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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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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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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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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사무국의 조사

DUMMY

로버츠 감독은 6회에 왼손 투수 로블레스키를 올렸다.

36이닝을 던져 5.70의 평균자책점(ERA)을 기록한 선수다.


필승조에 속한 투수는 아닌데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로버츠 감독의 감을 믿어볼 수밖에 없었다.


로버츠 감독은 다른 능력도 능력이지만 요즘 들어 특히 투수를 교체하는 타이밍 하나는 정말 작두를 탄 듯 잘 맞추고 있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잘 던지는 투수를 너무 빨리 내리는 실수를 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투수 교체 감각은 뛰어난 편이다.


그것은 그의 성격 탓일지도 모른다.

불안정한 상태를 못 견디는 성격.

무언가 결단을 빨리 내려야 한다는 강박.

그런 것들이 로버츠 감독의 뇌리를 지배하는 것 같았다.


팬들 입장에서 가장 속 터지는 일은 투수가 대책 없이 두드려 맞고 있는데 벤치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을 때이다.

불펜에서 몸을 푸는 투수도 없고.


그런 면에서 투수 교체는 한 박자 느린 것보다는 차라리 빠른 편이 낫다.


로버츠 감독의 감은 이번에도 적중했다.

로블레스키는 6회를 삼자 범퇴로 깔끔히 마무리하고 내려왔다.


이제부터는 정해진 루틴대로 필승조가 차례로 올라가면 된다.

다저스 불펜은 나름 탄탄한 편이다.


이번 경기에서도 그 탄탄함이 또 한 번 증명되었다.


7회부터 베시아, 코펙, 필립스가 차례로 1이닝씩 막아주며 팀 승리는 물론 나의 3승도 지켜주었다.


오늘 우리를 맹렬하게 추격해 오던 샌디에고와 아리조나가 졌기 때문에 게임차는 다시 3.5, 4.5로 벌어졌다.


한결 숨통이 트이는 차이였다.


게임이 끝나자 키케가 내게 다가와 오늘 승리 기념으로 한국음식을 먹으러 가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TV에서 한국 음식들이 맛있다고 계속 나오는데 자신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기왕 가는 김에 자신뿐만 아니라 남미 출신 친구 두 명도 함께 가면 안 되겠다고 물었다.

그들은 선수는 아니지만 사무실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들을 잘 모르지만 그래도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 4명은 한인타운에 위치한 어느 갈비집으로 향했다.


양념갈비는 언제 먹어도 맛있었다.

키케와 내가 잘 모르는 두 명의 남미 선수들도 너무나 배부르게 잘 먹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양념된 고기뿐만 아니라 반찬으로 나온 김치도 맛있게 집어 먹었다.


나는 그들이 이렇게 한국 음식을 잘 먹는 걸 보고 마음이 뿌듯했다.


이들은 자기들끼리는 스페인어로 대화를 하고 나하고 말할 때는 서툰 영어를 사용했다.


대화는 오늘 처음 나눠봤지만 유쾌하고 좋은 사람들 같았다.

그들의 이름은 에두아르도와 앙헬이었다.

이들은 남미계 팬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이었다.


그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은퇴하면 프론트 쪽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프론트 직원들 중에서 한국인 2세인 스티브 안에 대해 많은 칭찬을 했다.

좋은 학교 출신이기도 하고 워낙 똑똑하고 일도 잘하는 사람이어서 앞으로 다저스 프론트에서 중책을 맡을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스티브 안은 내가 로버츠 감독과 승부조작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 내 얘기를 통역해 주던 사람이었다.


그 때 나도 제법 어려운 이야기인데 통역을 잘 한다고 생각했었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인근 커피샵으로 가서 차를 마시기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우리가 서 있던 거리 맞은편에 경찰차 6대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출동해 있었다.


그쪽에서 무슨 사건이 터진 것 같았다.

무슨 무슨 보석상이라고 씌여진 가게 앞에 경찰들이 포진해 있는 걸 보니 아마 보석상에 강도가 든 것 같았다.


“저기 강도가 들었나 봐”


내가 키케에게 말했다.


“그런가 보네. 근데 경찰이 왜 밖에만 서 있지?”


“저건 단순 강도가 아니라 인질극이야. 저것 봐. 안에 강도가 총을 들고 주인을 위협하고 있잖아.”


앙헬이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가게 창문 안에 복면을 쓴 강도가 권총으로 주인처럼 보이는 남미계 남자를 위협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빨리 경찰이 들어가서 범인을 제압해야 하는 거 아닐까?”


내가 앙헬을 보며 말했다.

그러나 앙헬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한마디 내뱉었다.


“안 들어갈 걸.”


“왜지?”


“지금 들어가서 범인을 검거해 봤자 단순 강도로 밖에 처벌 못해. 저건 징역 2년 정도 밖에 안 나와. 그런데 저 자가 더 큰 일을 저지르면 그 땐 살인이나 살인미수로 집어넣을 수 있겠지. 더구나 인질로 잡힌 사람이 라틴계잖아, 백인도 아니고.”


나는 앙헬의 말을 듣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결국 인질로 잡힌 사람에게 더 큰 일이 벌어질 때를 일부러 기다린다는 뜻이 아니던가.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자신들의 실적을 더 중시하다니 이건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 된 것이다.


나는 설마 그럴 리가라고 생각하면서도 미국 사회의 냉혹함에 한 번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것이 앙헬의 개인 의견이기는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 사는 교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백인 동네에 외부인이 침입하면 신고 즉시 경찰이 출동하지만 소수 민족이 사는 지역에 외부인이 침입하면 신고를 해도 경찰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무리 21세기 미국사회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 팀에서도 몇몇 백인 선수들은 나의 존재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느낌이다.


그들은 내가 자기들의 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난 번 승부조작 의혹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을 때만 해도 그들이 보여준 싸늘한 태도가 잊혀 지지 않는다.


나는 이런 차별을 극복하는 길은 오로지 실력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다저스 안에서 아무도 오타니를 미워하거나 차별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타니의 실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보다 실력이 못하다고 판단되는 외국인 선수가 있으면 그를 향해서는 온갖 차별이 벌어진다.


나뿐만 아니라 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모든 남미계, 흑인계, 혹은 기타 소수민족계 선수들이 느끼는 점이다.


그래서 메이저리그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오직 실력으로 그들을 압도할 수밖에 없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다시 한 번 내가 우리나라와 먼 이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3승을 거두자 LA 지역 언론들에 내 기사가 크게 실렸다.


‘한국에서 온 현란한 구종의 투수 벌써 메이저에서 3승을 거두다.’


이런 제목과 함께 동료들, 로버츠 감독, 그리고 상대방 감독의 인터뷰가 함께 실려 있었다.


기사에서 로버츠 감독은 나에 대한 기대를 한껏 나타냈다.


“인성은 과거 전설이 된 투수들의 어린 시절을 연상케 합니다. 우선 스피드도 빠르지만 제구가 좋아요.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에요. 난 그가 앞으로 2-3년 이내에 다저스의 에이스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샌프란시스코의 밥 멜빈 감독의 코멘트도 실려 있었다.


“오늘 처음 본 투수지만 변화구가 너무 인상적이네요. 우리 선수들이 허를 찌르는 변화구에 제대로 적응을 못했어요. 거기에다 직구 스피드도 위력적이어서 쉽게 공략할 투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양팀 감독들이 나 듣기 좋으라고 빈 말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나에 대한 평가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기사였다.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가 끝나고 이틀 후 드디어 MLB 사무국에서 조사원들이 나를 찾아왔다.


검은 색과 푸른 색 정장을 입은 조사원들 3명은 각자 손에 검은 색 서류 가방을 들고 우리 팀을 방문했다.


“장인성 선수죠? MLB 사무국에서 나온 존 헬트지크 팀장입니다. 여기는 에블린 탐슨, 저기는 리치 앤더슨입니다. 잠깐 여기 앉으시죠.”


그들은 다저스 회의실을 빌려 나를 조사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나는 자리에 앉으며 통역을 불러달라고 했다.

지난 번 통역을 해주었던 스티브 안이 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가 변호사와 함께 나타났다.


변호사는 다저스 법무팀 소속의 제프리 헤미피어씨였다.

그는 30대 초반의 젊은 변호사로 다저스 법무팀 내에서도 촉망받는 실력자라고 알려져 있었다.


통역과 변호사가 각각 내 양 쪽 옆에 앉자 사무국 팀장 존 헬트지크씨가 질문을 시작했다.


“인성, 한국에서 승부조작 사건에 직접 관여하신 이유가 뭡니까?”


나는 첫 번째로 야구판을 흔드는 불법 도박을 추방하고 싶은 정의감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개인적으로 아버지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스티브 안이 내 이야기를 유창한 영어로 전달해 주었다.


“돈을 받으신 건 사실이죠?”


“사실 그 돈을 받기는 했지만 손도 대지 않은 채 경찰에 신고했고 지금도 계좌에 증거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머님 수술비는 무슨 돈으로 지불하셨습니까?”


“아 그것은 제가 아는 지인으로부터 빌려서 해결했습니다. 그 지인은 한국에서 스포츠 신문사에서 일하는 박성훈이라는 기자분입니다.”


“그 박기자라는 분의 진술이 저희에게는 없어서 입증할 수가 없습니다. 그 분의 진술서를 받아주실 수 있나요?”


나는 즉시 그러겠다고 답하고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핸드폰의 다이얼을 눌렀다.


마침 한국이 근무시간이라 박기자와 금방 통화할 수 있었다.


“박기자님, 저 장인성입니다. 귀찮은 부탁 하나 또 드려야 하겠네요.”


박기자는 여전히 활달한 목소리로 내 전화에 응답해 주었다.


“어, 뭔데. 아직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어?”


“네. 지금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사람들이 나와 계신데 박기자님이 제게 돈을 빌려주신 증빙 서류가 없어서 박기자님의 진술서가 필요하대요.”


“아, 그런 거라면 당장 해 줄 수 있어. 전화를 끊고 기다리면 내가 얼른 써서 팩스로 넣어줄게. 팩스 번호가 몇 번이지?”


나는 변호사에게 다저스 팩스 번호를 물어 박기자에게 알려주었다.


“지금 진술서를 써서 팩스로 보낸답니다.”


나는 헬트지크 팀장에게 말했다.


“굿. 그럼 잠깐 기다리지요.”


그가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기다리는 사이 사무국 직원인 에블린 탐슨씨가 내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다저스 내에서 문제는 없으신가요? 혹시 인종차별적 언사나 행동 같은 건 없었나요?”


“매니저나 프론트에서 장선수를 다른 선수들과 형평성 면에서 공정하게 대해주나요?”


“지금 장선수를 대리할 에이전트 회사와 계약이 되어 있지 않은데 그것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지는 않나요?”


이런 질문들이었다.


사무국에서는 나름 구단 내에서 일어날 수 있음직한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는 듯 했다.

나는 인종차별 같은 건 없고, 구단 측에서도 공정하게 대해준다고 말했다.


사실 LA는 워낙 다인종 사회이기 때문에 타 도시에 비해서는 인종차별 같은 것이 거의 없는 편이다.


에이전트 문제는 지금 어느 회사와 계약할지 망설이고 있다고 대답했다.


우리 변호사는 어떤 질문에는 대답할 필요가 없다며 나의 대답을 가로막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서울에서 박기자의 진술서가 팩스로 들어왔다.


사무국 직원들은 그 진술서를 돌아가며 읽어보았다.


진술서를 다 읽은 헬트지크 팀장은 진술서의 복사를 부탁하고 가방을 챙겼다.


“알겠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사 결과는 며칠 후에 구단에 통보하겠습니다.”


그들은 우리 세 명과 차례로 악수를 나누고 자리를 떴다.


우리 변호사 제프리 헤미피어씨는 오늘 조사가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거라며 이 사건이 조속히 마무리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정말 이 문제는 여기서 끝을 맺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그 동안 이 문제 때문에 은근히 신경이 쓰여 왔기 때문이었다.


미팅이 끝나자 로버츠 감독이 나를 불렀다.


“다음 등판은 아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와의 원정 경기야. 잘 준비해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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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아리조나전 선발 등판 (1) 24.11.19 240 5 13쪽
» MLB 사무국의 조사 24.11.18 246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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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2번째 승리 24.11.11 235 6 14쪽
40 무슨 일이든 내고 싶어 24.11.08 246 6 13쪽
39 데이빗 콘이 내 경기를 중계해? 24.11.07 249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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