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그녀의 그림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물건 위로 드리우자, 옥경은 숨죽여 재빨리 어두운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그녀가 잘못한 것도 없고 못 들어올 곳에 들어온 게 아닌데도 옥경은 그녀가 이곳에 들어오길 꺼리는 아이의 언행이 떠올라 그녀의 몸이 무의식적으로 행동한 것이다.
여전히 그 그림자는 남아있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천천히 더 깊숙이 곳간으로 들어온다.
흙을 밟는 발소리가 점점 곳간을 향해 다가온다.
옥경은 더 이상 도망갈 곳도 없는 곳에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벌벌 떠는 두 눈으로 문을 쳐다본다.
“하아~”
옥경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곳간에 들어온 사람은 아이가 아닌 그 남자였다.
어째선지 옥경은 아이에게 그녀가 곳간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녀가 이렇게 숨죽이며 숨어있던 것도 혹여나 그 그림자의 주인이 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옥경은 왠지 모르게 아이에게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남자는 아니었다.
말이 없는 그와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는 그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사람은 옥경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은 바닥에 숨죽여 앉아 있는 옥경을 일으켜 세우기 위함이었다.
옥경은 머뭇거리며 그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그게. 또 너구리가 들어왔나 싶어서......”
그 남자는 옥경의 말에 곳간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옥경은 그녀에게 내민 손이 방금 그가 너구리를 잡으려다 다친 손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의 손에는 피가 묻은 천이 감겨 있었다.
‘그럼, 그건 동물의 피가 아니라 이 사람의 피였나?’
옥경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의 팔을 잡고 묻는다.
“괜찮아요?”
그 남자는 쑥스러운지 팔을 뒤로 뺀다.
그리고 그녀의 팔을 잡고 얼른 곳간 밖으로 쫓아내고 곳간의 문을 닫는다.
“잠시만요! 저 상태로 내버려두면 안에 있을 날짐승은요? 정리도 해야 하는데!”
옥경은 곳간을 살펴보기 위해 그에게 그럴싸한 이유를 대지만 그 남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 어째서 이곳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녀는 방금 보았던 그 물건이 정말 현석이 들고 사라진 아버지의 보석함이 맞는지 확인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옥경이 다시 곳간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선다.
그리고 옥경에게 진정하라는 의미로 두 손을 위에서 아래로 흔들며 아이가 잠들어 있을 방을 가리켰다.
옥경은 그 손짓을 보고 그 남자에게 묻는다.
“진정하고 얼른 자라구요?”
그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옥경은 의아한 얼굴로 그 남자를 바라본다.
정말 날짐승이 들었다면 그녀를 쫓아내는 게 아니라 날짐승을 쫓아내야 할 터인데 그녀를 쫓아내고 태연하게 가만히 서 있는 그의 모습이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그녀가 곳간에 들어가려는 것을 막는 것일까?
옥경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를 바라보다가 그가 이렇게 곳간 문을 닫고 서서 그녀에게 무언가 말하려던 것이 떠오른다.
“방금 저에게 전하려던 말이 뭐였어요?”
옥경의 질문에 그 사람은 잠시 움찔거리며 아이가 잠들어 있는 방을 한번 슬쩍 바라보고는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젓는다.
“분명 무슨 말을......”
그 남자는 옥경에게 다가가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다른 손으로 검지를 세워 그녀의 입을 막았다.
서슴없이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옥경은 깜짝 놀라지만, 곧 그녀는 그가 무언가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그녀의 입을 막으면서도 방문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분명 그는 아이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옥경은 어째서 그가 자기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것의 눈치를 살피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일에 왜 그 아이의 눈치를 봐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그녀는 자기 입에서 그 남자의 손가락을 슬그머니 치우며 더 이상 묻지 않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제야 그는 방문에서 시선을 떼고 옥경의 어깨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방을 가리키고 얼른 들어가라며 재촉한다.
옥경은 그에게 묻는다.
“당신은요?”
그는 평상을 가리키고 자는 듯한 시늉을 한다.
“여기서 잔다구요?”
그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평상 위에는 아이가 펼쳐놓은 보리수가 있어 그 남자가 자기엔 매우 좁아 보였다.
물론 그 보리수를 걷어내면 되겠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 남자가 편히 평상 위에서 몸을 펴지 못할 것이다.
그는 걱정하는 듯 바라보는 옥경에게 보란 듯이 보리수를 걷어내고 몸을 웅크려 평상 위에 옆으로 눕는다.
그리고 잠들은 척 코를 곤다.
그 모습에 옥경은 콧방귀를 뀌며 방으로 향한다.
옥경이 방으로 들어가자, 그 남자는 평상 위로 대자로 누워 팔다리를 쭉 편다.
그의 팔다리가 평상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는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한숨 쉰다.
***
다시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하려던 옥경은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어 웅크린 채 벽에 몸을 기대었다.
곳간에서 보았던 아버지의 보석함과 비슷한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불안하여 쉽게 잠들 수 없었다.
분명 어제 아이가 말하길 현석은 무사히 산을 내려보냈다고 했다.
그런데 어째서 아버지의 보석함이 여기에 있는 것일까?
아이와 남자가 길을 알려주는 대신 보석함을 받은 것인가?
그럴 리가 없다.
옥경이 현석에게서 보석함을 빼앗았을 때 그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보석함을 되찾았다.
현석이 그들에게 쉽게 보석함을 내놓을 일이 없다.
그럼에도 그들이 보석함을 가지고 있는다는 건 아마도 현석에게서 무력으로 빼앗았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현석은 지금 어떤 상황이라는 것인가?
옥경은 상상하기 싫었다.
미워도 하나뿐인 혈육이다.
그가 무사하길 바랄 뿐이다.
‘다시 곳간을 확인해 봐야겠어.’
그녀는 어두워서 착각했을 것으로 넘기고 싶지만,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불길한 상상을 잠재우려면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와 그 남자는 옥경이 쉽게 곳간에 들여보낼 생각이 없던 모양이다.
그래서 옥경은 어떻게 그들의 눈을 피해 곳간으로 숨어들어 갈 수 있는 묘안을 고민하지만, 눈을 끔벅이며 대책을 떠올리던 그녀는 잠시 눈을 감은 사이에 잠들어버렸다.
그녀가 눈을 떴을 땐 이미 아이는 자기 이부자리를 개고 방을 나선 상태다.
옥경은 졸린 눈을 비비며 피로가 쌓여 찌뿌둥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밖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옥경이 밖으로 나가보니 곳간은 활짝 열려 있었고 아이와 그 남자는 곳간에 있는 물건을 모조리 꺼내 정리를 하고 있었다.
다양한 놋쇠 그릇과 사기그릇, 다양한 농기구와 도구들, 심지어 무쇠솥까지 집안 살림과 관련된 것들이 잔뜩 꺼내져 있다.
옥경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살림 거리가 곳간에 쌓여 있었는지 의문스러웠다.
고작 사내아이와 남자 둘이 사는 곳인데 굳이 이 정도로 많이 구비하고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방을 나온 옥경을 발견한 아이는 그녀를 향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누나 우리 좀 도와줘!”
멍한 얼굴로 마당으로 나온 옥경은 아이에게 묻는다.
“이게 뭐야?”
“아! 이거 마을에서 주워 온 것들이야. 하나 같이 쓸만해 보여서 말이지.”
“주워 왔다니?”
“말 그대로. 이 산 중턱에 마을이 하나 있는데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거든 그래서 나랑 형이 주워 온 것들이야.”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이는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옥경을 보며 해맑게 웃는다.
아무리 빈집이라도 물건을 함부로 가져오는 건 엄연한 도둑질이다.
그 사람들은 아마 전쟁으로 피난을 떠난 모양인데 그 사람들이 다시 돌아온다면 어쩔 생각인가?
“그래도 이건 범죄야. 마을 사람들이 언제 돌아올 줄 알고......”
“아니 그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을 거야.”
아이는 옥경의 말에 냉소적으로 말했다.
이미 아이는 그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어제 너구리 때문에 쌓아둔 물건들이 넘어져서 이것저것 깨졌더라고. 누나도 정리하는 것 좀 도와줘.”
옥경은 활짝 열린 곳간을 들여보았다.
물건을 다 꺼낸 덕분에 멍석이 깔린 바닥이 모습을 드러냈고 각종 도구를 걸어놓을 수 있도록 벽에는 못이 박혀 있었다.
이렇게 쉽게 곳간을 공개할 것으로 생각지 않던 옥경은 아이와 남자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면서도 은근슬쩍 그 함에 대한 행방을 쫓는다.
야심한 밤에 보았던 그 함이 정말 아버지의 보석함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을 알아챈 아이는 옥경에게 떠보듯이 말한다.
“누나, 뭘 찾고 있는 거야?”
아이에게 들킨 옥경은 고개를 돌리며 시치미를 떼며 아무렇지 않게 행동한다.
“음~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옥경은 헛기침하며 아이를 피해 부엌으로 들어간다.
“아~ 목이 마르네.”
물건을 늘어놓은 마당에는 아버지의 보석함으로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아이가 다른 곳에 숨겨 놓았다는 것인데 숨길 만한 곳은 부엌뿐이다.
안방은 옥경이 잠시 잠들었다고 하여도 이른 새벽까지 깨어 있었기에 아이나 그 남자가 물건을 숨기려고 하였다면 그녀가 보았을 것이다.
부엌으로 들어간 옥경은 물을 찾는 척하며 부엌 곳곳을 살폈다.
그녀는 마당에 있는 그들의 눈치를 살피며 이곳저곳을 열어보았으나 수확이 없었다.
그때 옥경의 눈에는 찬장 구석에 하얀 천으로 덮인 바구니를 발견한다.
크기로 보아 보석함이 들어가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했던 옥경은 조심스레 바구니를 꺼내 천을 들춰본다.
그 바구니 안에는 앵두처럼 약간의 붉은 빛을 띠지만 건조되어 색이 검게 변해버린 열매가 가득 있었다.
생긴 것은 얼추 어제 보았던 보리수와 닮았기에 그녀는 이 열매가 혹시 아이가 어제 말한 말린 보리수가 일 것으로 생각한다.
말린 정도를 보아 이미 오래전에 말려둔 모양이다.
그때 언제 부엌으로 들어왔는지 그 남자가 순식간에 옥경의 손에 들려 있던 그 바구니 빼앗는다.
옥경은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놀라 심장이 철렁거리지만, 그녀보다 더 놀란 건 그였다.
스치듯 보인 그의 눈동자에 떨림이 느껴졌다.
그의 모습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옥경은 그에게 묻는다.
“갑자기 왜 그러세요?”
그 남자는 뭐라 말할 수 없어 마른침만 삼키다가 바구니를 챙겨 그녀를 데리고 부엌을 나온다.
다급한 그 남자의 행적에 아이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무슨 상황인지 살폈다.
“형! 무슨 일이야!”
그 남자는 아이를 향해 바구니를 들어 보인다.
아이는 그 바구니를 보고 옥경을 보더니 그녀에게 퉁명스럽게 묻는다.
“누나가 찾은 거야?”
옥경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의 얼굴은 마치 장난을 치다 그릇을 깬 아이를 혼낼 때 부모의 얼굴 같았다.
아이는 한숨을 쉬며 그 남자의 손에서 열매를 건네받고 그 남자에게 가까이 오라는 뜻으로 손짓한다.
그 남자가 아이 앞에 쪼그려 앉자, 아이는 그 남자에게 귓속말로 속삭인다.
옥경은 귀를 쫑긋 세우며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들으려 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그러다 아이가 옥경을 쳐다보자, 옥경은 흠칫 놀라며 태연한 척 연기한다.
아이가 옥경에게 말한다.
“누나는 형이랑 물건 좀 옮겨줘.”
그렇게 말한 아이는 그 바구니를 들고 숲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옥경은 고작 10살짜리 아이에게 주눅이 들었다는 것에 뻘쭘함을 느끼며 부엌을 나왔다.
그런 옥경의 옆에 그 남자가 다가오더니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고 곳간 앞에 쌓인 물건 앞으로 데려간다.
그 잠시 사이 그의 손에 식은땀으로 가득한 것을 보아 그 바구니를 발견한 것이 그에게 살이 떨릴 정도로 놀란 일인 모양이다.
도대체 그 열매가 무엇이길래 아이와 남자가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옥경이 그 열매와 그들의 반응에 대해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그는 놋쇠 그릇더미를 그녀의 손에 쥐여준다.
그리고 곳간 내 판자를 덧대 만든 진열대를 가리킨다.
즉 그릇을 그곳에 정리하라는 뜻이었다.
이렇게 기회를 날려버리는 건가 싶던 옥경은 조금이라도 함을 숨길 만한 곳을 찾기 위해 물건을 옮기면서도 곳간과 집 이곳저곳을 어색한 시선으로 살폈다.
현재 넘나들 수 있는 곳간을 특히나 많이 살핀다.
그런데 옥경은 곳간에서 이상한 점을 느낀다.
분명 날짐승이 들어왔다면 그것이 넘나드는 굴이나 어딘가 파낸 흔적이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벽은 어느 틈 없이 꽉 막혀 있었고 굴을 파낸 흔적이나 막은 흔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날짐승이 곳간으로 들어와 물건들을 어질러 놓은 것인가?
찬찬히 생각하던 옥경은 물건을 옮기며 멍석이 깔린 바닥이 흙바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연히 밟은 곳이 비교적 약한 부분인지 그녀가 밟을 때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 생각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진열대에 올려둔 그릇을 정리하는 척하며 멍석을 발끝으로 살짝 들춰보았다.
곧 무거운 가마솥을 들고 그 남자가 들어왔기에 자세히 확인하지 못했지만, 분명 바닥은 나무로 덧대어 있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그들은 옥경이 이곳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날짐승이 망쳐놓은 현장을 단순히 살펴보려 했던 그녀를 제지했다.
그러했던 그들은 보란 듯이 물건을 꺼내 보였고 이제 그녀가 맘껏 넘나들 수 있게 내버려두었다.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그들의 태도가 달라진 이유가 무엇일까?
게다가 흙 구들도 아닌 나무를 덧댄 바닥에 굳이 멍석을 깔아둔 이유가 무엇일까?
멍석이라도 걷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옥경은 그 남자에게 말한다.
“저 물을 찾지 못해서 물을 마시지 못했는데 물 한 잔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 남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멍석을 걷어볼 심산이었다.
옥경의 부탁에 그 남자는 잠시 망설이더니 부엌으로 향한다.
그사이 옥경은 재빨리 멍석을 걷어낸다.
“이건!”
멍석을 걷어내니 바닥과 같이 나무로 덧댄 문이 있었다.
문에는 쇠꼬챙이를 끼워 걸쇠를 걸어둔 상태다.
그녀는 걸쇠를 풀고 문을 열어볼까 하지만 창살 사이로 그 남자가 물이 든 한 사발을 들고 돌아오는 것이 보인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다시 멍석으로 덮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를 맞이한다.
다시 곳간으로 들어온 남자는 한동안 그녀를 빤히 바라본다.
옥경은 그에게 들켰을까 봐 조마조마하며 그의 상태를 살폈다.
사실 그는 옥경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른다.
다만 지금 들고 있는 물 한 잔을 그녀에게 주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뿐이다.
그러나 옥경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기 위해 그의 손에서 물이 든 사발을 낚아채어 벌컥벌컥 마신다.
그는 옥경을 말려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늦어버리고 말았다.
정작 그의 마음을 모르는 옥경은 특이한 물맛에 이게 아이가 말한 보리수를 끓인 물로 착각하며 한 잔을 비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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