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직업은 산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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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하우스
작품등록일 :
2024.10.0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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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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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그냥 내버려둬

DUMMY


“아니 도대체 어딜 간 거야?”


우 실장은 호텔 이곳저곳을 쉬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다.


“혹시 정우 님 발견하시면 바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우 실장은 호텔 연락망을 통해 일반 직원들을 제외한 다른 직원들에게 알렸다.


일반인을 제외하면 전체 직원의 80%를 차지하는 많은 인원이 호텔 곳곳을 뒤져도 한정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나비, 치즈, 모찌! 확실히 정우 님이 호텔 밖으로 나간 적은 없지.”


우 실장은 통신기를 통해 다급히 그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들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확실히 호텔 밖으로 나온 적은 없다냥!”


답답하긴 그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가진 통신망과 연락책을 모두 동원해도 한정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우 실장은 어젯밤 한정우와 헤어진 후로 한정우를 본 적이 없다.


당연히 방에서 쉬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늘 아침 그의 방을 찾아갔을 때는 그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혹시나 해서 호텔을 다 뒤져 보았지만, 그의 흔적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심지어


“서아 역시 방에 없어요!”


백아영과 이진학 부부도 딸이 사라졌다며 우 실장을 찾아왔다.


뭔가 일이 단단히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한 우 실장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다.


***


“산타!”


우 실장은 산타의 업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다.


산타는 돋보기안경을 쓰고 업무를 보고 있다.


곧 중요한 시즌이라 결제해야 할 서류들이 많다.


그의 옆에는 작은 새들이 저마다의 울음을 내며 우 실장이 왔음을 알린다.


산타는 서류에 시선을 꽂은 채 우 실장에게 말한다.


“어, 왔나?”


우 실장은 숨을 헐떡이며 하얗게 질려버린 얼굴로 산타에게 말한다.


“정우 님이! 정우 님이 사라지셨어요!”


그 말을 들은 산타는 고개를 들고 우 실장의 얼굴을 슬쩍 보더니 씩 웃으며 다시 서류를 확인한다.


너무 천연덕스러운 산타의 모습에 우 실장은 자기 머리를 쥐어뜯으며 산타에게 따진다.


“지금 그럴 땝니까? 정우 님이 사라지셨다니까요!”

“그래 방금 네가 말했잖아. 잘 알고 있어.”


우 실장은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정작 산타는 아무렇지 않다.


속이 뒤집어지고 펄쩍펄쩍 뛸 노릇이다.


“알고 계시면 얼른 찾아야죠! 게다가 지금 서아 아가씨도 사라지셨다고요!”


산타는 우 실장의 말에 집중하는 듯 마주 잡은 두 손으로 턱을 받치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장난스럽게 말한다.


“둘이 사랑의 도피라도 떠났나? 하핫!”


우 실장은 지금 상황에서도 장난을 치는 산타에게 소리친다.


“지금 장난 칠 처집니까!”


역정을 내며 일그러지는 우 실장의 얼굴을 보며 산타는 웃음이 터진다.


“하하하!”


우 실장은 입을 쩍 벌린 채 산타를 어이없이 바라본다.


“저런 인간에게 진지하게 도움을 받으려 했던 내가 미쳤지......”


산타는 웃음을 참으며 매초 야위어가는 듯한 우 실장에게 말한다.


“그냥 내버려둬.”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보고 있던 서류를 마저 검토한다.


“그냥 내버려두라뇨? 에릭이 말한 기한까지 3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뭐?”

“네?”


산타의 무책임한 듯한 대답에 우 실장은 순간 심장이 철렁거린다.


산타는 자연스럽게 서류를 넘기고 서명란에 사인한 후 안경을 고쳐 쓰며 우 실장에게 묻는다.


“어차피 그림은 에릭의 손에 있어. 우리가 뭘 할 수 있는데?”


산타의 질문에 우 실장은 어안이 벙벙하여 머뭇거리다가 말한다.


“네? 그럴 리가? 아니 정우 님에게 뭐라도 힌트를 주신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정우 님이 그림이 에릭의 손에 넘어가더라도 포기하지 않은 이유가 그 때문이 아닙니까?”


우 실장은 그간 한정우가 노력한 것은 산타가 그에게 힌트라도 주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산타는 ‘내가 언제?’라는 식으로 우 실장을 쳐다보고 있다.


우 실장은 산타의 장난스러운 그 얼굴이 자기를 놀리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인지 헷갈릴 정도로 혼란스럽다.


“어차피 우 실장, 자네가 한정우에게 쉬라고 으름장을 몇 번 놓지 않았나? 남은 3일이라도 편히 지내게 냅둬.”


뭐라고 따지려 들었던 우 실장의 입은 순간 다물어진다.


우 실장 스스로가 한정우에게 그렇게 쉬라고 했는데, 이제 와서 사라졌다고 찾으러 다닌다는 것이 어불성설이었다.


“그렇긴 한데 이건 다른 문제죠. 사람 둘이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어요! 걱정도 되지 않으세요?”

“응! 안돼~”


그러나 우 실장은 그림이 없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한정우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입장에서 내버려두라는 산타의 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정우 님은 뭐라도 건지려고 그렇게 뛰어다녔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떡합니까? 이게 누구 때문인데요? 다 당신을 위해서 그런 겁니다!”

“아니. 물론 녀석이 나 대신 블리첸과 싸우고 있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 하지만 그게 나를 위해서일까? 내 생각에는 에릭에게 밥줄을 뺏길까 봐 뛰어다니는 것으로 보이는데.”


한정우를 조롱하는 듯한 산타의 어조에 우 실장은 화를 낸다.


“어떻게 그런 말씀 하실 수 있어요? 그것도 정우 님에게!”


산타는 한숨을 쉬고 우 실장님을 게슴츠레 바라보며 묻는다.


“한정우가 왜 사라졌는지 알겠나?”

“네?”


산타는 서류와 펜을 내려놓고 우 실장을 가리키며 말한다.


“그래 녀석은 포기하지 않고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어. 그건 네가 가장 잘 알겠지. 그런데 그런 녀석이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생각해 봤어?”


산타의 말에 우 실장은 한정우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다.


하지만 그 어떤 힌트도 없는 우 실장은 한정우의 속내를 알리 가 없다.


산타도 그 점을 감안하고 우 실장에게 다시 묻는다.


“그럼, 너는 정말 그 녀석이 아무 이유 없이 그저 무책임하게 사라졌다고 생각하나?”


우 실장은 고개를 젓는다.


그가 보기에도 한정우는 무책임하게 일을 내버려두고 방치할 사람이 아니었다.


우 실장의 반응을 살피고 산타는 다시 펜을 쥐고 서류를 검토하며 우 실장에게 당부한다.


“정말 한정우를 믿고 있다면 그냥 내버려둬.”


우 실장은 그 자리에서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쉰다.


정말 산타의 말대로 그를 내버려두어야 할까?


갑자기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진 두 사람이 걱정되지만, 산타의 말대로 우 실장은 잠시 그 마음을 접어두기로 한다.


“네....... 알겠습니다.”


결국 우 실장은 축 처진 어깨로 터벅터벅 힘없이 산타의 업무실을 나간다.


우 실장이 한 번 휩쓸고 간 후 산타는 집중이 되지 않는지 펜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두 손에 얼굴을 파묻으며 말한다.


“산타가 하는 모든 행동은 소망을 이루어주기 위한 것이야. 한정우. 그것을 꼭 명심해야 해.”


***


“와! 예쁘다!”


신이 난 서아는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창밖으로 피어난 형형색색의 단풍을 보며 서아는 놀라워한다.


“이렇게 기차를 타면서 단풍을 구경하는 건 처음인 것 같아.”


나와 서아는 기차를 타고 영월로 향하는 중이다.


내가 별을 보고 싶다며 그녀를 영월로 이끌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별을 보고 싶었어?”


그녀는 여전히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나에게 물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고 그녀에게 말한다.


“음....... 그냥.”

“칫! 시시하긴.”


잠시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산을 바라본다.


멀어지는 풍경은 이유를 알 수 없이 쓸쓸함을 남겼다.


기차는 앞으로 향할 뿐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지나친 풍경은 다시 돌아가는 기차를 타지 않은 한 다시 볼 수 없는 것들이니까.


서아가 적막을 깨고 입을 연다.


“이미 우리를 찾고 있겠지?”

“아마도.”


나는 서아의 물음에 담담하게 말했다.


이미 우 실장님과 서아의 부모님들은 난리가 났을 것이다.


산타는 내 생각을 읽고 있고 우 실장님과 우리 직원들이 실력이면 한번 우리를 찾으러 마음을 먹었다면 이미 우리를 찾고도 남았을 것이다.


“왜? 우리를 찾아올까 봐 불안해?”


나는 염려하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유리창에 반사되어 얼핏 보이는 서아의 얼굴은 어째선지 슬퍼 보인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걱정스러운 어조로 대답한다.


“응. 나 불안해.”


언제나 당당하던 그녀가 약한 모습을 보이니 나 역시 마음이 편치 않다.


지금 그녀의 심정은 감히 내가 헤아려 볼 수도 없다.


나는 그녀에게 담담히 약속한다.


“걱정하지마. 우릴 찾으러 온다면 내가 널 데리고 도망갈게.”


서아는 내 말에 잠시 침묵을 유지하더니 나를 보고 콧방귀를 뀌며 가소롭다는 식으로 말한다.


“얼씨구~ 말이면 다 되는 줄 아나?”


그러나 나를 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약간의 떨림이 있다.


애써 태연한 척 버티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 말한다.


“정말.”


***


“우 실장님, 정우 님의 현금 인출 내용과 몇몇 카드 사용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한 직원이 우 실장 앞에 나타나며 그가 조사한 자료들을 보여주었다.


“정우 님과 서아 아가씨가 청량리역에서 영월역으로 향하는 기차에 오른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무래도 추적을 피하고자 현금으로 표를 구매한 모양입니다.”


이번엔 다른 직원의 보고가 들어온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들에게 보고를 받은 우 실장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하...... 진짜 어쩌란 말이야.”


결국 두 손에 얼굴을 파묻으며 깊은 한숨을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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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미끼를 물어분 것이여 25.05.15 1 0 16쪽
190 간택 25.05.14 2 0 12쪽
189 현타 25.05.13 3 0 15쪽
188 감정 기복 25.05.12 3 0 13쪽
187 미운 놈, 고얀 놈 25.05.10 4 0 11쪽
186 저녁 식사 25.05.09 4 0 15쪽
185 프로젝트 25.05.08 4 0 11쪽
184 근황 25.05.07 4 0 13쪽
183 주재원 25.05.06 4 0 13쪽
182 헤어짐, 그리고 만남 - 2부 끝 25.05.05 5 0 10쪽
181 각자의 방식 25.05.03 5 0 11쪽
180 돌아올 때를 위해. 25.05.02 5 0 14쪽
179 이견 25.05.01 5 0 13쪽
178 안건 25.04.30 5 0 12쪽
177 미안해... 25.04.29 4 0 13쪽
176 만남 25.04.28 4 0 16쪽
175 1 더하기 1 25.04.26 4 0 12쪽
174 오해입니다! 25.04.25 5 0 14쪽
173 탈출 25.04.24 6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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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시선 분산 25.04.18 5 0 14쪽
167 선택의 기로 25.04.17 6 0 11쪽
166 폭풍전야 25.04.16 6 0 12쪽
165 직접 만나러 가야지. 25.04.15 6 0 18쪽
164 꿩 대신 닭 25.04.14 6 0 14쪽
163 늑대의 귀환 25.04.12 6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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