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령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 안에서 강무결이 뒤에서 소소를 안고 있었다.
소소는 자기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오는 것을 느꼈다. 왜인지는 알수 없었는데 슬퍼서 나오는 눈물은 아닌 것 같았다.
소소는 손으로 물을 잡아 얼굴에 뿌리고 눈물을 씻어냈다. 이제는 울지 않으리라!
이런 결심을 하고 있는데 강무결의 손이 슬그머니 가슴 쪽으로 올라와 소소의 돌출 부위를 슬쩍 스치고 지나갔다.
방심하고 있던 순간에 예민한 부위에 손가락이 스쳐 지나가자 그 부위가 불이라도 데인 듯 화끈해지더니 그 감각이 전신으로 퍼졌다.
다시 허리로부터 시작된 찌릿한 감각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머리까지 올라왔다. 소소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허리가 활처럼 휘고 엉덩이를 움찔거렸다. 불타는 밤이 시작되었다.
*
소소가 눈을 떠보니 이미 해가 떠서 밖이 환했다. 항상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천상도화에서부터 몸에 배었는데 이런 시간까지 자본 기억이 없었다.
옆을 보니 강무결은 벌써 일어났는지 없었다. 몸을 일으키는데 복근이 땡기기 시작하더니 몸의 중심부에도 아련한 통증이 있었다.
하지만 어제 자신이 한 행동을 생각해 보니 너무 얼굴이 붉어져 강무결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걱정이 되었다.
어떻게 그런 대담한 짓을 했을까? 다들 아프다고 하던데 나는 왜 안 아팠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천상도화 언니들이 왜 그렇게 ‘야황’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강무결은 귀신처럼 강약 조절을 하고 자신의 반응을 파악해서 그때그때 자신의 마음을 읽는 것처럼 행동했다.
더 해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기가 막히게 알아서 해주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래도 자신이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많이 참고 배려하는 것 같았다.
천상도화 언니들이 서방님을 만나면 정말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진정한 야황이시구나~!’
소소는 부끄럽고 황홀했던 밤의 기억을 떨쳐내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 순간 다리가 휘청하며 넘어질 뻔했다.
항상 일을 해오며 살아왔고 최근 들어 무공 수련도 했기 때문에 체력에는 자신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어젯밤에 알았다.
‘더 열심히 수련해야겠어. 그리고 빨리 미령언니를 가담시키지 않으면 내가 견디지를 못할 것 같아.’
소소는 이런 생각을 하며 옷을 챙겨 입었다. 침실에 있는 거울로 얼굴과 옷을 점검하고 대청으로 나가니 강무결이 넓직한 대청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다.
소소는 방해하지 않고 옆에서 강무결이 수련하는 것을 지켜보고 그 중 일부의 동작을 따라해 보고는 했다.
강무결은 하던 수련을 마저 하고 소소에게 다가가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잘 잤느냐?”
“네... 서방님.”
소소는 안 그럴려고 했는데 간밤에 자신이 한 일들이 생각나서 얼굴이 붉어졌다. 강무결은 그 모습이 귀여워서 소소를 번쩍 들어 올려 품에 안고 다시 입을 맞췄다.
소소는 혹시나 강무결이 아침부터 다시 일을 시작할까 봐 무서웠다. 만약에 지금 강무결이 다시 덮친다면 자신은 오늘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할지도 몰랐다.
다행히 강무결은 입을 가볍게 맞추고 소소를 내려놓았다.
‘휴~~, 다행이다! 빨리 미령 언니를 동참시키지 않으면 내가 견디지 못하겠구나!’
소소는 겨우 마음을 놓았다. 소소는 다시 침상으로 가서 가좌부를 틀고 앉아 금강심법을 운용했다. 그리고 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회복되는 것 같았다.
‘하루빨리 내가 고수가 되어야겠구나. 그럼 버틸 만하겠어.’
소소는 큰 결심을 하게 되었다. 강무결과 소소는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진 아침상을 받았다.
소소는 여기서 또 천상도화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도박장이라고 마음속으로 무시했었는데 음식도 아주 훌륭했다.
강무결과 소소는 식사를 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소소는 옷을 갈아입고 다관으로 가서 다관을 살펴보고 나서 다시 안채로 돌아와 쉬었다.
최고급 숙소에서 잠을 자고 왔는데 소소는 몸이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소소는 수시로 강무결의 얼굴을 보면서 상태가 어떤가 살펴보았는데 활력이 넘치고 윤기가 흐르는 것이 평소보다 더 좋아 보였다. 소소는 누워서 운기를 하다가 살짝 잠이 들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소소는 점심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강무결이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해서 있다가 먹기로 했다. 소소는 점심 때가 손님이 많은 시간이라 다관에 갔다.
그때 서미령이 헐레벌떡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경신술을 쓰는 것이 아주 바쁜 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서방님~~~! 서방님~~~!”
강무결이 웃으며 안채 밖으로 나가니 서미령이 달려와 품에 안겼다. 잠시 품에 안겨 있던 서미령이 강무결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서방님, 오늘 저녁에 서안에서 큰 행사가 생겨서 지금 서안이 떠들썩합니다.”
강무결은 짐작 가는 것이 있었으나 모른 채 하고 물었다.
“무슨 행사가 있다는 거요?”
“오늘 화산파 청풍검 유산익 장로가 서안의 젊은 도신과 도박으로 승부를 벌인다고 합니다. 그것도 자하신단이라는 영약을 걸고 말입니다.”
강무결은 더 이상 모르는 채 하다가는 뒷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얼른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제 소소와 있었던 일이 있어서 마음속에 찔리는 것이 있어서 더 다정하게 대했다. 강무결은 서미령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안채 쪽으로 이끌며 말했다.
“자~,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서미령은 그토록 사랑하는 강무결이 자신에게 너무 다정하게 대해주자 몸이 흐믈흐믈 해지는 것 같았다. 강무결이 이끄는 대로 웃음을 머금고 끌려갔다.
거실에 있는 탁자에 앉은 강무결은 서미령의 손을 잡고 다정한 표정으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서미령은 강무결이 계속 다정하게 대해주자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강무결은 서미령과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말했다.
“오늘 화산파의 청풍검과 도박을 한다는 젊은 도신이 바로 나요.”
“네~??”
서미령은 잠시 머리가 고장난 듯 멍하니 있다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네?! 서방님이 오늘 화산파의 장로랑 도박을 하는 도신이라구요?”
“맞소. 바로 나요.”
강무결은 이 말을 해놓고 서미령이 혹시나 삐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다. 굳이 숨긴 것도 아니고 말할 기회가 없었을 뿐인데 서미령은 숨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서방님, 멋져요! 나의 서방님이 서안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장본인이라니~!”
다행스럽게 서미령은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 여인은 아닌 것 같았다.
“저도 구경 가도 되는 거죠?”
“물론이오. 미령 소저가 간다고 하는데 누가 말리겠소?”
서미령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 순수한 사랑이 느껴졌다. 진짜 앞뒤 안 돌아보는 저돌적인 사랑이었다.
그러다가 전에 소소와 함께 얘기 나누었던 서열의 중요성에 대해서 갑자기 생각났다.
‘소소야, 언니를 만나면 내가 잘 말해볼 테니 너도 공자님의 첩이 되거라. 언니는 마음이 약하니 싹싹 빌면 허락해 주실 거다. 나도 옆에서 도와주마. 대신 너는 언니와 나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서열은 아주 중요한 것이거든.’
어젯밤에 소소와 먼저 동침한 일이 강무결은 신경이 쓰였다. 서미령이 먼저 들이댔으나 강무결은 은미미가 마음에 걸려서 시간을 미뤘었다.
그러다가 소소와 먼저 동침을 하게 됐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 소소와 서미령의 사이가 불편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사고를 친 김에 연달아 치기로 결심했다.
“미령 소저, 그런데 내가 큰 승부를 앞두고 있으니 많이 긴장이 된다오.”
강무결의 이 말에 서미령이 가슴이 아파지며 그 뽀얗고 이국적인 얼굴에 그늘이 졌다. 수많은 사람 앞에서 돈과 명예를 걸고 승부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긴장이 되겠는가?
‘만약 공자님이 진다면 돈도 돈이지만 큰 명예를 잃게 될 텐데.’
서미령은 마음이 아프고 어떻게 해서라도 강무결의 긴장을 풀어 주고 싶었다. 서미령은 강무결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커다란 가슴에 갖다 대었다.
“서방님, 마음껏 만지세요. 남자는 이렇게 가슴을 만지면 화가 풀리고 긴장도 풀린다고 합니다.”
강무결은 그 화끈한 방법에 웃음이 나왔으나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 방법은 어디서 배운 거요? 정말로 마음이 안정되고 긴장이 풀리는 것 같소.”
강무결의 말에 서미령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여자는 낮에는 요조숙녀가 되어야 하고 밤에는 요부가 되어야 한다고 책에서 배웠습니다. 다 서방님에게 이쁨받으려고 요즘 책을 통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강무결은 또 한 번 웃음이 나오려는 위기를 맞이했으나 초인적인 인내력을 발휘했다.
“미령 소저.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나의 긴장이 풀어질 것 같지 않소.”
강무결의 말에 서미령은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아직 남자 경험이 없고 아는 것은 다 책에서 배운 것인데 이제 밑천이 다 드러난 것이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안절부절 하며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강무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서방님, 그러니까 왜 그렇게 큰일을 만드셨어요. 상대가 너무 강합니다. 초절정 고수와 승부를 걸다니요.”
강무결은 한 손을 이마에 얹고 고뇌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오직 미령 소저만이 해결할 수 있을 듯하오.”
“네?? 제가요~~?”
강무결은 그윽한 시선으로 서미령을 바라보았다. 서미령은 아직 감을 전혀 잡지 못했으나 강무결의 저런 눈빛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눈빛이었고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눈빛인 것 같았다.
서미령을 바라보던 강무결은 손을 천천히 뻗어 서미령의 얼굴을 살짝 쓰다듬었다.
커다란 눈동자가 더욱 커지고 눈처럼 하얀 피부가 금방 붉어졌다. 서미령은 강무결의 손이 스친 얼굴이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강무결의 손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 목덜미를 스쳐 머리 뒤를 받치고 살짝 끌어당겼다.
서미령은 강무결의 손이 목덜미를 스치는 순간 찌르르하는 느낌이 목덜미부터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느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순수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의 손길이 예민한 부위를 스치고 지나갔는데 순결한 처녀가 멀쩡할 수 있다면 그것은 목석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서미령은 하복부를 중심으로 처음 느껴보는 전율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느꼈다.
‘이게 머지? 내 몸이 왜 이렇게 떨리는 거지?’
그 순간 천천히 다가온 강무결의 입술이 서미령의 입술에 닿았다.
‘화르륵~~~!’
불이 나는 것 같았다. 입술에서 느껴지는 강무결의 입술은 뜨거운 인두 같았다. 강무결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입김은 대장간의 용광로처럼 뜨겁게 느껴졌다.
“아~~!”
서미령은 소소와 똑같이 머리가 텅 비는 것이 느껴지며 앉아 있던 의자에서 쓰러졌다. 입맞춤에 몸이 풀려 버린 것이다.
강무결은 허물어지는 서미령을 안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이것은 꿈인가? 여기는 천국인가?’
한창 싱그러운 꽃잎이 이슬에 젖었다. 그것만으로도 서미령은 몸이 부르르 떨렸다. 강무결은 예민한 감각으로 서미령의 몸의 상태를 읽을 수 있었다.
강무결과 서미령의 첫날 낮이 시작되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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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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