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린 천재
청풍검 유산익은 어렸을 때 자신을 아껴주시던 사숙조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의 절기를 절대로 순서대로 다른 사람에게 다 보여주지 마라. 이 세상에는 그것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하늘이 내린 천재가 있다.”
그런데 자신은 무려 오행매화검에서 출발해 매화삼십육검을 거쳐 이십사수매화검법으로 마무리했다.
자신도 모르게 화산파 절기의 묘용을 그 안에 다 담고 말았다. 정말 하늘에서 내린 천재가 존재하고 있었다.
‘작은 키에 빼어난 미모를 갖고 있는 저 여인이 하늘이 내린 천재라는 말인가?’
소소를 중심으로 가볍게 흩날리던 매화 꽃잎이 사라졌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청풍검이 일으킨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청풍검은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저 정도의 매화 꽃잎은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도 얼마든지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청풍검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용호상박은 온통 도신을 외치는 함성으로 가득찼다.
“도신~! 도신~! 도신~! .......”
이제 한판만 강무결이 더 이기면 되는 상황이었고 흐름을 보자면 강무결은 결코 질 것 같지 않았다.
이 혼란스럽고 뜨겁게 타오르는 상황에 청풍검이 뜻밖의 말을 했다.
“도신 소협. 내가 졌네.”
그러면서 탁자 위에 목함을 강무결 앞으로 밀더니 그대로 무대에서 내려왔다.
강무결도 의외의 상황에 깜짝 놀랐다. 그러나 일단 상대방이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으니 자하신단이 들어있는 작은 목함을 챙겨서 반지 속에 넣었다.
옆에 서있던 두천운도 깜짝 놀랐으나 청풍검이 패배를 인정하고 일어서서 내려가자 격동에 찬 목소리로 선언했다.
“청풍검 대협이 패배를 스스로 인정하셨습니다. 도신 대협이 승리하셨습니다.”
“와~~~! 도신 만세~~~!”
“도신~! 도신~! 도신~!”
장내에 있는 사람들은 청풍검에 돈을 걸었던 사람마저 도신을 연호했다.
언제 어디서 이런 멋진 승부를 구경할 수 있겠는가? 사발 속의 3개의 주사위 숫자를 맞추다니!
그리고 끝까지 변함없는 여유로운 표정과 태도에서 군웅들은 강무결이 진짜 도신 다운 풍모를 갖췄다고 생각했다.
화산파 적하검 나호진과 이대제자 송은하, 서화중은 문파 최고의 영약을 도둑맞은 심정이었다. 그것도 바로 눈앞에서 말이다.
흑사파 무리들은 자신들의 두목님이 초절정 고수와 도박에서 승리가 확정되자 모두 펄쩍펄쩍 뛰며 환호했다.
“두목님 만세~~! 도신님 만세~~!”
이자천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때 서미령은 소소의 손을 잡고 무대 위에 있는 강무결에게 뛰어갔다.
“서방님~~~!”
강무결은 이때 자하신단을 이미 챙기고 탁자에 꺼내놓은 전표를 다시 반지 속에 넣고 있었다.
그러다가 서미령과 소소가 뛰어 올라오자 두 팔을 벌리고 두 부인을 안아줬다.
사람들은 두 꽃다운 미녀가 서방님이라는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 강무결에게 안기자 박수를 쳐주며 축하해줬다.
서후명은 여인이 2명이나 무대로 올라가 서방님이라고 하며 품에 안기자 허탈했다.
‘이미 부인이 있구나! 미령이가 첩이라도 되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며 낙담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만상상단 상단주 왕사흔이 말했다.
“아니, 저 여인은 미령이 아닌가?”
“그게 무슨 소린가? 미령이가 여기서 왜 나와! 누구 놀리나?”
“아니, 이 친구야 저기 도신 품에 안긴 여자를 자세히 보게나.”
서후명이 자세히 보니 자신이 끔찍이 아끼는 금지옥엽 외동딸 서미령 아닌가?
“미령아~~~~~!!!”
서후명은 정신을 잃고 앞뒤 안 가리고 무대 위로 난입했다.
두천운이 말리려고 했으나 제일 앞 좌석에 앉아 있던 용호상박의 귀빈이었다. 두천운은 차마 말리지 못했다.
서후명이 무대에 난입하자 군웅들은 이제 무슨 일인가 하고 바라보고 있었다. 서후명을 알아본 서미령이 말했다.
“어~, 아빠. 여기 웬일이야?”
그러자 옆에 있던 강무결이 포권하며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말했다.
“장인어른, 오셨습니까?”
“어... 네?! 장...장인?”
“어, 아빠. 제 남편 도신이에요.”
“헉~! 네가 언제 결혼했었냐?”
서후명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자신이 알기에 미령이는 시집을 간 적이 없었다.
‘지 엄마랑 짜고서, 나 몰래 언제 시집을 갔단 말인가?’
서후명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서미령은 나무라듯이 말했다.
“아빠, 자세한 것은 나중에 얘기하고 우리 남편한테 얼른 인사해.”
“어...어. 우...우리 사위 반...반갑네.”
“이제 얼른 내려가~!”
“어...어~!”
서미령이 말하자 서후명은 기계처럼 뒤로 돌아 다시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강무결도 이대로 장인을 그냥 보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무대 아래로 얼른 서후명을 따라 내려갔다.
얼이 빠진 채로 무대를 내려가던 서후명에게 강무결이 따라붙으며 말했다.
“장인 어른. 미령 소저와 저는 이미 결혼한 것과 같은 처지입니다. 미리 말씀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서후명은 놀랬던 마음이 가라앉자 좋아서 죽을 지경이었다.
불과 방금 전만 해도 부인이 있는 것을 보고 첩이라고 되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자신의 딸이 이미 도신의 부인이라고 하지 않는가? 서후명은 친구들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 사위, 오늘 고생 많았네. 나랑 있다가 따로 얘기하세나~!”
서후명은 조금 과장된 동작으로 강무결의 오른쪽 어깨를 두드려줬다. 수많은 사람이 그 모습을 보고 도신을 연달아 외치며 환호했다.
상단주 친구인 만상상단의 왕사흔, 대호상단의 곡조위, 용풍상단의 탁천헌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린 채 그런 서후명을 바라보았다.
서후명은 친구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미리 말을 못 해서 미안하네. 도신은 내 사위일세~~!”
만상상단 왕사흔이 달려와 서후명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
“이놈~, 언제 일을 벌여서 벌써 사위를 만든 것이냐? 내가 먼저 점 찍었던 것을 몰랐더냐?”
서후명은 멱살 잡힌 것조차 기분이 좋아져 왕사흔을 부드럽게 달래며 말했다.
“우리 딸이 잘나서 그런 것을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그 말에 왕사흔은 더 화가 나서 멱살을 잡고 흔들었는데 주변에 있던 곡조위와 탁천헌이 붙잡고 말렸다.
서후명은 그저 기분이 좋은지 웃고만 있었다.
강무결은 서후명에게 인사를 다시 드린 후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 두천운에게 100냥짜리 전표 두 장을 내밀고 동전을 부탁했다.
두천운은 혹시나 해서 미리 준비해 뒀던 동전을 수하들에게 시켜 가지고 나오게 했다.
강무결은 무대 위로 올라 말했다.
“오늘 여러분의 도움으로 또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저의 행운을 여러분에게 나누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질서를 지켜주시면 오늘 이 안에 계신 분들에게 한 분도 빠짐없이 행운을 나누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와~~~! 도신님 감사합니다.”
“도신 만세~~!”
“도신~! 도신~! 도신~!”
용호상박에서 준비한 동전이 도착하자 강무결은 직접 동전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줬다.
받는 사람마다 허리를 깊이 숙이고 감사해 하며 받아 갔다.
이 행운 나눔의 단골손님인 서마록도 받아 갔고 정신을 차린 서후명과 그의 친구들도 받아 갔다.
강무결이 한참 나누어 주다 보니 이장호가 돈을 받으려고 줄을 서 있었다.
“형님, 오셨군요. 제 행운을 나누어 드립니다.”
이장호는 감격스러워 환히 웃으며 돈을 받아 갔다.
한참 나누어 주다 보니 흑사파 수하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것을 봤다.
강무결은 그들에게도 동전을 나누어주며 말했다.
“잘 왔다. 수련 열심히 하거라.”
줄을 서있던 이자천이 강무결 앞에 오자 강무결은 똑같이 돈을 나누어 주며 말했다.
“오늘 애들에게 잔치를 한번 벌여 주도록 해라. 돈이 없으면 나중에 나한테 따로 얘기하고.”
“두목님. 돈은 충분히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강무결은 이자천의 등을 두드려 주고 보냈다.
화산파 일행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쪽 구석에서 이 모든 행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청풍검은 영약을 잃은 것보다 더 걱정인 것이 있었다.
바로 강무결의 부인으로 소개받았던 젊은 여인에 대한 생각이었다.
자신이 펼친 오행매화검, 매화삼십육검, 이십사수매화검법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고 그 깨달음은 화산파 본류의 환검이었다.
그래서 매화 꽃잎이 소소의 주변에 잠시 흩날린 것이었다.
결국 자신도 모르게 소소에게 화산파 검술의 극의를 전수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아무나 본다고 깨달음을 얻을 것이었다면 도박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깨달았을 것이다.
강무결조차 바로 앞에서 그 손놀림을 보았으나 어떤 깨달음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소소는 타고난 재능이 강무결이 예전에 이미 느꼈던 ‘일대종사’의 자질이었다.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무공의 천재의 자질이 있었던 것이다.
이때 장내에서 벌이던 강무결의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강무결은 두천운의 안내를 받으며 귀빈실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의 옆에 그의 두 아내인 서미령과 소소가 있었고 장모라고 하는 심교아가 따르고 있었다.
서미령은 강무결 옆에 있다가 서후명에게 달려가 그의 팔을 잡고 강무결이 가는 귀빈실 쪽으로 갔다.
“하하하... 하하.......”
서후명은 고장난 것처럼 웃으며 그런 서미령을 따라 강무결 뒤를 쫓아 귀빈실 쪽으로 들어갔다.
그런 서후명을 왕사흔과 상단주 친구들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적하검 나호진은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멍하니 넋을 잃고 서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힘으로 다시 영약을 뺏고 싶었지만, 그것은 화산파 체면에 그리고 청풍검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과 같은 행위였다.
그때 청풍검이 벌떡 일어나서 강무결에게 달려갔다.
강무결은 갑자기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있는 곳으로 청품검이 달려오자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어 가족들을 뒤로 물리고 자신이 앞으로 나섰다.
강무결 앞으로 빠르게 다가온 청풍검은 걸음을 멈추고 강무결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신 소협. 미안하네. 자네의 부인을 나에게 넘겨 주어야 하겠네.”
강무결은 이 예상치 못한 말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영약을 돌려 달라는 것도 아니고 부인을 넘겨 달라는 말이 무슨 말인가?
“청풍검 대협, 무림의 큰 어른이신 대협께서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남의 아내를 내놓으라니요?”
‘저 늙은이가 내 딸 미령이에게 반해서 그런 것인가? 내 딸이 너무 이쁘기는 하지만 늙은이가 나잇값을 못 하는군!’
서후명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화산파 나호진과 서화중, 송은하가 달려왔다.
나호진은 청풍검 유산익에게 작게 말했다.
“아니 어쩌자고 이러시는 겁니까?”
그 순간 나호진의 등에 메고 있는 검이 스르르 빠져 유산익의 손에 쥐어졌다.
“만약 자네 부인을 넘겨주지 못한다면 나는 자네 부인의 목숨을 취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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