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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르새싹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9
최근연재일 :
2024.10.16 18:42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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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6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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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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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하연은 법찬 앞에 앉아 밥 먹는 것을 그저 구경했다.

“저기 그렇게 사람이 먹는 것을 뚫어져라 쳐다보면 소화가 잘 될까? 나 지금 너무 불편한데 어떡하지?”

“아··· 죄송합니다 스님··· 스님이 너무 맛있게 드셔서 계속 시선이 갑니다··· 그러면 스님은 식사를 하세요. 저는 제 이야기를 스님께 들려드리겠습니다.

하연은 맛있게 먹는 법찬을 보며, 바다에서 일어난 일들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법찬은 밥 먹는 것에 집중하는 듯하다가, 이야기의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되면 귀를 기울이고는 밥 먹는 것을 멈췄다. 법찬이 밥을 먹는 것을 마치자마자 하연의 이야기도 끝났다.


“하연아, 너의 속 마음을 들려줘서 고맙다. 나는 제를 드릴 줄 알고 있으니 너가 저승으로 간다면 아버지와 같이 제를 올리마.”

“감사합니다 스님.”

“혹시 어디 가고 싶은 곳이 있느냐?”

“아버지가 생전에 맡은 임무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저승에 가기 전 그 임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을 부탁했습니다.”

“그게 무슨 임무인데?”

“그것은 물건을 옮기는 임무였습니다. 그러다가 큰 파도를 만나 침몰해서 금고가 사라진 줄 알았는데, 제가 죽고나서 어떤 장군이 그 금고를 가지고 이동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법찬도 유랑하는 처지이기에 하연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그의 말에 일단 금고를 찾는 것이 하연에게 도움을 줄 것 같아. 정확히 누가 어디로 가져갔는지 확인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면 먼저 항구로 가서 누가 어디로 가져갔는지 확인하도록 하자.”

하연은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배도 꺼트릴 겸 항구에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 시합해볼까?”

법찬의 말에 하연이 콧방귀를 뀌면 대답했다.

“제가 무조건 앞 설텐데요?” 하연은 이미 자신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 지 알고 있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것이지!”


법찬이 앞으로 쏜살같이 질주했다. 하연도 뒤지지 않기 위해 바로 출발했지만 법찬과의 거리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수련을 한 거지?’

겉으로 보기에는 걷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속도는 말이 달리는 것과 같은 속도였다. 그들은 그렇게 항구로 질주했다.


항구에는 당연히 법찬이 먼저 도달했다. 그 뒤로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하연은 법찬의 소매를 쥐고는 숨을 골랐다.

‘이거 귀신도 숨이 차긴 하구나? 이거 신기하네.’

법찬은 하연의 신체반응을 보고는 그에게 단련이라는 것도 가능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항구에 도착하니 그곳은 적막 속에서 부서진 배와 함께 선원들의 시신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썩어가는 냄새가 항구를 감쌌고, 바닷바람이 시체의 냄새를 더 멀리 퍼뜨리고 있었다. 법찬은 곧바로 시신들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이들은 한동안 방치된 듯했고, 그로 인해 그들의 원념들이 그곳에 엉겨붙어 있었다.


"이대로 두면 큰일이 벌어질 거야,"

법찬이 조용히 말했다.

"오래 방치된 시신들은 그들의 원념이 얽혀 원념체가 생길 수 있지. 그 악한 의지는 더 큰 재앙을 부를 거야."


그는 시신들을 정리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그의 표정은 평온하고 단호했다.


하지만 그 순간, 하연이 법찬의 앞을 막아서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왜 그런 짓을 하시는거죠?"

그의 눈은 분노로 일렁이고 있었다.

"이 쓰레기들을 위해 시신을 정리하고 기도까지 해준다고? 이들이 나와 아버지를 죽였어. 이들이 내 인생을 끝장냈다고!"


하연의 목소리는 흔들리며 그의 깊은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들은 나를 배신하고, 결국 내 목숨을 앗아갔어. 내 시신이 어디 있는지 알아? 저기 장강 앞바다 밑바닥에 있어. 그런데 당신이 그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그럴 자격이 없는 자들한테?"


법찬은 하연의 분노를 담담히 받아들이며 눈을 감았다.

"하연아, 그들의 죄와 관계없이 이곳에 남은 원념들이 악한 의지를 품게 되면, 그 고통은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거야. 네가 얼마나 그들을 미워하든, 이들은 이미 죽었어.."


하연은 이를 악물고 무겁게 숨을 내쉬었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어. 이미 죽었는데, 무슨 의미가 있냐고."


법찬은 조용히 하연을 바라보았다.

"죽음이 끝이 아니다. 네도 알고 있잖아. 그들의 원념이 남아 이곳을 어지럽히게 두면, 더 많은 생명이 위협받을 거다. 그들을 위한 기도가 아니야, 이곳을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 하는 거다."


하연은 그 말을 듣고 입을 다물었다.

그의 분노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았지만, 법찬의 말 속에서 약간의 이성이 스며들었다. 법찬은 다시 시신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시신을 한쪽에 모으고 불을 붙이고서 그들의 영혼이 원념체로 변하기 전에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연은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 속에서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들의 사이는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졌다.


법찬은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상황 파악을 위해 객잔 앞에서 호객 행위하는 점소이를 붙잡았다.


“말 좀 묻겠습니다. 선생님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십니까?”

점소이로 무시만 받던 이가 선생소리를 듣자, 웃으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관군이랑 첩자랑 싸움이 벌어졌다 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첩자가 선원들 무리 사이에 끼어 있는 상태에서 싸움이 벌어져 선원들이 모두 다 죽었다고 하네요···”

옆에서 듣고 있던 하연은 관군들이 그저 그들을 첩자로 몰아서 죽이고 금고를 훔쳐갔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면 그 관군들이 어디 소속?”

“관군들은 이 지역 관 소속들입니다. 저도 들은 소문이지만 이신 장군님이 이번에 황제폐하의 명으로 감찰임무를 맡으셨다 했습니다. 장군님 휘하 하에 관군들이 움직였답니다.

“고맙습니다.”

법찬은 합장을 하여 인사를 하고는 뒤돌아 시신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하연은 법찬에게 이신장군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까 화를 냈던 것이 있어 물어보지 못했다.


“이신 장군은 폐하가 신임하는 장군이라고 소문이 자자하지. 아무래도 그 금고는 황궁으로 들어가는 것 같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법찬은 하연에게 상황을 물어보기 전에 먼저 알려주었다. 하연은 이전에 마차에서 마주친 장군이 ‘이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금고가 황궁까지 도착한 것을 확인하겠다는 냥 대답했다.

“확실하지도 않으니, 저희도 황궁 쪽으로 가보죠.”

황궁이 있는 함양까지 가려면 장강 하류에서 출발하면 평범한 사람에게는 족히 20일은 걸리는 곳이었다. 게다가 법찬은 황궁에는 가 본 적이 없었다. 그에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연아 오늘은 해가 저물었으니, 하룻밤 자고 내일 출발하도록 하자.”

법찬은 산 밑에 있는 주막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가 좋겠군.”

매우 허름해 보이는 주막으로 귀신이 나올 것만 같았다.

“웬만하면 좀 좋은 곳으로 잡으시지 금방 귀신이라도 나올 곳으로 잡은 것이에요?”

“안 그래도 지금 귀신이랑 같이 다니고 있는데?”

법찬이 말한 귀신이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은 하연은 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좀 전에 말다툼한 것이 있었기에 참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법찬은 그런 하연을 신경 쓰지 않고 주막에 들어갔다.


“어서오십쇼!”

머리가 어른 허리까지만 오는 아이가 법찬과 하연을 반갑게 맞이했다.


주막에 들어서니 법찬과 하연 말고는 다른 손님들은 없었다.

“잠만 자고 가겠습니다.”

“저희 음식도 잘하는데 조금 내올까요?”

“그러면 국수랑 만두를 부탁하겠습니다.”

점소이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갔다.


“스님 여기 기운이 스산합니다.”

“하연아 너가 주위에 뭐가 있는지 확인 좀 해줄 수 있겠니?”


하연은 법찬의 요청에 따라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주막은 허름해 보였지만,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하연은 점차 신경을 곤두세우며, 자신의 감각을 더 예민하게 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자 이전에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공기 중에 무언가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느껴졌다.


“스님, 저기 구석에 뭔가 이상한 기운이 있습니다.”

하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법찬은 작은 미소를 띄고는 하연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가 본 구석에는 작은 불상이 있었는데, 그것은 누군가가 오래 전에 두고 간 듯해 보였고, 빛바랜 먼지가 덮여 있었다.


“보통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정기나 원념들이 그런 곳에 머물기도 하지, 우리가 신경 쓰지 않으면 그들도 우리를 건드리지 않을 거야.”

법찬은 조용히 말했다.

“그렇지만 이곳은 평범한 주막은 아닌 듯하니, 쉬는 동안 너가 잘 신경 써주면 고맙겠구나.”

법찬은 호위업무를 하연에게 은근슬쩍 넘겼다. 하연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법찬과 하연은 방으로 들어간 뒤, 마루 위에 앉아 조용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연은 침대에 앉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불안했다.


적막감. 주막은 조용했지만, 그 속에 감도는 불길한 기운이 그를 계속해서 불편하게 만들었다.


“스님, 저희가 먼저 안 건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 맞죠?”

법찬은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너의 직감을 믿어라. 우리가 쉬는 동안 무언가 다가올지 모른다. 하지만 걱정마라. 너는 무엇이든 대처할 수 있으니.”


그 순간, 창밖에서 거친 바람 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실려온 것은 무언가 귀를 간질이는 속삭임이었다. 하연은 본능적으로 몸을 긴장시켰다.

“하연아. 무언가 오고 있구나. 준비해라.”

그 말을 마치자마자, 문이 벌컥 열렸다.

.

.

그것은 점소이였다. 방에 들어와 음식을 상에 올렸다.

“스님, 국수는 제가 정말 맛있게 만들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귀엽게 음식을 소개한 어린 점소이는 그대로 방을 나갔다.


“네··· 스님 무언가 오긴 왔네요. 매우 귀여운 점소이가···”

“그래 내가 온다고 했잖느냐. 나는 일단 식사부터···”

법찬은 맛있게 만두부터 한입에 쏘옥 넣고는 우물거렸다. 그 모습을 본 하연은 콧방귀가 자동으로 나왔다. 그 순간 서늘한 기운이 문 밖으로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하연아. 내가 음식 먹는 것을 구경하지 말고 밖에 나가서 좀 둘러보거라.”


하연은 방을 나와 주막 주위로 걷기 시작하자 그의 뒤로 무언가가 쫓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대체 무슨 녀석들이야?”

하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대답하는 것은 그저 나무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소리 뿐이었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 더 고요하고, 그러나 더 위협적인 기운이었다.

하연의 가슴 속에는 긴장감이 점점 더 고조되었다.


그가 주막의 뒤편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눈앞에 무언가 희미한 형상이 나타났다. 그 형상은 선원들이 입었던 옷을 입은 채 흔들리고 있었다. 하연은 본능적으로 몸을 긴장시키며 그 형상을 향해 다가갔다.


“당신은···?”

하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그저 그 형상은 하연을 응시하며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듯 보였지만, 그 입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순간, 형상의 눈이 갑자기 붉게 빛난다. 그 눈에서 발산되는 증오와 분노는 하연의 심장을 마구 쥐어짜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작가의말

내일 아이가 출산하네요... 참 긴장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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