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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파르르새싹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9
최근연재일 :
2024.10.16 18:42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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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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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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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화

DUMMY

갑자기 공간이 조용해지더니, 시간이 멈춘 것처럼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그 순간 어두운 망토를 두른 저승사자 한 명이 나타났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오른손에는 곰방대가, 다른 손에는 명부가 들려 있었다.


“아, 정말 끝도 없군. 내가 오늘 얼마나 많은 일들을 했는지 너는 상상도 못할 거야.”


그는 한숨을 쉬며 하연과 법찬을 번갈아 보았다.


“시간을 멈췄다. 물론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정하연. 하연아. 너 왜 내 말을 안 듣는거야?”

“정군님. 제가 어쩌다가 여기 오게 되었느냐면요... 사람이 살다보면...”

“그만!”

하연이 당황하여 변명을 내뱉다가 정군의 호통에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곰방대를 목에 겨누며 얼굴을 들이댔다.


“정하연. 너는 지금 저승사자 명부에도 이름이 없고 네 원한이 해결이 되었는데도 다시 네 이름이 등록되지 않았다. 즉, 내가 지금 너무 피곤해서 실수로 너를 영멸해도 아무도 모른다 이 말이다. “

눈에서 푸른 광기를 품은 채 하연에게 이야기하니, 하연은 저절로 무릎을 꿇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그저 지나가다 집에 들린 것 뿐입니다···”

무릎을 그 자리에서 꿇은 하연. 그리고 옆에 있던 법찬은 일반 사람이라면 평생 살면서 보기 힘든 장면을 두 눈으로 목격했지만 담담하게 정군과 하연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연아. 나는 사실 너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어떤 지 나는 잘 모른다. 저승사자가 되면서 이전에 있던 모든 기억을 저 지옥불에 태워서 이생의 부모도 모른다. 너도 이미 죽었으니 이생의 그리움은 접어 두도록 해. 세상에 수 많은 죽음, 그 속에서 너만 이렇게 특권을 가져서 이생에 영향을 끼쳐선 될까?“

말을 하는 동안, 그의 눈동자는 지옥의 염화처럼 시퍼렇게 타올랐다. 그의 곰방대에 불을 지피며 한줌의 연기를 빨아들이니 눈동자의 불꽃이 사그라 들었다.


”그리고 너의 죽음에 관해 부장님과 상의를 해보았는데, 부장님도 처음 겪는 사건이래 그래서 내가 서고에 가서 관련 사례가 있는지 조사하러 가봤는데...“

죽음의 원인을 알 수 있다는 말에 하연은 화들짝 놀랐다.

”그래서 관련 사례를 찾으셨습니까?“

”일단 서고에 찾으러 갔는데 내가 부임하기 전 수천년간 쌓인 명부와 기록들을 보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그냥 다시 돌아왔어.”

“네? 왜요?”

“그냥 너를 없애버릴려고. 그 많은 글들을 언제 읽어? 할 일도 많은데! 가뜩이나 지금 정암이 실종이라서 내 일이 늘어났다고.”


정군이 죽이려고 곰방대를 검을 변환시켜 하연의 목에 들이밀었다. 그리고 내리치는 그 순간,


정군의 입안에서 퍼런 빛이 나더니 이상한 말을 읊었다.

”제물. 인.장.시.동.“

정군은 이상한 말들을 읊고나서는 눈도 파란색으로 빛이 났다. 무엇인가가 그의 몸을 속박이나 한 듯이 한 동안 그가 가만히 있었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옆에 있던 우물 속에 있는 물들이 부글거리더니 해마가 하늘로 튀어 올라왔다. 그리고는 다시 우물 속으로 사라졌다. 정군에게서 파란 빛이 사라지더니,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정하연. 일단 너의 원인을 다시 조사해보마. 절대 무언가에 위협을 당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아니 근데 원인을 조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도 많이··· 그때까지 제발 사고 치지마! 내가 부탁하마! 너가 스스로 영멸하는 것은 괜찮아, 제발! 이승에 영향을 주지마!”

그 순간 그의 눈에 법찬이 들었다. 시간이 정지된 이 상황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흠...너는 누구지?”


가만히 있던 법찬이 대답했다.

”저는 여러가지 이름이 있지만, 여기서는 법찬이라고 불립니다.“


그대로 법찬에게 다가가 곰방대를 머리에 대니 그의 머리에서 노란 빛이 났다.

곰방대를 허공에 휘적이니 노란 빛이 궤적을 그리며 허공에서 놀기 시작했다.

”불경을 공부한 모양이네? 너의 기억을 좀 검토하마.“


허공에서 놀던 빛이 안개처럼 흩뿌려지더니 정군이 스읍하고 숨을 들이켜 안개를 코로 빨아들였다.

”아... 아.. 으음... 음.. 그랬구만... 어?... 아~ 으음...?“

눈에 노란빛을 내며 혼잣말을 주고받은 정군이었다.

법찬이 손끝에 힘을 주며 자신의 허벅지를 톡하고 건드리자, 정군의 교감이 강제적으로 종료되며 눈동자가 평소대로 돌아왔다.


“너 불공만 드린게 아니네? 너 정체가 뭐야?”

“그건 저도 알아가는 중입니다.”

“그러면 너도 알아가면서 옆에 있는 이 정하연이라는 얘 좀 돌봐줘. 별거 아니야 그냥 사고 안 치게 잘 돌 봐주라는 말이지.”

“제가 애를 돌보는 것은 잘 모릅니다.”

정군이 법찬의 손을 붙들며 흔들었다.


“그러면 너만 믿고 간다. 정하연 너는 내가 해결법을 알아올 때까지 절대 사고 치지 말고 있어. 이생에 대한 집착은 잠시 넣어두고 너에게 걸린 아버지와 다른 혼들을 생각해!.”

정군의 어두운 망토가 길게 늘어지더니 정군을 감싸더니 그 자리에서 몸이 푹하고 꺼지며 사라졌다. 정적이 깨지며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

.

.

.

그가 사라지자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시작 기점이 살짝 이상했다.

”스님. 가시는 길 평안하세요.“

어머니의 인삿말이 나왔다. 분명히 아까까지 바닥에 엎드려 있었건만 지금은 어머니께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된 법찬이었다.

”아 예. 감사합니다. 제가 다시 생각해보니 이 시주가 많은 것 같습니다. 금화는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예? 아까는 현철스님과 똑같은 것으로...”

“제가 돌이켜보니 제가 그만한 일을 한 것 같지가 않습니다. 부디 다시 받아주시지요. 저는 제가 한 가치만큼만 받습니다.”

“아 예...”

“그럼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법찬은 말을 마치고 대문을 나섰다. 하연의 어머니는 얼떨결에 두 손의 금화를 쥐고는 안방으로 향하였다.



‘끼익, 쿵!’

대문이 닫히자, 하연의 얼굴은 정신이 나간 것처럼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히 아까 전까지만 해도 감동적인 어머니와의 재회였는데, 그런 것 같았는데. 무엇인가 뒤틀려 몇 초 전으로 되돌아 있던 것이다.


“하연이라고 했지. 하연아 어쩌다가 그렇게 된 것이냐?”

법찬은 대문을 앞에서 하연의 손을 잡아 이끌며 물어보았다.

“그러게요...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넋이 나간 채 대답한 하연을 보며 법찬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이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느낀 법찬이었다.

”좀 전에 저승사자가께서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하셨는데, 그게 다 무슨 이야기인 것이에요?”

”그러게 무슨 이야기인지 나도 모르겠다.“


하연은 자기와 똑같이 넋이 나간 법찬을 쳐다보았다.


”일단 내가 너의 보호자니까 나를 따라오너라. 어디로 도망갈 생각은 하지말고.“

”네 따라가야죠.“


법찬은 그를 데리고 일단 다리 밑으로 향했다. 그는 다리 밑에 도착하더니 고아들이 드글드글한 거적데기 집에 시주 받은 것의 일부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하연은 깜짝 놀란 눈으로 법찬을 쳐다보았다.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냐? 내가 그저 돈만 밝히는 땡중으로만 보였냐?“

”이것을 왜 여기다가 두십니까...“

”너 같이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수 많은 불우한 사람들이 있다. 나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그들을 눈에 담고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 뿐이야. 그리고 나는 내가 한 일만큼만 시주를 받는다. 내가 도와줄 수 없는 사람에게는 시주를 받지 않아.“


그가 모닥불을 지피고 자리에 앉았다. 주머니 가방에서 밥통을 꺼내고는 물을 부어 밥을 짓기 시작했다. 하연과 법찬은 그 앞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하연의 눈동자 속에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눈시울이 붉어진 어머니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 모습을 본 법찬은 말을 걸었다.


“어땠어?”

“뭐가요.“

”잠깐이라도 어머니와 마주한 그 순간 말이야.“

”모르겠어요. 어쩌다 제가 이렇게 되었는지 원망스러워요. 무엇이 저를 죽음으로 이끌었는지 반드시 찾아내서 도륙 낼 겁니다...“

법찬은 하연의 눈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하연아, 사랑은 인간의 영혼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힘이야. 하지만 그 사랑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때, 영혼은 걷잡을 수 없이 혼탁해 질 수 있어.“

하연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법찬을 바라보았다.

”어떤 식으로요?“


법찬은 모닥불의 불꽃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설명했다.

”서역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어. 서역사람들이 말하는 천계에는 천계를 지키는 전사들이 있다더군. 그 곳에서 가장 강하고 신에게 가장 사랑받는 전사가 있었어. 그는 가장 빛나는 존재였지. 하지만 자신의 힘과 아름다움에 취해 신과 대적하기로 결심했단다. 그 사랑이 자만으로 변질되어 타락하게 된 것이지.“


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따라갔다.

”그렇다면 그 전사는 사랑 때문에 타락한 것인가요?“


법찬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로 그거야. 그는 신의 사랑을 받고 있었고, 그 사랑은 그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지. 하지만 그 사랑에 만족하지 않고 방향이 자기 중심적으로 변하면서, 자신이 신이 되기를 원하게 되었고, 결국 그는 추락하고 말았단다.”


하연은 고민에 잠기며 물었다.

“그러면 현재 부모님의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현재 저를 타락시킬 수도 있다는 건가요?”


법찬은 대답했다.

“사랑.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야. 사랑은 인간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힘이지. 그러나 그 사랑이 자신을 잃게 하거나 타인에 대한 연민을 잊게 할 때, 영혼은 어두운 길로 빠질 수 있어. 내가 말했던 전사의 타락도 그가 사랑을 자신만을 위한 것으로 왜곡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란다.”


하연은 깊이 생각하며 말했다.

“그러면 저도 사랑으로 인해 타락할 수 있다는 건가요?”


법찬은 하연의 어깨를 다독이며 대답했다.

“그렇지. 하지만 네가 진정한 사랑을 이해하고, 그 사랑이 타인을 향할 때, 너의 혼은 강해지고 이미 죽은 몸이라 덕이 쌓이는 지 확신은 못하겠지만 덕도 쌓일 것이다. 현재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분노와 허망함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보낸 다면 너를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어.”


법찬은 하연에게 따듯한 미소를 지으며, ”너의 마음에 따라 사랑은 너를 타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구원해 줄 것 이란다.“ 말을 덧붙였다.


하연은 법찬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동자는 처음 보았던 것보다도 더 맑아진 것 같은 상태였다.


- 치이이익 치이이익

“근데 이게 무슨...? 소리지?”

하연에게 조언을 하다보니 밥 짓는 때를 놓쳐버린 법찬이었다.


“이런! 너 때문에 밥 다 탔잖아. 이거 어떡할거야! 너는 밥을 안 먹어도 되지만 난 먹어야 된다고!”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 변화에 하연은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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