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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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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사과

DUMMY


“서아야 미안해.”


밤이 늦은 시각, 나는 서아의 객실 앞에서 혼잣말하며 서성거리고 있다.


“아~ 이게 아니야......”


서아에게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나는 혼자서 되뇌며 연습하고 있다.


그녀를 몰아붙이던 내 모습을 생각하면 이런 단순한 사과가 그녀에게 전해질지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다.


그녀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맞지 그저 쉬쉬하고 덮어두고 지나간다면 내가 그녀에게 남긴 상처는 낫지 않고 더 곪아갈 것이다.


“후~ 미치겠다.”


그녀가 나와 마주치자마자, 뺨을 날리지 않을까?


내가 했던 짓을 생각하면 서아에게 얻어맞는다고 해도 싸다.


정말 최악의 경우 내 얼굴을 보자마자, 도망치거나 객실로 들어가 문을 굳게 닫아버릴 수 있다.


‘진짜 그러면 어떡하지?’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다양한 상상에 나는 좌불안석인 상태로 복도를 거닌다.


‘돌아갈까?’


‘아니야. 그럴 수 없어!’


마음속으로 수십번 반복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고민한다.


갈팡질팡하는 내 마음을 마구 헝클어진 내 머리가 대변하고 있다.


‘아! 미치겠다.’


“뭐야? 네가 왜 여기 있어?”


딸꾹!


나는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돌아본다.


딸꾹!


서아가 모자를 벗으며 말똥말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 그게 딸꾹!”


무심코 튀어나오는 딸꾹질에 나는 다시 두 손으로 입을 막는다.


나는 다시 튀어나오려는 딸꾹질을 애써 삼키며 말한다.


“어 그냥...... 음....... 있었어.......”


눈앞이 어지러운 느낌이다.


‘지금 도대체 뭘 하자는 거야. 미안하다고 해야지 이 미친놈아!’


마음속으로 스스로 내 머리를 수십번 내리친다.


그럼에도 나는 속에도 없는 말들이 튀어나온다.


“너는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


서아는 고양이 같은 눈매를 번득이며 말한다.


“산책.”

“아~ 산책! 나도 여기 산책하고 있었어! 어 그래. 그랬지.”


‘한정우 이 미친놈!’


“와! 오늘 날씨 좋다 그지. 마저 산책을 즐기러 가볼까?”


그렇게 말하고 나는 등을 돌리며 서아를 지나친다.


내가 내 입을 몇 번이나 때렸는지 셀 수 없다.


어째서 그녀에게 진심을 털어놓지 못하는가?


그저 미안하다고 하면 될 뿐인데.


그게 너무 어렵다.


“그래 그 산책, 열심히 해.”


서아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내 뒤통수를 향해 말한다.


이렇게 그녀를 지나치면 안 되는데!


그녀에게 꼭 이 말을 전해야 하는데!


‘한정우 말해라! 두 번 다시 후회하지 않기로 했잖아! 지금 돌아서면 백 퍼센트 후회한다, 이거.’


“서아야 잠시만!”


나는 급하게 돌아선다.


서아는 이제 막 들어가려는 참이었다.


그녀는 열었던 문을 다시 닫고 나를 본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그녀는 상당히 놀랐는지 나를 땡글땡글한 눈으로 바라본다.


“서아야 그게 말이야......”

“뭐?”


서아는 새침하게 나를 한번 쓱 쳐다보고 눈길을 돌렸다.


“오늘 있었던 일 말이야.”


서아는 내가 다시 그녀에게 그 일에 관해 물어볼 것으로 생각했는지 나를 경계하듯 말한다.


“그 일에 대한 것이라면 난 할 말 없어.”


그녀가 내 말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곧장 그녀에게 말한다.


“그게 아니야. 그 일에 대해 너에게 물으러 온 게 아니야.”

“그럼?”


서아는 내 쪽으로 몸을 돌리며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내 마음을 읽으려는 듯한 그녀의 눈을 제대로 마주할 수 없어 나는 시선을 피한다.


그리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가 입을 연다.


“그냥...... 너에게 사과하려고 왔어.”


말의 물꼬가 트며 내 속마음을 그녀에게 털어놓기 시작한다.


“산책은 무슨 산책. 그저 너에게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몰라 복도를 서성이고 있었어.”


그녀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만 나는 무엇이 무서운지 그녀의 눈을 피한다.


뻘쭘함에 이마를 긁적이며 복도 바닥을 내려본다.


“내가 미친 게 분명해. 앞뒤 가리지 않고 득달같이 달려들었으니...... 네 생각, 네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내 행동이 참...... 못났더라.”


나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저으며 손을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던 탓에 어색한 손짓을 한다.


“분명 너에게도 사정이 있을 텐데...... 그냥 무작정...... 몰아붙이다니...... 내가 미안하단 말밖에 할 말이 없어.”


그녀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드디어 때가 왔다.


나는 그녀가 내 뺨이라도 때리지 않을까 생각하며 눈을 꼭 감는다.


아니면 정강이를 걷어차려나?


아무런 반응이 없자, 나는 질끈 감은 눈을 천천히 뜬다.


어느새 서아는 바로 앞에 서서 나를 보고 있다.


그녀는 피곤한 듯 반쯤 감긴 눈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알았으면 됐어.”

“어, 어......”


순간 바보가 되어버린 나는 말을 잃고 가만히 서서 얼어붙는다.


울렁거리는 듯한 내 마음은 분명 내 것이 확실한데 주체할 수 없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숨이 가빠지며 손이 떨린다.


심지어 다리마저 덜덜 떨리는 느낌이다.


나와 달리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나를 대한다.


어정쩡하게 붕대가 감긴 내 팔을 잡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한다.


“칠칠찮게 이게 뭐야. 붕대 하나도 제대로 못 감아?”


허술하게 감긴 붕대를 보며 질책하기보다 걱정하는 듯한 말투다.


“아, 그게.....”


멍청한 내 모습에 그녀는 입을 삐쭉 내밀고 투정 부리듯 장난스럽게 말한다.


“너는 할 줄 아는 말이 ‘아, 그게’ 밖에 없어?”


내가 다시 바보 같은 반응을 보이자, 그녀는 가볍게 코웃음치고는 팔에 감겨 있는 붕대를 풀어준다.


그리고 내 팔꿈치부터 붕대를 천천히 감아주기 시작한다.


내가 아플까 봐 상냥하게 붕대를 감아주는 그녀의 마음이 그대로 와닿는다.


‘분명 그때도 그랬겠지.’


내가 기절했을 당시 그녀가 내 상처를 치료하고 붕대를 감아주었을 것이다.


“지금은 대충 이렇게 마무리하고 내일 아침에 와. 내가 다시 드레싱 해줄께.”


내가 붕대를 감을 땐 꽤 오랜 시간이 걸린 느낌이었는데 그녀가 감아주니 생각보다 빨리 끝나버렸다.


그녀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린다.


“아...... 고마워.”


나의 감사 인사에 그녀는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 순간 나는 홀린 듯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다.


내 시선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녀의 눈동자에서 입술로 향한다.


그녀의 크고 깊은 눈동자는 잔잔한 우주 같다.


‘그만해!’


그녀의 뺨은 새하얀 눈이 내린 것처럼 희다.


‘정신 차려!’


그녀의 입술은 달콤한 열매처럼 붉다.


“한정우 이 미친놈!”


‘어?’


마음속으로 할 생각이 나도 모르게 입으로 튀어나왔다.


서아도 잠시 멈칫하더니 웃음이 터져 주체할 수 없는 모양이다.


“하하, 너무 웃겨!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그렇게 미안해?”


서아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는다.


나는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린다.


“하하하...... 그러게......”


나는 그 자리에서 어색한 표정으로 뒷걸음질 친다.


그러다 내 발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는다.


“헉! 괜찮아?”


서아가 걱정하며 다가오지만,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괘,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일어서려다 후들거리는 다리 때문에 다시 자리에 주저앉으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다급히 일어나 서아에게 잘 자라며 손 인사를 건네고 빠른 걸음으로 돌아서 도망친다.


‘이 미친놈!’


서아가 잘 가라며 인사하지만, 그 인사를 받아줄 겨를이 없다.


나는 얼른 두 손으로 그녀가 볼 수 없게 빨개진 얼굴을 가린다.


***


1층 카페에서 나는 의자에 쭈그려 앉아 있다.


“내가 뭘 한 거지?”


등받이에 머리를 툭툭 박으며 실없이 웃는다.


“하하하...... 하~”


그때 내 옆으로 나비, 치즈, 모찌가 나타난다.


그들은 뭔가 나에게 불만을 품은 듯 시끄럽게 울어대기 시작한다.


혹시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그들의 마음에 집중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결국 주머니에서 통신기를 꺼낸다.


나비의 목소리가 들린다.


"정우 님은 생각보다 숙맥이다냥!"


나비는 은근히 나에게 실망한 듯한 말투다.


그 의견에 치즈가 동의하며 말한다.


"그렇다냥! 답답하다냥!"


치즈는 펄쩍펄쩍 뛰며 나에게 화를 낼 정도다.


“내가 뭘?”


내 물음에 나비와 치즈가 놀란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며 울어댄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냥!"


"답답해서 화가 난다냥!"


나비와 치즈는 나에게 핀잔을 늘어놓는다.


"거기서 산책이 왜 나오냥! 이 밤에 무슨 날씨냐냥!"

“뭐야 너희들 다 보고 있었어?”


이 녀석들 내가 서아에게 사과할 당시 지켜보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당연하다냥! 이미 다 소문났다냥!"


“뭐?”


그때 모찌가 의자에 올라타 하품하며 말한다.


"하아~ 정우 님은 차라리 때는 게 좋겠....... 악 왜 때리냥?"


나비가 의자에 타올라 모찌의 엉덩이를 앞발로 찰싹 때렸다.


"이게 정우 님 앞에서 할 말 못 할 말 구별을 못한 다냥!"

"왜 내가 틀린 말 했냐냥!"


모찌는 정말 억울하다는 듯이 말한다.


그런 모찌의 태도에 나비는 그녀와 투덕거리기 시작한다.


그 옆에서 나는 둘을 말릴 틈이 없다.


어디론가 숨고만 싶어 두 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 옆으로 쓰러진다.


이제는 둘이 티격태격 싸우며 내 몸을 타고 오른다.


부끄러움이 내 온몸을 지배한 탓에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모찌가 나비에게 놀리듯이 말한다.


"나라면 거기서 아가씨를 끌어안고...... 악! 또 때리냥!"


모찌가 현란한 솜씨로 나비의 공격을 피하려고 하지만, 결구 엉덩이를 한 대 맞는다.


"모찌 너는 좀 맞아도 싸다냥!"


그러면서 나비가 한 번 더 모찌의 엉덩이를 세게 내려친다.


"그만하라냥! 오늘 내가 아니었다면 서아 아가씨가 위험했을 수도 있었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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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저녁 식사 25.05.09 5 0 15쪽
185 프로젝트 25.05.08 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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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주재원 25.05.06 5 0 13쪽
182 헤어짐, 그리고 만남 - 2부 끝 25.05.05 6 0 10쪽
181 각자의 방식 25.05.03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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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오해입니다! 25.04.25 6 0 14쪽
173 탈출 25.04.24 7 0 15쪽
172 '그곳' 25.04.23 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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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진실게임 25.04.21 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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