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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하우스
작품등록일 :
2024.10.01 11:12
최근연재일 :
2025.02.17 22:00
연재수 :
116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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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84
글자수 :
605,654

작성
24.12.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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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그럼, 돌아가자.

DUMMY


서아는 숨이 차도록 골목길을 내달렸다.


그녀는 버스정류장을 찾아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어제 아주머니와 함께 내렸던 버스 정류장을 찾을 수 없었다.


서아가 그 미로 같은 동네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그녀는 쉬지 않고 돌아다녔다.


그녀가 신은 슬리퍼는 닳고 닳아 발등 부분이 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그녀는 슬리퍼 한 짝을 잃어버리고 하얀 양말은 새까맣게 변해버렸다.


‘다시 돌아가야 해!’


그런 와중에도 서아는 돌아가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버틴다.


언덕길을 오르고 다시 내려가고 들어선 골목들은 다 막다른 길이다.


이제 서아는 숙희 아주머니의 집이 어딘지, 백현석의 집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감각이 무뎌진다.


저 길로 왔는지, 아니면 저기 위에서 내려왔는지 혹은 올라왔는지.


방금 저 벽은 이미 두, 세 번은 지나쳤다.


서로 다른 골목길이 교차하는 곳 중심에서 서아는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녀의 발은 어딘지도 모를 곳에서 언제 다쳤는지도 모른 채 피를 흘리고 있었고 그녀의 머리는 땀에 흠뻑 젖어 그녀의 뺨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허망함과 좌절을 동시에 느낀 서아는 결국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세상은 빙글빙글 돈다.


그녀는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이제 더 이상 일어날 힘이 없다.


“도와주세요...... 저 좀 도와주세요!”


마지막으로 서아는 일말의 도움이라도 얻고자 소리를 질렀다.


고사리손이라도 좋으니, 그녀는 도움이 절실하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심지어 그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곳에 있는 건 그녀뿐이다.


극도로 정신이 시달린 탓일까? 어디선가 그녀를 부르는 듯하다.


“서아야!”


서아는 단순히 환청이라 생각했다.


절대로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날 그때 그녀가 버림받은 것처럼.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쓸쓸히 저물어 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생각을 틀렸다.


어렴풋이 그녀를 향해 뛰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의 얼굴이 보인다.


“정우야!”


서아는 남은 힘을 짜내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 사람은 서아를 안아주었다.


그의 숨결, 그의 박동, 그의 떨림이 고스란히 서아에게 전달된다.


“미안해.”


그가 말했다.


서아는 그 사람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며 얼굴을 숨겼다.


그가 돌아왔다는 사실에 안도한 자신이 흘리는 눈물이 싫어서.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의 가슴을 두들기며 쌓인 감정을 풀어낼 뿐이다.


“미안해. 갑자기 사라져서......”


그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나를 두고 사라질 수 있냐며 따져서 묻고 싶었지만,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녀는 퉁퉁 부어버린 얼굴을 들고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다.


그 역시 그녀의 마음을 알기에 그녀를 안정시키기 위해 와락 끌어안으며 말한다.


“내가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라 했잖아. 너를 버려두고 사라지지 않아. 너를 혼자 두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를 증명하듯 그는 그녀를 와락 끌어안는다.


***


그와 그녀가 눈을 뜬 곳은 백현석의 옛날 집이다.


그가 ‘잠입’을 통해 단숨에 이곳으로 돌아왔다.


그는 두 팔로 들고 있던 그녀를 조심히 거실 소파에 내려놓는다.


그의 목을 감고 있던 그녀의 팔이 스르륵 풀리며 소파 위로 떨어진다.


아직 그녀는 지금까지도 현실인지 꿈인지 구별할 수 없다.


그가 나를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라 너무나도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기운이 없어 반쯤 감긴 눈으로 그를 한없이 쳐다본다.


“정말 한정우 맞지?”


그는 그녀 앞에 무릎 꿇고 앉으며 대답한다.


“응.”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그녀는 그의 손에 자기 손을 얹으며 그의 손길을 느낀다.


눈을 감았다가 떠도 그대로 그가 그녀 앞에 있다.


그는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짓는다.


그녀가 안도감을 느끼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에 배치된 찬장을 뒤진다.


겨우 구급함을 찾은 그는 그것을 들고 다시 그녀 앞에 앉는다.


조심스레 그녀의 양말을 벗긴다.


“으.”


상처가 양말에 스치자, 쓰라림을 느낀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참는다.


그는 그녀의 발을 소독약을 묻힌 솜으로 닦아낸다.


차가운 소독약이 처음 그녀의 살갗에 닿을 때 그녀는 깜짝 놀란다.


그러다 상처에 소독약이 닿으면 그녀는 몸을 꿈틀거렸다.


그는 아파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같이 아파한다.


그가 그녀에게 말한다.


“그날 같아. 그렇지?”


그녀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처음 그가 그녀의 집에 갑자기 나타났던 날.


그날도 그녀의 발이 다친 바람에 이렇게 그녀의 발을 치료해 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네.”


그는 소독약을 바른 상처에 바람을 불었다.


둘 뿐인 거실에는 침묵이 울린다.


그들 사이에는 서늘한 공기만 흐른다.


결국 그녀가 먼저 입을 연다.


“어디 갔었어?”


그녀는 드디어 그에게 물었다.


나를 두고 어딜 갔다 왔는지, 왜 아무 말도 없이 떠났는지.


그는 그녀의 상처에 연고를 바르며 대답한다.


“잠시 어디 좀 볼 일이 있어서.”


그러나 그는 자세히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태연하게 연고를 바른 상처 위로 부채질한다.


그 말에 그녀가 서운함을 느낄 때 그가 말한다.


“그렇게 잠시 갔다 온 사이에 네가 없더라. 그래서 찾으러 나섰는데. 네 목소리가 들렸어.”


지금 자세히 보니 그 역시 그녀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녀를 찾아 뛰어다닌 바람에 땀범벅이 되었고 어디서 넘어졌는지 멀쩡하던 팔에도 상처가 생겼다.


그는 그녀를 찾기 위해 그녀처럼 이곳저곳을 뛰어다닌 것이다.


그녀가 상처를 알아챈 것을 눈치챈 그는 일부러 웃으며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는다.


그녀는 그에게 따져서 묻고 싶었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그를 책망하고 싶었다.


그러나 다시 그 미소에, 그 상처에 그녀의 마음을 함락되고 만다.


‘안돼, 그러지 마......’


그녀는 그런 자신이 싫었다.


그 미소가 증오스럽다.


그 온기가 소름 끼친다.


그러나 피할 수 없다.


그것들은 외면할수록 더 강하게 이끌린다.


할 수 없이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피한다.


그렇게라도 버텨야 한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마음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더 깊게 파고든다.


더 괴롭힌다.


그가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그 손길에 그녀는 홀린 듯 그와 눈이 맞는다.


둘은 서로를 한참 바라본다.


깊은 눈동자, 붉은 입술.


그는 울먹거리는 그녀의 눈동자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그녀의 몸은 스르륵 옆으로 넘어간다.


그의 몸도 그녀를 따른다.


둘은 깊은 산속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포개어진다.


구급함 옆, 두 눈을 가린 채 부끄러워하는 곰돌이 모양의 키링이 놓여있다.


***


해가 점점 서쪽으로 기울어질 무렵 그녀가 깨어난다.


이번에 그녀가 눈을 떴을 땐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의 옆에는 그가 함께 있다.


그는 두 팔로 포근히 그녀를 안고서 잠들어있다.


그녀는 몸을 돌려 그와 마주한 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얼굴을 붉힌다.


그리고 혹시나 자기 때문에 그가 잠에서 깰까 봐 조심스레 그의 품에서 빠져나온다.


그녀가 빠져나오자, 투정 부리는 듯한 그의 잠꼬대에 그녀는 발그레 웃으며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그러자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정작 입을 맞춘 그녀는 수줍어하며 자리를 피한다.


서늘한 공기에 추위를 느낀 그녀는 바닥에 던져둔 외투를 둘러맨다.


그의 품속에 있을 때는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 품에서 벗어나니 서늘한 공기에 소름이 끼친다.


바람이 어디서 들어오나 싶어 둘러보니 창문도 닫혀있고 바깥바람이 들어올 틈이 없다.


그러다 백현석의 화실의 문이 열린 것을 발견한 그녀는 그곳으로 향한다.


아무래도 화실 창문이 열려있는 모양이다.


서아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선다.


서아의 생각대로 화실 창문이 약간 열려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 창이 들어오지 않는다.


분명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텅 비어 있던 화실에는 그림 하나와 그 옆으로 탁자가 놓여있다.


그 탁자 위에는 서아가 다시 돌아가려고 했던 이유인 백현석의 보석함과 쇠막대가 놓여있다.


서아는 숙희 아주머니의 말에 혹시나 보석함에 들어있던 사진 뒷면에도 흔적이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 흔적이 그녀에게 마지막 희망의 끈 같았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그녀의 존재가 잊히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한편으로 그녀의 생각이 틀렸을 거란 의심이 있었지만, 서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아의 바람과 희망은 이루어진다.


그 그림에는 단발머리 여자아이의 얼굴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색채와 기법은 유난히 백현석의 것과 닮아있다.


는 두 손 모아 입을 가린 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천천히 그림에 다가간다.


“아니 어떻게......”


그리고 서아는 탁자 옆에 놓인 보석함을 열어본다.


보석함의 사진은 뒷면이 하늘로 향한 채 놓여있다.


그리고 사진의 뒷면에는 누군가 연필로 칠해놓은 흔적이 있다.


글씨라고 보기엔 어려운 그 흔적은 마치 퍼즐 조각처럼 보인다.


서아는 심각한 얼굴로 사진을 바닥에 펼쳐 놓고 퍼즐처럼 맞추기 시작한다.


그저 연필로 칠해놓은 흔적들이 서로의 짝을 맞춰가니 하나의 그림이 된다.


바로 그림 속에 그려진 아이의 얼굴이다.


“서아야.”


목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니 한정우가 서 있다.


그가 온화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달려가 그에게 안긴다.


한정우가 그녀에게 묻는다.


“이제 결정을 내렸어?”


서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돌아가자. 다들 기다리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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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정해진 운명 25.02.03 5 0 11쪽
103 재회 - 1부 끝 25.01.18 7 0 13쪽
102 마지막 이별 25.01.17 6 0 16쪽
101 형과 동생 25.01.16 8 0 15쪽
100 마을 25.01.15 5 0 10쪽
99 도망 25.01.14 4 0 13쪽
98 열매 25.01.13 6 0 15쪽
97 곳간 25.01.11 6 0 14쪽
96 그 남자와 아이 25.01.10 5 0 12쪽
95 두번째 이별 25.01.09 7 0 15쪽
94 이 대감 25.01.08 6 0 13쪽
93 새벽녘 25.01.07 7 0 11쪽
92 다음날 새벽 25.01.06 8 0 11쪽
91 그날 밤 25.01.04 8 0 9쪽
90 쌍둥이 25.01.03 8 0 13쪽
89 그동안 수고했네. 25.01.02 8 0 13쪽
88 극적인 연출 25.01.01 7 0 14쪽
87 살아 돌아왔다. 24.12.31 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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