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속 김대리는 광전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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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눅
작품등록일 :
2024.10.01 11:30
최근연재일 :
2024.10.21 23:59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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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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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1,593

작성
24.10.0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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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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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아무도 안 계세요?

DUMMY

파티.

RPG 게임 세계 속에서는 자신 이외의 몇몇 다른 동료들과 함께 소규모의 팀을 구성하게 되는데 이를 파티라고 명명한다.

보통은 혼자서 진행하기 어려운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혹은 여럿이서 게임을 즐기기 위해 파티를 구성하지만 지금 알람온 두 번째 시련은 무엇을 위해 파티를 구성하라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제한 시간 14:57]


[현재 파티 인원 01/04]


하지만 망설일 시간 따위는 없었다.


15분이라는 제한 시간 안에 4명이라는 파티 인원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생존자를 발견해 포섭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명이 아쉬운 지금 김 대리는 일생일대의 고민하기 시작했다.


‘젠장, 저 살모사 같은 여자랑 같이 다녀야 하나?’


조금 전까지 혼자만 살고자 자신을 사지로 밀어 넣은 사람과 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것. 굳이 안대리를 파티원으로 구성하지 않아도 되지만 15분 안에 세 사람을 발견해 그들과 파티를 구성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안대리도 그걸 알고 있기에 굳이 김 대리에게 먼저 파티 제안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김 대리 쪽에서 먼저 자신에게 파티를 맺기 위해 손을 내밀 것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핸드폰도 먹통이네요.”


이런 상황 속에서 통신 장비를 통해 지인들과 연락을 취해 그들과 파티를 꾸리길 바라는 것은 애당초 헛된 기대였다.

긴급전화 또한 수십 번을 걸어도 답이 없었다. 어디에 전화를 걸어도 돌아오는 것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음성 뿐이었다.


“...우선 이곳을 벗어나서 새로운 생존자를 찾으시죠.”


김 대리는 포기하고 주변에서 생존자를 찾는 것을 선택했다.

섣불리 안대리와 파티를 맺는 해답지를 고르지 않고 사무실을 나가 생존자를 찾는 길을 택했다.

여차하면 안대리를 버리고 생존자들과 함께 파티를 맺어 시련을 극복하면 됐기 때문이다.


“좋아요, 주변에 우리 말고 다른 생존자들도 있겠죠?”


안대리는 흔쾌히 김 대리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것은 안대리 본인 또한 김 대리와 같은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언제라도 칼을 꽂아 길거리에 버려 버릴 생각하고 있었다.


경계심을 한 아름 안은 두 사람은 드디어 고블린 시체로 가득했던 사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


사무실 밖은 더욱 황폐했다.

무너진 건물 잔해 들과 함께 이곳저곳 불에 탄 흔적이 있었다.


김 대리가 근무 중인 회사는 경기도의 한 공장단지였고 그렇기에 회사 주변에는 화재나 폭발의 위험성을 지닌 물질들을 가진 회사가 많았다.

이런 점들 때문에 크고 작은 폭발로 인해 생존자가 없을 가능성이 컸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사무실 안에서 마냥 구조를 기다리는 것은 현재로서는 생존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혹시 모르니까 회사 기숙사를 좀 둘러볼게요.”


김 대리의 회사 건물은 그 규모나 부지 자체가 작은 편에 속해 있었다.

법적으로 허가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사무동 옆에 컨테이너 박스와 가건물을 여러 개 증축해 만든 2개 동의 간이 숙소가 있었고 김 대리 또한 이 숙소에 묵었다.

집이 회사고 회사가 집인 출퇴근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진 생활.


‘오늘도 야근하길 잘한 건가...’


김 대리는 무너져 내린 자기 기숙사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안도 했다.

야근하지 않은 날을 세기 어려울 정도로 거의 매일 같이 야근에 찌든 삶에 오늘 처음으로 감사함을 느꼈지만 무너진 숙소의 잔해 틈에 흐르는 핏물 자국은 애써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 묵었던 분들은 다 돌아가셨겠네요...”


덤덤히 그들의 죽음에 대해 언급하는 안대리에게 굳이 핀잔을 주거나 비난하지는 않았다.

생존을 위해 한시가 급한 상황 속에서 타인의 죽음에 일일이 슬퍼할 겨를 따위는 없다는 것을 김 대리 또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안해요, 다들.’


김 대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마음속으로 애도하는 것뿐.

그리고 최대한 많은 이들이 생존하여 죽음으로부터 피신했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다행히 생각 외로 붕괴된 부분이 적었던 또 다른 숙소는 들어가는 입구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구역은 크게 파손된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들어갈 만한 입구를 찾아보도록 하죠.”


건물 잔해 주변을 살펴보던 중 깨진 창문을 통해 숙소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간신히 창문을 넘어 들어간 숙소는 사무실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전기가 나가 어둠으로 가득 차 있던 숙소에는 여기저기 묻어 있는 핏자국들과 사람의 것과 사람의 것이 아닌 신체 일부들이 흩어져 있었다.

사무실에서 벌어졌던 치열했던 전투가 이곳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쓸 만한 것 좀 찾아보고 올게요.”


김 대리는 안대리와 최대한 거리를 두고 구호물자나 생존자를 찾기 위해 따로 숙소를 수색하려 했다. 직원들이 상주하며 생활하던 공간이었기 때문에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누구든 살아만 있어라...”


하지만 김 대리의 바람과는 달리 피가 가득 고여 있는 바닥에는 고블린의 시체와 함께 운명을 달리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모두가 김 대리와 함께 그의 3년을 동거동락한 직원들이었다.


“젠장...정말 아무도 없는 거야?”


분명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김 대리와 통화했던 사람들이었고 어제도 오늘도 업무와 관련된 대화부터 지방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나 사소한 농담을 주고받았던 사람들이다.

그랬던 사람들이 동공이 풀려 누워 있었고 몸 어느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팔이 뜯겨진 흔적, 찢겨진 부분으로부터 내장이 삐져나와 있고 머리는 나무 몽둥이에 짓이겨진 처참한 광경들... 생존을 위한 처절했던 싸움이 비록 고블린과의 동귀어진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지만 김 대리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슬프고 안타까웠다.


“으... 더러워...”


주변인들이 목숨을 걸었던 사투의 현장에서 안대리는 자신이 느낀 점을 가감 없이 얘기했다.

그런 그녀의 태도가 이제는 화조차 아까울 정도로 역겨웠던 김 대리였다.


“조용히 하고 쓸 만한 거나 찾아보세요.”


사무실에서와는 다르게 고블린의 시체를 보아도 전리품의 이름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필사적으로 생존을 위해 그들과의 치열한 사투를 벌였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었다.

좀 더 들어가 보니 문이 작살나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숙소 공용 휴게실에 도착했다.

주변을 둘러보자 회색으로 표시되는 이름의 아이템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행이다.”


[구급약], [빵], [물], [햄] 등 생존에 필요한 상비약들과 식료품들이었으며 유통기한이 지나 먹을 수 없는 것들도 눈에 보였다.


“으으으...”


안도도 잠시 어디선가 고통의 신음이 나지막이 들려왔다.

소리의 진원지를 찾기 위해 휴게실을 빠져나와 문이 닫힌 방문 여기저기에 귀를 기울여 보던 중 안에서 신음 소리가 들리는 방을 찾았다.


“안에 누구예요?!”


밖에서 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를 돌리자 안에서 문을 잠근 듯 문은 열리지 않았다.

거칠게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에 흠칫한 듯 또 다른 생존자의 소리가 들렸다.


“누... 누구세요..!”


겁에 잔뜩 질린 목소리를 들어 보니 김 대리가 알고 있는 반가운 사람의 목소리였다.


“정인턴..?”


“기...김 대리님...!”


정인턴 또한 김 대리의 목소리를 알아들었는지 그를 부르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 거의 오열하는 정인턴과 함께 왼쪽 허벅지에 칼날이 박혀 있는 남자가 있었다.


“괜찮으세요, 강과장님?!”


***


강과장과 정인턴.


그들은 이 회사에서 유일하게 김 대리가 애착을 가진 인물들이었다.

김 대리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 회사에 있었던 강과장과 가장 최근에 입사한 정인턴은 다른 누구보다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인 ‘인성’이 갖춰진 사람들이었다.


특히 강과장은 김 대리보다 이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 중이었음에도 이 회사의 시스템에 순응하지 않고 이 회사의 부조리함 때문에 인성이 망가지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부하직원의 고충을 들어 주며 과중한 업무가 주어져 야근을 할 때면 자신이 두 팔 걷고 나서서 도와주는 흔히 말하는 ‘착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김 대리를 비롯해 이 회사에서 성실하고 착한 사람은 언제나 ‘먹잇감’이 되곤 한다.


***


“참으세요, 강과장님.”


허벅지에서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강과장에게 다가간 김 대리는 그의 허벅지에 꽂힌 날붙이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상처가 더 벌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뽑아내었다.


“으으윽...!!”


이를 악물고 신음을 하는 강과장은 행여나 자기 비명 소리에 다른 괴물들이 찾아올까 두려워 시원하게 아파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자기 팔을 물었고 어찌나 세게 물었는지 이빨 자국에 피가 고일 정도였다.


“고... 고마워, 김 대리.”


날붙이를 다 뽑아내자 고통이 잦아들었으며, 자기 다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김 대리를 보며 뒤늦게나마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강과장이었다.

그런 강과장을 보며, 작은 미소로 생긋 화답하는 김 대리는 지혈을 비롯한 대략적인 응급처치를 끝낸 뒤 강과장의 어깨를 부축해 일어났다.


“일어나세요, 과장님. 우선 기숙사를 나가는 게 좋겠어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기숙사 입구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괴물들로 인한 두려움으로 김 대리는 우선 안전한 장소를 찾기를 권했다.

부상자인 강과장을 이곳에 두고 이동하는 것이 그들에게 편하겠지만 그러기에는 여러모로 위험 요소가 많았기 때문에 불편하고 느리겠지만 다 같이 이동하는 것을 택했다.


“강과장님 괜찮으세요?”


그의 곁을 지켜 주던 정인턴이 훌쩍거리며 물었다. 김 대리는 정인턴을 진정시키며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들었다.

자신과 안대리가 겪었던 것과 동일하게 거대한 지진과 함께 기숙사가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어느 정도 지진이 잦아들자 어둠 속에서 갑자기 등장한 고블린들에 의해 자신들을 비롯한 기숙사에 사는 직원들이 습격을 당했다.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고블린에게 죽었고 운 좋게 고블린들의 눈을 피해 자기 방을 빠져나와 안전한 곳을 찾던 정인턴은 강과장이 재빠르게 열어 준 방으로 숨어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웨이브가 종료될 때까지 방문을 걸어 잠근 채 버티던 그들은 마지막 순간에 문을 부수고 들어온 고블린에게 습격을 당했다.

강과장의 허벅지에 칼이 박히고 이제는 죽었다 싶었다고 생각할 때 웨이브의 시간이 종료됨을 알림과 동시에 고블린들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해 겨우겨우 목숨만은 부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방으로 들어가 다시 문을 걸어 잠그고 이대로 자신들을 구해 줄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미련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방법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김 대리는 생각했다.


“강과장님 아니었으면 저는 진짜 죽었을지도 몰라요.”


연신 강과장에게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전한 정인턴의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자신과 대비되는 상황에 김 대리는 기숙사 입구에서 자신들을 기다리는 안대리를 한번 노려보았다.


“아... 안대리도 무사했구나! 다행이다, 다행이야!”


기숙사 입구에서 서성거리던 안대리를 보며 강과장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그리고 이들은 안대리를 포함하면 가장 중요한두 번째 메시지에 대한 충족 조건을 달성하게 됐고 그렇게 네 명이 모이자 그들에게 또 다른 메시지가 전달 됐다.


[파티 인원수를 달성했습니다. 이대로 파티를 조직하시겠습니까?]

[Yes / No]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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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첫 번째 메인 퀘스트 : 던전 공략(1) - 대화 24.10.21 11 2 10쪽
16 불공정 계약 24.10.20 14 1 10쪽
15 세상일은 때론 생각처럼 되지는 않습니다. 24.10.20 1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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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싸움 24.10.05 53 5 12쪽
» 아무도 안 계세요? 24.10.03 61 4 12쪽
2 생존에 미쳐있습니다. 24.10.02 71 4 11쪽
1 오늘 세상이 멸망했으면 좋겠습니다. 24.10.01 11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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