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양손 파이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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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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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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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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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첫 실점과 첫 홈런

DUMMY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로스엔젤레스 다저스는 오랜 라이벌이다.


두 팀 다 뉴욕에서 서부 쪽으로 연고를 옮겼는데 뉴욕에 있을 때부터 라이벌 의식이 강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대표적인 라이벌하면 동부의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그리고 서부의 다저스와 자이언츠를 꼽는다.


요즘 들어서는 다저스가 자이언츠 보다 성적이 좋지만 두 팀이 만나면 깊은 라이벌 관계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자이언츠를 상대로 내가 선발 등판한다고 생각하니 긴장감이 몰려왔다.


자이언츠는 올해 야심차게 영입한 이정후 선배가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내셔널리그 서부조 4위, 와일드카드 순위 7위로 포스트 시즌 진출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다저스가 만만하게 볼 수는 없다.

우리 팀 역시 샌디에고와 아리조나에게 조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다투고 있기 때문에 한 게임이라도 소홀이 할 수는 없다.


나는 동부원정을 끝내고 돌아온 윌 스미스 포수를 만나 샌프란시스코 타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1번을 치는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는 현재 타율 .267에 5홈런 OPS가 .774다.

좌타자지만 발도 별로 빠르지 않다.

올시즌 도루는 1개뿐이다.

생각보다 무서운 타자는 아니다.


2번을 치는 유격수 타일러 피저럴드 선수가 성적 면에서는 더 낫다.

타율 .296에 14 홈런 OPS가 무려 .905다.

도루도 16개를 기록 중이다.

내 보내면 신경이 쓰일 선수다.


샌프란시스코가 내년 시즌 FA로 풀리는 김하성 선배를 노린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비밀이 아니어서 만일 하성 선배가 오면 이 정도 성적을 올린 피저럴드 선수를 2루로 옮길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새삼 하성 선배의 위엄이 느껴졌다.


3번 타자는 베테랑 마이클 콘포토 선수.

타율 .231, 14 홈런, OPS 740을 기록 중이다.

과거에 비해서는 올해 성적이 신통치 않다.


4번 타자는 헬리옷 라모스다.

타율 .281, 20홈런, OPS가 .835다.

자이언츠 타선에서는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다.

스미스는 일단 포심 패스트볼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아 놓고 변화구로 승부를 보자고 제안했다.


5번은 맷 채프먼이다.

자이언츠가 타선과 수비 보강을 위해 영입한 선수인데 커리어 정점에 비하면 약간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 중이다.

타율 .244 21홈런 OPS가 771이다.


이 선수 역시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후 변화구로 승부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스미스의 의견이었다.


6번은 마이크 야스트렘스키. 좌타자다.

타율 .240에 11홈런 OPS가 .731이다.

영상을 보니 몸쪽 낮은 빠른 볼에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7번은 우타자 타리오 에스트라다 선수.

타율 .217 9홈런 OPS가 590에 불과하다.

시즌 전체 성적은 별로지만 최근 50게임 성적은 그나마 OPS .690으로 전반기에 비하면 상승세를 타고 있다.


8번 타자는 이정후 선배의 자리를 메워줄 중견수 그랜트 메크레이 선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46타석에 불과하지만 타율 .261 3홈런 OPS .828을 기록 중이다.


역시 영상을 분석해 보니 바깥 쪽 낮은 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쉽게 배트가 나오는 경향이 있었다.


9번 타자로는 포수 앤드류 냅 선수의 출장이 예상된다.

스위치 타자이고 콜업된지 얼마 되지 않아 성적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나는 이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할지 궁리해 보았다.


역시 몰리는 공 없이 좌우 낮은 쪽을 잘 공략하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LA지역 언론들은 아직도 나의 승부조작 관련 여부를 다루고 있었다.


‘논란 속 등판’

‘MLB 사무국 여전히 조사 중’

‘일부 팬들 의혹에 등 돌려’


등의 제목을 달고 집요하게 그 문제를 파고들었다.


물론 나의 결백을 주장하는 다저스 수뇌부의 의견도 싣긴 실었지만 그래도 주요 논조는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라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MLB 사무국에서 정식 조사를 끝내고 발표가 나와야 가라앉을 것 같았다.


그러나 사무국 측에서는 아직 나를 정식으로 조사하지도 않았고 공식적인 질문을 한 적도 없었다.

사무국에서도 서류를 검토하고 결론을 내기 까지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나는 마음의 짐을 완전히 벗지 못한 채 샌프란시스코와의 홈경기 첫 경기에 등판했다.


마음 속으로는 생각보다 강타자들이 많이 있지 않은 자이언츠를 상대로 쉽게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게임이 시작되면서 나의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은 곧 박살나고 말았다.


1회 첫 타자 웨이드 주니어부터 안타를 허용한 것이다.

몸 쪽 낮은 쪽을 노리고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그만 가운데로 몰리고 말았다.


장타를 허용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배트 중심에 맞아나갔다.

구속은 그래도 96마일이나 나왔다.


윌 스미스는 괜찮다는 사인을 주며 다음 타자에게도 직구를 요구했다.


초구를 맞아서 그런지 공을 잡은 손가락의 느낌이 예전과 좀 다른 것 같았다.


나는 예전의 느낌을 찾으려고 일부러 뛸 생각도 없어 보이는 1루 주자를 향해 견제구를 던졌다.

시간을 좀 더 벌어보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손가락의 느낌은 돌아오지 않았다.

2번 타자를 향한 초구.

가운데로 몰리지 않게 하려고 힘을 주다가 공이 바깥쪽 멀리 달아나 버렸다.

볼 원.


이럴 때 조심할 것이 다음 공을 스트라익을 던진다고 공을 가운데로 겨냥하다가 완전히 몰리는 경우다.


평소대로 바깥 쪽 스트라익 존의 경계선으로 공을 보내야 한다.


제2구.

나름대로 홈 플레이트 바깥 쪽 경계선을 통과하도록 던졌지만 역시 바깥으로 빠져버렸다.

볼 투.


공이 자꾸 바깥 쪽으로 빠지자 윌 스미스는 이번엔 몸 쪽을 요구했다.


나는 타자 쪽으로 바짝 다가앉은 스미스의 미트를 보고 빠른 공을 던졌다.

따악.

소리와 함께 좌익수 앞으로 라인 드라이브 안타가 되었다.

2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피처럴드가 잘 치는 타자이기는 하지만 이번엔 나름 제구가 잘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만 맞아 나갔다.


‘오늘 직구가 힘이 없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이제부터 직구를 줄이고 변화구를 더 많이 던져야겠다고 결심했다.


스미스도 3번 타자가 나오자 초구를 커브를 던지라고 요구했다.

3번 타자 마이클 콘포토가 좌타석에 들어섰다.


이 선수는 찬스 때마다 기억에 남는 배팅을 하는 선수다.

몇 년 전 메츠에서 뛸 때 포스트 시즌에서 보여줬던 활약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나는 왼손으로 던지기 위해 글러브를 바꿔 끼었다.

제1구는 스미스의 요구대로 커브를 던졌다.

콘포트의 몸 쪽에서 잘 떨어졌다.

스트라익 원.


콘포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날카로운 눈매로 2구를 기다렸다.

2구는 패스트 볼.

그러나 너무 높았다.

볼 카운트 원 앤드 원.


3구는 슬라이더로 파울볼을 이끌어 냈다.

이 경기 들어 처음으로 내게 유리한 볼 카운트를 기록했다.

스미스가 요구한 다음 공은 커브였다.


초구가 잘 들어갔으므로 비슷한 공으로 범타를 유도하거나 더블 플레이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듯 하다.

나는 좋은 생각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제4구.

아뿔사!

내 손을 떠난 커브가 날카롭게 꺾이지 못하고 그만 홈플레이트 가운데에서 완만히 떨어지고 있었다.

소위 행잉 커브볼이 들어간 것이다.


이걸 놓치는 메이저리거는 거의 없다.

콘포토 역시 번개 같은 스피드로 배트를 돌렸다.

공은 약 20도의 각도를 유지하면서 외야로 날아갔다.


우익수와 중견수가 따라가 봤지만 공은 담장을 훌쩍 넘어가 버렸다.

쓰리런 홈런.

순식간에 스코어가 0대 3이 되었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후 허용한 첫 번째 홈런이자 실점이었다.


나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명백한 실투였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야유가 나왔다.

가뜩이나 여론이 좋지 못한데 1회에 홈런까지 허용했으니 관중들이 싫어할 만 했다.


이 날 중계를 맡은 오렐 허샤이저씨는 이렇게 말했다.


“어린 선수가 아직 마음의 부담이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투수는 마음이 무거울 때 공의 위력이 떨어집니다.

같은 구속이라도 자신감 있게 던지는 공과 그렇지 못한 공은 무게에서 차이가 납니다. 오늘 3연속 안타를 허용하고 홈런까지 맞은 것은 아마 그런 부담 때문일 것입니다. 빨리 부담을 내려놓아야 할 텐데요. 아마 정신을 차리고 3~4회쯤 가서 몸이 데워지면 다시 예전의 위력적인 구위를 찾을 겁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음의 부담을 갖고 그걸 신경 쓰느라 온전히 내 공을 던지는데 실패하고 만 것이다.


손가락의 느낌이 예전과 달랐던 것도 아마 그 때문이리라.


나는 어떻게 하든 5회 이상은 버텨야 했기 때문에 정신을 다잡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만약 1,2회에 무너진다면 나를 믿고 선발로 내보내 준 로버츠 감독에게 면목이 없어진다.

무조건 버티자.

5회 이상은 넘기자.


나는 이를 악물고 라모스, 채프먼, 야스트렘스키 등 위험한 나머지 세 타자들을 범타로 잡고 1회를 마무리 지었다.


이제 믿을 건 내가 잃은 3점을 오타니, 베츠, 프리드먼 등 우리 타자들이 되찾아 주는 것뿐이다.


나는 덕아웃으로 돌아와 평소보다 더 힘껏 우리 타자들을 응원했다.

요즘 오타니의 기세는 정말 무섭다.


40-40을 넘어 이제 아무도 달성하지 못했던 50-50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한 시즌 50개의 홈런도 벅찬데 50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다니.

그것은 정말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다.


하지만 오타니는 우리 눈앞에서 그걸 해내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오타니의 첫 타석은 평범한 외야 플라이였다.

오히려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베츠가 좌월 홈런을 치면서 기세를 올렸다.


스코어는 1대 3.

프리드먼과 스미스는 진루에 실패했다.


다시 2회 초.

나는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평소보다 눈을 크게 뜬 채 마운드에 올랐다.


7번 타자 에스트라다가 선두타자로 나왔다.

요즘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지만 나는 마치 애런 저지에게 던지 듯 조심스럽게 투구했다.


2회 들어서자 1회 보다는 제구가 훨씬 나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손가락에서 채이는 공의 느낌도 예전으로 돌아간 듯 했다.


97마일의 패스트 볼로 스트라익.

90마일의 슬라이더로 투 스트라익.

85마일의 스플리터로 삼진을 잡았다.

한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니 자신감이 돌아왔다.


8번 매크레이와 9번 냅도 유리한 볼 카운트를 잡은 후 바깥 쪽 낮은 공을 던져 둘 다 삼진으로 잡아냈다.

야유하던 관중들도 다시 박수를 보내주었다.


허샤이저씨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네, 걱정했는데 빠르게 회복했네요. 다시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저렇게 5회, 6회 던지는 동안 다저스에서 점수를 내주면 승리투수도 될 수 있어요.”


그의 말대로 우리 팀은 2회에 다시 2점을 뽑아내 주었다.

3대 3.


패전의 불명예는 사라졌으므로 이제부터는 절대로 실점하면 안 된다.


3회부터 자이언츠는 다시 1번 타자부터 시작한다.

나는 새로운 게임을 시작한다는 각오로 마운드에 올랐다.

평소에 말이 없던 1루수 프리드먼조차 내 등을 툭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헤이 루키,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야. 잘 던져봐.

뒤는 걱정하지 말고. 내야로 오는 공들은 우리가 다 막아줄 거야.”


나는 그의 격려에 불끈 힘이 솟는 걸 느꼈다.


‘그래, 맞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내 뒤에는 리그 최강의 내야진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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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아리조나전 선발 등판 (2) 24.11.20 214 3 13쪽
47 아리조나전 선발 등판 (1) 24.11.19 235 5 13쪽
46 MLB 사무국의 조사 24.11.18 242 5 12쪽
45 자이언츠 상대로 3승 24.11.15 231 6 13쪽
» 첫 실점과 첫 홈런 24.11.14 240 5 12쪽
43 한국에서 도착한 서류 24.11.13 251 6 12쪽
42 언론의 집중 포화 24.11.12 246 6 12쪽
41 2번째 승리 24.11.11 232 6 14쪽
40 무슨 일이든 내고 싶어 24.11.08 243 6 13쪽
39 데이빗 콘이 내 경기를 중계해? 24.11.07 244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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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커쇼를 구원하라 24.11.04 305 6 13쪽
35 네가 있어서 트레이드는 없다 24.11.02 31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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