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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하우스
작품등록일 :
2024.10.0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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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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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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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어떻게 하시렵니까?

DUMMY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에 포근히 날아오르는 먼지가 선명하게 보인다.


이불 속에 있는 서아는 마구 발길질하며 이불을 걷어찬다.


얼굴이 붉어진 서아는 한정우와 밤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부끄러움을 느낀다.


‘너 진짜 나빴어. 나를 어디든지 데리고 도망갈 거라는 놈이 그렇게 말할 수 있어?’


‘그렇게 정색 떨며 부정하면 내가 어떻게 돼?’


‘그래서 할머니한테는 내가 먼저 선수 친 거다. 그러니까 너도 내 마음 조금이라도 헤아려봐!’


한정우에게 부렸던 투정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아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


‘내가 왜 그랬지? 설마 한정우가 듣지 않았을까? 아니야 아닐 거야. 그런데 들었으면 어쩌지? 아아아아!’


그녀가 이불을 걷어찰수록 더 많은 먼지가 햇살에 비친다.


‘아니지! 걔가 들었으면 뭐! 내가 서운할 수도 있지. 우리가 그냥 남이야? 아니잖아.’


서아는 이불을 걷으며 일어나 앉아 자문자답한다.


“그래. 우리가 남이야?”


그러나 문득 떠오른 생각에 다시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는다.


‘그럼 무슨 사인데? 아 몰라! 몰라! 몰라! 몰라!’


얼굴을 베개에 파묻고 주먹 쥐고 바닥을 내리친다.


고개를 돌리며 아무도 없는 방을 보며 한숨을 쉰다.


그리고 일어나 창밖에서 꽁지머리 아저씨와 이야기하고 있는 한정우를 보며 토라진 목소리로 말한다.


“칫, 바보......”


***


야심한 밤, 산에서 길을 잃은 나와 서아는 우리를 찾으러 온 아저씨 덕분에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아저씨의 말로는 민박집 할머니가 우리가 사라졌다며 아저씨에게 우리를 찾아달라 부탁했고 아저씨는 우리가 별을 보러 산으로 갔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산에 오른 아저씨는 운이 좋게도 금세 우리를 찾았다.


“정리하자면 그렇다는 거죠?”


아저씨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렇습니다.”


우리를 구해준 아저씨를 의심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낀 이 찝찝함을 내려놓을 수 없다.


게다가 숙소를 구하려다 결국 아저씨가 아는 이곳으로 온 것과 어두운 산속에서 우리를 쉽게 찾아낸 것이 마치 누군가 짜놓은 각본에 우리가 놀아나는 듯하다.


그리고 어제 그 산은 아저씨가 추천해 준 명소이기도 하다.


나는 아저씨에게 추궁하며 물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굽니까?”


정체를 묻는 이색적인 질문에 아저씨는 나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본다.


“제가 누구긴 누굽니까? 택시 기사죠. 아! 잠시만요.”


아저씨는 택시로 뛰어가 금방 무언가를 챙기고 돌아온다.


“진작에 이걸 드릴 걸 그랬군요. 제 명함입니다.”


영월 운수라고 적힌 명함에는 아저씨의 얼굴 사진과 그 옆으로 성함인 ‘구경일’이라 적혀 있다.


그 아래에는 아저씨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고 나는 확인차 그 번호로 연락을 해보았다.


“제 번호가 맞죠?”


아저씨는 벨소리가 울리는 스마트폰을 흔들며 보여준다.


화면에 뜬 번호는 정확히 내 전화번호다.


‘이 사람...... 도대체 뭐지?’


혹시 몰라 영월 운수라는 곳에도 전화를 걸어 확인하였고 ‘구경일’ 아저씨가 영월 운수 소속 택시 기사라는 신원 보증도 받았다.


모든 확인이 끝낸 나는 아저씨를 의구심이 가득한 눈길로 쳐다보지만, 아저씨는 어깨를 으쓱이며 능글맞은 표정을 짓는다.


‘아 이상해, 이상해. 묘하게 석연치 않단 말이지.’


그때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할머니가 나오신다.


그리고 나를 향해 호통친다.


“아침도 먹지 않고 되겠어? 얼른 들어와. 점심이라도 챙겨줄 테니 얼른 먹고가!”


나는 서아가 있는 방을 한번 슬쩍 바라보고는 할머니를 보며 묻는다.


“점심이요? 점심도 챙겨주시는 겁니까?”

“숙박비에 조식 포함이야. 조식은 먹질 못했으니, 점심이라도 먹고가! 이미 다 차려났어!”


그렇게 말하시고 문을 쿵 닫고 들어간다.


“역시 박 여사. 정은 또 많아~ 박 여사 밥 정말 끝내줍니다. 꼭 드시고 가세요. 저는 도시락을 챙겨온 터라 따로 먹겠습니다. 그럼, 차에서 기다릴 테니 준비되면 나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저씨는 마당을 나가 택시로 향한다.


나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방으로 돌아가 서아를 부른다.


***


“점심 맛있게 드셨습니까?”


아저씨는 트렁크에 우리 짐을 싣고 물었다.


민박집 주인 할머니의 손맛에 감명받은 서아는 입맛을 다시며 말한다.


“네. 엄청! 저 옹심이를 처음 먹어 봤는데 제 입맛에 딱 맞더라구요. 특히 메밀전병 진짜 끝내줬어요!”

“워낙 할머님이 손맛이 좋으십니다. 그리고 요리하는 걸 좋아하셔서 일부러 숙박객들에게 조식을 해주시는거죠.”

“나중에 한 번 더 들려야겠어요. 정우야 너도 같이 올 거지?”


서아는 한정우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한정우는 고민하는 척하며 눈동자를 굴리며 대답하지 않는다.


일부러 서아를 놀리려는 듯 안달복달하게 만든다.


서아가 고양이처럼 날카로운 눈매로 매섭게 한정우를 노려보자, 그제야 한정우는 입을 연다.


“그러니까......”

“정우 님!”


순간 한정우와 서아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버린다.


소리의 근원지를 살펴보니 방금 막 차에서 내린 우 실장님과 직원들이 둘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한정우와 서아는 서로 멀뚱히 바라보다가 얼른 차에 오른다.


“아저씨 빨리 영월역으로 가주세요.”


아저씨도 둘을 따라 다급히 운전석에 타며 시동을 걸었다.


“정우 님! 잠시만요!”


우 실장이 택시에 거의 다다를 무렵 택시는 바퀴가 바닥에 쓸리는 날 선 소리와 함께 출발하였다.


결국 둘을 놓친 우 실장은 숨을 헐떡이며 발을 동동 구른다.


하늘로 향해 한숨을 쉬며 허리에 손을 얹고 택시 뒤꽁무니를 바라보다 돌아선다.


“얼른 따라갑시다. 이대론 정우 님과 서아 아가씨가 위험할 수도 있어요.”


직원들도 일제히 차에 오르며 우 실장을 태우고 택시를 쫓기 시작한다.


차들이 사라지자, 할머니는 한정우와 서아가 머물던 방을 정리하러 나온다.


따뜻한 카디건을 걸치고 슬리퍼를 신고 나와 마당을 터벅터벅 걸어간다.


방문을 열어보고 깔끔하게 정리된 이부자리와 설거지 그리고 거의 없는 쓰레기까지 깔끔히 머물다 간 둘의 흔적에 흡족하며 돌아선 순간 무언가를 보며 얼굴을 찡그린다.


“영영 시원찮은 녀석이구먼!”


박 여사는 평상으로 걸어가 그 위에 올려진 빈 박ㅇ스 병을 주우며 말한다.


“내가 쓰레기는 꼭 쓰레기통에 넣으라 했건만! 염병! 몰래 버리고 가면 모를 줄 알았나? 겨우 둘 뿐인데 모를 리가 있나?”


***


나는 쫓아오는 차량을 돌아본다.


우 실장과 직원들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세단 2대가 우리를 따라오고 있다.


서아는 행여나 우리가 그들에게 붙잡힐까 봐 불안해하며 나에게 묻는다.


“이러다 잡히면...... 돌아가야겠지?”


나는 불안해하는 서아의 손을 잡고 당부한다.


“그럴 일 없어.”


나도 그렇게 말하지만, 장담할 수 없다.


그들이 우리를 찾으러 왔다는 것은 우리를 끝까지 쫓을 거라는 의미였다.


아무리 내가 ‘잠입’을 통해 도망친다고 한들 그들은 우리 위치를 금방 알아내고 다시 추격을 이어갈 것이다.


“무슨 잘못을 했길래. 저 사람들이 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겁니까? 돈이라도 빌렸습니까?”


상황을 모르는 아저씨는 여유 넘치는 웃음으로 분위기를 깨려 했지만, 그의 농담을 받아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아저씨는 룸미러를 통해 불안에 떨고 있는 서아와 나를 보시더니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기차 시간이 어떻게 됩니까?”

“13시 10분입니다.”


나는 택시 미터기 위 시계를 보고 말한다.


“20분 남았습니다.”


아저씨는 남은 거리를 가늠하며 시간을 계산하고 말한다.


“아마 도착하는 데 15분 정도 걸릴 겁니다.”


나는 즉시 쫓아오는 차들을 돌아본다.


15분이면 기차가 역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5분.


그 시간이면 영월역에서 우 실장님과 직원들이 우리를 잡고도 남을 시간이다.


나는 기차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역에 도착할 수 있을지 아저씨에게 물어본다.


“다른 길로 돌아서 갈 수 없을까요? 될 수 있으면 기차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역에 도착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내가 부탁하고도 어이가 없었지만, 무조건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않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하신다.


“안 돼요. 여기서 다른 길로 돌아서면 도착하는 데 30분이나 걸립니다.”


이대로 잡힐 수밖에 없는가?


일단 임시방편으로 ‘잠입’을 통해 우 실장님을 피한다.


완전히 그들에게서 도망칠 방법은 아니지만, 지금 순간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여행객이 적은 시기기 때문에 영월역에서 내린 다음 서아와 함께 ‘잠입’을 통해 다음 목적지로 향하면 될 것이다.


우리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침울하게 앉아 있으니, 아저씨가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한가지 정보를 알려주었다.


“아마 지금 영월역 근처에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그럼 숨기도 쉽겠죠.”

“네?”


오히려 역효과다.


“갑자기 왜 그런 겁니까?”

“12월이 되면 축제를 엽니다. 그 축제의 사전 준비를 오늘부터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내 얼굴은 더욱 사색이 되어버린다.


차가 영월 시내로 들어서자, 아저씨의 말대로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특히나 영월역에는 축제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여행객을 맞이하기 위해 다양한 조형들을 전시하는지 다른 곳보다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


“이런.”


먼저 영월역에 도착한 나와 서아는 가로수에 LED 등이 달린 전깃줄을 감고 있는 사람들과 축제를 준비하는 여러 상인의 모습을 보며 곤란함을 느끼고 있다.


선돌에 갔을 때처럼 사람들이 없는 외진 곳을 찾지만, 그곳에는 이미 축제를 준비하는 분들이 자재들을 쌓고 있었기에 마땅치 않다.


나는 두리번거리며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을 찾거나 우 실장님의 차가 영월역에 다다르는지 눈치껏 살폈다.


긴박한 이 순간 오로지 서아와 함께 이곳을 벗어날 생각뿐이다.


그때 서아가 내 팔을 잡는다.


“그만해. 이제 우리가 도망갈 곳은 없어. 기차는 도착 시간이 10분이나 연기되었고 우 실장님이 여기에 도착하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을 거야. 그만 돌아가자. 아무도 모르게 도망치는 건 그저 치기일 뿐이었어.”


서아는 이미 포기한 모양이다.


다시 서아가 슬픈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내 가슴은 미어지고 먹먹해진다.


서아의 슬픈 얼굴은 나를 더욱 미치게 했다.


“서아야 눈감아.”

“뭐! 설마 여기서 한다고? 안돼! 여긴 사람이 너무 많아!”


서아는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서 ‘잠입’을 쓰면!”

“그래 아마 그 여파가 있겠지. SNS에서 난리가 날 수도 있어.”


설상가상으로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 외에도 그 모습을 촬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마 지역방송국 차원에서 축제 준비 현장을 촬영하러 온 모양이다.


우리는 그 촬영지 한 가운데 있는 꼴이다.


“그래도 상관없어. 난 네가 중요해!”


서아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나를 올려본다.


그녀의 눈동자에 내 모습이 고스란히 비친다.


“자 눈을 감아.”


서아가 눈을 감는다.


눈물 한 방울이 똑 떨어진다.


나도 눈을 감는다.


내일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와도 상관없다.


그것보다 나는 지금 서아가 더 중요하다.


그녀와의 약속이 더 중요하다.


“으...... 왜! 도대체 왜?”


그러나 내가 잊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서아와 함께 산에 길을 잃은 이후로 ‘잠입’을 쓸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눈을 떠도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자, 서아는 내 팔을 잡은 손을 툭 떨어뜨린다.


그녀는 나를 보고 웃고 있지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눈물방울이 나의 가슴은 찢어지게 만든다.


이 아이의 바람을 이뤄줄 수 없는 내가 정말 한없이 원망스럽다.


“이제 어떻게 하시렵니까?”


다시 아저씨의 질문이 들린다.


뒤돌아보았을 때 아저씨가 웃음기가 사라진 근엄한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계셨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 지긋지긋한 질문에 나는 신경질적으로 대답한다.


“지금 뭘 어쩌란 겁니까?”


웃음기가 사라진 그는 어제부터 보았던 그와 사뭇 다른 느낌이다.


어제 보여준 장난스러운 모습들은 다 거짓이었나?


그는 나의 신경질적인 대답에 전혀 개의치 않고 말한다.


“그 쪽에게 묻지 않았습니다.”

“네?”


아저씨는 서아를 바라보며 다시 묻는다.


“어떻게 하시렵니까? 돌아가실 건가요? 아니면...... 도망치실 건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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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습격 NEW 23시간 전 1 0 14쪽
113 불길한 기운 25.02.13 3 0 13쪽
112 징조 25.02.12 5 0 12쪽
111 쿠키 항아리 25.02.11 6 0 14쪽
110 혹시 몰라...... 25.02.10 6 0 10쪽
109 아름답고 이상한 25.02.08 5 0 12쪽
108 잠시만요! 이거 표절...... 25.02.07 5 0 16쪽
107 쿠키 25.02.06 5 0 15쪽
106 산타의 나라 25.02.05 5 0 12쪽
105 성인이란 무엇인가? 25.02.04 5 0 12쪽
104 정해진 운명 25.02.03 5 0 11쪽
103 재회 - 1부 끝 25.01.18 7 0 13쪽
102 마지막 이별 25.01.17 6 0 16쪽
101 형과 동생 25.01.16 8 0 15쪽
100 마을 25.01.15 4 0 10쪽
99 도망 25.01.14 4 0 13쪽
98 열매 25.01.13 5 0 15쪽
97 곳간 25.01.11 5 0 14쪽
96 그 남자와 아이 25.01.10 4 0 12쪽
95 두번째 이별 25.01.09 6 0 15쪽
94 이 대감 25.01.08 5 0 13쪽
93 새벽녘 25.01.07 7 0 11쪽
92 다음날 새벽 25.01.06 7 0 11쪽
91 그날 밤 25.01.04 7 0 9쪽
90 쌍둥이 25.01.03 7 0 13쪽
89 그동안 수고했네. 25.01.02 7 0 13쪽
88 극적인 연출 25.01.01 7 0 14쪽
87 살아 돌아왔다. 24.12.31 8 0 14쪽
86 자네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24.12.30 8 0 14쪽
85 미친놈 24.12.28 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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