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속 김대리는 광전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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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눅
작품등록일 :
2024.10.01 11:30
최근연재일 :
2024.10.21 23:59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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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글자수 :
81,593

작성
24.10.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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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기싸움

DUMMY

[Yes]

[파티를 조직하였습니다.]


‘젠장.’


김대리는 불쾌감을 속으로 삼켰다.

시간적인 제한과 4명이라는 인원의 필요충분조건만 아니었어도 지금 당장 안대리를 내쳤을 것이지만 생존을 위해 개인의 감정은 지금 필요치는 않았다.

그녀를 파티에 품은 것은 강과장도 정인턴을 위한 것도 아닌 오로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였다.


그녀에 대한 처분은 차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것이 너무 물렁한 판단이었음을 이 때의 김대리는 알지 못했다.


“우리 잘 해봐요, 김대리님. 이럴 때일수록 서로 힘을 합쳐야 되잖아요? 과거의 앙금은 깔끔하게 풀어버려요.”


사람 좋은 미소. 게다가 그 말투와 문장은 제3자에게는 마치 김대리가 사사로운 일 때문에 안대리에게 앙심을 품은 것으로 들리게끔 표현했다. 자신은 그런 김대리를 품어주는 대인배로, 인자한 사람인 것처럼 묘사해 둘 사이의 관계를 자신의 흐름으로 바꾸려했다.


“허...”


선심을 쓰는 듯 그녀의 잘 꾸며진 말투.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고기방패로 삼은 안대리의 만행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그저 두 사람이 가볍게 싸운 것처럼 보일 것이다.


김대리는 한편으로는 그녀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니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자신의 만행을 없었던 일로 만들고 주변 사람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포섭하려는 그녀의 능력과 노력에 김대리는 내심 감탄하면서도 역겨움을 금치 못했다.


“두 사람 또 싸우는 거야?”


살모사의 방법은 제대로 먹혔다.

이 둘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보다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욱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

안대리의 진짜 모습을 아는 사람은 이 회사에 현재 김대리뿐. 안대리에게 당한 사람들은 길면 2년, 짧으면 6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퇴사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사직사유를 그녀 때문이라고 적었지만 대표를 포함한 강과장과 같은 상사들은 그들의 고통을 그저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이 어린 사람의 투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니까요, 이런 상황에서도 김대리님은 저랑 싸우려고만 하시네요.”

계산된 책임전가와 치밀한 가스라이팅.

그녀의 뱀 같은 혀에 강과장을 비롯한 모든 상사들은 그녀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갖고 있었다. 그것이 거짓된 신뢰임을 본인들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김대리! 안대리랑 잘 좀 풀어봐! 지금은 둘 사이가 어떻든 간에 살아야하지 않겠어?”


고블린들의 손에 의해 다리 부상을 입고 홀로 걷는 것조차 힘든 강과장, 멸망해버린 세계속에서 더욱 멘탈이 약해져버린 여린 마음의 정인턴까지.

두 사람이 파티원으로 있는 지금 섣불리 안대리를 적으로 지정해 불화를 만드는 것은 김대리 자신에게 있어서도 불리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김대리는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이 안대리를 파티에 넣어야만 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대리라는 사람은 언제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김대리를 포함한 나머지 파티원들을 이용하고 버리려고 할 것이다.

세상이 멸망한 아포칼립스에서는 자신의 안위가 곧 이익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감시하기로 했다.


“김대리도 참 속이 좁네.”


하지만 그것이 안대리와 친하게 지낸다는 의미는 아니었기 때문에 안대리가 화해의 악수를 청했지만 김대리는 그녀의 손을 보고 무시하고 지나가버렸다.

노골적으로 걸어오는 도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대리는 기숙사 안을 둘러보았다.


잔해들로 인해 금이 간 벽, 그 틈 사이로 보이는 가벽의 골조들. 충격이 가해지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했다.

이곳이 무너져 내리기 전에 김대리는 최대한 기숙사에서 필요한 물품을 챙겨 나가려했다.


고블린들의 시체들 너머 눈에 보이는 이름들은 죄다 인벤토리 안에 쓸어 담았다.


[이가 나간 과도를 입수하였습니다.]

[깨진 접시 조각 x3 을입수하였습니다.]

[부러진 십자가를 입수하였습니다.]

[붕대를 입수하였습니다.]

[소비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빵을 입수하였습니다.]

[신선한 바나나우유를 입수하였습니다.]


과도부터 십자가까지 이름이 보이는 모든 것들을 인벤토리로 담던 김대리를 지켜보는 강과장과 정인턴에게 김대리는 자신이 획득한 전리품 중 일부를 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강과장에게는 자신의 몸을 혼자서도 부축할 만하면서도 리치가 길어 적들을 물러나게 할 부러진 마대자루를, 정인턴에게는 가벼우면서도 자신의 몸을 지키기에 적합한 장도리를 건네 주었다.

그나마 두 사람의 몸을 지킬 수 있을 만한 것들을 엄선해 주었지만 엄연히 무기가 아닌 생활용품들이었기에 방어와 공격 수단으로서는 한참 부족한 장비들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것들이라도 손에 들지 않으면 밖에 도사리는 위험들로부터 대비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우선 기숙사를 빠져나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것 같거든요.”


“조... 좋아요.”


“저희 몸은 최대한 저희가 지켜볼게요.”


김대리는 기숙사를 나가는 것을 선택했다.

위험하겠지만 물자도 없는 이곳에 스스로 고립되어 있는 것보다는 생존 확률이 조금 더 높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도 같은 의견으로 좁혀지고 있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들처럼 협조적이지는 않았다.


“근데 바깥은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요? 아까 그런 괴물들이 안 나오리라는 보장 있어요?”


파티 구성 이후부터 계속된 안대리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불평, 불만들.

김대리는 그녀의 의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지 말고 기숙사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죠. 솔직히 김대리님 말처럼 금방 무너질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튼튼해 보이는데요?”


김대리의 의견을 어떻게든 비틀어서 사람들로부터 파티의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것.


“삐걱거리는 소리 안들려요?”


“아니 그건 예전부터 나던 소리 아니에요?”


하지만 아무리 자신이 이 파티의 주도권을 잡고 싶어 할지라도 과연 누가봐도 자신의 목숨을 보장하기 힘든 이 위태로운 구조물에 자신의 생명을 걸어가면서까지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

이렇게까지 자신에게 대립하는 이유만큼은 김대리는 알 수 없었다.


“여... 여기 가건물이에요. 주변 공장에서 불씨라도 옮겨 붙으면 불타는 건 금방이에요.”


그러자 정인턴이 안대리의 의견에 반박을 했다.


“맞아. 우리 여기서 이러지 말고 우선 나가보자고. 괴물 시체 때문에 무서워 죽겠어.”


강과장의 두려움이 되려 김대리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며 두 사람의 다툼을 중재했다.


“하... 알았어요, 알았어. 대신 나갔다가 아까 같은 괴물들 만나면 김대리가 지켜요. 순전히 김대리님 고집 때문에 만나게 되는 거니까.”


김대리는 툴툴대는 안대리를 덤덤하게 쳐다보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대로 강과장과 정인턴에게로 갔다.


“다리 좀 보여주세요.”


김대리는 인벤토리에서 붕대를 꺼내어 강과장의 상처부위에 감쌌다.

그리고 소비기한이 지나지 않은 빵과 바나나우유를 꺼내어 두 사람에게 나누어주었다.


“우선 이걸로 허기라도 채우세요.”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손에서 붕대나 빵과 우유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신기해하는 강과장과 정인턴.

김대리는 두 사람의 반응으로 보아 멸망한 세계에 나타난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짐작했다.


‘쉽지 않겠군.’


그리고 안대리만큼이나 이 두 사람을 케어하는 것이 고된 작업이 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안대리까지 혼자 장비를 구해 착용한 뒤 각자가 스스로의 몸을 지킬 도구를 갖춘 네 사람은 창문을 통해 기숙사를 나왔다.

바깥은 여전히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건물 잔해와 시체들로 인해 아수라장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잔해들 틈으로 작은 불씨들이 올라와 등불의 역할을 해주었다.


“이럴수가...”


하지만 불씨를 통해 본 세상의 모습은 더욱더 처참했다.

고블린들의 시체는 물론 그 외에 본적 없는 괴물들의 시체와 함께 사람들이 잔인하게 토막나있거나 찢겨있는 시체들이 즐비했다.

재난방송이나 인터넷이 먹통이라 현재의 상황에 대해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바닥에 널부러져 죽은 괴물의 수 이상으로 죽어나간 사람들의 숫자가 더 많았다.


“신이시여...”


“엄마... 아빠... 나 무서워...”


눈앞에 펼쳐진 잔혹한 현실에 강과장과 정인턴은 완전히 멘탈이 나가버렸다.


-띠링!


그리고 새로운 알람이 울렸다.


[믿음직스러운 동료들을 모아 파티를 구성한 여러분]

[새로운 보금자리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제한 시간 안에 새로운 보금자리로 향하시길 바랍니다.]

[제한시간 72:00:00]


그들에게 주어진 72시간과 눈앞에 지도처럼 보이는 그림위에 반짝이며 표시된 목적지.

처음 사무실에서 고블린 노예왕의 거처가 표시된 지도 조각을 얻은 것과 같은 이펙트였다.


절망에 빠져있던 그 때에 때마침 주어진 세 번째 이벤트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72시간이라는 제한시간은 현실을 도피하고픈 사람들의 마음에 새로운 불씨를 지폈다.


“김대리님, 안대리님! 저희... 저희집으로 가요. 거기가 보금자리라고 하는 곳보다 훨씬 더 안전할거에요.”


“아니면 이런 건 어때? 가는 길에 우리집부터 들르자고. 어차피 다리도 치료해야 되잖아. 집도 이 근처야!”


그들의 마음에 피어나는 이기심.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생사 확인이 그들의 정신을 흔들어 놨다.


“일단 살아남아야죠. 보금자리에 가면 가족분들이 계실지도 몰라요.”


김대리는 우선 그들을 달래려 했지만 불확실한 정보는 오히려 강과장의 불안감만 돋구었다.


“어떻게 그래! 지금 가족들이랑 연락도 안되는데!”


“강과장님! 지금 강과장님만 가족 걱정되는거 아니에요.”


안대리는 강과장을 다그쳤다.


“미... 미안해...”


오히려 이 상황에서는 안대리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조금 찜찜했다.

그리고 네 사람은 보금자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다리를 저는 강과장의 속도에 맞춰 정인턴이 옆에서 보조를 했고 가장 후미에서는 안대리가, 그리고 전위에서는 김대리가 앞장서서 나타나는 몬스터를 모조리 처리했다.


“키에에엑!!”


처음 상대했던 고블린들은 물론 미쳐버린 들개들이 주로 출몰했다.

아직은 쓸 만한 몽키스패너로 그들의 머리를 찍어 눌러 터뜨리고 깨부쉈다. 전리품들은 모조리 김대리의 인벤토리에 들어갔고 몬스터를 상대할수록 전투에 대한 감각이 향상되어 가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재밌다.’


김대리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 질 역할을 기꺼이 도맡았다. 자신의 등을 맡기고 싸울 사람이 없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몬스터의 피를 잔뜩 뒤집어쓴 김대리는 오히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몸이 가벼웠다.

아드레날린 때문인지 고양된 기분은 감각을 더욱더 날카롭게 만들어주었다.


“키에에에엑!!”


풀숲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를 보지도 않고 몽키스패너를 던져 머리를 부수는 것을 끝으로 김대리의 전투는 잠시 종료됐다.


-빰빠바밤


갑작스러운 팡파레 소리가 김대리의 귓전에 들려왔다.


[축하합니다!]

[홀로 50마리의 몬스터 죽이기를 달성하셨습니다!]

[핏빛신사가 당신을 흡족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핏빛신사가 당신을 응원합니다.]


알 수 없는 존재. 핏빛신사의 응원을 받으며 김대리와 일행들은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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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불공정 계약 24.10.20 15 1 10쪽
15 세상일은 때론 생각처럼 되지는 않습니다. 24.10.20 1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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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오늘부로 퇴사합니다. 24.10.12 29 3 11쪽
10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닙니다. 24.10.10 31 5 11쪽
9 아윌비백 24.10.09 36 5 10쪽
8 피에 취해버렸습니다. 24.10.09 39 4 11쪽
7 던전에 갇혀 버린 날. 24.10.07 41 4 11쪽
6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잊지 말자. 24.10.07 45 4 10쪽
5 위험한 외출 24.10.05 50 4 11쪽
» 기싸움 24.10.05 55 5 12쪽
3 아무도 안 계세요? 24.10.03 61 4 12쪽
2 생존에 미쳐있습니다. 24.10.02 72 4 11쪽
1 오늘 세상이 멸망했으면 좋겠습니다. 24.10.01 12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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