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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다섯별
작품등록일 :
2024.10.01 10:51
최근연재일 :
2024.11.09 14:5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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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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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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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림(2)

DUMMY

이야기를 듣던 보목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북조 시대면 5세기에서 6세기경인데, 조선은 14세기에서야 세워진 나라였다.

납득하기 어려운 소문에 보목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잠깐만요. 그러니깐 국장님 말씀은, 남북조 시대를 살았던 화공의 제자가 조선에서 살았다는 말씀인가요?”

정 국장은 이해한다는 듯 눈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소문이라는 거죠. 그리고 보목 주무관님도 알다시피, 우리가 흔히 아는 상식만으로 접근하기엔 이미 상식 밖의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잖아요. 어쩌면 장승요나 그의 제자 역시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을지 모르죠.”

지금까지 만나왔던 영물과 신령들의 얼굴이 떠오른 보목은 묘하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그녀의 눈에 차오르자, 정 국장은 손가락 끝으로 탁자를 몇 번 두드리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충청북도 제천 설화 중에 가난한 청년이 한양에 사는 부유한 청년에게서 그림을 세 번 받아왔는데, 그 그림들이 하나같이 살아 움직였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아내의 친정 식구들에게서 들은 소문과 이 설화를 연관 지어보니, 설화 속 부유한 청년이 장승요의 제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죠.”

확실한 단서를 기대했던 보목은 정 국장의 말이 그저 설화와 소문에 의존한 추측에 불과하다는 점에 살짝 김이 샜다.

괜히 기대했던 자신이 무색해졌지만, 그녀는 입술을 다물며 허탈함을 억눌렀다.

그녀의 반응을 읽은 정 국장은 난처한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정보일 수도 있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장승요의 제자 역시 장승요처럼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보일 겁니다. 그래서 이번 파주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유명한 ‘달귀’가 처음으로 여는 팬 미팅에 그가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요.”

보목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팬 미팅에 화가가 영감을 얻으러 올 가능성이 있다는 정 국장의 말이 한편으론 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목의 마음 한구석에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강한 예감이 피어올랐다.

그녀는 이성적인 판단을 뒤로 하고 참석 의사를 밝혔다.


며칠 후, 드디어 달귀의 팬 미팅 날이 찾아왔다.

이른 아침부터 경기도 파주에 도착한 보목과 이목은 정 국장의 도움으로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

진짜 팬에게서 기회를 빼앗는 것 같아 죄책감도 들었지만, 보목은 산신도의 중요성을 상기하며 결의를 다졌다.


퍼스트 가든에 도착한 보목의 눈앞에는 메이크업에 열광하는 여성 팬들로 붐비는 행사장이 펼쳐졌다.

넓은 잔디밭에 마련된 행사 부스 곳곳에서 팬들은 서로의 메이크업을 칭찬하며, 달귀가 작업한 인상적인 메이크업 포트폴리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행사장은 SNS에 공유를 위한 포토존이나 문구가 넘쳐났고, 달귀가 직접 손 글씨로 작성한 메이크업 팁이 붙은 다양한 메이크업 제품들도 전시되어 이목을 끌었다.

북적이는 팬들은 그 앞에 모여 달귀의 이야기나 자기들만의 메이크업 비법을 열정적으로 주고받으며 하나로 어우러졌다.


열정적인 토론장으로 변해가는 행사장 한복판에서, 보목은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분위기의 사람을 찾으려 애썼다.

메이크업에 열중한 팬들 사이에서 홀로 어색하게 서 있거나, 행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없는지 보목은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 눈길을 주며 주위를 샅샅이 살폈다.

그녀가 팬들 사이를 바쁘게 헤매던 중 무대조명이 갑자기 밝아지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무대로 쏠렸다.

“어서 와요~ 우리 달둥이 여러분. 저 달귀예요!”

콧소리가 섞인 경쾌한 인사와 함께, 스트로 햇과 여러 개의 고리 귀걸이를 착용한 달귀가 등장했다.

넉넉한 흰색 카디건에 작은 꽃무늬가 더해진 파스텔 색조의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단추 하나가 풀린 목선에는 은은한 광택의 얇은 목걸이가 그녀의 미소와 함께 빛났다.

무대 조명만큼이나 활기 넘치는 그녀의 등장에 ‘달귀의 귀염둥이’, 이른바 ‘달둥이’라 불리는 팬들이 열렬히 환호했다.

“이렇게 많은 달둥이들이 제 팬 미팅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달귀는 팬들에게 눈을 맞추며 계속해서 손을 흔들었다.

“초창기에는 시청자 스무 명에 불과했던 제가, 여러분의 응원과 사랑 덕에 여기까지 왔어요. 앞으로 더 좋은 기획으로 보답하는 달귀가 될게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달귀에게 팬들은 힘찬 박수로 화답했고, 본격적인 팬 미팅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순서인 Q&A 시간에서 달귀는 팬들이 사전에 제출한 질문을 무작위로 뽑아 답하며 소통을 이어갔다.

메이크업 팁과 개인적인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그녀의 자연스러운 말투와 친근한 태도는 팬들은 물론 보목까지도 매료시켰다.

어느새 원래의 목적을 잊고 빠져든 보목의 귀에 낮고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여흥을 즐기는 사이 내가 일을 끝낸 듯하구나.”

살짝 긴 손톱이 보목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보목은 흠칫하며 옆으로 돌아보았고, 이목은 손가락으로 관중석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목의 손끝을 따라 보목은 무대에서 시선을 돌렸다.


무대가 잘 보이지 않을 관중석 뒤편에 헝클어진 긴 머리를 대충 묶고,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린 남성이 무대를 등지고 서 있었다.

여러 색의 잉크가 흩뿌려진 펑퍼짐한 후드에 검은색 카고팬츠를 입은 그는 팔에 복잡한 문양의 문신이 새겨져 있어, 말끔한 차림의 팬들 사이에서 단번에 눈에 띄었다.

남성은 오로지 달귀의 포트폴리오나 메이크업 팁의 사진을 찍는 데만 몰두하고 있었다.

보목은 작은 목소리로 이목에게 속삭였다.

“행사가 끝나거나, 저 사람이 나가면 그때 같이 가서 물어봐요.”

장승요의 제자를 찾았다고 직감한 보목은 그 남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수상하게 여겨진 그녀는 계속해서 남성을 주시했다.

하지만 관중을 살피는 것은 보목과 이목만이 아니었다.


무대 위에 선 달귀는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프로다운 눈썰미로 팬들을 세밀히 살피고 있었다.

장난기 가득한 그녀의 눈에 보목이 포착되었다.

자기를 두고 고개를 돌려 뒤편의 남성만 신경 쓰는 보목의 모습에 달귀의 입가에 의미 모를 미소가 살며시 번졌다.


두 번째 순서인 라이브 메이크업 시연이 시작되기 직전, 달귀는 불쑥 손가락을 들어 보목을 가리켰다.

뜻밖의 지목에 주변의 시선이 순식간에 보목에게 집중되었다.

다른 곳을 주시하다가 여러 사람과 눈이 마주친 보목은 그제야 사람들의 시선이 자기에게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당혹감으로 물든 그녀를 지켜보며, 달귀는 눈가에 장난기 어린 빛을 띠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살며시 옆으로 옮겼다.

“음~ 아니면 옆에 앉으신 분, 대신 앞으로 나와 주실래요?”

달귀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퍼지자, 보목 옆자리의 여성이 설렘이 가득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팬들의 부러움 섞인 박수 속에서 여성이 무대로 향하는 동안, 보목은 이목에게 다급히 속삭였다.

“이목 님, 죄송하지만 잠깐만 대신 살펴주세요.”

이목은 보목의 간절한 부탁에 살짝 눈썹을 올리며 그녀를 노려봤지만, 이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덕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보목은 얼굴에 남아 있던 당혹감을 다잡고 이제라도 메이크업 시연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마지막 순서인 팬 사인회가 시작되자,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려 노력하던 보목은 팬들 사이에 섞여 줄을 섰다.

지금까지 이목이 주의 깊게 살펴본 결과, 관중석 뒤편의 남성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정 국장에게서 들은 설화대로라면 장승요의 제자는 남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그녀는 줄을 선 채로 남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려 했다.

그러는 사이, 보목 바로 앞사람의 차례가 되었다.

“제 부족한 방송을 재밌게 봐줘서 고마워요.”

달귀는 사인을 건네며 팬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붉은 매니큐어가 보석처럼 돋보이는 정교한 손으로 악수를 나눈 뒤 살짝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


드디어 보목의 차례가 되었다.

가까이서 본 달귀는 계란형 얼굴에 긴 흑발이 세련되게 어우러져 있고, 연한 메이크업 아래로 백옥같이 맑은 피부를 투명하게 빛냈다.

달귀는 여느 팬들과 마찬가지로 보목에게도 미소를 지으며 감사의 말을 건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름을 물었다.

봉선화처럼 붉은 입술에 미소를 머금고 사인을 시작한 달귀가 특유의 비음이 섞인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아까 짓궂게 장난쳐서 미안해요. 괜찮다면 메이크업 시연을 따로 해주고 싶은데, 오늘 시간 있어요?”

달귀의 제안에 보목이 고민할 새도 없이, 장승요의 제자일지도 모른다고 여겼던 남성이 조용히 자리를 뜨려 했다.

마음이 조급해진 보목은 달귀에게 서둘러 대답했다.

“제안은 정말 감사하지만, 오늘은 급한 일이 있어서 어려울 것 같아요. 모처럼 말씀해 주셨는데 죄송해요.”

급하게 인사를 마치고 자리를 뜨려는 보목을 보며, 달귀의 표정이 일순간 굳었다.

아치형의 도톰한 눈썹 아래로 자연스러웠던 달귀의 쌍꺼풀이 가늘게 떨리면서 아몬드 모양의 큰 눈이 한층 더 커졌다.

“아니, 왜요? 제 팬이라서 오신 거 아니에요?”

믿기 어렵다는 달귀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지만, 보목은 짧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다시 한 번 거절했다.

“죄송해요, 제가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서요. 그럼 실례할게요.”

짧은 사과와 함께 보목은 악수를 건네는 달귀의 손을 피하고 빠르게 자리를 떴다.

강당 밖으로 향한 그녀의 시선은 이미 목표에 단호히 고정되어 있었다.

“하?”

인기를 얻은 이후로 간만에 겪어보는 거절을 연속으로 두 번 당하고, 첫 팬 미팅에서 악수까지 거절당한 달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

곧 사인을 받으러 다가온 팬을 보고 정신을 차린 그녀는 옆에 있던 직원을 불러 낮은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방금 나간 사람 좀 따라가 줘요. 대체 얼마나 급한 일인지 궁금하네요.”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고 나서야, 달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표정으로 다시 팬 미팅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녀의 눈길은 가끔씩 강당의 문 쪽을 향했다.


팬 미팅에서 달귀에게 실례를 범하면서까지 급히 나온 보목은 한적한 벤치에 앉아 있는 남성을 발견했다.

그는 마스크를 벗고 소매를 걷어 문신을 드러낸 채, 무심히 담배를 피우며 휴대전화를 응시하고 있었다.

보목은 마음을 다잡고 그에게 다가갔다.

“저기, 실례가 아니라면 잠깐 시간 좀 내주실 수 있나요?”

남성은 눈을 살짝 들어 보목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나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듯 담배 연기를 뿜어내고는 다시 휴대전화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무관심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보목은 그가 장승요의 제자인지 확인하고자 다시 대화를 시도하려 했다.

그러자 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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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아름다운 그림(7) 24.11.03 14 0 12쪽
34 아름다운 그림(6) 24.11.02 20 0 12쪽
33 아름다운 그림(5) 24.11.01 15 0 11쪽
32 아름다운 그림(4) 24.10.31 18 0 12쪽
31 아름다운 그림(3) 24.10.30 21 0 12쪽
» 아름다운 그림(2) 24.10.29 21 0 12쪽
29 세상을 바꾸는 자(8)~아름다운 그림(1) 24.10.28 19 0 12쪽
28 세상을 바꾸는 자(7) 24.10.27 20 0 12쪽
27 세상을 바꾸는 자(6) 24.10.26 18 0 11쪽
26 세상을 바꾸는 자(5) 24.10.25 20 0 12쪽
25 세상을 바꾸는 자(4) 24.10.24 25 0 12쪽
24 세상을 바꾸는 자(3) 24.10.23 26 0 12쪽
23 세상을 바꾸는 자(2) 24.10.22 29 0 12쪽
22 드러난 탐욕(6)~세상을 바꾸는 자(1) 24.10.21 31 0 12쪽
21 드러난 탐욕(5) 24.10.20 37 0 12쪽
20 드러난 탐욕(4) 24.10.19 34 0 12쪽
19 드러난 탐욕(3) 24.10.18 29 0 11쪽
18 드러난 탐욕(2) 24.10.17 31 0 12쪽
17 흘려버린 추억(6)~드러난 탐욕(1) 24.10.16 2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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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흘려버린 추억(4) 24.10.14 33 1 11쪽
14 흘려버린 추억(3) +2 24.10.13 4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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