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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다섯별
작품등록일 :
2024.10.01 10:51
최근연재일 :
2024.11.09 14:5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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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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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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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탐욕(2)

DUMMY

아침부터 보목은 이목과 함께 2박 3일 치의 캐리어를 끌고 시외버스 창가 자리에 앉았다. 몇 분 후, 버스가 출발하자 여행객들과 양복 차림의 회사원들로 분주하던 복합터미널의 풍경이 점차 멀어졌다.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와 산이 펼쳐지는 두 시간의 여정 동안 한 번의 환승을 거치니, 풍경이 논과 밭으로 바뀌면서 마침내 보목은 고창 흥덕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에 내리자,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핼쑥한 남성이 약간의 미소를 띠며 다가왔다.

“류보목 주무관님 맞으시죠? 만나서 반갑습니다.”

보목은 고창에서 자기를 맞이할 사람은 산림청 직원이라 짐작했지만, 아직 자기소개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먼저 알아보고 다가온 것은 이상했다. 보목은 의아한 시선을 남성에게 보냈다.

“저도 반가워요. 혹시 먼저 오셨다던 나무의사님이신가요?”

남성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답했다.

“아, 나무의사는 제 아내예요. 저는 수목치료기술자 김태영(金太永)이라고 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남성이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을 잡았을 때, 보목은 그의 손으로 미약한 떨림을 느꼈다. 친절하면서도 어딘가 어색한 미소와 불안한 눈빛을 가진 그에게 보목이 조심스레 물었다.

“근데 절 어떻게 바로 알아보셨어요?”

“그야······”

김태영은 긴장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이목이었다.

“한눈에 봐도 눈에 띄시는걸요.”

떨리는 김태영의 대답에 보목은 신령인 이목을 본다는 사실에 경계 어린 시선을 보내면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녀를 향해 김태영이 당황한 얼굴로 두 손을 급히 내저었다.

“그렇게 놀라실 것 없어요. 저희처럼 나무를 오래 다루다 보면 가끔 신령이라는 분들을 뵐 때가 있어요.”

“내가 보이면서도 먼저 다가오다니, 보기보다 담이 크구나.”

보목의 뒤에 있던 이목이 흥미로워하며 앞으로 나오자, 김태영은 곧 시선을 보목에게로 돌리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나머지 이야기는 가면서 나눠도 될까요? 아내가 이미 일을 시작해서 저희도 빨리 가는 게 좋겠어요.”

보목과 이목은 김태영이 준비해 둔 차량에 짐을 실었다. 보목은 조수석에, 이목은 뒷좌석에 앉았다. 차가 출발하려는 순간, 김태영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는 급히 고개를 돌려 전화를 받으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안 그래도 지금 막 출발하려던 참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갈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줘요.”

조심스럽게 말하면서도 여유를 잃은 듯 더듬거리는 김태영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손도 미세하게 떨렸다. 통화 내내 시선을 피하고 주변을 의식하는 그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낀 보목이 안전벨트를 움켜쥐며 물었다.

“저기 혹시 누구랑 통화하신 거예요?”

순간 멈칫한 김태영이 보목을 망설이듯 바라보았다. 초조함이 가시지 않은 그의 얼굴에 어색한 미소가 번졌다.

“아내예요, 아내. 아침부터 혼자 일하다 보니 힘들었는지 짜증을 내네요.”

억지로 쥐어짜는 웃음에 보목은 그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 차 안에 어색한 기류가 감도는 가운데, 김태영이 서류 뭉치를 건넸다.

“이건 저희 부부가 조사한 자료예요. 도착하기 전에 한번 읽어보세요.”

맨 앞장에 ‘선운산의 생태와 전염병 가능성’이라고 적혀 있었다. 보목은 서류를 대충 훑어보며, 이미 조사와 정리가 거의 완료된 것을 확인했다. 어쩌면 정 국장 말대로 일이 금방 끝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들었지만, 김태영의 불안한 태도가 머릿속에 남아 찝찝한 기분을 지우지 못했다.


차가 고창의 조용한 시골길을 따라 천천히 선운산으로 향하던 중, 김태영은 서류를 훑고 있는 보목을 힐끔거렸다.

“일은 어때요? 힘들지 않아요?”

보목이 서류에서 눈을 떼며 솔직하게 답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산이나 숲이 좋아서 들어왔는데, 출장이나 자잘한 업무가 생각보다 많아서 조금 힘들어요.”

보목의 대답에 김태영은 자기가 신입이던 시절이 떠오른 듯했다. 그의 표정이 조금 편해진 것을 느낀 보목은 기회를 살려 대화를 이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두 분은 어떻게 만나셨어요?”

“저희 부부요?”

운전하는 내내 긴장해 있던 김태영의 눈가에 자연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아내랑은 일하면서 만났어요. 산불이 크게 나서 인력이 많이 필요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복원 작업을 하다가 친해졌죠. 정말 멋진 사람이에요. 매사에 열심히 일하고, 나무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따뜻한 사람이죠.”

부인 이야기를 할수록 김태영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를 따라 보목도 다소 경계심을 풀었다.

“그 이후로 계속 함께 일하신 건가요?”

“네, 맞아요. 집사람은 나무의사로, 저는 수목치료기술자로. 요즘에는 같이 모은 돈으로 나무 병원을 차릴 계획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김태영의 말이 갑자기 멈추며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졌다. 핸들을 단단히 움켜잡은 그의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고, 방금까지의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차 안에 다시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죄송합니다. 요즘 일이 좀 많아서요. 괜히 불편하게 만들어서 죄송해요.”

“괜찮아요. 힘든 일이 많으셨나 봐요.”

예고 없이 돌변하는 그의 감정 변화에 보목은 불편했지만, 애써 웃으면서 위로했다. 그녀의 위로에 김태영은 억지로 미소를 보였지만, 그 미소는 어딘가 힘겨워 보였다. 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차 안에서 목적지인 선운산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선운산 도립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운 보목은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니 차갑고 상쾌한 공기가 폐로 들어왔다. 새벽부터 시작된 장거리 출장은 피곤했지만, 보목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봄이 다가온 선운산은 어떤가요?”

산책로를 걷기 시작하자 김태영이 모두에게 물었다.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지만, 나무를 얘기할 때만큼은 진심이 묻어났다.

“아직은 조금 이르지만, 2월이 되면 매화, 벚꽃, 동백꽃 같은 봄꽃들이 만개할 겁니다. 오늘 우리가 조사할 곳도 바로 그 동백나무숲이에요.”

김태영은 보목에게 선운산의 다양한 지역과 수목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마치 나무 하나하나가 소중한 존재인 양 애정이 배어있었다. 그 설명을 경청하는 보목의 뒤에서, 이목은 흙과 나무를 유심히 살폈다.


선운사(禪雲寺) 뒤쪽 산비탈에 도착하니, 주변의 앙상한 나무들과 달리 푸른 잎이 무성한 상록수들이 펼쳐졌다. 동백나무의 특징이 상록수라는 것을 알고 있던 보목은 그곳이 동백나무숲임을 금세 알 수 있었다. 동백나무에 가까이 다가가니 겨울 중에 얼었던 흔적도 없고, 물이 부족해 보이지도 않았다. 몇 그루는 건강하게 꽃봉오리까지 맺고 있었다. 최근 숲이 일시적으로 시들었다던 보고서 내용과는 달리 숲에는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보고서에 나온 동백나무숲이 맞나요?”

김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들도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이곳에서 사실상 파견 근무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변의 흙과 나무를 살피던 이목은 흙을 직접 만지며 유심히 관찰하다가 손을 털고 일어났다.

“너희가 아는 지식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게다. 흙과 나무에 깃들었던 신력(神力)이 끊어진 시기가 있다. 이변은 이곳의 신령이 죽거나 도망치면서 주인 자격을 잃었기 때문이지.”

보목은 이목이 교룡림의 나무에서 여의주를 꺼냈을 때, 여의주가 담겼던 나무가 시들어버리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숲이 살아난 이유는 새로운 주인이 나타났다는 뜻인가요?”

“새로운 신령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너, 숲의 중심부로 안내해라.”

이목의 설명을 듣고 표정이 어두워진 김태영이 다시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보목은 그가 윗선에 해야 할 보고를 걱정하거나,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수고가 됐다는 허탈함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태영은 보목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이유가 아니에요.”

여전히 무언가를 감추는 기색이 엿보이는 김태영의 안내를 따라 숲의 중심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온해 보이는 풍경에도 보목은 미묘한 불안감으로 가슴을 졸였다.


숲의 심층부로 들어갔을 때였다. 맑았던 숲 주변에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점점 시야를 뿌옇게 가렸다. 하얀 안개가 황색으로 변하는 순간, 이목이 보목과 김태영에게 손짓으로 물러나라고 지시했다.

“숨을 참아라. 한 번이라도 들이키면 끝이다.”

보목은 손으로 코와 입을 막으며 이목의 지시를 따랐다. 이목이 하늘로 손을 뻗자, 황색의 안개가 소용돌이치며 그의 손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구의 형태로 뭉쳐진 안개 구슬을 쥔 이목은 뒤에서 숨을 참는 보목과 김태영을 돌아봤다.

“이제 손을 내려도 된다. 지금부터 사건의 당사자에게 직접 물을 것이니, 물러나 있어라.”

몇 걸음 앞으로 나선 이목은 안개 구슬을 땅에 내리꽂았다. 땅이 갈라지며 황색의 안개가 지면으로 퍼져 나갔다. 갈라진 틈 사이로 지면이 불룩 솟아오르고, 암석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주변의 동백나무보다도 커다란 붉은 지네가 이목 앞에 솟구쳤다.

“대체 어떤 재주를 부렸기에 나, 괴오공(怪蜈蚣)이 만든 안개를 제 것처럼 다루는 거냐!”

“그런 것도 재주라니 한심하구나. 입을 다물어라. 겉모습만큼이나 지독한 냄새를 참기 어렵구나.”

“건방진 녀석, 독으로 녹여주마.”

격분한 괴오공이 끈적이는 침을 흘리며 두 개의 송곳니를 좌우로 벌렸다. 거기서 대량의 황색 독이 뿜어져 나왔다. 이목은 손을 휘저어 물로 장막을 쳤지만, 걸쭉한 독의 일부가 장막을 타고 흘러 그의 소매에 튀었다.

소매가 녹아내리며 공기 중에 살타는 냄새가 퍼졌다. 이목은 흉악하게 비웃는 괴오공을 앞에 두고, 녹아내린 소매를 뜯어내며 냉정하게 말했다.

“너희가 있으면 거추장스러워 싸우기 어렵다. 최대한 멀리 떨어져라. 때가 되면 데리러 가마.”

보목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녹아내린 소매를 바라보았지만, 이목은 무표정하게 그들을 등졌다. 그때, 김태영이 다급하게 말했다.

“주무관님, 저분 말씀대로 하는 게 좋아요. 경수산(鏡水山)과 개이빨산(犬齒山)으로 가는 산책로를 따라가면 용문굴(龍門窟)이 있습니다. 제 아내와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먼저 우리끼리 그쪽으로 가요.”

김태영의 초조한 태도와 눈빛은 부인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듯했다. 저런 지네를 본 이상, 혼자 있을 아내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보목은 서둘러 김태영을 따라 용문굴로 향했다. 그들이 떠나는 것을 확인한 이목이 다시 하늘로 손을 올렸다.

“네 재주가 얼마나 한심하지 손수 보여주마.”

괴오공의 주변으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하늘을 올려보니, 괴오공의 머리 위로 검은 먹구름이 뭉쳐 있었다. 불길함을 감지한 괴오공이 도망치려 할 때, 먹구름에서 폭포 같은 빗줄기와 우박이 섞여 쏟아져 내렸다.


작가의말

오늘 독자님들의 하루가 행복하길 바랍니다.

추천과 선호작도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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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아름다운 그림(4) 24.10.31 18 0 12쪽
31 아름다운 그림(3) 24.10.30 21 0 12쪽
30 아름다운 그림(2) 24.10.29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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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세상을 바꾸는 자(7) 24.10.27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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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세상을 바꾸는 자(4) 24.10.24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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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세상을 바꾸는 자(2) 24.10.22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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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드러난 탐욕(5) 24.10.20 37 0 12쪽
20 드러난 탐욕(4) 24.10.19 34 0 12쪽
19 드러난 탐욕(3) 24.10.18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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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흘려버린 추억(4) 24.10.14 33 1 11쪽
14 흘려버린 추억(3) +2 24.10.13 44 2 12쪽
13 흘려버린 추억(2) 24.10.12 38 4 12쪽
12 두 개의 구름(3)~흘려버린 추억(1) 24.10.11 3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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