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양손 파이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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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한
작품등록일 :
2024.10.01 11:15
최근연재일 :
2024.12.11 08:28
연재수 :
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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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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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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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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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3쪽

무슨 일이든 내고 싶어

DUMMY

1회 말 다저스의 공격은 별다른 결실 없이 끝나고 말았다.


샌디에고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부상에 시달려왔던 조 머스그로브를 선발로 내세웠는데 몇 달을 쉰 선수답지 않게 정교한 제구로 다저스 타자들을 요리했다.


나는 덕아웃에서 오래 쉬지 못하고 바로 다음 이닝을 준비해야 했다.


“2회 초 샌디에고는 매니 마차도부터 시작인데요. 인성 선수가 어떻게 그를 상대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네. 마차도하면 샌디에고를 대표하는 타자라 어느 투수나 상대하기 까다롭죠.”


“요즘 잠깐의 슬럼프를 겪다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는 추세예요. 어제도 안타를 쳤고요. 이제 예전의 그 날카로운 스윙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마차도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마차도를 상대로 초구는 뭘 던질까요?”


“허허. 글쎄요. 어 근데 전혀 예측하지 못한 공이 들어왔네요. 체인지업 같은데요. 타자의 바깥쪽으로 가라앉는 모습이 예술입니다.”


“네, 어제 중계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인성 선수가 커쇼한테 한참 강의를 들었거든요. 과연 그 수업의 결과가 오늘 나오게 될지 궁금합니다.”


“화면상으로 보기에는 커브와 슬라이더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잠깐 동안이기는 하지만 커쇼에게 배운 그 공을 오늘 써먹을 수 있을까요?”


“제2구는 슬라이더였습니다. 파울볼.

마차도가 겨우 배트 끝에 공을 맞췄습니다. 꺾이는 각도가 예리합니다. 저것도 커쇼에게 배운 슬라이더일까요?”


“네. 평소보다 슬라이더 구속이 올라갔네요. 평소엔 슬라이더 구속이 88~89마일이 나왔는데 조금 전 슬라이더는 90마일이 찍혔어요.”


“타자가 볼 땐 마지막 순간까지 슬라이더인지 직구인지 구별하기가 까다로웠을 거예요.”


“확실히 커쇼에게 배운 대로 파워 슬라이더를 구사하려는 것 같습니다. 인성 선수의 학습 능력을 보세요. 하루 만에 실전에서 던질 정도로 자기 것이 되었네요.”


“이제 커브를 봐야겠죠. 커브도 커쇼에게 배운 대로 던질 수 있는지.”


“아하, 정말 커브가 들어옵니다. 각이 아주 큽니다. 비록 볼이 되긴 했지만 충분히 위협적인 볼이었습니다. 투수 본인도 스트라익 선언을 받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군요. 표정에서 보여요.”


“이제 직구를 던질 차례가 된 것 같네요. 과연 직구를 던질까요? 아, 직구는 직구인데 컷 패스트볼이네요. 커터라고도 하죠? 파울볼입니다.”


“인성 선수, 정말 다양한 볼을 구사하는데 놀라운 것은 그 모든 공이 다 제구가 된다는 거예요. 저건 타고난 재능이죠?”


“그렇죠. 던지고 싶은 공을 모두 던지고자 하는 곳에 넣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확실히 인성 선수는 타고난 것 같아요.”


“볼 카운트는 투 앤드 투가 되었습니다. 5구는 또 어떤 공일까요? 던졌습니다. 스윙 스트라익 아웃. 처음에 던졌던 체인지 업이었습니다. 결국 마차도에게는 포심 패스트볼은 하나도 안 던지고 삼진을 잡았습니다.”


“물론 윌 스미스 포수의 리드가 좋긴 했지만 인성 선수도 참 스마트하네요. 상대 타자가 뭘 던질지 예측을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네, 오랜 만에 좋은 신인 투수가 나타났습니다. 바라보는 게 즐겁군요.”


“다음 타자는 잰더 보가츠입니다. 이 선수 역시 최근 들어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인성 투수와 좋은 승부가 예상되고 있어요.”


“잰더 보가츠는 컨디션 좋은 투수를 상대한 경험도 풍부하고 최근 타격감도 좋아서 아마 공 하나를 노리고 들어오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보가츠가 노리는 공이 뭘까요? 궁금하네요.”


“아마 포심 패스트볼 아닐까요? 이제 그 공을 던질 때가 되었으니까요.”


“자, 보가츠를 향해 제1구를 던집니다. 커브군요. 보가츠 선수 자기를 맞추는 줄 알고 움찔했어요. 그만큼 크게 껶여 들어왔습니다. 볼 원.”

“재미있네요. 초구를 커브로 던지다니. 이번에는 뭘까요?”


“인성 투수 제2구를 준비합니다. 던졌습니다. 스트라익. 투심이예요. 바깥에서 안으로 말려들어오면서 플레이트를 통과했어요.”


“저런 공은 오른손 타자가 보기엔 너무 멀어보여서 손이 안 나가죠. 좋은 공이었습니다.”


“제3구는 파울볼.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이네요. 하하. 직구를 던질 마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 같으면 몸쪽 높은 직구를 하나 보여주겠어요. 어쩌면 타자의 방망이가 따라 나올 수 있거든요.”


“콘씨의 예상이 맞는지 볼까요? 제4구. 역시 몸 쪽 높은 패스트볼이었습니다. 보가츠의 방망이가 헛돌았습니다. 삼진. 97마일의 패스트볼이었어요.”


“투수의 완승입니다. 타자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 눈높이로 빠른 공을 던져주니까 안 나올 수 없는 거죠.”


“인성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 한 10년 뛴 선수 같아요. 신인 같지가 않습니다.”


“이제 왼손 타석에 역시 올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인 잭슨 메릴이 등장합니다. 어쩌면 올해의 신인상을 놓고 격돌할 두 선수가 맞붙는군요. 흥미롭습니다.”


“네, 메릴 선수는 팬들이 매릴 매드니스라고 부를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어요. 경기 후반 팀이 지고 있거나 비기고 있을 때 친 홈런 개수가 9개예요.”


“샌디에고가 요즘 잘 나가고 있는 동력이기도 합니다.”


“메릴이 나오니까 인성 투수 또 글러브를 오른손에 옮겨 끼었습니다. 두 선수 자존심이 걸린 대결인데요. 결과가 어떨지요.”


“인성 투수 메릴을 향해 제1구를 던집니다. 몸쪽을 파고 드는 포심 패스트볼입니다. 스트라익. 95마일이 찍혔어요.”


“힘대 힘으로 가보자는 거군요. 역시 배짱도 두둑합니다.”


“제2구는? 역시 패스트볼입니다. 이번에는 메릴 선수도 반응을 했습니다만 아깝게도 파울이 되었습니다. 약간 밀렸죠.?”


“아마 변화구를 예상했었나 봐요. 조금 타이밍이 늦었어요.”


“직구가 또 한 번 들어갈까요?”


“이번에는 아닐 겁니다. 3번 연속 같은 볼을 던지면 타자가 적응하거든요.”


“그렇다면 뭘 던질까요, 과연?”


“네, 체인지업입니다. 헛스윙. 메릴 선수가 방망이를 땅에 집어 던졌습니다. 속았다는 자책이죠.”


“아마 직구인줄 알았을 거예요. 직구처럼 오다가 마지막에 떨어졌거든요. 이번 두 루키의 대결에서는 인성 투수가 승리했습니다. 2회가 끝난 지금 양팀 0대 0입니다. 저희는 잠시 후에 돌아오겠습니다.”


나는 2회까지 무실점으로 무사히 넘겼다.

샌디에고의 막강한 타선이 내가 던진 여러 변화구에 제대로 대처를 못하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 좀더 직구를 섞어 던지면 더 효율적일 것 같았다.


우리 팀은 2회 말에도 점수를 내지 못했다.

조 머스그로브의 구위에 우리 타자들이 정타를 쳐내지 못했다.


요즘 들어 그동안 부진했던 케빈 럭스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였지만 오늘은 첫 타석에서 맥없이 물러났다.


그렇게 다시 3회 초에 내가 등판할 차례가 되었다.


“3회 초가 시작됩니다. 샌디에고는 페랄타, 하성 김, 히가시오카 순서로 등장하게 되는데요. 과연 인성 투수의 공을 어떻게 공략할지 주목됩니다.”


“네. 샌디에고의 하위 타선은 생각보다 폭발력이 셉니다. 하위 타선이라고 쉽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페랄타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저 선수 아리조나에 있을 때는 팀의 주축 선수였는데 샌디에고에 와서는 예전 같은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요.”


“데이빗 페랄타 현재까지 홈런 5개, OPS가 .737입니다. 타율도 .262로 나쁘지 않아요.”


“제1구는 스트라익입니다. 과감하게 직구를 꽂아 넣네요. 97마일이 나왔습니다.”


“네 이번 이닝부터는 패스트 볼을 섞어 던지기로 했군요. 좋은 전략입니다.”


“인성 투수 2구를 준비합니다. 피치컴에서 무슨 말이 들렸을까요?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2구를 던집니다.

페랄타가 하프 스윙으로 공을 맞췄습니다만 투수 앞 땅볼이군요. 쉽게 원 아웃이 되었습니다.”


“네, 이번 공은 스플리터 같았어요. 페랄타의 배트가 나가다가 공이 갑자기 떨어지니까 어설프게 맞췄거든요. 좋은 공이었습니다.”


“이제 흥미로운 대결입니다. 두 한국인 선수들의 대결. 하성 김과 인성 장이 맞붙습니다. 나이는 하성 김이 더 많습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선배죠.”


“네, 평소에도 인성 투수가 메이저리그에 정착하는데 하성 김이 도움을 많이 준다고 합니다. 어제도 같이 저녁까지 먹었다더군요.”


“그 우정이 오늘 어떻게 나타날지 모겠습니다. 하성 김은 요즈음 타율이 오르지 않아서 고민이 많죠?”


“네, 홈런도 잘 나오지 않아요. 아마도 더위에 좀 지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호, 초구로 직구가 들어왔습니다. 홈 플레이트 한 가운데를 통과하는 정직한 포심 패스트볼인데요. 하성 김이 맞춰내질 못했습니다. 설마 저렇게 좋은 공을 던져줄지 몰랐을 걸요. 하하하.”


“네, 의리는 지켰네요. 하나 더 기대해 볼까요?”


“아마 똑같은 공은 안 던질 겁니다.”


“제2구는 커브였습니다. 볼. 하성 김의 몸쪽으로 바짝 붙어 떨어졌습니다.”


“바깥 쪽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한 셋업 피치일까요? 다음 공이 궁금해집니다.”


“3구는 직구였습니다. 하성 김 공을 잘 맞췄는데 아깝게 야수 정면으로 가네요. 저게 하성 김의 일 년 내내 일어나는 패턴이예요. 잘 맞은 공이 야수 정면으로 가서 아웃되는 거. 본인도 참 답답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230까지 올라왔던 타율이 다시 .229로 떨어졌습니다. 야구의 신이 하성 김을 외면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 타자는 9번 타자 히가시오카입니다.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9번 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홈런을 펑펑 쳐내고 있어요.”


“네, 12게임에서 9개의 홈런을 쳐 낸 적도있어요. 조심해야 할 타자입니다.”


“인성 투수가 스미스 포수를 오래 바라보네요. 뭐 마음에 그리고 있는 피치가 있는가 봅니다.”


“글쎄요. 뭐가 있을까요?”


“1구를 던집니다. 빠른 공이네요. 히가시오카가 그냥 흘려 보냈습니다. 원 스트라익.”


“오래 생각한 것 치고는 평범한데요. 포심 패스트볼이 가운데를 통과했어요.”


“이렇게 되면 히가시오카도 생각이 많아지겠죠?”


“네, 인성 투수 2구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2구. 또 직구네요. 히가시오카가 변화구를 노리는 것 같네요. 이번에도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순식간에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습니다.”


“인성 투수와 같이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투수한테 투 스트라익에 몰리면 정말 답이 없을 겁니다. 다음에 무슨 공이 올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을 테니까요.”


“3구는 바깥쪽 아래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였습니다. 속지 않았네요. 히가시오카가 잠시 타석을 벗어나서 연습 스윙을 하고 다시 들어옵니다. 투수를 노려보는 히가시오카. 제4구 쳤습니다. 파울볼입니다. 잘 떨어진 커브였는데 커트를 잘 해냈습니다. 투 스트라익 원 볼이 계속됩니다.”


“제5구. 빠른 볼인데 히가시오카의 얼굴 쪽으로 날아간 높은 공이었습니다. 몸이 휘청했네요. 위협적이었습니다. 투 앤드 투. 카운트의 균형을 맞춰놓은 히가시오카.

다음 공을 기다립니다.”


“스플리터 같은 것을 던지지 않을까요?”


“제6구 역시 스플리터였습니다. 히가시오카가 아슬아슬하게 맞춰냈네요. 거의 공의 실밥에 맞았을 겁니다.”


“제6구. 이번 경기 들어 가장 끈질지게 물고 늘어지는 군요. 6구는 잘 들어갔는데 볼 판정을 받네요. 그래픽 상으로는 들어간 것 같은데요. 심판의 손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심판도 사람인지라 하나 놓친 것 같습니다. 인성 투수도 아까워하는데요. 우리도 KBO처럼 ABS 시스템을 도입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어느 새 풀 카운트가 되었습니다. 제7구. 아, 헛스윙 삼진입니다. 빠른 공이었는데 맞춰내질 못했습니다. 이래서 인성 투수의 승리로 끝이 납니다. 결국 패스트 볼로 끝내는 군요. 97마일의 위력적인 직구였습니다.”


나는 3회까지 9명의 타자를 모두 잡아냈다.

윌 스미스 포수가 무슨 일 내는 거 아니냐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래, 할 수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내고 싶어. 인성아 힘내자.’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천천히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관중들의 박수 소리가 귀청을 찢었다.

어디선가 내 이름을 딴 챈트도 들려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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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협살에서 배우는 교훈 24.12.02 14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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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살불살조 (殺佛殺祖) 24.11.28 17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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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플레이오프 진출 24.11.25 188 4 12쪽
50 재회 24.11.22 216 5 13쪽
49 메이저리그 4승 24.11.21 209 4 13쪽
48 아리조나전 선발 등판 (2) 24.11.20 213 3 13쪽
47 아리조나전 선발 등판 (1) 24.11.19 234 5 13쪽
46 MLB 사무국의 조사 24.11.18 241 5 12쪽
45 자이언츠 상대로 3승 24.11.15 230 6 13쪽
44 첫 실점과 첫 홈런 24.11.14 238 5 12쪽
43 한국에서 도착한 서류 24.11.13 250 6 12쪽
42 언론의 집중 포화 24.11.12 245 6 12쪽
41 2번째 승리 24.11.11 231 6 14쪽
» 무슨 일이든 내고 싶어 24.11.08 242 6 13쪽
39 데이빗 콘이 내 경기를 중계해? 24.11.07 243 7 13쪽
38 샌디에고에 쫒기는 다저스 24.11.06 263 6 13쪽
37 샌디에고 파드레스와의 대결 24.11.05 281 5 13쪽
36 커쇼를 구원하라 24.11.04 304 6 13쪽
35 네가 있어서 트레이드는 없다 24.11.02 317 6 12쪽
34 감격의 메이저 첫 승 24.11.01 335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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