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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하우스
작품등록일 :
2024.10.01 11:12
최근연재일 :
2025.02.17 22:00
연재수 :
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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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0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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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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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마을

DUMMY


옥경은 어두컴컴한 방에서 살며시 눈을 떴다.


시간마저 멈춘 듯 고요하고 잔잔한 그 방에서 깨어난 옥경은 겨우 몸을 일으켜 방안을 살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른 걸까? 시계가 없었기에 그녀는 자기가 4시간이나 사경을 헤맨 것을 모른다.


살을 짓이기는 듯한 고통은 잠시 멎은 듯하지만, 그 고통이 꿈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듯 후유증이 남았다.


머리가 아프고 온몸에서 근육통이 느껴진다.


‘얼른 이곳에서 나가야 해!’


옥경이 이렇게 사경을 헤맨 것은 그 남자가 건네준 이상한 물을 먹고 난 후였다.


그저 말린 보리수로 끓인 차라고 생각하며 벌컥 마신 물은 이상하리만큼 쓴맛이 느껴졌고 점점 혀가 마비되었다.


그리고 1~2시간 후 배속을 마구잡이로 휘젓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아이와 그 남자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음을 깨달은 옥경은 어서 빨리 이 집을 떠나려 하지만,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녀는 의지로 방을 기어 나와 겨우 쪽마루로 나온다.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해서 햇빛 한 줄기조차 새어 나오지 않았다.


어두운 하늘 때문에 옥경은 혹시나 벌써 저녁때가 되지 않았을까 염려하며 마음을 졸였다.


그저께 그들을 따라 걸었던 산길은 우거진 나무들 탓에 달빛조차 들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산길을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하다.


심지어 아무리 밝은 날이라 할지라도 산길에 익숙한 그들과 달리 옥경에게는 매우 어려운 것이다.


옥경은 어두운 산길을 헤매다 그들에게 붙잡힐 거라 예상하며 덜컥 겁을 먹었다.


그러나 여기에 남아있는 것 역시 옥경에게 좋지 않을 터, 옥경은 애써 마음을 다잡는다.


겨우 몸을 일으켜 쪽마루에 걸터앉은 옥경은 얼굴을 찡그리며 팔다리에 힘을 준다.


그녀는 어느 정도 다리에 힘이 돌아왔다고 생각했기에 두 다리로 땅을 일어서려 했지만, 아직 힘이 부족하여 그녀는 앞으로 고꾸라지고 만다.


얼굴이 바닥에 스치며 남긴 상처 위로 피가 흘러나오지만, 지금 그녀에게 그런 상처를 신경 쓸 겨를 없다.


그러나 죽으란 법은 없다고 조금씩 그녀의 팔다리에 힘이 돌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진다.


옥경은 이를 악물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일어선다.


아직 힘이 온전치 않아 마치 갓난아기가 처음 발걸음을 뗄 때처럼 불안하다.


그때 곳간에서 다시 물건들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이 돌아오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이 집에서 벗어나야 하거늘 그녀는 곳간에 신경이 쏠린다.


분명 그 짓은 날짐승이 한 것은 아니다.


그럼 도대체 왜 갑자기 물건들이 넘어지고 쏟아지는 것인가?


옥경은 곳간으로 힘겨운 발걸음을 옮긴다.


다리에 힘이 빠져 쓰러지지만, 평상을 잡고 힘겹게 다시 일어선다.


삐걱대는 나무문을 어찌저찌 열어젖히고 곳간으로 들어간 옥경은 잠시 균형을 잃어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그 순간 바닥 밑에서 무언가 바닥을 세게 올려 친다.


그 힘은 바닥 전체가 울릴 정도로 강하다.


어젯밤과 새벽에 곳간이 난장판이 된 건 바로 이 충격 때문이었다.


이 충격으로 쌓아두었던 무쇠솥이 넘어지며 물건들을 깨부수어버린 것이다.


이 곳간 아래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옥경은 바로 이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보기 위해 멍석을 힘겹게 걷어낸다.


벌어진 나무 바닥 사이로 눈을 가까이 대자, 다시 바닥에 큰 충격이 일어난다.


옥경은 깜짝 놀라 얼굴을 잽싸게 피한다.


분명 사람이다.


사람이 몸을 힘껏 던져 바닥을 세게 올려 친 것이다.


옥경은 다시 바닥 틈으로 아래를 살핀다.


바닥 아래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희미하게 누군가 누워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몸을 내던지느라 지친 모양이었다.


옥경은 아픈 배를 부여잡고 소리친다.


“저기요! 누구 있어요?”


옥경의 목소리에 그 사람이 반응하여 자리에서 주춤하며 일어나더니 나무 바닥을 톡톡 두드리는 게 아닌가?


그 두드림은 마치 여기에 갇혀 있다고, 여기서 꺼내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 같았다.


옥경은 다시 아픈 배를 잡고 그 사람에게 말한다.


“잠시만요!”


그리고 그녀는 문까지 기어가 쇠꼬챙이를 빼고 걸쇠를 풀어 문을 확 열어젖힌다.


그러자 거친 숨소리가 들리더니 얻어맞아 눈두덩이에 멍이 든 현석이 나타난다.


옥경은 갑자기 나타난 현석의 얼굴에 놀라지만 무엇보다 피떡이 진 얼굴을 보며 안쓰러웠다.


무사히 내려보냈다는 아이의 말을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그들은 현석에게서 보석함을 빼앗고 여기에 가둔 것이었다.


물건이 깨진 것은 너구리가 들어서가 아니라 현석이 이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을 친 것이었다.


옥경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현석은 자기를 구해준 여동생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곳간에서 뛰쳐나간다.


마당에 나와 두리번거리는 꼴이 분명 보석함을 찾으려는 게 틀림없다.


옥경은 그런 일에 서운함을 느낄 여유도 없었다.


분명 가만히 내버려둔다면 현석은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집안을 뒤질 것이 분명하기에 옥경이 현석을 내버려둘 수 없었다.


그녀는 곳간 문을 잡고 일어서며 말한다.


“아버지의 보석함. 여기 없어. 허...... 으음. 산 아래. 내가 미리 가져다 두었으니 얼른 내려가자.”


옥경은 중간에 잠시 숨이 멎어버려 죽는 줄 알았다.


옥경의 말을 들은 현석은 안방 문을 열려던 손길을 멈추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본다.


그러자 옥경은 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가 그의 손목을 잡고 그 집을 나온다.


***


산을 내려가던 중간에 옥경은 다시 일어나는 구토감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현석은 그럴 때마다 멍하니 서서 속을 게워 내는 옥경을 바라볼 뿐이다.


옥경은 마음 같아선 이곳에 현석을 버리고 가고 싶지만, 얼굴이 부어버린 그의 모습을 보면 어머니의 말이 떠올라 두고 갈 수도 없었다.


더구나 어디가 어딘지 몰라 산길을 돌고 돌고 있는 상황이 그녀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분명 이 길이라 생각하고 내려가면 도로가 아닌 다시 산이 나타나 그녀를 막아선다.


그도 그럴 게 현석과 옥경이 갇힌 산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산을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던 옥경은 계속 산비탈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 뿐이다.


그러던 중 다행인지 옥경의 눈에 민가가 들어온다.


허물어질 대로 허문 집들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지붕의 기와는 벗겨지고 집을 받치던 나무 기둥까지 고스란히 드러낸 집들은 하나같이 성한 것이 없었다.


순간 옥경은 아이가 산 중턱에 마을이 있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 마을이야......”


옥경은 단번에 아이가 말한 마을이 이곳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처음 마을 사람들이 전쟁을 피해 도망간 것으로 생각했지만, 처량하게 남겨진 집터를 보아하니 전쟁이 시작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마을을 떠난 모양이다.


을씨년스러운 풍경 탓일까? 그녀는 스산한 느낌을 받는다.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등골이 오싹하고 바람 소리인지 아니면 사람의 목소리인지 구분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렸다.


섬뜩함을 느낀 옥경이 다시 발길을 돌리려 할 때 현석은 그녀의 손을 놓고 마을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현석은 옥경이 보석함을 가져다 두었다는 말을 믿고 이 마을에 보석함이 있을 거라 착각한 것이다.


그러나 현석에게 한 말을 잊고 있던 옥경은 멀어져가는 제 오빠가 한탄스러울 뿐이다.


결국 옥경은 현석을 잡기 위해 그를 따라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마을로 들어선다.


현석은 귀신에 홀린 것처럼 마을 깊숙이 들어간다.


옥경은 다시 느껴지는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로 괴로워하면서도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갈림길이 나타나자, 현석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연히 옥경도 그를 따라 모퉁이를 돈다.


그런데 앞서가던 현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지칠 대로 지쳐버린 옥경은 현석이 사라진 길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야트막한 담벼락에 손을 얹고 올라오는 구토를 내뱉는다.


먹은 것이라곤 어제 먹은 뱀고기가 다인 옥경은 계속된 구토로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탈수로 인해 목이 타는 듯한 갈증이 느껴진다.


그런 그녀의 눈에 들어온 우물은 사막에서 찾은 오아시스 같은 것이었다.


현석이 사라진 길 끄트머리에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쓰는 듯한 커다란 우물이 있었다.


현석을 찾고 얼른 이 마을을 빠져나가야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쓰러질 것 같은 옥경은 고된 발걸음으로 우물에 다다른다.


그녀는 우물 덮개 올리고 물 양동이를 우물 안으로 던져 넣는다.


그리고 도르래가 달린 밧줄을 힘껏 잡아당긴다.


오랜만에 움직이는 도르래는 삑삑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우물이 얼마나 방치되었는지 알 수 없던 옥경은 ‘과연 이 물을 마셔도 될까?’ 생각했지만, 눈에 띄는 부유물이나 물비린내가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 한입 머금었을 때 역한 느낌이 전혀 없었기에 그녀는 물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잠시 갈증을 해소한 그녀는 다시 현석을 찾아 돌아서려는 방금 지나왔던 길모퉁이로 반갑지 않은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그 아이다.


옥경은 넘어지듯 몸을 날리며 우물 담 뒤로 숨는다.


어떻게 그들이 그녀를 쫓아왔는지 그녀의 입장에선 의문스러웠다.


그러나 그들은 그녀를 찾는 데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남겨놓은 흔적을 쫓다 보니 이곳에 다다를 뿐.


아이는 모퉁이 옆 담벼락 밑에 있는 흔적으로 보며 그녀가 필시 여기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이는 일부러 큰소리를 내며 말한다.


“어? 누가 여기에 토를 해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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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잠시만요! 이거 표절...... 25.02.07 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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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마지막 이별 25.01.17 6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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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열매 25.01.13 6 0 15쪽
97 곳간 25.01.11 6 0 14쪽
96 그 남자와 아이 25.01.10 4 0 12쪽
95 두번째 이별 25.01.09 7 0 15쪽
94 이 대감 25.01.08 6 0 13쪽
93 새벽녘 25.01.07 7 0 11쪽
92 다음날 새벽 25.01.06 8 0 11쪽
91 그날 밤 25.01.04 8 0 9쪽
90 쌍둥이 25.01.03 8 0 13쪽
89 그동안 수고했네. 25.01.02 8 0 13쪽
88 극적인 연출 25.01.01 7 0 14쪽
87 살아 돌아왔다. 24.12.31 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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