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이별

고을 사람들은 현석의 가족들을 이 대감의 집까지 끌고 왔다.
아무런 저항 없이 끌려온 현석 탓에 옥경과 어머니는 별다른 저항 없이 입술만 깨물었다.
이 대감은 안채의 대청마루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태연한 모습과 그를 보며 고개를 조아리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옥경과 어머니는 이 대감이 사람들을 시켜 현석과 가족들을 데려오라 명령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의 행각에 분노한 현석의 어머니는 이 대감을 향해 꾸짖는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오!”
이 대감은 현석 어머니의 호통에 시큰둥하게 반응하며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꼴에 치장한다고 화려한 빛깔의 비단옷을 입었지만, 칙칙한 자기 얼굴색을 고려하지 못한 탓에 오히려 그의 얼굴이 빛나기보단 더 어두워 보인다.
그 옆에는 그의 아들 녀석이 옥경을 보며 헤벌쭉거린다.
그 역시 옥경이 온다는 사실에 한껏 꾸민 듯하지만, 아들이나 아버지나 돼지 목에 진주를 단 격이다.
옥경은 그 녀석에게 소름을 느끼며 어머니의 뒤에 숨어 들어간다.
현석의 가족들을 제물처럼 갖다 바친 고을 사람들은 그들이 도망갈 수 없게 뒤에서 길을 막고 서 있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이 대감은 이 상황을 즐기는 듯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그는 이제 오늘 밤에 치를 거사를 생각만 하면 몸이 달아오른다.
그의 더러운 생각은 그의 얼굴을 통해 드러난다.
옥경과 어머니 그리고 심지어 고을 사람들도 그 얼굴에 본능적인 불쾌감을 느꼈다.
이 대감은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현석의 어머니에게 물었다.
“분명 제 아들을 통해 저녁을 대접하겠다는 말을 전했을 터. 어찌 그냥 가십니까?”
그는 살집이 가득한 눈으로 현석의 어머니를 유혹하듯 바라본다.
그의 생각으로는 매력적인 눈빛이라 생각하지만, 남들이 보기엔 그저 헛짓거리다.
어머니는 사면초가인 상황에서도 단호하게 말한다.
“제가 분명히 이 댁 아드님께 제 뜻을 전해드렸습니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받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똑 부러지는 어머니의 태도에 이 대감은 그녀를 가소롭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며 쳐다보았다.
이 대감은 얼굴을 싹 바꾸고 대청마루에서 내려와 어머니 앞에 선다.
이렇게 마주하니 이 대감은 현석의 어머니보다 키가 작았다.
그는 서운한 말투로 현석의 어머니에게 말한다.
“그리 가시면 제가 어떻겠습니까? 남들이 본다면 저를 아주 매정한 사람으로 볼 겁니다. 어찌 제 성의를 무시하려는 것입니까?”
그러면서 그는 은근슬쩍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는 그의 손길이 거북스러워 순간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이 대감이 어머니의 손을 주무르며 메기 같은 입으로 흉측한 미소를 짓자, 결국 어머니는 이 대감의 뺨을 때렸다.
착!
“아버지! 감히 네년이!”
이 대감의 아들 녀석은 다급히 아버지 곁으로 달려와 어머니를 향해 달려들었다.
지금까지 이 대감이 그 누구에게도 맞은 걸 본 적이 없었기에 놀란 건 고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감은 맞은 뺨을 어루만지며 현석의 어머니를 향해 달려드는 아들을 막는다.
아들 녀석은 어쭙잖은 눈빛으로 현석의 어머니를 노려보며 들고 있던 주먹을 내렸다.
현석의 어머니는 그 주먹을 신경 쓰지도 않고 이 대감을 증오스럽게 노려보았다.
이 대감은 현석의 어머니가 그저 말로 넘어올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이 정도로 저항이 심할 줄 몰랐다.
그는 현석의 어머니를 노려보고 현석의 가족들 뒤에서 횃불을 든 채 지켜보고 있던 고을 사람들에게 신호를 주었다.
고을 사람 중 2명이 튀어나와 어머니 뒤에 있던 옥경을 밀쳐내고 현석의 어머니의 두 팔을 잡는다.
“이거 놔라! 놓으란 말이다!”
현석의 어머니는 거칠게 저항하지만, 장정 2명이 팔을 잡고 포박하니 벗어날 수 없다.
이 대감은 살갑던 말투를 바꾸고 엄하게 현석의 어머니에게 모욕적인 말을 한다.
“감히 천것이 나를 때려? 지아비도 없는 것이 감히!”
옥경의 어머니는 눈을 부라리며 자신을 하대하는 이 대감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말한다.
“우리가 피난민이라 이러는 게요? 내 남편이 없다고 하여서 이래도 되오? 사람의 도리가 있지! 어찌 사람의 탈을 쓰고 수심을 품을 수 있단 말이오!”
“뭐라? 수심? 내가 짐승이라는 말이냐?”
“그럼, 뭐요? 아이도 사람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소. 그런데 정작 나이를 먹고도 옳지 못한 생각을 가진 당신이 짐승이 아니면 뭐란 말이오!”
어머니의 맞는 말에 이 대감은 괜히 찔려 오히려 역정을 낸다.
“네년이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떠드는구나! 내 친히 널 내 첩으로 삼아줄까 했는데 안 되겠다. 네년처럼 윗사람에게 예의가 없는 것들은 옆에 데리고 다니며 친히 알려주어야겠지.”
그리고 그녀의 턱을 잡고 얼굴 가까이 댄다.
이 대감의 콧바람이 얼굴에 닿자, 현석의 어머니는 치를 떨며 고개를 돌렸다.
전쟁이 무서운 점은 사람의 한 생명이 무참히 밟히는 것도 있지만, 그 혼돈과 광기에 휩쓸려 인간성이 상실된다는 것이다.
지금 이 대감의 모습이 그러했다.
“기대하거라. 내 훈육은 조금 거칠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현석은 아버지의 보석함을 품은 채 멍하니 바닥에 앉아ㅠ있었다.
옥경은 울고불고하며 현석에게 어머니를 구해달라고 매달리지만, 현석은 움직이지 않는다.
현석의 어머니는 어떻게라도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녀는 자기 팔을 붙잡고 있는 사람과 뒤의 고을 사람들에게 말한다.
“이보게 들 들어보시오. 지금 북한이 쳐들어온 상황이오. 서울에 살던 우리는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북한군에게 도망쳐 내려온 것이오.”
그 말에 고을 사람들 몇몇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작은 불씨가 커져 큰 불씨가 되는 것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을 흘러나왔다.
사람들이 수군대며 이상한 눈빛으로 이 대감을 보자, 이 대감은 당황함을 숨기며 고을 사람들에게 화를 낸다.
“이 바보 같은 것들! 이 천한 것의 말을 믿는 게냐?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그가 화를 내자, 수군거림도 저물고 말았다.
옥경은 다시 한번 그들을 동요시키기 위해 말한다.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군대가 북한군이 건너올까 봐 다리까지 폭파했어요! 게다가 당신들도 우리 말도 다른 피난민들로 보았잖아요! 얼른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다 죽는다구요!”
‘군대’, ‘폭파’라는 단어가 나오자, 사람들은 방금보다 더 크게 동요한다.
그러자 어머니가 쐐기를 박는다.
“이곳도, 저 저택도 얼마 있지 않으면 북한군의 탱크에 짓밟힐 것이란 말이오.”
그제야 사람 사이에서도 조금씩 개안을 하기 시작했다.
평생, 이 고을에 살며 이 대감의 말만 듣는 것이 제 삶인 줄 알았던 사람들에게 전쟁에 대한 공포가 일어난다.
이 대감은 이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고을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아니다! 이 천것들은 서울에 아비와 지아비를 버리고 떠난 작자들이다. 그런 놈들의 말이 정녕 진실이라 믿느냐? 그리고 잘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 말을 듣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도 모를 이놈들의 말을 듣는 게 좋을까?”
이 대감은 옥경과 어머니를 질이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을 협박하며 다시 그들의 주인이 누구인지 상기시켰다.
고을 사람들이 다시 고요해진 것을 보고 이 대감은 옳다구나 하며 말한다.
“그러고 보니 얼굴이 참 고운 것이 여러 남자를 홀렸겠구나. 보나 마나 이 천것의 자식들은 누가 제 아버지인 줄도 모르겠군? 보나 마나 거리를 떠도는 나부랭이겠지 뭐.”
그는 결국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옥경은 이 대감에게 달려들며 외친다.
“이 쓰레기 같은 것이! 감히 우리 아버지를 모욕하는 것이냐?”
그러나 옥경은 이 대감에 주먹 한 대를 날리기도 전에 고을 사람들에게 저지되어 땅바닥에 쓰러진다.
이 대감은 그런 옥경을 내려보며 신랄하게 비웃는다.
그리고 어머니를 보며 말한다.
“우선 어제 나누어준 보리밥에 대한 보상을 지금 받아야겠군.”
“뭐, 뭐 하는 짓이냐?”
이 대감은 그 마수를 어머니에게 뻗친다.
그는 어머니의 앞섶을 잡고 거칠게 뜯어내었다.
어머니는 비참하고 원통함이 담긴 절규를 한다.
“안돼!”
찢어진 옷 사이로 어머니의 맨살이 드러난다.
이 대감은 흥분을 감추지 못해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 마음에서부터 새어 나오는 악취가 바람을 타고 코를 스치는 듯하다.
옥경은 존엄성을 무시당한 채 유린당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 채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만해! 아버지 도와주세요! 제발!”
그녀는 이렇게 가족들을 남겨두고 떠난 아버지가 미웠다.
아버지가 계셨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그런데 그건 옥경이 이 대감을 잘 몰라서 한 생각이다.
이 대감은 현석의 아버지가 살아있다면 그를 죽여서라도 현석의 어머니를 취할 사람이었다.
그때.
“악!”
이 대감의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옥경이 눈을 떠보니 현석이 보석함의 쇠막대를 들고 이 대감의 머리를 내리치고 있었다.
이 대감은 하면 안 되는 짓을 저질렀다.
지금 현석은 아버지를 잃었다는 사실로 실의에 빠져있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에 대한 모욕과 아버지를 애타게 부르는 옥경의 목소리에 현석이 반응한 것이다.
쇠막대의 모서리 부분이 정확히 이 대감의 콧등과 이마, 눈두덩이에 맞는다.
이 대감은 자기 얼굴을 부여잡고 바닥에 나뒹군다.
현석이 들고 있던 쇠막대에는 피가 잔뜩 묻어있다.
고을 사람들과 이 대감의 아들은 놀라 이 대감에게 몰려든다.
“아버지!”
“대감님!”
현석의 가족을 에워쌌던 사람들과 현석의 어머니를 붙잡고 있던 사람들까지 말이다.
이 대감은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현석의 가족들을 찾았다.
그때 횃불을 들고 있는 옥경과 마주친다.
그 횃불은 고을 사람들이 밤을 밝히기 위해 들고 있던 것이다.
옥경은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횃불을 사랑채 안으로 던져버렸다.
이 대감의 집은 사랑채와 안채가 연결되어 있었기에 불이 안채로 넘겨 붙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안채에 보관 중이던 토지 문서나 고을 사람들의 고리대금을 적어놓은 부채가 다 타버릴 것이다.
“어서, 어서 저 불을 꺼라!”
고을 사람 몇몇은 물을 길어오기 위해 허겁지겁 나선다.
그 사이 현석의 가족들은 무사히 이 대감의 집을 빠져나온다.
다시 정신을 잃은 듯한 현석은 보석함을 품에 안고 옥경의 손에 붙들린 채 끌려가듯 뛰어갔고 그의 어머니는 찢어진 앞섶을 가리며 도망친다.
이 대감은 아직 남아있는 고을 사람들에게 말한다.
“저놈들도 쫓아라! 얼른!”
이 대감은 이제 그들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첩이고 뭐고, 몸종이고 뭐고 현석의 가족들을 잡아 잔인하게 죽일 생각뿐이었다.
멍석에 말아 분이 풀릴 때까지 후려치고 유린할 것이다.
현석의 가족들은 이 대감이 그들을 어찌 처리할진 몰랐지만, 그가 확실히 그들을 살려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현석과 가족들은 고을을 벗어나기 위해 거친 흙길을 내달렸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길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그들을 쫓아오는 사람들이 보였기에 길을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그들은 산을 타기 시작한다.
어두운 밤에 산을 오르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그들을 쫓는 고을 사람들 역시 산에서 현석의 가족들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석의 가족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들이 오른 산도 이 고을 사람들에게 터전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한밤중에도 횃불이 있으면 산길을 금방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어머니는 점점 빨간 불꽃이 그들을 쫓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과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는 데 더욱 최악인 것은 현석을 끌어당기며 산을 오르고 있는 옥경이 점점 힘들어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결국 어머니는 결단을 내린다.
어머니는 옥경과 현석을 불러세웠다.
“얘들아. 이렇게 가다간 저들에게 붙잡힐 것이다.”
옥경은 결의에 찬 어머니의 눈빛을 보았다.
그녀는 어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안 돼요. 어머니! 지금 빨리 도망치면 산을 넘어갈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지금, 이 한밤중에 현석과 가족들이 산을 무사히 넘어가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어딘가 숨으면 되겠지만, 산 이곳저곳을 알고 있는 저들에겐 금방 붙잡힐 것이다.
그들에게서 도망가기 위해선 그들을 따돌릴 방안이 필요했다.
어머니는 근엄하게 현석을 불렀다.
“현석아.”
현석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땅만 내려다보고 있다.
어머니가 현석의 어깨를 잡고 다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현석아.”
현석은 조금씩 고개를 들어 어머니와 눈을 마주쳤다.
“우리 아들. 이 어미 말 잘 들으렴. 아버지는 너를 구하려다 돌아가신 일에 대해 절대로 후회하지 않으실 거다.”
아버지라는 단어에 현석의 눈이 조금씩 커진다.
어머니는 현석이 조금씩 반응을 보이자, 옅은 미소를 짓는다.
“아버지가 너를 위해 희생을 한 것을 절대로 헛되게 해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현석이 네가 아버지가 지켜주신 그 생을 이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잠시 정신이 돌아온 듯한 현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절대로 좌절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슬퍼하지 말아라. 네가 그렇다면 아버지는 하늘에서 편히 지내질 못하실 것이다.”
그리고 잠시 어머니는 아무 말이 없었다.
어둠 속에서 어머니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이 똑바로 현석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의 뺨에는 달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우리 착한 아들. 잘해줄 수 있지?”
어머니는 울음을 참고 침을 삼키며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그리고 옥경에게 말한다.
“옥경아. 너도 네 오라비가 아주 여린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네가 네 오라비를 잘 챙겨주어야 한다. 비록 네가 동생이긴 하지만 현석의 누나처럼 아이를 잘 챙겨주니 말이다.”
“어머니......”
옥경은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품에 안긴다.
그녀는 어머니께서도 지금 상황이 두려워 떨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는 죽을 걸 알면서도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려는 것이다.
아버지처럼.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말을 남긴다.
“현석아. 옥경아. 꼭 무사히 살아남아 이 어미와 아버지의 원을 달래어 주길 바란다.”
그리고 현석과 옥경을 내버려두고 매몰차게 돌아서 비탈을 내려간다.
잠시후 아래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기다!”
빨간 불씨가 방금 어머니가 내려간 방향으로 지나간다.
옥경은 터진 눈물을 겨우 참으며 숨죽이고 빨간 불씨가 멀리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벌벌 떨리는 두 손을 부여잡고 현석을 챙겨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거의 산꼭대기에 닿을 때쯤 어디선가 단말마의 비명이 들렸다.
옥경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몸을 떨다가 제 오빠를 챙겨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제 현석의 곁에는 옥경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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