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산
“원한이요?”
강무결은 의외의 사실에 놀랐다. 도둑이 왜 구대문파와 원한을 갖고 있는가? 사실 대환단을 훔쳐 갔다면 소림이 신투대도에 원한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게 말이지 과거 철혈문이 혈사파에게 멸문 직전에 구대 문파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모양이야. 그런데 단 한 군데도 도움을 준 문파가 없었다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런데 지금 그 사실이 어떻게 알려지게 되었나요?”
“신투대도가 편지에 다 써놨어. 그래서 자신이 앙심을 품고 구대문파의 보물을 훔쳐서 자신만의 비밀 창고에 숨겨두었다고 했다네. 예를 들어서 소림의 대환단, 무당파의 태청단 같은 영약들과 무공 비급들을 말일세.”
강무결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진짜 보물창고겠군요?”
“그런데 자신이 이제 죽을 때가 되어서 자신이 한 짓을 후회한다며 보물들을 찾아가라고 구대문파에 편지를 보냈다네. 장보도와 함께.......”
“편지는 누가 보냈을까요? 신투대도가 과거 50년 전까지는 활동했다고 하는데 그 이후는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맞아. 그게 문제야. 구대문파도 도둑을 맞은 적이 없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각 문파에서는 주요 인사들을 파견하고 있다네.”
“정말 강호가 들썩이겠군요. 영약에 눈먼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강호에 있는 모든 사람이 모여들겠습니다.”
강무결은 영약에 눈먼 사람이라고 말하고 나서 조금 찔렸다. 자신도 그중에 한 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자네의 말이 맞네. 지금 강호가 들썩이고 있어. 먼저 찾는 사람이 임자라고 생각하는 거지.”
“먼저 찾는 사람이 임자인가요?”
이 말에 이장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강호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장보도를 가지고 있는 곳은 구대문파라고 하는 막강한 세력이네. 사람들이 눈치껏 그들의 뒤를 밟으며 어부지리로 보물 하나라도 얻으려고 하고 있지만 실력이 없다면 오히려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이네.”
이장호는 차를 한잔 마시고 강무결을 바라보고 말했다.
“자네도 괜히 쓸데없이 바람들어서 보물 찾는다고 쫓아다니지 말게나. 명줄이 짧아지는 일이야. 아마 장보도가 가리키는 곳을 찾게 된다면 대참사가 벌어질 거야. 무림인들은 돈보다 영약과 비급에 정신 줄을 놓게 되지.”
“만약 다른 문파의 영약이나 무공 비급을 얻게 된다면 구대문파는 서로 돌려줄까요?”
“하하, 우리 강 동생은 아직도 순진하다니까. 누가 그걸 돌려주겠나.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무공을 보완하고 파훼법을 연구하겠지.”
“형님, 그런데 진짜 대환단이 있는 겁니까?”
“글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네. 소림사에서 차기 장문인 후보로 꼽히는 소신승 정각이 이번에 파견된 걸 보면 말이야.”
소신승 정각은 소림사 방장의 제자이고 소림 최고의 기대주로 꼽히고 있었다. 나이가 30대 초반이었는데 20대 초반에 절정의 경지에 올라서 벌써 10년이 지났으니 초절정의 문을 두드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소림사뿐인가? 내가 들은 소식에 의하면 종남, 화산을 포함해 구파일방이 모두 최고 정예를 파견하고 있다네.”
이장호는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본 후 머리를 강무결에게 가까이 한 후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까 왔던 사람은 종남의 방화수라고 하는 속가제자인데 무공 수위가 절정이네. 속가 제자로서 절정 경지는 상당히 이례적이지. 잔재주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마 이번 일에 방화수가 파견된 것 같다네.”
강무결은 대환단만 생각하고 어떻게 영약을 구해볼까 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훨씬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구파일방의 최정예들과 강호에서 소식을 듣고 몰려오는 수많은 기인이 이번 신투대도의 장보도 사건에 뛰어들 것 같았다.
“형님, 그래서 장보도가 가리키는 장소가 어디랍니까?”
이장호가 식은땀을 흘리는 것 같았다.
“강 동생, 내가 어찌 알겠나? 나에게 장보도가 없다네.”
강무결이 조용히 이장호의 눈을 보고 압박했다.
“강 동생, 자세한 위치를 알았으면 내가 벌써 가서 챙겼겠지. 다만 대력적인 위치는 우리 천하제일표국 정보국에서 분석하기로는......”
이장호는 이마의 땀을 훔치며 다시 주위를 한 번 둘러봤다.
서신국은 원래 길게 늘어선 책꽃이가 빽빽이 들어서 있고 출입구 근처에 이장호의 책상이 있었다.
이 서신국에는 편지를 확인하는 사람과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들만 드나들기 때문에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장호는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주변의 사람이 있는지 눈치를 보고 있었다.
“위치는 섬서의 소화산인 것 같다네!”
“소화산이 어디입니까?”
“아니 자네는 섬서에 살면서 소화산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나?”
이장호는 답답한지 가슴을 치고는 말했다.
“소화산은 여기서 말을 타고 북쪽으로 3~4일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네.”
강무결은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형님도 시골에서 무공 수련만 하면서 평생 살아보십시오. 저랑 똑같을 겁니다.”
강무결은 소매에 손을 넣는 척 하면서 반지 속의 아공간에서 은자 하나를 꺼내 이장호의 손에 쥐어 주었다.
“형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은 애들 간식이나 사 들고 들어가세요.”
이장호는 강무결이 은자를 손에 쥐어주자 한번 튕기고 싶었으나 그러기에는 이장호에게는 너무 큰 돈이었다.
“아니 내가 이런걸 바라고 얘기한 것은 아닌데.......”
강무결은 그런 이장호를 보고 말했다.
“형님, 저도 그런 의미로 드린 것은 아닙니다. 뇌물은 아까 드린 간식이고요 이 은자는 조카들 과자값입니다.”
이장호는 얼른 은자를 소매 속에 감추고 다시 주위를 둘러 보았다. 하지만 이미 강무결이 주변에 아무 기척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였다.
강무결은 오늘 중요한 정보를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정보의 가치로 따지자면 은자 1냥이 부족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너무 많은 돈을 주면 그때는 이장호가 진짜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1냥 정도가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무결은 간식을 먹으며 이장호와 좀 더 얘기를 나누다 이장호의 배웅까지 받으며 서신국에서 나왔다.
강무결은 흑사파로 향했다. 갑자기 중요한 할 일이 생긴 것처럼 마음이 급해진 강무결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주변을 둘러본 강무결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투명화를 시전했다. 그 순간 골목에서 강무결의 모습이 사라졌다.
누군가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면 혼비백산할 일이었다. 그 상태로 강무결은 순간이동을 전개해 옆집 지붕으로 올라간 후 연속으로 순간이동을 시전해 흑사파 본거지로 이동했다.
순식간에 흑사파 지붕 위에 올라선 강무결은 자신이 이제 일반 무림인의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절정 고수 수준은 감히 자신에게 어쩔 수 없을 것이고 초절정 고수와 싸운다고 해도 강무결은 이길 자신이 있었다.
빠른 속도와 은밀함, 날카로운 이빨까지 모두 갖고 있었다.
지붕 위에서 투명화를 해제하고 내려다보니 기특하게도 스스로 수련을 하고 있는 수하들이 있었다.
흑두, 이귀봉, 도금방, 장오 등이 마당에서 나름대로 몸을 움직이며 수련을 하고 있었다.
천하의 개망나니들로 유명했던 흑사파가 나름 긍정적인 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변하게 했을까? 강무결은 잠시 그런 생각을 하다가 마당에 조용히 내리섰다.
“어, 두목님이시다.”
오줌싸게 장오가 제일 먼저 강무결을 발견하고 인사를 했다.
“두목님, 나오셨습니까?”
우렁찬 소리로 인사를 하자 여기저기서 우르르 몰려나오면 인사를 했다. 이자천도 방에서 달려 나오면서 인사했다.
“모두 집합시켜라. 수련 시간이다.”
강무결은 흑두를 시켜 흑사파 체력 훈련을 반 시진 동안 시키라고 지시했다.
“내가 여기서 지켜볼 것이다. 반 시진 후에 다 기어다닐 정도로 시켜라.”
흑두는 신이 났다. 자신은 안 굴러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네, 두목님.”
이자천은 왜 자기가 아니고 흑두냐는 표정이었으나 아무말 없이 자리를 잡았다. 그걸 보고 강무결은 이자천을 불렀다.
“이자천은 할 얘기가 있으니 방으로 들어와라.”
“네, 두목님.”
이자천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짓고 달려서 강무결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따라 들어가는 것이 무섭기는 했으나 땅바닥 구르는 것보다야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방으로 들어간 강무결은 탁자에 앉았다. 전에 전갈파 두목이 낮에 일할 때 쓰던 방인 듯했다.
널찍한 방에 큰 책상이 있었고 책상 뒤에는 책이 빽빽이 꾲혀 있는 책꽂이가 있었다. 벽에는 글씨와 그림이 나름 갖추어져 걸려 있었는데 그것도 제법 운치가 있었다.
오른쪽 벽에는 기다란 탁자가 놓여 있어서 회의할 때 사용했던 것 같았다. 천장에는 등불이 5개가 달려 있어서 불을 다 켜면 정말 환할 것 같았다.
강무결은 이 방에 처음 들어오는 것이라 이런 방의 모습에 조금 당황했다.
“전갈파 두목이 제법 똑똑했던 모양이구나? 방이 그럴듯한데?”
그 말에 이자천은 웃으며 말했다.
“두목님, 그놈은 글자도 모르는 무식쟁이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꾸며 놓고 잘난 체를 한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강무결은 실소를 터트렸다.
‘글자도 모르는 사람이 방을 이토록 서생의 방처럼 꾸며 놓고 살았다니!’
강무결은 탁자에 앉자 이자천은 감히 안지 못하고 옆에 서 있었다.
“앉아라.”
강무결이 말을 하자 이자천은 그제야 탁자에 앉았다.
“최근 서안의 정세는 어떠냐?”
이자천은 강무결의 물음에 신이 난 듯 말을 했다.
“최근 서안은 그야말로 군웅할거의 시대입니다. 각지에서 몰려든 강호인들이 서안 곳곳에 있어서 요즘 객잔, 주루, 도박장 모두 손님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관리하는 업체들은 어떠냐?”
“저희가 관리하는 업체들은 주로 주루와 객잔인데 모두 매출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보호비를 엄청나게 줄여준다고 통보했습니다. 그런데 이놈들이 무슨 뒤통수를 치려고 그러는 줄 알고 도통 믿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강무결은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
“그래서 두목님이 바뀌었다고 말을 하고 우리의 흑사파에 새로 오신 두목님이 서안에서 명성이 자자한 쾌검도신이라고 말을 한 후에야 조금 믿는 눈치였습니다.”
“앞으로 잘 관리하고 보호해 주도록 해라. 우리가 그들에게 돈을 받는 것은 그들을 보호해 주기 때문임을 잊지 말거라.”
“네, 두목님. 알겠습니다.”
“그런데 서안에 사람들이 이렇게 몰려드는 이유는 알고 있느냐?”
“네. 그것은 신투대도의 장보도가 강호에 퍼지고 그 장보도가 가리키는 곳이 서안에서 가깝다고 합니다. 그래서 눈치 보고 있다가 강호인들이 움직일 때 따라가서 부스러기라도 주우려고 대기 중이라고 합니다.”
강무결은 이자천도 나름 서안의 정세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당분간 여기에 못 올 수도 있으니 수하들 훈련 잘 시키고 문제 일으키지 말고 있어라. 내가 없을 때 태평다관에 하루에 한 번씩 들러서 내 아내의 안부를 살피도록 해라.”
이자천은 감히 왜 그러시냐고 물어볼 수 없었다.
“네, 두목님. 무슨 일이 있어도 태평다관은 보호하도록 하겠습니다. 편하게 일 보고 오십시오. ”
이런저런 얘기를 좀 더 나누다가 강무결은 이자천과 함께 방에서 나왔다. 흑사파는 땀을 흘리며 바닥을 기고 있었다.
강무결은 이자천에게 전낭을 하나 건네고 말했다.
“훈련이 끝나면 애들 잘 먹여라. 술도 좀 사다 먹이도록 하고.”
이자천은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이 귀에 걸렸다. 전에 있단 두목은 자신의 몫을 어떻게 해서라도 챙기려고만 했지 주머니에 들어간 돈을 내놓은 적이 없었다.
“네. 두목님. 감사합니다. 얘들아, 두목님이 은자를 하사하셨다. 오늘 훈련 끝나고 잔치를 벌이자~~~!”
바닥을 기던 흑사파 무리가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돌며 소리쳤다.
“두목님, 감사합니다~!”
“두목님, 만세~~~!”
강무결은 환호성을 들으며 대문을 나섰다.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