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과 동생

옥경은 산길을 걸어오는 내내 가끔 올라오는 구토에 몇 번이나 속을 게워 냈다.
항상 그럴 때마다 그녀는 그들에게 쫓기는 처지기에 항상 흙으로 덮어 흔적을 지웠다.
그러나 제아무리 흙을 덮어 흔적을 지운다고 한들 이 산이 삶의 터전인 그들에게, 특히 아이의 눈을 속일 수 없었다.
아이의 눈에는 그 위장 실력이 미숙하게 느껴질 뿐이다.
어색하게 덮인 흙이나 발로 바닥을 쓸어낸 흔적이나 아이의 눈에 속속들이 보였다.
무엇보다도 아이는 ‘그 물’을 마시면 나타나는 증상들을 잘 알고 있기에 그 흔적의 주인이 옥경이라는 걸 당연지사 알고 있었다.
흔적을 따라 쫓아온 아이는 결국 이 마을로 다시 돌아왔고 방금 남긴 듯한 흔적을 보며 옥경이 이 근처에 있을 거라 짐작한 것이다.
아이는 옥경이 어딘가에 숨어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큰 소리로 외친다.
“누나! 나와봐!”
아이는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그 악의를 숨겼다.
그럼에도 자연스레 묻어나오는 그 추악한 마음은 옥경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어느덧 하늘을 어두워진다.
옥경은 아이와 그 남자가 횃불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밤이 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어두워지면 끝장이다.
여기서 어찌저찌 그들의 눈을 피해 도망칠 수 있다고 한들 산에서 길을 잃어버린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어찌할 바가 없던 옥경은 숨죽인 채 벌벌 떨었다.
아이의 목소리에도 옥경이 숨어서 나올 생각이 없자, 아이는 옥경에게 한가지 이야기를 꺼낸다.
“누나 그거 알아? 여기는 밤이 되면 귀신이 나와!”
아이는 으스스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렇다고 한들 옥경은 나올 생각이 없다.
아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스스로 걸어 나올 생각이 없다면 직접 끌어내면 된다는 생각에 닦달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여기는 한때 그래도 5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살 정도로 사람 사는 분위기가 나는 곳이었지. 지금처럼 이렇게 한산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는 아니었지.”
아이는 마치 그때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처럼 거리를 둘러본다.
그리고 옆에서 그저 지켜보기만 하던 그 남자에게 동의를 구하듯 묻는다.
“그렇지?”
머지않아 그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집마다 화목하고 즐거운 나날이 이어졌지.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말이야. 참 서글프지 않아?”
아이는 비참한 표정으로 얼굴을 쓸어내린다.
“아니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한 명씩 쓰러지더니 골골거리며 죽어가는 거야! 그때 사람들의 모습이 어땠는지 알아? 아니지 이건 물어볼 게 아니야. 누나는 당연히 알고 있으니까.”
옥경은 그때의 모습을 모를뿐더러 이런 마을조차 있었다는 걸 몰랐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그 당시의 모습을 알겠는가?
“지금 누나가 딱 그런 상황이야.”
그 말에 옥경의 심장이 철렁인다.
“설마......”
옥경은 새어 나오는 목소리를 간신히 막는다.
아이는 여전히 옥경이 어딨는지도 모른 채 입만 떠벌인다.
그렇지만 옥경이 짓고 있을 얼굴이 어떤지 알고 있다.
놀람, 혼란, 공포로 젖어 들어가는 옥경의 얼굴을 아이는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있다.
“그 사람들도 지금 누나와 똑같은 증상을 겪었지. 물론 누나보다 더 심하게 말이야. 아! 누나는 걱정하지 마. 그 정도면 며칠 배를 부여잡고 살다가 나아질 테니.”
옥경은 드디어 아이가 이 마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말했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누나가 마신 물이 뭔지 알아? 아마 모르겠지. 힌트를 주자면 오늘 누나가 본적이 있어.”
빨간 열매.
순간 옥경은 바구니에 담겨 있던 빨간 열매를 떠올렸다.
“천남성.”
입을 막고 있지 않았더라면 옥경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을 것이다.
“알고 있을 수도 있지만, 혹여나 모를 수도 있으니까 조금 설명하자면 사약의 재료야. 가을쯤에 열매가 달리는 데 색깔이 빨갛고 예뻐.”
설명을 마친 아이는 혹시 그녀가 오해하지 않을까 염려하며 말한다.
“내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 그 사람들은 누나의 몇 배 아니 그 이상의 농축액을 먹은 거야. 나는 그 누구보다 누나가 건강하길 바라고 있어. 그리고 내가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러 번 시도를 해봤어. 그 정도면 괜찮아. 확실해!”
아이는 그녀를 죽일 정도로 독을 태운 게 아니니 그 행동을 이해해 줄 거라 믿는다.
그리고 실실 웃으며 옥경에게 퀴즈를 낸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어떻게 천남성을 섭취한 걸까?”
아이는 정답을 알려주고 싶어 어깨를 들썩이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옥경은 점점 얼굴이 사색이 되어버린다.
“우물.”
우물 뒤에 숨어있던 옥경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떨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방금 본인이 마신 물이 독을 태운 물이라니! 옥경은 아이의 말을 믿고 싶지 않다.
그러나 아이는 옥경이 숨어있는 우물을 가리키며 말한다.
옥경의 생각이 맞는다.
“우물에 독을 풀었어. 천남성을 갈아서 만든 가루를 물에 녹여 우물에 풀었지.”
아이는 마을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린다.
그들이 그에게 보였던 멸시와 혐오는 그의 뇌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들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했을 때 분출된 그의 표상은 잔악하고 무자비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실성한 듯 웃고 있는 그가 옥경이 방금 저지른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웃음기가 싹 가실 것이다.
“오늘 누나가 발견한 열매들도 그 우물에 버렸어. 그 열매들은 내가 버린 줄 알고 있었던 거였거든. 그냥 땅에 파묻을까 생각했지만, 그랬다간 싹이라도 나면 어떡해. 누나가 그 열매를 먹는 것인 줄 알고 먹어버리면 정말 큰 일이니까. 그래서 그냥 그 우물에 갖다 버린 거야. 어차피 그 물을 마실 사람은 더 이상 없을 테니까.”
옥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아이의 말을 믿고 싶지 않지만, 지금 그녀의 입안에 다시 마비 증세가 나타나고 눈앞이 팽 돌아간다.
그 사실을 모르고 아이는 태연하게 묻는다.
“그 사람들이 왜 죽었는지 알아?”
그리고 자답한다.
“행복하고 즐거웠기 때문이야.”
아이는 그 당시 마을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분노에 휩싸인다.
“그런 것들은 죽어도 마땅한 것들이야!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것들! 그것들 때문에 우리 가족이 이 꼴이 되어버린 거라고!”
분에 겨운 그는 주먹을 쥐고 떨기 시작한다.
“고작 이렇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런 아들을 낳았다는 이유로 우리 가족은 배척 받아왔어. 돌팔매질은 일수였고 장작이나 약초를 팔기 위해 마을로 내려올 때 매몰차게 우리를 박대했지.”
아이는 마치 분노에 대상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발악한다.
“우리가 왜!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어? 빌어먹을 녀석들! 자기네들은 얼마나 잘났다고! 꼴에 산골짜기 처박혀 사는 주제에 자기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핍박하고 억압했지.”
아이는 입에서 침이 튀어 올 정도로 화를 내며 말했다.
“그래. 그래도 꿋꿋이 참아왔어. 하지만 내가 바보였지. 하나뿐인 동생 녀석이 목에 칼을 맞았고 어머니는, 어머니는......”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처참하게 유린당한 채 싸늘하게 죽어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옥경을 엄마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옥경에게 공감을 구하듯이 애달픈 목소리로 말한다.
“누나 아니 엄마! 당신도 기억나지 않습니까? 그 사악하고 무정한 인간들을!”
극에 치닫는 그의 감정 상태나 옥경을 엄마라고 부르는 그를 이해할 수 없는 옥경은 우물 담에 등을 기댄 채 죽을 듯한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다.
“엄마! 숨지 말고 나와요! 내가, 내가 한 일을 봐. 먼저 선을 넘은 건 이 마을 놈들이었어. 나쁜 건 내가 아니라고!”
애원하는 목소리에도 옥경이 나오질 않자, 그는 싸늘한 눈동자로 그 남자에게 다가오라는 손짓을 한다.
“엄마. 여기는 밤이 되면 추워. 그래서 혹시 볼라 내가 장작 몇 개와 불쏘시개를 가져왔어.”
그는 장작을 바닥에 깔고 그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남자는 망설이며 머뭇거린다.
그러나 그는 그 남자를 재촉하듯 손을 마구 흔들었다.
결국 그의 뜻대로 그 남자는 품에 안고 있던 물건을 건넨다.
그건 가족들의 추억이 담긴 보석함이다.
그는 함의 뚜껑을 열고 그대로 엎는다.
쇠막대가 붙어있던 터라 보석함의 숨겨진 공간까지 드러나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사진들이 다 쏟아진다.
“이제 엄마에게 필요 없는 것들이야.”
아이는 돈이 될 거라 생각했던 보석함은 따로 챙겨두고 사진 더미에 횃불을 갖다 댄다.
사진으로 불일 옯겨붙자, 불이 활활 타오른다.
“엄마! 이것 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어!”
그는 불을 보며 착란을 일으킨 듯 실성한다.
옥경은 우물 담 너머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가족들의 추억이, 다시 볼 수 없는 사람들의 얼굴이 타들어 가고 있다.
옥경은 몸으로 느끼는 고통만큼의 쓰라림을 마음으로도 느낀다.
가족을 잃은 상실감보다 더한 공허함이 그녀의 마음에 자리 잡는다.
“쿠헉!”
그녀는 갑자기 구토가 치민다.
이제 그녀의 몸이 안에서부터 망가지기 시작하여 피가 섞여나온다.
그녀의 정신마저 아득해질 정도로 사무치는 고통에 정신을 잃기 직전이다.
그때 그녀는 그들의 뒤에 서 있는 무언가를 보았다.
사람인가? 귀신인가?
옥경을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그들의 뒤에 있던 건 현석이다.
그의 손에는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들렸다.
깨진 그릇 조각이다.
그런데 현석의 눈빛이 사뭇 다르다.
부모를 여의고 나서 텅 비어버린 현석의 눈에는 무언가 깃든 느낌이다.
그런 현석은 타들어 가는 사진을 보며 웃고 있는 그에게 달려든다.
현석이 제 등에 올라타자, 그는 몸을 흔들며 저항하지만, 어린아이의 몸으로 그를 떼어낼 수 없었다.
현석은 깨진 사기그릇 조각으로 녀석의 목을 찌른다.
단숨에 녀석의 목숨을 끊어낼 생각인 모양이지만, 그 남자가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현석을 그로부터 떼어 놓았다.
머뭇거리는 손길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그 남자는 목을 부여잡고 있는 그가 걱정되어 펄쩍펄쩍 뛴다.
말이 나오지 않는 입을 뻐끔거리며 애타게 그를 부른다.
그런데 그의 손에 들려있던 횃불이 사진 위로 떨어진다.
마을을 스쳐 지나가던 서늘한 바람이 불씨를 키운다.
그러면서 불이 붙은 사진들이 하나둘 바람에 흩날린다.
옥경은 그 순간만큼은 똑똑히 지켜보았다.
사진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사진들이 마치 나비처럼 날개를 펄럭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 나비들은 저마다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비현실적인 광경에 옥경은 그것이 독 기운으로 인한 환각이라 생각했고 그녀의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순간에 현석은 그 남자로 인해 내던져져 벽을 맞고 몸을 축 늘어뜨린 상태였다.
그는 피가 흐르는 목을 부여잡고 현석에게 걸어가 그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죽어! 죽어! 이게 모두 다 네 탓이야!”
그는 옥경이 그들을 피해 도망간 것이 다 현석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에게 배를 얻어맞은 현석은 배를 부여잡고 바닥에 나뒹군다.
도저히 지켜볼 수 없던 옥경은 우물 담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어머니!”
그는 광기 어린 얼굴로 옥경을 향해 외쳤다.
그가 그렇게 바라던 가족 상봉의 순간이었다.
옥경은 다리를 절뚝이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아이는 심상치 않은 옥경의 얼굴을 보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살핀다.
입가에 묻은 핏자국, 야위고 창백한 얼굴, 퀭한 눈동자.
마치 그때 마을 사람들과 같았다.
아이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말한다.
“어머니 혹시......”
“닥쳐!”
옥경은 그의 입에서 나오는 어머니 소리에 극도로 치를 떨며 소리쳤다.
그러자 구토감이 일어나 그녀는 담벼락을 잡고 피를 토해낸다.
그 모습을 본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가 그 남자에게 시켜 건네었던 물에는 피를 토할 만큼의 독성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의 얼굴은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옥경이 우물의 물을 마신 걸 깨달은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기다린 어머니와 제대로 마주하기 전에 어머니가 다시 죽을 위기에 처하다니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조금이라도 어머니의 온기를 느끼기 위해 옥경의 손을 잡는다.
옥경은 그의 손을 매몰차게 쳐내고 현석에게 다가간다.
“현석아! 일어나!”
그러나 현석은 일어날 기미가 없다.
그러던 중 작은 불씨들이 큰 불씨가 되어 모습을 드러낸다.
옥경은 단순히 착란 증상이라 넘겼지만, 그건 단순한 환상이 아니었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그가 매달리며 말한다.
“어머니 보고 싶었어요. 큰아들 정식이란 말이에요! 우리를 이렇게 만든 놈들은 제가 다 죽였어요! 저 잘했죠? 어머니! 어머니! 저를 한번 봐주세요! 어머니!”
소름이 돋을 정도로 매달리는 그에게 환멸을 느낀 옥경은 용을 써가며 그를 밀쳐낸다.
그는 바닥에 넘어지며 애원하는 목소리로 옥경을 부른다.
“엄마!”
그러나 그 부름에 응한 건 옥경이 아닌 다른 것이었다.
야트막한 담장 너머로 세워진 나무 기둥이 그를 향해 쓰러진다.
그 남자가 달려들어 그를 밀어낸 탓에 그는 다행히 무사했지만, 그를 대신하여 그 남자가 나무 기둥에 깔렸다.
그 남자는 고통스러움에 팔을 허우적대며 그를 향해 구해달라는 손짓을 하였다.
그러나 그는 매몰찬 옥경의 반응과 옥경이 죽어간다는 사실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아악!”
그는 그 남자 앞에서 절규가 섞인 비명을 지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옥경은 그와 그 남자를 내버려둔 채 기절한 듯 쓰러진 현석을 깨웠다.
그러나 현석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결국 그녀는 아픈 몸으로 현석을 일으켜 세운다.
불길이 하늘로 치솟아 사방이 이글거렸기에 무작정 현석을 데리고 나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옥경은 그와 그 남자를 내버려두고 마을 밖으로 향한다.
살이 타들어가는 고통이 너무 컸던 탓에 그 남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입을 뻐끔거리며 악을 쓰지만, 여전히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남자는 목에 힘을 주며 애타게 부른다.
하지만 그들에게 유린당한 마을은 그동안 당했던 수모를 생각하며 그들에게 되갚아줄 때를 벼르고 있었다.
살려 보낼 생각은 없다.
그때 그 남자의 목에서 작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혀......”
다시 한번 힘을 주어 크게 말한다.
“형! 형!”
희귀병을 앓고 있던 형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모진 수모를 당하다가 목에 칼을 맞고 들어온 이후로 들을 수 없었던 목소리다.
그 목소리를 들은 형은 사시나무 떨듯 고개를 떨었다.
믿을 수 없다.
살려달라는 동생의 애원에도 형은 이게 모두 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 이건 모두 꿈이야.”
결국 그는 동생을 내버려두고 꿈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도망친다.
그러나 그의 주변으로 그에게 악의를 품은 불길이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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