로 이리오라는 시늉을 했다. 눈치가 있다면 분명히 다가가서는 안될 것 같은 상황이었다.
하연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옆에 서있는 해마를 타고 다가온 근육질 할아버지. 그가 두루마리를 지고 있는 청년인 정군을 향해왔다.
정군은 그를 보자 갸우뚱하며 퉁명스럽게 말을 던졌다.
“수천님께서 왜 계시는 겁니까? 관할 구역을 넘어 온 것으로 간주해도 되겠습니까?"
“정군이구나... 제물을 수거하러왔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직도 제물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그래서 와보니까 저 아이가 내 제물이라는 거 아니겠어? 이 아이는 무조건 내가 데려 가도록 하겠다.”
정군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확 가셨다. 그러고는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안됩니다. 이번 사건은 명백히 저희 영역에서 일어난 것으로 저희 쪽에서 혼을 인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녀석 오랜만에 보니까 내 성격 다 까먹은 모양이네?”
수천이 손바닥으로 맞대어 박수를 치자, 바다 전체가 울리며 해류가 급속히 빨라지면서 주변을 휩쓸기 시작했다. 휩쓸면서 커다란 암석과 날카로운 창들이 날아왔다.
긴장한 굴이 된 정군은 급히 입에 곰방대를 물고 태우기 시작했다. 청색 눈빛으로 변한 정군은 전속얼으로 하연과 여전히 정신 못 차리는 두천에게 다가와 연기막을 뭉게뭉게 뿜었다.
연기 앞에서는 빠르게 이동하는 해류들이 물길을 바꿔 다른 쪽으로 흘러갔다.
“쓰읍... 이번에 일이 단단히 꼬였네. 정하연은 정신 차리도록 하여라. 내 손을 붙들도록. 네 아비는 너 다음으로 저승으로 인도하겠다. 지금은 네가 우선이다. 내가 이제부터 너를 저승으로 데려가마 生死解脫 空卽是色, 色卽是空 一切皆苦 生死輪迴斷······”
“누가 가게 해준다고 했어!!”
갑자기 사방에서 날아온 창에 문을 외우던 정군을 공격했다.
이 바람에 저승으로 가는 통로가 열리다가 닫혔다. 정군은 신속하게 날아오는 창을 한 손으로 쳐내다가 안되겠는지 하연을 잡은 손을 풀고는 곰방대를 양손으로 쥐었다. 양손으로 쥔 곰방대가 대검의 형태로 바뀌었다.
“오늘 진짜 일이 안 풀리네···”
작게 중얼거린 정군은 기합을 크게 지르며 사방으로 신속하게 검을 휘둘렀다.
검을 휘두른 궤적으로 공간이 일렁였다. 그리고 궤적에는 작은 공기방울이 생기자 정군은 다시 한번 검을 휘둘러 공기방울들을 수천에게 날렸다.
수천에게 날아온 작은 공기방울을 수천이 쳐내려고 손짓을 하기 직전에 갑자기 터졌다. 공기 방울들이 터지면서 굉음을 내고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폭발했다. 급작스러운 폭발에 수천의 수염이 반토막이 나며 흩날렸다.
“실력 좋네? 언제 그런 검을 가져왔어? 예모가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아는데?”
“예전에 하사 받았습니다. 이 검이면 수천님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꼬맹이가 기어오르는구나?”
수천의 손아귀의 힘줄들이 꿈틀하더니 그의 양손에서 구름이 뭉게뭉게 나오기 시작했다. 구름이 뭉게뭉게 형상을 만들더니 하나의 용의 형상을 띄었다. 또한 수천 옆에 있던 해마가 용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실력 좀만 더 볼까?”
수천이 손짓을 하자, 용이 매섭게 날라 들었다. 그러고는 낙뢰(落雷)가 용의 입에서 발했다.
정군은 그것을 피하려고 하지 않고 막아내려 검을 들었다. 검을 들어 주문을 외자 푸른 안광이 뿜어져 나오더니 온몸으로 퍼지고 그의 몸이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면서 낙뢰를 쳐내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마치 강철 기계처럼 움직였다. 낙뢰를 쳐내고는 용에게 돌진해 머리를 베어내었다.
머리를 베어낸 곳에는 다시 머리가 두 개로 자라나 낙뢰를 다시 뱉어내기 시작했다.
정군은 두 배로 늘어난 낙뢰들을 막는다고 막았지만 그의 팔부터 시작하여 점점 상처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상처는 점점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한 쪽 무릎까지 꿇어가며 낙뢰를 쳐냈다. 결국 모든 낙뢰를 막아내긴 하였다.
하지만 추가로 공격이 들어오면 꼼짝 없이 당하는 것이 분명한 상황. 그는 다른 무릎을 마저 꿇고서 등에 짊어진 두루마리를 펼쳤다.
“아 이건 오랜만에 해보는 건데... 가능한지 모르겠군 처음 써보는 것인데 부탁한다!!”
정군은 두루마리를 펼쳐서는 해저에 박아 넣었다.
펼쳐진 두루마리는 하나의 풍경이 담겨 있었고 그 가운데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검은 형체가 있었다. 정군이 두루마리에 검을 집어 넣자, 공간이 일렁이더니 소용돌이가 나타나 두루마리에서 검은 형체가 나오기 시작했다.
“헛수작 부리지 마라!”
수천이 손을 움직이니 두루마리를 향해 용을 돌진하였다.
용이 두루마리를 찢으려 하기 직전, 주먹이 나와 용에게 꿀밤을 먹였다.
용은 꿀밤을 한 대 맞더니 맞은 곳을 기점으로 머리가 터졌다. 용은 뭉게구름처럼 흩어져 수천의 입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구름들 사이에는 해마가 몸을 드러내었다.
두루마기에서 나타난 검은 형체는 사람의 형체로 변하더니 경박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이야기했다.
“이 두루마리가 얼마나 귀중한 지 알고 찢으려는 거야? 그리고 너, 여기는 우리 영역이야 왜 갑자기 와서 그래?”
두루마리에서 나온 검은 사람의 형체는 황금빛의 안광을 내며 당당히 수천의 앞에 섰다. 그리고 한마디를 더했다.
“서역 수호신이면 그 지역에 있어야지 왜 주제를 넘냐고 이새끼야...”
그러고는 수천에게도 꿀밤을 날렸다.
수천은 입과 코에서 초록색 연기를 내뿜으며 삼지창으로 그의 꿀밤을 막아냈다. 그들의 공격에 해당 공간의 물이 그들의 공간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일 합의 여파로 인해 그들의 공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이 정도의 힘을 쓰는 저승사자들이 있나? 넌 누구지? 그 두루마리 무엇이냐?”
수천의 몸이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악귀처럼 변하더니 머리 뒤에서는 수레바퀴가 생겨나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내 말에 대답해. 너는 우리 영역에서 당장 나가라.”
“나는 내 제물만 데리고 가도록 하겠다.”
그들의 대화는 일방통행이었다. 그러던 와중 하연이 끼어 들었다.
“제가 그렇게 중요한 인물인가요...?”
“아니니까, 입 닥치고 있거라”
하연의 물음에 정군이 빠르게 대답해주었다.
떨떠름해진 하연은 말대꾸를 하였다.
“사람들이 죽을 때마다 이 사단이 나면, 세상엔 멀쩡한 것이 남아 나지 않을 텐데요? 혼을 데려가는데 왜 이리 야단법석이신지 저는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맞다! 왜 혼 하나를 가지고 난리야 난리는!”
검은 형체는 하연의 말에 거들면서 이야기했다.
“그것은 나의 제물이라 여기에 온 것이라 계속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는 무조건 그 녀석을 데려가야겠다.”
수천의 굳건한 대답에 검은 형체와 정군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검은 형체는 한 쪽 눈을 찡긋이었다.
“그러면 우리 이렇게 하자. 너도 나랑 싸운 것에 비해 대가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영체(靈體)가 다치게 되면 쉽게 회복이 되지 않아. 너도 알지? 서로 손해보지 말고 합의하는 것이 어떤가? 우리 계속 싸우면 금강저까지 꺼낼 수 밖에 없어”
검은 형체는 가슴 속을 뒤적이더니 금강저를 꺼내었다. 그것은 주변을 황금빛으로 물들게 만들었다.
금강저를 꺼낸 모습을 보고는 살짝 비웃더니 수천은 대답했다.
“한번은 들어 보도록 하지”
그들은 그렇게 합의점을 찾는 대화가 시작되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