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속 김대리는 광전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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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셔눅
작품등록일 :
2024.10.01 11:30
최근연재일 :
2024.10.21 23:59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696
추천수 :
59
글자수 :
81,593

작성
24.10.09 01:39
조회
38
추천
4
글자
11쪽

피에 취해버렸습니다.

DUMMY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내쉬며 김대리는 칼에 기대어 쉬었다. 초록색의 피를 뒤집어 쓴 그는 속이 울렁거렸지만 초록빛의 아지랑이가 몸으로 흡수되어 기력과 체력을 회복시켰다.


마치 계속해서 싸우라는 핏빛신사의 계시와 같았다.

피의 광기를 얻고 난 뒤 김대리는 몬스터의 피를 흡수하며 회복을 했다. 부상을 입으면 입을수록 부상을 감내하고 더 많은 몬스터를 상처 입히고 죽여야 회복을 할 수 있었다.

완벽한 전투와 살해의 굴레에 갇혀버린 듯 그는 전투가 거듭될수록 자신도 모르게 피를 갈망하게 되었다.


[핏빛신사가 당신의 활약에 감탄합니다.]

[피의 광기 Lv 1의 숙련도가 올라갑니다.]


“숙련도라. 딱히 차이는 못 느끼겠는데?”


김대리는 그런 것보다 방금 자신이 힘겹게 죽인 괴물의 전리품을 습득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동안 처치한 몬스터들과 그들로부터 입수한 전리품들은 모두 빠짐없이 인벤토리로 들어갔지만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 가방 같은 것을 매고 있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했었지만 아무래도 인벤토리라는 것은 개개인에게 주어진 별개의 차원인 것 같았다.

무엇이든 이름이 보이는 전리품이나 아이템이라면 넣을 수 있고 상황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꺼내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한 점이었다.


[아래의 전리품을 모두 입수하였습니다.]

[거미 집사의 날카로운 다리 x 3, 거미 집사의 부러진 다리 x2, 거미 집사의 털주머니 x1, 거미 집사의 피 x 1]


“남은 건...”


회복을 마친 김대리는 터널의 가장 안쪽에 작게 빛나는 문을 보았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동안 주변을 경계했지만 문의 주변에는 어떤 몬스터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낌새조차 느낄 수 없었다.


“이 던전의 주인이라는 건가?”


빛나는 구리로 장식된 거대하고 웅장한 문은 웬만한 성인 남성의 힘으로도 열 수 없을 것처럼 무거워보였다.

하지만 김대리가 다가가 손을 대자 문은 저절로 열리기 시작했다.


[주의! 던전의 주인이 꺠어납니다.]

[방으로 들어선 순간 탈출은 불가능합니다.]

[던전의 주인을 쓰러뜨리십시오.]


방으로 빨려들어가는 듯이 무언가에 떠밀리고 끌리는 느낌에 발이 저절로 움직였다. 그리고 거대한 문이 등 뒤에서 닫히며 어둠을 비추는 조명 아래 하얀 피부를 지닌 거대한 몸집의 거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스 : 거미 보모]

[이 던전의 주인이자 파수꾼입니다.]

[독에 주의 하십시오.]


붉은 색 글자로 칠해진 이름.

이름을 보지 않고도 그녀의 풍채만을 보아도 거미 집사와는 차원이 다른 강함이 느껴졌다. 거대한 몸집은 물론 그 몸을 감싼 단단한 갑주. 그로 인해 거미라기보다 게에 가까워 보였다. 붉게 빛나는 눈동자는 그녀에 대한 공포를 더욱 극대화시켰다.


“끼에에에에엑!!”


김대리를 향한 포효로 방 안이 거세게 울렸다.

천장에서는 돌들이 떨어지고 지면은 금방이라도 갈라질 것처럼 흔들렸다.

이것이 보스.

하찮아 보이는 이름과는 달리 그녀가 내뿜는 위용은 김대리를 압도하기에는 충분했다.


“후우... 어차피 못 죽이면 내가 죽는다.”


김대리는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에 검을 고쳐 잡았다.

보모는 그를 향해 매섭게 달려들었다. 집사와는 다르게 길다란 다리로 인해 지면에서 몸이 충분히 떨어져 있었다.

그녀의 다리 밑으로 파고든 김대리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배를 보았다.


“이 녀석도 배가 약점인가 본데?”


하지만 약점을 찾아도 높이 때문에 닿지 않아 제압할 수 없었다.

4m 정도 길이의 다리로 인해 지면과 그녀의 몸체 간 거리도 3~4m 정도 벌어져 있었다.

아무리 높이 뛰어도 2m가 조금 넘을 김대리의 신체 능력으로는 그녀의 약점을 노리기란 쉽지 않았다.


“젠장! 저건 뭐야!”


게다가 그녀의 밑으로 들어가자 배를 굽혀 엉덩이 부분에서 두껍고 끈끈한 실뭉치가 발사되었다. 그것에 맞으면 몸이 지면에 붙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실뭉치 자체가 지닌 무게와 발사되는 속도로 인해 금방이라도 압사될 것 같았다.


김대리는 실뭉치들을 피해다니며 그녀의 뒤로 도망쳤지만 길다란 다리로 금방 방향을 틀어 긷대리에게로 다시 돌진하는 보모는 길고 크고 날카로운 다리를 들어 내리 찍었다.


지면에 박힌 다리를 피한 김대리는 고블린 칼을 휘둘러 다리에 상처를 내보려 했다.


-챙!


철과 철이 부딪히는 카랑카랑한 소리만을 남기며 다리에는 생채기 하나 남지 않았다.

집사 이상의 파괴력과 단단함을 지닌 다리를 부러뜨리기도 쉽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되지?’


고민에 잠겨있는 김대리에게 또 하나의 길다란 다리가 날아왔다.

김대리는 들고 있던 검을 방패삼아 다리 공격을 막아냈지만 그 무시무시한 완력에 먼 거리를 날아가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커헉!”


피를 토하는 기침 소리와 함께 김대리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바닥을 지탱할 틈도 없이 완력에 의해 몸이 공중으로 떠버렸다. 압도적인 힘차이 앞에 김대리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보모를 보며 공포를 느꼈다.


[핏빛신사가 당신에게 기대감을 품습니다.]


“닥쳐!!”


김대리는 공포와 두려움, 생존을 향한 집착이 섞여 공격을 피하는데에 급급해지기 시작했다.


[제한시간 20:12:45]


4시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몬스터들을 죽여가며 던전의 최종 목적지로 들어왔다.

몸에 쌓인 피로도는 물론 그 간 받았던 죽음에 대한 위협감에 의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보이고 작아 보이는 자신이 싫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어 추하게 도망치는 자신이 싫었다.


그 때 보모의 입에서 보라색의 액체가 김대리의 옆을 맞췄다.


-치이이이


김대리를 피해간 그것은 벽이 녹는 소리를 내었다.

그와 동시에 피어오르는 고약한 냄새에 김대리는 잠시 주춤했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보모는 길다란 다리를 휘둘러 김대리를 또 다시 날려버렸다.


이번에는 김대리도 검으로 거미다리를 막지 못했다.

날카롭고 단단한 거미다리는 김대리의 옆구리를 정확히 가격했고 늑골이 부러지고 살이 터지는 부상을 입게 됐다.


“ㅅ... 시발... 아파...”


상처부위에서는 피가 흐르고 호흡이 가빠왔다. 도저히 이길 수 있는 수단이 생각나지 않았다.

거미 다리가 김대리를 다시 한 번 가격하며 김대리가 피를 토하며 굴러갔다.

눈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번 공격으로 눈이 뭉개진 것 같았다.

아프지만 아프다고 소리도 내기 어려웠다.

머리에서 흐르는 피가 금새 웅덩이를 만들었다.


‘이게 내가 흘린 피야? 졸라게 많이 흘렸네.’


여기서 끝인가. 하기야 저 거대한 몬스터를 이 작은 몸의 인간이 이기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김대리가 그렇게 포기하려고 할 때 즈음 귓전에 알람 소리가 들려왔다.


[핏빛신사가 당신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너 그 정도 아니잖아.”]


‘닥쳐... 당신이 뭘 알아...’


김대리는 자신이 흘린 피 웅덩이 속에서 거울처럼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자신을 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은 점차 모습을 바꾸더니 붉은색 투구를 코까지 뒤집어쓰고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입만 보이는 붉은 색 양복을 입은 사내의 모습을 비췄다.


그리고 사내는 이빨이 가득한 입을 길게 찢어 웃어 보였다.


[“일어나.”]


그리고 김대리의 심장이 급격하게 요동치며 머릿속이 온통 분노와 혼란으로 복잡하게 뒤섞이고 있었다.

광기가 찾아왔다.

눈앞이 붉어지고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

즐거움? 괴로움? 분노? 행복? 여러 극단적인 감정들이 휘몰아치고 이윽고 몸의 고통이 점차 사라졌다.

서서히 일으킨 몸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눈앞에 있는 적을 향했다.

아니 이것이 자신의 의지인가?


“모르겠다, 시발!!”


김대리는 괴성을 외치며 오른손에는 칼을, 왼손에는 인벤토리에서 꺼낸 몽키스패너를 꺼내들었다.


***


[제한시간 20:12:35]


불과 10초 남짓한 시간동안 김대리에게는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점차 정리가 되어 하나의 생각으로 귀결되었다.


“내가 너 죽인다!!”


행복한 미소를 띠운 김대리는 옅은 붉은 색 연기를 몸에서 뿜어대며 보모를 향해 달려갔다.


“끼에에에엑?!”


보모는 달라진 김대리의 모습에 당황해하며 독을 여러번 뱉었다.

덩어리진 독이 빠른 속도로 김대리를 향해 분출되었지만 김대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이며 독을 모조리 피해버렸다.


그리고 높게 점프 뛰어 있는 힘껏 칼을 보모의 다리에 박아 넣었다. 얕지만 들어간 칼에는 금이 갔지만 김대리는 이 칼로 다리를 자르려던 것이 아니었다.


“이야아아!!!”


그것을 발판 삼아 더 높이 뛰어올라 관절 부분에 몽키스패너를 걸어 매달린 김대리는 인벤토리에서 다른 도구를 꺼내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관절부위에 찔러넣었다.


그것은 부러진 마대자루였다.


“끼에에에에에엑!!”


고통에 겨운 비명을 외치며 김대리가 매달려 있는 다리를 세차게 흔들어대는 보모였지만 김대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다른 도구를 인벤토리에서 꺼내어 마저 찔러 넣었다.


깨진 유리조각, 부러진 각목, 부러진 나무몽둥이 등을 마구잡이로 꺼내어 찌르고 베었다.


[인벤토리에 보관된 전리품 뿐 아니라 모든 아이템은 언제든 다시 불러 꺼낼 수 있습니다.]


이윽고 다리에서 초록 피를 잔뜩 뿜으며 너덜너덜해진 관절은 보모의 무게를 주체하지 못하고 앞으로 휘청거렸다.


“크하하하하!! 초록색 분수다!!”


하지만 남은 다리로도 중심을 잡을 수 있었기에 김대리는 맨 뒷다리로 기어 넘어가 과도를 꺼내어 찔렀다. 과도가 깊게 박힌 상처에서 초록 피가 뿜어져 나왔지만 완전히 쓰러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고블린의 단검을 인벤토리에서 꺼내어 완전히 베어버렸다.


-쿵


다리가 완전히 잘려나간 보모가 왼쪽으로 기울며 몸이 쓰러졌다.

그리고 김대리는 재빠르게 보모위로 올라가 머리를 향해 도약하더니 인벤토리에서 고블린의 검은 단창을 꺼내어 눈에 찔렀다.


“케에에엑!!”


붉은 눈에서 초록 피가 뿜어져 나왔다.


“헤에? 눈은 빨간데 피는 초록색이네?!”


인벤토리에서 찌를만한 것들은 모조리 꺼내어 모든 눈과 머리에 꽂고 찔렀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뼈가 보이는 고블린의 다리와, 고블린의 잘려나간 팔마저도 말이다.


보모는 고통에 신음했다. 그럼에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서 버둥대자 인벤토리에 있는 전리품을 모두 사용한 김대리는 공격을 멈추지 않고 손에 쥔 몽키스패너로 마구 내리치고 발로 밟고 이빨로 살점을 물어 뜯었다.

그리고 이내 머리가 점차 뭉게져버린 보모는 움찔거리는 신경반응만 남긴 채 생명이 다해 죽음을 맞이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던전의 주인을 살해 했습니다.]

[긴급 퀘스트를 달성했습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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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첫 번째 메인 퀘스트 : 던전 공략(1) - 대화 24.10.21 11 2 10쪽
16 불공정 계약 24.10.20 15 1 10쪽
15 세상일은 때론 생각처럼 되지는 않습니다. 24.10.20 18 2 11쪽
14 피의 광기 24.10.15 22 3 10쪽
13 수상한 리더 24.10.15 27 2 11쪽
12 튜토리얼이 종료됩니다. 24.10.13 25 3 10쪽
11 오늘부로 퇴사합니다. 24.10.12 28 3 11쪽
10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닙니다. 24.10.10 31 5 11쪽
9 아윌비백 24.10.09 36 5 10쪽
» 피에 취해버렸습니다. 24.10.09 38 4 11쪽
7 던전에 갇혀 버린 날. 24.10.07 41 4 11쪽
6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잊지 말자. 24.10.07 45 4 10쪽
5 위험한 외출 24.10.05 50 4 11쪽
4 기싸움 24.10.05 54 5 12쪽
3 아무도 안 계세요? 24.10.03 61 4 12쪽
2 생존에 미쳐있습니다. 24.10.02 71 4 11쪽
1 오늘 세상이 멸망했으면 좋겠습니다. 24.10.01 1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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