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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하우스
작품등록일 :
2024.10.01 11:12
최근연재일 :
2025.02.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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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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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05,654

작성
24.12.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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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저씨 말대로

DUMMY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갑자기 배관이 터지다뇨?”


서아와 여행을 떠나기 전 그저께 예약한 한옥 형식의 숙소에 도착한 나는 절규할 수밖에 없었다.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한옥 숙소는 수수하고 정갈한 외형과 요즘 감성에 맞는 인테리어가 맞물려 SNS나 블로그에 자주 태그가 되는 숙소다.


비교적 한산한 이 시기에 틈타 겨우 예약했건만, 일이 터지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오늘 오전에 갑자기 배관이 터지는 바람에 물난리가 나버렸지, 뭡니까? 그래서 연락을 드렸는데 연락이 제대로 가지 못한 모양이군요. 죄송합니다.”


직원분은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죄한다.


몰아닥치는 전화 때문에 미리 꺼둔 폰을 내려보며 말한다.


“아, 아닙니다. 문자를 확인 못 한 저희 책임도 있습니다.”


DM으로 체크인이 늦을 거란 말만 남기고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한 내 탓이다.


그렇게 다시 캐리어를 끌고 울상을 지으며 건물 밖으로 나온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지루해하며 하늘을 올려 보고 있는 서아와 음흉하게 웃고 있는 꽁지머리 아저씨다.


아저씨는 마치 숙소의 상황을 알고 있다는 듯 가지 않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닛에 기대어 앉아 다 알고 있다는 듯 웃고 있는 모습이 누구랑 참 닮은 것 같다.


그 아저씨가 나에게 묻는다.


“보아하니 무슨 일이 생겼나 보죠?”

“네. 그렇죠 뭐......”


그 말에 아저씨는 한 번 더 나에게 묻는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저 질문을 들을 때마다 뭔가 시험에 드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도대체 저 아저씨가 누구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려 하여도 확인할 수 없다.


‘저 아저씨도 ‘성인’이라니.......’


손으로 망원경 모양을 만들어 눈에 갖다 대며 그 사람 몰래 마음을 보았는데 백현석 이사장님이 그러했던 것처럼 눈이 부신 밝은 빛이 나타났다.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이 하나 있는데 그 당시 이사장님의 후광을 볼 때 그저 그런 빛이었지만, 아저씨의 후광은 자칫하다간 눈이 멀어버릴 정도라는 것이다.


내가 그 빛에 놀라 눈을 끔벅일 때 이상한 내 모습을 보며 서아가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다른 숙소를 알아봐야죠.”


그에게 경계심을 느끼는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처음 ‘성인’이라는 존재는 무조건 선의 편인 줄 알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이사장님이 그러했던 것처럼 악의를 품을 수도 있는 존재였다.


저 사람도 그럴 수 있다.


내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저씨가 말한다.


“음...... 아무래도 숙소를 구하기 힘드실 텐데요. 요즘 비수기라 내부 공사를 하거나 아예 영업하지 않는 곳이 더 많을 겁니다.”

“설마요. 비수기라도 문을 여는 곳은 어디든 있기 마련입니다.”


내 말에 아저씨는 어깨를 으쓱이며 ‘과연 그럴까?’라는 듯 당당한 얼굴이다.


비수기라고 한들 아예 영업하지 않는 숙소는 그렇게 흔치 않다.


그러나 그는 자기 말이 맞다는 듯 넘어가며 말한다.


“네 그렇다고 치죠. 숙소는 어떻게 찾으실 건가요?”


그는 다시 나에게 무심코 돌을 던지듯 넌지시 물었다.


사실 숙소나 천문대 등 일부러 흔적을 남기며 예약을 한 것은 우리가 영월에 있다는 사실을 우 실장님에게 알리려고 한 것이다.


아무리 스마트폰을 꺼놓거나 현금을 사용하는 등 추적을 피하고자 애를 쓴다고 한들 우리의 위치를 추적하는 것은 그들에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꺼놓은 것은 단지 수십 통씩이나 걸려 오는 전화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우 실장님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우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산타의 경우는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바로 내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들이 우리를 잡으러 올 것인지 아닌지 그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대놓고 ‘나 여기 있어요.’라며 일부러 흔적을 남겼다.


내가 말해주었기에 서아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숙소를 다시 예약한다고 한들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숙소가 바뀐 것이 의아해할 수 있지만, 여전히 그들을 시험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도는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걱정인 것은 어째선지 저 아저씨의 말대로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예감은 맞는다.


***


“아니! 갑자기 내부 공사라니! 그럼, 숙소를 예약하기 전 웹에 미리 표시하거나 예약을 받지 않으셔야죠!”


나는 그들의 실수로 손님을 받았으면서 돈을 돌려줄 수 없다며 얼굴에 철판을 깐 숙소 주인에게 따졌다.


주인의 태도가 엉망이었다는 점에서 화가 나긴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아저씨의 말대로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영월 근처 숙소를 알아보았지만, 이곳과 다른 두 곳을 제외하고 예약이 불가한 상황이다.


이곳에 오기 전 이미 다른 두 곳에 찾아가 보았지만, 그 숙소 역시 이곳과 다르지 않았다.


갑자기 배관이 터지거나, 갑자기 예약이 몰려 방이 없었다.


너무 어이가 없는 상황들이 줄지어 이어지며 내가 하려는 모든 일들을 다 망쳐놓고 있다.


이제는 너무 늦은 시각.


찜질방이라도 찾아가야 한다.


그러나 저 아저씨에게 찜질방으로 가자는 말을 하자마자, 거기도 배관이 터지거나 문을 닫지 않을까?


내가 조심스럽게 운을 뗀다.


“저...... 혹시 찜질방은?”


순간 아저씨의 얼굴에 그 특유의 웃음이 왔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아저씨는 정말 안타까워하는 것인지 아니면 연기인지 모를 정도로 우리 처치를 불쌍하게 여기며 말한다.


“아이구...... 이걸 어쩌나 찜질방도......”

“잠시만! 말하지 마세요. 왠지 알 것 같으니까!”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아저씨에게 말했다.


지겨운 말을 그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정우야 다른 곳으로 가자.”


서아가 말했다.


이미 서아는 마지막 희망이었던 이곳마저 역시 안 될 것으로 생각했는지 짐을 내리지도 않았다.


“방금 네가 이 숙소 주인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 아저씨가 말해주셨는데 알고 있는 민박집이 있데. 거기에 가보는 게 좋지 않을까?”


서아의 말에 나는 곧바로 그 아저씨의 얼굴을 보았다.


윗니를 드러내는 그 특유의 표정.


저 얼굴마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아저씨가 나에게 묻는다.


“이제 어떻게 하시렵니까?”


나는 순간 저리는 목덜미를 잡는다.


***


가로등이 얼마 없는 국도.


아저씨는 길가에 차를 세운다.


차에서 내린 아저씨는 재빠르게 트렁크로 달려가 우리의 짐을 내려준다.


“자! 따라오세요.”


한적한 시골길.


정취가 가득한 집들이 길을 따라 줄지어 있다.


“할머니! 저 왔어요!”


아저씨는 우리를 낮은 담벼락에 넓은 마당 중간에는 작은 화단과 평상 3개가 놓인 집으로 인도했다.


주황색 벽돌로 지어진 집은 한적한 시골 동네의 다른 집들과 다르게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듯하다.


크고 넓은 이층집과 따로 양쪽으로 서로 떨어진 독채 2개가 있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1층에서 생활하시고 1층 방 하나와 2층 방 2개 그리고 독채에 손님을 받는 모양이다.


반대편의 독채는 숙소가 아닌 주방과 커피 추출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휴게실이나 손님들이 쓸 수 있게 마련된 부엌인 모양이다.


한 할머니가 학 그림이 음각으로 패인 문을 밀며 나오신다.


“손님?”


너무 늦은 시각에 찾아와 실례가 크지 않을까 염려하던 나를 아저씨가 등 떠밀었다.


나는 아저씨를 놀란 눈으로 슬쩍 바라보고 할머니에게 말한다.


“네. 혹시 방이 있을까요?”


할머니는 따뜻해 보이는 카디건을 걸치고 슬리퍼를 신고 나오며 말하신다.


“신혼부부?”


서아가 캐리어를 평상 옆에 세우며 대답한다.


“아니요.”

“그럼, 사귀는 사이?”

“아니요.”


그 말에 할머니를 뚱하니 나와 서아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시더니 혀를 차며 말한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선불 오만원. 숯불이 필요하면 만원 추가.”


카리스마가 가득 담긴 할머니 눈빛과 말투에 압도된 나와 서아는 서로 멀뚱히 쳐다본다.


옆에서 아저씨는 할머니에게 맞장구를 치듯이 내 옆구리를 찌르며 말한다.


“뒤에선 할 건 다한다니까~”


그리고 뭐가 좋은지 킥킥거리며 웃는다.


아저씨는 여기가 익숙하다는 듯 외부에 마련된 부엌에 들어가 냉장고 문을 벌컥 연다.


그리고 박ㅇ스 한 병을 꺼내 한입에 마셔버린다.


“크~ 역시 여기서 먹는 게 제일~ 맛있어!”


할머니는 따로 떨어진 독채로 들어가 불을 켜고 안을 살피는 듯하다.


아무래도 그 방을 우리에게 내어주실 생각인데 창밖으로 보았을 때 따로 방이 있는 것이 아닌 넓은 방 한 칸뿐이다.


나는 급히 할머니를 따라 독채로 들어서며 말한다.


“할머니! 방 2개 잡을게요!”


그 말에 할머니는 못마땅하다는 듯 바라보시다가 큰 호통을 친다.


“그냥 써! 나중에 청소하기 귀찮아!”


내가 할머니의 호통에 몸서리를 치며 놀라자, 서아는 그게 재밌었는지 쿡쿡거리며 웃음을 참는 게 보였다.


아저씨는 대놓고 웃고 계신다.


방은 이미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다만 할머니는 욕실의 물이나 문 옆에 마련된 작은 싱크대에 물이 잘 나오는지 확인하고 나오신다.


그리고 내 앞에서 서며 손을 내민다.


“네?”


내가 멍청하게 그저 그 손을 바라보고 있자, 할머니가 한 번 더 크게 말한다.


“돈!”

“아! 네, 네. 여기 있습니다.”


나는 지갑을 꺼내 할머니에게 돈을 건넨다.


돈을 받은 후 호주머니에 챙겨 넣은 할머니가 야외 공용 주방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기는 편히 써도 되는 곳이야. 커피를 내려 먹든, 라면을 끓여 먹든 마음대로 해. 라면은 들어가면 진열장에 있어. 냉장고에 있는 것도 먹어도 돼.”


그리고 들어오는 입구 바로 옆 담벼락 아래에 있는 분리수거함을 보며 말한다.


“얼마나 먹든, 뭔 짓을 하든, 신경은 안 쓰는데 쓰레기는 똑바로 처리해. 알았지? 그리고 저거.”


할머니는 방 한쪽 구석에 마련된 작은 손전등을 가리킨다.


“여기는 가로등도 얼마 없어. 근처에 편의점이라곤 걸어서 2km는 가야 나올 거야. 혹시 모르니 밤에 돌아다니려거든 꼭 저걸 들고 다녀.”


할머니는 주의 사항을 당부하고 집으로 들어가 버리셨다.


아저씨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박수친다.


“캬~ 역시 박 여사님 쿨하다니깐!”


그리고 다 마신 병을 평상 위에 올려놓으며 나를 부른다.


“저기 남자 친구분.”


나는 자연스레 아저씨를 돌아본다.


“야~ 이제 부정을 하지 않네. 이것 봐 역시 그렇다니깐.”


이제 아저씨의 장난을 받아줄 기운이 없다.


아저씨는 팔을 쭉 펴서 민박집 맞은편 산을 가리킨다.


“별 보고 싶다고 했죠. 사실 천문대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저기가 진짜 명소란 말이지.”


희미하게 산으로 향하는 길목이 어렴풋이 보일 뿐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올라가면 등산로가 있을 거예요. 그대로 쭉~ 올라가면 탁! 트인 공간이 나오는데 거기가 진짜! 와~”


아저씨는 엄지를 세우고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윗니를 드러내며 활짝 웃고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그럼, 내일 봅시다.”


내일 보자는 그의 말에 내가 반박하듯이 묻는다.


“내일도 말입니까?”


그러자 당연하다는 듯 그가 말한다.


“네 당연하죠. 여기 버스가 잘 다니지 않아서 택시가 필요할 겁니다. 내일 점심쯤에 여기로 올게요. 그럼, 이만!”


아저씨는 자기 말만 하고 택시를 타고 사라지셨다.


나는 아저씨가 서 있던 빈 곳을 바라보다 문득 서아와 눈이 맞는다.


그러자 우리 둘은 정말 어이가 없는 하루에 실소가 터져버린다.


“하하하. 하~ 우리도 이제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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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징조 25.02.12 6 0 12쪽
111 쿠키 항아리 25.02.11 6 0 14쪽
110 혹시 몰라...... 25.02.10 6 0 10쪽
109 아름답고 이상한 25.02.08 5 0 12쪽
108 잠시만요! 이거 표절...... 25.02.07 5 0 16쪽
107 쿠키 25.02.06 5 0 15쪽
106 산타의 나라 25.02.05 5 0 12쪽
105 성인이란 무엇인가? 25.02.04 5 0 12쪽
104 정해진 운명 25.02.03 5 0 11쪽
103 재회 - 1부 끝 25.01.18 7 0 13쪽
102 마지막 이별 25.01.17 6 0 16쪽
101 형과 동생 25.01.16 8 0 15쪽
100 마을 25.01.15 4 0 10쪽
99 도망 25.01.14 4 0 13쪽
98 열매 25.01.13 5 0 15쪽
97 곳간 25.01.11 5 0 14쪽
96 그 남자와 아이 25.01.10 4 0 12쪽
95 두번째 이별 25.01.09 7 0 15쪽
94 이 대감 25.01.08 6 0 13쪽
93 새벽녘 25.01.07 7 0 11쪽
92 다음날 새벽 25.01.06 8 0 11쪽
91 그날 밤 25.01.04 8 0 9쪽
90 쌍둥이 25.01.03 8 0 13쪽
89 그동안 수고했네. 25.01.02 8 0 13쪽
88 극적인 연출 25.01.01 7 0 14쪽
87 살아 돌아왔다. 24.12.31 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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