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직업은 산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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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하우스
작품등록일 :
2024.10.01 11:12
최근연재일 :
2025.02.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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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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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그동안 수고했네.

DUMMY


로즈는 저택을 나오는 중에도 과연 산타의 말대로 백현석이 그녀의 마음을 들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로즈는 그림을 에릭에게 건네는 와중에도 그에게 마음으로 산타가 한 말을 그대로 전달하였다.


그런데 그 당시 그는 죽었을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고요하게 병상에 누워있었다.


그의 상태를 알리는 차가운 기계들이 없었다면 그가 살아있다는 걸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었다.


에릭에게 그림을 건네주고 저택을 빠져나올 뿐.


지금까지 에릭은 로즈에게 아직 그 어떤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


로즈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차에 오르고 눈을 감고 시동을 켠다.


차가 폭발할 줄 알았지만, 다행히 아니었다.


하지만 매는 일찍 맞는 게 좋다고 오히려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갈 때마다 그녀는 더 불안을 느꼈다.


그렇게 불안을 안고 돌아가는 길 겨우 에릭의 부하들을 발견한 로즈는 드디어 때가 왔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한 그녀는 에릭의 부하들이 꾸며놓은 덫에 빠진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눈앞에 죽음을 두니 몸은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다.


차가 비탈길로 넘어가는 순간 그녀의 가슴은 저 땅끝까지 내려앉았다.


몸이 떠오르는 느낌과 온몸에 소름이 돋아난다.


너무 놀라 비명도 낼 수 없다.


운전대를 잡은 손은 그대로 굳어버려 운전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로즈가 엑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지 못해 바퀴는 공중에서 공회전한다.


차체가 땅에 부딪히며 충격이 그녀의 몸에 고스란히 전해지기 전 빙글빙글 돌아가던 차창의 풍경이 바뀐다.


이제 더 이상 그녀는 차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타의 집무실 소파에 앉아 있다.


그녀는 운전대를 잡고 있는 모습 그대로 굳어 있다.


“허억!”


로즈는 너무 놀란 탓에 숨 쉬는 것마저 잊고 있었다.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멀쩡한 팔다리를 번갈아 가며 살핀다.


멈추어버린 사고가 흐르며 살아있다는 것을 자각한 로즈는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매만진다.


두 발은 멀쩡히 땅을 딛고 있고 두 팔은 온전히 달려 있다.


“괜찮나?”


로즈는 어깨 위로 헝클어진 머리를 떨어뜨리며 멍한 얼굴로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산타는 돋보기안경을 쓰고 업무를 보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업무를 보고 있는 산타를 보며 로즈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가 그의 옆에 선다.


산타는 안경을 벗어 내려놓고 로즈에게 말한다.


“상태는 어떤......”


산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로즈가 그의 수염을 힘껏 잡아당긴다.


“악!”


털이 뽑히는 동시에 산타의 비명이 튀어나왔다.


로즈는 아직 눈앞의 현실이 진짜인지 믿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거 진짜죠? 여기 지옥은 아니죠?”


산타는 아직 정신을 못 차리는 로즈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다.


그저 쓰라린 턱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찔끔 흘린다.


“아, 아파라......”


산타가 아프거나 말거나 이제 온전히 현실을 자각한 로즈는 산타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화를 낸다.


“아아악! 다시는 이런 짓 시키지 마세요!”


로즈는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산타 덕분에 살긴 살았지만, 애초에 이런 일을 계획한 산타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악! 알, 알겠으니까 아!”


로즈가 그를 잡고 흔들 때마다 산타가 앉은 의자가 삐거덕거리며 앞뒤로 움직인다.


산타는 그녀의 손을 떼어내려 하지만 그의 멱살을 움켜쥔 그녀의 손아귀가 얼마나 센지 풀리지 않는다.


“아아아아~ 그, 그만!”


로즈의 행동은 산타의 언령으로 겨우 멈출 수 있었다.


그녀는 산타의 멱살을 놓긴 했지만, 아직 산타로 인한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씩씩거렸다.


“그나저나 편지까지 남겨 놓다니. 대단하군.”


산타는 얼른 대화 주제를 돌렸다.


로즈는 한정우를 속이기 위해 직접 편지를 써서 방에 남겨두었다.


산타의 극적인 연출을 위해 그녀가 따로 마련한 장치였다.


“아, 그거 말이에요? 혹시 몰라서 제가 딸로 남겨두긴 했지만......”

“아주 훌륭하더군. 덕분에 그 녀석 완전히 속아 넘어갔어.”


산타는 엄지를 추어올리며 과장된 몸짓으로 로즈를 입이 닳도록 칭찬한다.


그리고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서 떨어진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었을 때 산타가 조심히 말을 꺼낸다.


“이번에 자네의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했네. 그래서 말이지......”


불길함을 느낀 로즈가 눈에 힘을 주며 산타를 매섭게 노려본다.


“또! 뭘 시키려고!”


산타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눈길을 피하며 헛기침한다.


“크흠, 이게 다 자네가 능력이 있어서......”

“야아아아!”


로즈가 두 손을 들어 올리고 그 손톱을 산타를 향해 날카롭게 세웠다.


산타는 빠른 걸음으로 로즈를 피하며 말한다.


“지금 블리첸의 배임 횡령과 마약 유통 및 판매에 대한 증거를 잡았다네. 우리는 이를 이용하여 에릭과 오브라이트를 감옥에 집어넣을 거야.”


로즈의 두 눈에 타오르는 불길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에릭은 이미 ‘코셔’라는 이름으로 미국 일대를 마약 소굴로 만들었어. 그 녀석이 만든 신종 마약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아나?”


로즈는 산타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다.


“Abies 제약!”


순간 로즈는 멈칫한다.


“Abies 제약이라면......”


SN의 계열사이기에 로즈가 Abies 제약를 모를 리가 없지만, 그녀는 최근 이 회사의 이름을 들을 적이 있다.


그녀는 에드먼드 박사가 백현석 이사장에게 투여한 약물에 대해 조사했고 그 약물이 Abies 제약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순간 그녀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설마?”

“그래. 블리첸 녀석들이 에드먼드 박사와 함께 만든 그 약물 말일세. 아무래도 그 약물이 심각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야. 에릭은 그 약물을 신종 마약으로 유통하고 있어.”


산타를 향하던 그녀의 분노는 어느덧 블리첸 녀석들에게로 향한다.


“이 나쁜 녀석들!”


그녀는 허공에다가 그들을 향해 욕을 퍼붓기 시작한다.


산타는 로즈의 눈치를 살피며 그녀의 분노가 더 이상 그를 향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 멈춰서서 아무 일도 없다는 식으로 근엄하게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이미 그 일에 대해 크루소와 엘리자베스가 조사 및 진행을 하고 있어. 자네는 미국으로 넘어가 그들을 도와 에릭과 오브라이트를 체포하는 데 힘을 써주게.”


블리첸을 향해 욕을 마구 퍼붓던 로즈는 산타의 말을 듣고 스르륵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러니까 그 말은 당분간 숨어있어라?”


산타가 거창한 이유를 덧붙여 그녀에게 설명하더라도 그녀는 단번에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산타가 로즈에게 이런 부탁을 한다는 건 그녀의 죽음을 가장하기 위해 당분간 숨어 있으라는 산타의 의미였다.


산타는 그녀에게 의중을 들키자, 뻘쭘해하며 말을 돌린다.


“어? 아니, 아니라네. 그저 자네의 능력이 뛰어나기에 이런 일을 부탁하는 것이네. 절대로 그런 뜻이 아니야. 뭐...... 자네가 숨어준다면 더 좋긴 하겠지만......”


로즈는 화를 참으며 주먹을 꼭 쥐고 머리 위로 들고 흔든다.


그러나 그녀도 숨어있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산타에게 말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다 문득 한 생각이 떠오른 로즈가 산타에게 묻는다.


“잠시만요. 그럼, 크루소와 엘리자베스를 도와주라는 말은 저보고 미국으로 넘어가라는 뜻인데...... 어떻게 미국으로 가죠?”


산타는 로즈의 말에 음흉한 미소를 짓고는 손가락을 튕긴다.


***


“얼마나 속이 울렁거리던지......”


로즈는 산타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갈 때와 오늘 한국으로 돌아올 때 느꼈던 멀미가 아직 남아 있는 듯 헛구역질을 한다.


산타가 그녀의 상태를 보며 고개를 까닥이며 우 실장에게 말한다.


“간혹 로즈처럼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이 간혹 있어. 특히 5대 산타께서 그러셨지. 듣기론 처음 ‘잠입’을 사용하셨을 때 심각한 구토 증상을 보였다더군.”


산타의 우스갯소리에 로즈는 그를 노려본다.


산타는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숙인다.


그때 하늘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린다.


헬기는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공터 한쪽에 착륙한다.


에릭의 부하들은 그 바람에 몸을 움츠리지만, 에릭은 고개를 들고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다.


헬기에서 두 사람이 내린다.


“산타! 무사하십니까!”


크루소 회장이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오는 건 엘리자베스다.


크루소 회장이 산타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브라이트의 이사 해임안 가결에 시간이 걸린 탓에 조금 늦고 말았군요.”


우 실장이 크루소 회장에게 묻는다.


“오브라이트의 이사 해임안이요?”

“그렇다네. 오브라이트의 배임 횡령 증거를 찾았네. 그 돈의 일부분 에드먼드 박사와 Abies 제약으로 들어갔지. 심지어 오브라이트가 에릭을 도와 마약 유통 및 판매에도 관여했다는 사실을 드러났지.”


크루소는 누군가를 찾는 듯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오브라이트는 어딨지?”


그제야 지금 이곳에 오브라이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그와 함께 주위를 살핀다.


다행히 오브라이트는 어디론가 숨거나 도망친 것이 아닌 저택 안에서 발견되었다.


그는 실의에 빠진 채 넋이 나간 얼굴로 거실 안쪽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크루소는 그의 앞에 쪼그려 앉아 서류 하나를 내밀며 말한다.


“어이, 오브라이트. 자네는 이제 이사회에서 해임되었네. 더구나 이자 고귀한 순록 8 가문에서 블리첸이라는 이름은 사라질 거야.”


오브라이트는 고개를 슬며시 들어 올리며 오브라이트에게 묻는다.


“뭐라고? 지금 뭐라고 한 거야......”


크루소는 그에게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이제 더 이상 자네의 가문은 순록 8 가문에서 퇴출당했다는 뜻이지. 감히 산타에게 반역을 보이다니. 그러고도 자네 가문이 무사할 줄 알았나?”


그리고 서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여기 보게나. 여태껏 유례없던 일이 일어났네. 제각각 뜻이 다르던 다른 순록 가문들도 모두 다 동의했다네. 오브라이트, 자네 정말 대단한 일을 했군. 그 잘나고 잘난 가문들을 한마음 한뜻으로 만들다니.”


오브라이트는 비뚤어진 안경을 고쳐 쓰며 서류를 살폈다.


크루소의 말대로 블리첸의 퇴출에 동의한다는 다른 순록 가문의 인장들이 찍혀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항상 명예와 가문을 중요시하던 오브라이트에게 순록 가문에서 퇴출당하는 것은 거의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오브라이트가 그 서류를 빼앗으려 들자, 크루소 회장은 서류를 뒤로 획 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서류를 고이 접어 외투 안주머니에 넣는다.


“미안하지만, 중요한 서류라. 그리고 외부인에게 함부로 줄 수 없는 서류라서 말이지.”


크루소는 근엄한 눈빛으로 오브라이트를 내려본다.


크루소 회장 옆으로 국제 경찰들이 나타나며 오브라이트를 붙잡는다.


어떤 저항이나 거부 없이 오브라이트는 그들의 손에 연행된다.


어느새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오브라이트의 얼굴은 핼쑥해졌다.


그가 저택 밖으로 끌려 나올 때 그들 앞으로 산타가 막아선다.


“오브라이트.”


오브라이트는 산타의 등장에 마치 동아줄이 내려온 것처럼 기적을 느낀다.


“산타!”


오브라이트는 자기 팔을 붙잡고 있던 요원들의 손을 뿌리치고 산타에게 매달린다.


요원들이 다시 그를 붙잡으려 하지만 산타가 괜찮다면 손짓한다.


요원들은 서로를 멀뚱히 바라보다가 오브라이트를 내버려두고 그의 뒤에서 기다린다.


“산타! 저는 아무 잘못한 적이 없습니다. 이 모든 게 다 저를 위한 것이 아닌 세상을 위한 일이었습니다!”


옆에서 그 말을 들은 우 실장은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런데 세상을 위한 일이라는 그의 말이 어느 정도 맞다.


오브라이트는 자기의 이상이 세상을 유지하는 데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며 대의를 이루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너무 극단적이다.


산타는 그러한 부분을 알고 있다는 듯 오브라이트를 인정하며 말한다.


“그래 자네의 뜻을 알고 있네.”


산타의 온화한 말투에 오브라이트는 한 줄기의 희망을 느낀다.


그러나 곧 산타의 말투가 바뀐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쳤어. 내가 지금까지 자네를 봐준건 자네가 그 정도를 넘지 않고 자네에게 주어진 일을 다했기 때문이었어.”


싸늘한 산타의 말투에 오브라이트는 그에게 애걸복걸하며 매달린다.


“산타! 산타! 한 번만 봐주십시오! 산타!”


그러나 산타는 매정하게 그를 떼어내며 요원들에게 눈짓한다.


요원들은 바로 그 뜻을 알아차리고 오브라이트를 끌고 간다.


연행되어 가는 중에도 오브라이트는 산타를 돌아보며 그를 불렀다.


그러나 산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한다.


“그동안 수고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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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부서진 굴뚝 NEW 50분 전 0 0 16쪽
114 습격 25.02.14 1 0 14쪽
113 불길한 기운 25.02.13 3 0 13쪽
112 징조 25.02.12 5 0 12쪽
111 쿠키 항아리 25.02.11 6 0 14쪽
110 혹시 몰라...... 25.02.10 6 0 10쪽
109 아름답고 이상한 25.02.08 5 0 12쪽
108 잠시만요! 이거 표절...... 25.02.07 5 0 16쪽
107 쿠키 25.02.06 5 0 15쪽
106 산타의 나라 25.02.05 5 0 12쪽
105 성인이란 무엇인가? 25.02.04 5 0 12쪽
104 정해진 운명 25.02.03 5 0 11쪽
103 재회 - 1부 끝 25.01.18 7 0 13쪽
102 마지막 이별 25.01.17 6 0 16쪽
101 형과 동생 25.01.16 8 0 15쪽
100 마을 25.01.15 4 0 10쪽
99 도망 25.01.14 4 0 13쪽
98 열매 25.01.13 5 0 15쪽
97 곳간 25.01.11 5 0 14쪽
96 그 남자와 아이 25.01.10 4 0 12쪽
95 두번째 이별 25.01.09 6 0 15쪽
94 이 대감 25.01.08 5 0 13쪽
93 새벽녘 25.01.07 7 0 11쪽
92 다음날 새벽 25.01.06 8 0 11쪽
91 그날 밤 25.01.04 7 0 9쪽
90 쌍둥이 25.01.03 7 0 13쪽
» 그동안 수고했네. 25.01.02 8 0 13쪽
88 극적인 연출 25.01.01 7 0 14쪽
87 살아 돌아왔다. 24.12.31 8 0 14쪽
86 자네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24.12.30 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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