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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하우스
작품등록일 :
2024.10.01 11:12
최근연재일 :
2025.02.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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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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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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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DUMMY


겨우 잠들은 현석은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떠졌다.


손을 더듬어보니 옆에서 자고 있던 옥경이 없어졌다.


현석은 눈을 비비며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벌어진 문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전등의 불빛이 그곳에 옥경이 있음을 알렸다.


현석은 혹여나 아버지와 어머니가 깨실까 봐 조용히 일어나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나와 얼른 닫는다.


작지만 강인한 목소리가 들린다.


“현석이냐?”

“형님?”


아무도 모르게 군에 갔던 셋째 형님이 돌아와 계셨다.


현석은 놀란 눈으로 형님에게 다가가 물었다.


“형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형님은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현석이 귀여워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이 형님이 누구냐?”


그렇다. 셋째 형님은 기골이 강대하다.


사진으로 남아있는 셋째가 맏이랑 둘째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확연히 덩치가 큰 맏이와 둘째보다 머리 하나 크기 정도로 컸다.


현석이 형님에게 물었다.


“이제 다 같이 사는 거죠? 다시 떠나지 않으실 거죠?”


형님은 온화한 미소로 현석을 바라보며 말한다.


“미안하구나. 지금 국군 비상경계가 해제되어 잠시 휴가를 나온 것이란다. 다시 돌아가야 한다.”


현석은 짧게나마 형님 한숨을 쉬는 걸 보았다.


분명 형님도 이곳에 머물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하므로 한숨을 쉰 것으로 현석은 생각했다.


“아! 아버지와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아니다.”


형님은 급하게 현석을 말렸다.


“아버지와 어머니께 알리지 마라. 잠시 있다가 돌아갈 생각이다.”


현석은 형님의 곤란한 얼굴을 보고 알았다.


형님은 부모님께 자신이 왔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현석은 형님의 의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형님이라면 분명 부모님의 환희를 받을 텐데 왜 숨기는 것일까?


그때 옥경이 부엌에서 꿀물이 담긴 사발을 가져왔다.


“오라버니 드세요.”

“아. 옥경아 고맙구나.”


형님은 사발을 들고 통째로 꿀물을 들이마셨다.


“역시 옥경이의 꿀물이 최고구나. 본디 꿀물이란 따뜻한 차처럼 마시는 건데 아니 어떻게 옥경이는 이렇게 시원한 꿀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냐?”


형님은 옥경의 꿀물을 마시고 감탄했다.


옥경은 그 칭찬에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나날이 늘어가는 실력 덕분이죠.”


그 말에 형님은 옥경의 실력을 인정한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곧 얼굴이 어두워진다.


“아직도 아버지는 술을 많이 마시느냐?”


형님이 쌍둥이에게 물었다.


형님은 옥경이가 꿀물을 타게 된 이유가 술에 취해 살고 있는 아버지의 탓인란 걸 알고 있다.


옥경과 현석은 마치 마음이 통한 것처럼 서로 바라보다 형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옥경은 마치 아버지를 대신하여 변명하듯 형님에게 말한다.


“그래도...... 오늘은 술을 드시지 않으셨어요.”


형님은 옥경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의 작업실을 뒤지더니 작은 함과 쇠막대를 가지고 나왔다.


“이것도 오랜만이구나.”


옥경과 현석도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보석함이다.


그 안에는 가족사진과 더불어 아버지가 지인들과 찍은 사진들이 담겨있다.


형님이 말한다.


“아버지의 추억, 우리 가족의 추억이 담긴 보석함......”


나보다 어린 형님들의 모습, 현석과 옥경의 갓난아기 시절의 모습, 젊은 시절의 부모님.


다양한 사진이 담긴, 추억이 담긴 그 함은 가히 보석함이라 불리어도 될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참모습은 따로 있었다.


형님이 쇠막대를 보석함에 붙이자, 딸각 소리와 함께 형님이 보석함의 안쪽 면을 들어 올렸다.


드러난 숨겨진 공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현석과 옥경은 눈이 동그라진다.


그 공간에도 역시 사진이 있었다.


현석과 옥경은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몰랐다.


그때 현석의 눈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


어느 날 그 깊은 밤 아버지를 찾아온 손님이다.


형님이 경건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분들은 우리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다. 간악한 일제에 맞서 싸우신 분들이지. 우리 형님들도 그러했고......”


단체로 찍은 사진도 있었고 개인으로 찍은 사진들도 있었다.


“아버지는 이렇게 나라를 위해 싸우신 분들의 사진을 남겨 놓으셨단다. 후세에 그들의 얼굴과 이름과 알리기 위해서 말이지.”


형님은 사진의 뒷면을 보여주셨다.


사진의 뒷면에는 그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아버지는 이렇게 그들의 기록을 남겨 놓으셨어. 그리고 일제에게 발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야장이신 이모부의 도움을 받아 특별히 이런 보석함을 만드신 거야. 잘 보렴.”


형님이 보석함 안쪽을 보여주며 쇠막대를 떼어내자, 요철이 튀어나온다.


“이 요철이 잠금장치 역할을 하는 것이지.”


현석과 옥경은 눈이 동그랗게 변하며 상자를 건네받아 막대를 붙이고 떼어내길 반복한다.


이제 몇 년 후면 성인이 될 놈들이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고 있으니, 형님은 쌍둥이가 귀여웠다.


그리고 형님은 아버지의 사진 가운데 무언가를 골똘히 찾더니 고이 접어둔 종이를 찾아 현석에게 내밀었다.


현석은 조심스레 종이를 펼쳐본다.


“이건......”


언젠가 현석이 아버지에게 드린 그림이다.


아버지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현석은 아버지가 그 그림을 버리셨을 줄 알았으나 그 보석함에 들어있었다.


형님은 멀뚱히 그림을 내려보고 있는 현석에게 말한다.


“아버지는 누구보다 아들들을 사랑하시는 분이다. 그런 분이 술을 달고 사시게 된 건 아마도 일찍 가버린 형님들 때문이겠지. 부모는 죽으면 땅에 묻고 자식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으니.”


형님은 부모님이 주무시고 있는 방을 슬쩍 바라보고 말을 잇는다.


“그래서 아버지가 이 형님이 군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반대하셨지.”


그제야 현석은 왜 형님이 부모님 몰래 집을 찾아온 이유와 왜 부모님께 알리지 말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현석이 네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술을 마시면 너를 따로 불러내어 한마디 하셨던 건...... 네가 한심하거나 미워해서가 아닌 나와 형님들과 같은 길을 걷지 않길 바라신 거다. 나와 형님은 본디 천성이 그러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너는 착하고 여린 심성을 가지고 있으니 억지로 할 말 못 할 말까지 하며 너를 말리고 싶은 거야.”


형님의 말을 듣고 현석은 다시 그림을 들여본다.


온화한 얼굴의 아버지가 현석을 향해 웃고 있다.


현석은 이제야 떠올렸다.


술을 마시고 그에게 잔소리를 퍼붓던 아버지의 눈가에는 슬픔이 서려 있었다는 것을.


그런 일조차 있었다는 걸 몰랐던 옥경은 그저 그림만 내려보고 있는 현석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잠시 침묵이 이어가자, 형님이 먼저 말을 꺼낸다.


“이제 가봐야겠구나.”


이제 곧 해가 뜨기까지 1시간도 남지 않은 시각이었다.


“형님......”


현석이 애타는 마음으로 형님을 붙잡지만, 형님은 애석하게 돌아섰다.


“잘 지내고 있으니 다행이다. 이 형님은 그만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현석과 옥경은 셋째를 그대로 보낸다.


설령 그게 그의 마지막 모습이라는 걸 알았다면 그렇게 쉽게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셋째도 부모님을 깨어 함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


형님이 떠난 지 하루가 지났다.


현석은 공기 속에 흐르는 불길한 징조를 느꼈다.


불경한 듯한 새소리.


거리에는 평소와 다른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걸 느낀 건 현석뿐만이 아니다.


그의 아버지 역시 그 느낌을 받았다.


등교를 준비하던 현석과 옥경이 이렇게 집에 남아있는 이유는 그런 아버지 때문이었다.


“오늘은 학교에 가지 마라.”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말에 옥경의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현석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문득 현석은 잠시 집에 들렀다가 돌아간 형님이 떠오른다.


형님이 적군의 총에 맞아 쓰러지는 듯한 형상이 눈앞에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현석은 사색이 되어 방구석으로 숨어 들어간다.


아버지는 옥경과 현석을 집에 있으라고 당부한 뒤 밖으로 나가 몇 시간째 깜깜무소식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되었을 무렵 아버지가 돌아오셨다.


다급한 아버지의 발걸음에 불안을 느낀 어머니도 애써 태연한 척 부엌에 계시다가 아버지를 따라 들어오셨다.


아버지는 이불 보따리를 펼쳐놓고 손에 잡히는 물건이란 물건들을 올려놓으셨다.


상황을 알지 못하는 현석과 옥경은 패닉에 빠진 듯한 아버지의 모습에 놀라 그를 말린다.


“아버지! 갑자기 왜 그러세요?”

“북한......”


현석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버지의 목소리로 그 말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럴 때가 아이다. 얼른, 얼른 이곳을 떠나야 한다!”


옥경은 그 말을 믿을 수 없어 얼른 밖으로 뛰쳐나가 상황을 살폈다.


무언가 쫓기는 듯한 사람들의 움직임.


아버지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불길함을 느낀 몇몇 사람들은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현석에게 말한다.


“이미 서울 근처까지 녀석들이 내려왔다는 소문도 있어! 현석아 얼른 네 동생 챙겨라. 이럴 시간이 없어!”


그날 밤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작가의말



이 글은 그저 작가의 상상력에서 기인한 글이라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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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혹시 몰라...... 25.02.10 6 0 10쪽
109 아름답고 이상한 25.02.08 5 0 12쪽
108 잠시만요! 이거 표절...... 25.02.07 5 0 16쪽
107 쿠키 25.02.06 5 0 15쪽
106 산타의 나라 25.02.05 5 0 12쪽
105 성인이란 무엇인가? 25.02.04 5 0 12쪽
104 정해진 운명 25.02.03 5 0 11쪽
103 재회 - 1부 끝 25.01.18 7 0 13쪽
102 마지막 이별 25.01.17 6 0 16쪽
101 형과 동생 25.01.16 8 0 15쪽
100 마을 25.01.15 4 0 10쪽
99 도망 25.01.14 4 0 13쪽
98 열매 25.01.13 5 0 15쪽
97 곳간 25.01.11 5 0 14쪽
96 그 남자와 아이 25.01.10 4 0 12쪽
95 두번째 이별 25.01.09 6 0 15쪽
94 이 대감 25.01.08 6 0 13쪽
93 새벽녘 25.01.07 7 0 11쪽
92 다음날 새벽 25.01.06 8 0 11쪽
» 그날 밤 25.01.04 8 0 9쪽
90 쌍둥이 25.01.03 7 0 13쪽
89 그동안 수고했네. 25.01.02 8 0 13쪽
88 극적인 연출 25.01.01 7 0 14쪽
87 살아 돌아왔다. 24.12.31 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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