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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하우스
작품등록일 :
2024.10.01 11:12
최근연재일 :
2025.01.15 16: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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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7,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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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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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바보 같은

DUMMY


그녀는 마치 사람의 인기척을 발견한 고양이처럼 나를 빤히 바라본다.


“어떻게...... 내가 있다는 걸 알았어?”


‘어떻게 알긴. 방금부터 문 너머로 너의 마음이 들리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


내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그녀의 큰 눈망울은 평소보다 배로 커진 듯하다.


“문이 살짝 열려있는데 그 틈으로 네가 보였어.”


나는 천연덕스럽게 그녀에게 말한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사실이기도 하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녀는 회의실 문을 살짝 열어둔 채 우리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서아야!”


갑작스러운 서아의 등장에 놀란 건 그녀의 부모님 마찬가지다.


백아영과 이진학은 회의실 밖으로 뛰쳐나와 딸의 얼굴을 확인한다.


“서아, 네가 여기엔 웬일이니?”


부모님에게 들킨 서아는 상당히 곤욕스러워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게다가 그녀는 나에게 들킨 것이 마땅치 않은 모양인지 그녀는 자기를 발견한 나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너무 분한 모양인지 그녀의 눈은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 우리가 대화하는 사이 들린 너의 마음은 그냥 넘길 수가 없었거든.’


그녀에게 미안하지만, 우리가 대화하는 내내 이서아의 마음을 무시할 수 없었다.


우리가 백현석 이사장의 그림과 속죄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그녀의 마음이 들렸다.


‘고작 그림 따위로 속죄한다니 절대로 그럴 수 없어! 그저 착각일 뿐이야.’


무엇이 착각이라는 것일까?


우리가 지금까지 추측한 것들이?


아니면 그림으로 속죄하려던 백현석의 생각이 착각이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서아는 백현석 이사장이 그 그림을 그린 이유와 그의 소망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정말로 속죄하고 싶다면 그가 정말 잘못한 게 무엇인지 알고 속죄해야 해!’


그녀는 백현석 이사장이 속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는 모양이라는 것이다.


‘아니 절대로 그림으로 속죄를 받을 수 없어! 그는 절대로 속죄받을 수 없을 거야! 절대로!’


심지어 그를 원망하는 듯 그가 속죄받을 수 없다며 마음속으로 그에게 악담 아닌 악담을 퍼붓고 있다.


도대체 그녀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울분이 가득한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뺨을 타고 내린다.


그녀는 나에게 그 어떤 한마디도 하지 않으려는 듯 입을 꼭 다문 채 나를 향해 원망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그녀가 대답을 회피하고 재빨리 자리를 뜨려 하자, 그녀의 손을 잡는다.


지금 그녀의 도움이 필요하다.


어째서 그녀가 눈물을 흘릴 만큼 이 일에 감정적으로 대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가 실마리를 쥐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나는 그녀에게 애타게 청한다.


“서아야 네 도움이 필요해. 네가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알려줘.”


나의 바람과 달리 그녀는 말 한마디 뱉을 생각이 없다.

철저하게 나를 외면한 채 숨죽이며 감정을 죽이고 있다.


잠시 뜸을 들이며 고민하는 듯 말이 없던 그녀는 나를 획 돌아보며 소리친다.


“이거 놔!”


그녀는 세차게 내 손을 뿌리친다.


다시 돌아서 떠나려는 그녀를 내가 막아선다.


“비켜.”

“서아야 잠시만! 조금이라도 괜찮아!”


그녀는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나를 올려본다.


“난 너에게 할 말 없어.”


그렇게 그녀가 떠나려 하자, 나는 다시 한번 그녀의 손을 잡는다.


서아는 반사적으로 내 손을 뿌리치고 나에게 소리친다.


“난 몰라!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녀는 분에 겨워 몸을 떨며 나를 노려본다.


이제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원망을 넘어 미움과 증오가 피어오른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그녀가 나를 밀치고 지나가려 하지만 나는 그녀의 팔을 잡는다.


그녀가 발버둥 칠수록 그녀를 내 쪽으로 끌어당긴다.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 울분이 치밀어오른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내 시선을 피한다.


그녀의 긴 머리가 축 늘어지며 그녀의 얼굴을 가려 보이지 않지만, 그녀의 훌쩍임이 들린다.


내 손으로 그녀의 떨림이 전해진다.


어째서 그녀가 이렇게 치를 떨며 입을 열지 않는 걸까?


“한정우!”


딸을 괴롭히는 나에게 이진학의 모진 말이 날아온다.


“너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이야? 갑자기 애를 잡고 뭐 하자는 건데?”


그리고 서아를 붙잡고 있던 내 손을 쳐내며 나를 매섭게 노려본다.


“아니 그게......”


순간 나를 바라보는 서아의 눈빛에 나는 얼어붙어 변명조차 할 수 없다.


그녀는 겁에 질려 있다.


울분이 치밀어올라 빨갛게 상기된 그녀의 얼굴은 겁에 질려 있다.


‘내가 서아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나에게서 벗어난 서아는 두 팔을 마주 잡고 오한을 느끼듯 몸을 벌벌 떤다.


지금 그녀는 똑같은 생각을 마음속으로 되풀이하고 있다.


‘절대로 엄마 아빠가 알아서는 안 돼!’


그런 딸을 보며 이진학은 재킷을 벗어 그녀에게 둘러주려 한다.


그러나 재킷을 벗어주려 한 아버지를 밀치며 그녀는 마치 누군가 제 몸에 손을 대는 것에 극도로 거부감을 보였다.


“서아야......”


그 모습에 이진학은 충격을 받은 듯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다.


잠시 홀렸다가 정신을 차린 사람처럼 방금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깨달은 서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뒤돌아 떠나버린다.


“서아야!”


서아가 달려 나가자, 백아영과 이진학은 걱정된 마음에 그녀를 따라간다.


그녀를 붙잡아야 하지만, 더 이상 그녀를 붙잡을 수 없다.


나는 멍하니 사라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그녀의 마음을 읽을까 했지만, 격한 감정 상태로 그녀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된 상태다.


지금 그녀를 붙잡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


무엇보다 내가 그녀를 잡을 수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그녀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를 스스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할 지경을 내몰았다.


그녀의 감정을 일절 생각지 않았다.


그녀가 조절하지 못하는 감정에 눈물을 흘렸을 때 내 가슴은 철렁거렸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녀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거기서부터 오는 무력감과 감정의 소용돌이에 그녀는 집어삼켜졌다.


나는 그녀에게 큰 상처를 주고 말았다.


내 못난 모습에 나는 죄책감을 느낀다.


그녀의 감정을 묵살하고 강요한 내 모습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던 에릭과 같았다.


그녀의 팔을 붙잡았던 내 손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저질렀던 행동에 후회를 느낀다.


우 실장님이 내 팔을 꼬집으며 말한다.


“이 바보 같은 것아!”


우 실장님이 나에게 호통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서아 아가씨의 표정을 보셨어요? 도대체 서아 아가씨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저는 모르지만, 그렇게 무작정 대답을 강요하면 어쩌란 말입니까?”


나는 우 실장님의 말에 고개를 푹 숙인다.


“그게...... 죄송합니다.”


상황을 설명하려는 내 말은 모두 변명같이 느껴진다.


그 자리에서 ‘그녀가 답을 알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다.


어디서도 내 행동의 정당성을 찾을 수 없다.


우 실장님은 한숨을 내쉬고 말한다.


“정우 님, 당신이 그런 행동을 한 것에는 이유가 있겠죠. 그리고 경합에 이기려고 하는 그 마음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당신의 행동이 도가 지나칠 때가 있습니다.”

“네?”


우 실장님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며 말한다.


“눈앞에 있는 결승선에만 집중하는 것. 그게 나쁜 건 아닙니다. 그런데 너무 집중한 탓에 앞만 보고 옆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결승선에 골인하더라도 놓치는 것들이 더 많을 겁니다. 정우 님은 간혹 정말 미련할 정도로 목표에 매달리는 경우가 있어요.”


우 실장님은 내 팔에 감긴 붕대를 가리킨다.


“그렇지 않아도 제가 한마디 하려고 했는데요. 어제 정우 님 자칫하다간 죽을 뻔했어요. 지금 정우 님이 침대에 누워 쉬고 있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 없다고요. 그런데 왜 이렇게 무리하시는 건가요?”

“그래도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니까......”

“그래요 지금 상황이 좋지는 않죠. 그림도 에릭에게 넘어갔고 로즈까지 그런 일을 당했으니...... 그런데 이런 상황일수록 침착하고 흥분하면 안 됩니다. 방금 정우 님은 서아 아가씨를 거의 잡아먹을 것처럼 달려들었어요.”


그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그렇게 골인한다고 한들, 그렇게 목표를 이룬다고 한들 내 몸은 부서져 있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정우 님 이건 당신 혼자만의 레이스가 아니에요. 우리 모두의 사활이 걸린 문제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당신을 따르던 사람들은 결국 당신에게 실망하고 말 겁니다.”


우 실장님의 말에 나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지금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죠. 정우 님도 방으로 돌아가 좀 쉬세요.”


***


나는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본다.


‘제기랄.’


침대 위로 몸을 축 늘어뜨리며 방금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 본다.


방금 서아의 모습은 세상에 의해 벼랑 끝으로 몰린 내 모습 같았다.


내가 그 상황 속에서 세상에 대해 증오와 혐오를 느낀 것처럼 그녀도 나에게 미움과 원망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내가 미쳤지......”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그녀를 떠올리며 그녀가 느꼈을 감정을 조금이나마 공감하려 애쓴다.


“그런데 서아는 왜 그랬을까?”


그녀는 백현석 이사장의 속죄에 대해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계속 무언가 숨기려는 듯한 서아는 계속 모른척하며 대답을 회피했다.


게다가 서아는 백현석 이사장이 속죄하려는 것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운 듯하다.


미국에서 이사장이 쓰러질 당시 그녀는 할아버지인 이사장을 매우 걱정하는 듯 보였는데 지금 그녀의 마음은 그때와 다른 느낌이다.


내 머릿속은 온통 그녀 생각뿐이다.


‘서아가 왜 그랬을까?’


그녀에 대한 미안함과 뭔가 숨기려는 듯한 그녀에 대한 의구심이 마구잡이로 뒤섞인다.


“이제 어쩌지?”


잡념이 많아지면 무슨 일이라도 몰두해야 풀리는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우 실장님이 준비하신 자료라도 읽으려고 했지만, 우 실장님은 내가 방에서도 경합에 매달리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그마저도 말렸다.


가만히 누워있다간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


결국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앉는다.


소파 옆 작은 탁자에는 미리 챙겨둔 붕대와 반창고들이 있다.


어느새 진물이 차올라 축축해진 붕대와 반창고라도 갈 심산이었다.


혼자서 붕대를 감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 위치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상처는 약을 제대로 바를 수도 없고 어찌저찌 붙인 반창고는 상처가 아닌 다른 곳에 붙어있다.


“에이!.”


결국 때려치운다.


그러니 또 서아 생각이 떠오른다.


서아가 붕대와 반창고를 갈아줄 때 얼마나 고생했을까?


계속 떠오르는 서아 생각에 미치겠다.


그 아이가 눈물을 또르륵 흘리던 모습을 떠올리면 더 미칠 지경이다.


“난 도대체 그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결국 난 소파 등받이에 기대어 상처가 난 팔을 그저 축 늘어뜨리며 천장을 바라본다.


그리고 체념하듯 눈을 감는다.


“서아야......”


순간 내 몸이 붕 떠오르는 감각이 느껴진다.


‘이 느낌은......’


나는 슬그머니 눈을 뜬다.


방금 내가 보았던 천장과 다르지만, 이 천장을 본 적이 있다.


불이 꺼진 방에 창가로 햇살이 들어오며 산뜻한 분위기를 낸다.


방 한편에 마련된 탁자 위에는 눈에 익숙한 물건이 있다.


백현석 이사장의 보석함.


나는 지금 이서아의 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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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마을 NEW 1시간 전 1 0 10쪽
99 도망 25.01.14 2 0 13쪽
98 열매 25.01.13 4 0 15쪽
97 곳간 25.01.11 5 0 14쪽
96 그 남자와 아이 25.01.10 4 0 12쪽
95 두번째 이별 25.01.09 6 0 15쪽
94 이 대감 25.01.08 5 0 13쪽
93 새벽녘 25.01.07 6 0 11쪽
92 다음날 새벽 25.01.06 7 0 11쪽
91 그날 밤 25.01.04 7 0 9쪽
90 쌍둥이 25.01.03 7 0 13쪽
89 그동안 수고했네. 25.01.02 7 0 13쪽
88 극적인 연출 25.01.01 7 0 14쪽
87 살아 돌아왔다. 24.12.31 7 0 14쪽
86 자네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24.12.30 7 0 14쪽
85 미친놈 24.12.28 8 0 13쪽
84 그럼, 돌아가자. 24.12.27 7 0 10쪽
83 사진 뒷면 24.12.26 7 0 13쪽
82 마주해야 할 시기 24.12.25 7 0 11쪽
81 그 얼굴이면... 24.12.24 7 0 10쪽
80 우연 24.12.23 7 0 12쪽
79 부산밤바다 24.12.21 8 0 11쪽
78 키링 24.12.20 8 0 12쪽
77 어떻게 하시렵니까? 24.12.19 9 0 13쪽
76 기억 24.12.18 9 0 12쪽
75 양자리 24.12.17 8 0 11쪽
74 아저씨 말대로 24.12.16 9 1 12쪽
73 수상한 아저씨 24.12.14 10 1 12쪽
72 여기서 또 뵙네요 24.12.13 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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