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이 종료됩니다.
[튜토리얼이 종료됩니다.]
눈앞에 뜨는 푸른빛의 알람.
보금자리로 들어온 사람들 중 일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종료라는 단어 하나에만 집중했다.
“튜토...리얼이 뭐에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종료된다고 하는 거 보면 이제 끝난 것 같아요!”
“정말요? 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생존자들 중 나이가 많은 이들은 이 모든 것이 종료된다고 생각한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젊은 층의 반응은 달랐다.
“튜토리얼이라고...?”
“지금까지의 개고생이...?”
“내 친구가 죽은 게 게임이냐!!”
그들은 분노에 가득차 허공에 소리를 질렀다.
튜토리얼.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누구나 알 법한 단어.
게임 속에서 초보자들에게 게임에 대해 설명해주고 방향성을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며 게임에 익숙하게 만드는 과정 중 하나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뜻이었다.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니.'
김대리 또한 다른 이들처럼 착잡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방금까지 머리가 터져 죽은 사람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그것은 자신이 됐을 것이다.
아니, 방금의 순간 뿐 아니라 그 전에도, 전전에도 자신에게 처한 위기 상황들 속에서 단 한번이라도 운이 좋지 않았더라면 살아남는 것은 자신이 아니었고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됐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퀘스트가 종료됩니다.]
[보상이 지급 됐습니다.]
[인벤토리를 확인해주세요.]
‘보상이라.’
김대리는 인벤토리를 열어 확인했다.
[다음의 보상을 수령하였습니다.]
[자양강장제 Lv 2 x10, 빨간 약 Lv 2 x10, 따뜻한 도시락 x 10]
[초보 생존자 방어구 세트 x1]
[초보 생존자 무기 x1]
익숙한 이름의 아이템들이 인벤토리에 들어있었다.
‘자연강장제에 빨간약, 그리고... 도시락이라.’
몬스터와는 달리 현실세계에 있는 물건들의 이름을 착안한 것 같은 이름의 아이템들.
하지만 이것들의 효과는 흔히 일반적으로 먹고 사용하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자양강장제 Lv 2]
[당신이 지쳤을 때 체력 회복을 돕습니다.]
[흐려져가는 집중력을 깨웁니다.]
[부채표 모양을 본뜬 맛으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빨긴약 Lv 2]
[상처부위에 바르면 즉시 상처가 낫습니다.]
[자상, 화상, 타박상에 특히 효과가 좋습니다.]
[아쉽게도 마음의 상처는 고치지 못합니다.]
[따뜻한 도시락]
[섭취 시 포만감을 줍니다.]
[소화가 이뤄지는 1시간 동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시킵니다.]
[소화가 이뤄지는 1시간 동안 체력과 상처가 자동으로 회복됩니다.]
[엄마의 손맛으로 만든 든든한 한 끼입니다.]
사용자의 호불호도 신경써주는 친절함까지 장착한 설명에 김대리는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아이템들의 효과에 주목했다.
단순히 마시고, 바르고, 먹는 것만으로 체력과 상처를 회복할 수 있다는 효과는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함에 있어 필수적인 물품이라 생각했다.
붕대를 감아 지혈하는 시간이나 상처를 꿰맬 필요 없이 치료에 소모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으로부터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효과의 아이템들은...’
김대리는 그동안 정인턴과 죽은 강과장에게 여러 아이템을 챙겨주며 그들을 생존시켰다.
하지만 아이템이든 전리품이든 인벤토리에서 당사자가 직접 꺼내어 상대방에게 건네지 않는 이상 거래가 되지 않았다.
그것을 소유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었다.
몬스터처럼 죽여서 시체로 만들어 인벤토리를 뒤지는 것 말고는 없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것도 좋겠어.’
김대리는 유한한 아이템을 두고 생존자들 간 살육이 일어날 것을 염려했고 언젠가는 자신과 함께한 동료들 개개인의 전투력을 상승시키는 것도 고려했다.
‘이건 뭐지?’
김대리는 초보 생존자 방어구 세트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자동으로 김대리가 입었던 옷 위에 또 다른 재질과 두께의 재질의 옷이 입혀졌다.
그것은 옷이라기보다 갑옷에 가까웠는데 가죽으로 된 견갑, 흉갑, 그리고 아대와 각반이었다.
[초보 생존자 방어구 세트]
[착용자의 방어력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착용감이 좋은 가죽으로 만들어져 움직임에도 지장이 없습니다.]
[단, 가벼운 공격에는 효과적인 방어력을 자랑하나 치명상은 막아낼 수 없습니다.]
신기하게도 입고 있던 옷 위에 또 다시 옷을 입은 형태였지만 움직이는 데에 불편함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평상시와 똑같은 느낌으로 활동이 가능할 정도로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여 몸을 보호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은 무기인가...”
[초보 생존자 무기]
[당신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무기를 골라주세요.]
무기는 다른 아이템들과는 달리 공통의 형태와 수량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검, 창, 활, 도끼 등 다양한 형태의 무기가 있었고 이는 그동안 생존과 전투를 겪으며 사람들이 각자 손에 익은 무기를 고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김대리는 그동안 검을 주로 사용해왔지만 생각해보면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무기의 형태에 구애 없이 아니, 무기라고 하기도 애매한 도구들을 무기로서 사용해 위기를 벗어났다.
‘고민되는군.’
김대리는 고민 끝에 무기는 고르지 않고 남겨두기로 결정했다.
보금자리에 있는 생존자들 모두 방어구를 착용한 뒤 각자에게 맞는 무기를 하나씩 쥐었다.
“김대리님!”
정인턴이 곧장 달려와 김대리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는 석궁이 들려있었다. 힘이 약하고 몬스터를 직접적으로 공격하기에는 아직 두려웠던 그녀에게 딱 맞는 무기였다.
활시위를 당기는 데에 큰 힘을 들이지 않아 재장전도 빨랐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석궁을 다뤄본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김대리님은 어떤 무기 고르셨어요?”
“저는...”
“형님! 여기 계셨군요!”
성사원도 김대리를 향해 달려와 자신이 고른 무기를 높이 들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는 도(刀)를 골랐다. 검신이 칼날과 칼등으로 나뉜 무기. 김대리를 마음속 깊이 존경하고 있는 그의 성격이 드러나는 무기였다.
“형님은 당연히 저랑 같은 무기 고르셨을 거 같은데?”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성사원의 눈빛을 외면한 김대리는 인벤토리를 열어 손에 쥔 무기를 보여주었다.
“저는... 그냥 쓰던 거 쓰려구요.”
그것은 정인턴과 성사원을 구해냈던 단창이었다.
사실 그에게 있어 지금 무기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았다. 김대리가 가진 최대 이점은 안대리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가 그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김대리의 생존에 필요한 특별한 힘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피의 광기는 무기의 구분을 개의치 않는다.’
생존을 위해 이성을 버리고 광기에 몸을 맡겨 마구잡이로 무기를 휘둘러 상대를 도륙내는데에만 집중하는 이 능력은 오히려 한 가지의 무기에만 익숙해진다면 단점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기에 김대리는 최대한 많은 무기를 다뤄보고 여러 무기와 도구를 인벤토리에 수납하려 했다.
지하철역의 던전 때처럼 무기가 없어 맨몸으로 몬스터를 이길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하긴, 형님은 어떤 무기든 잘 다루실 거 같아요. 하지만 저랑 같은 무기였으면...”
“오! 여기 다 모여 있었구만!”
성사원의 아쉬움을 묵살한 구반장의 등장으로 김대리의 파티는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근데 다들 가족분들에게는...”
성사원과 구반장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저랑 구반장님은 원래 이 지역 사람이 아니라서요.”
“연락도 되지 않지만... 지금은 그저 살아있으리라 기대할 수밖에.”
김대리는 두 사람의 말에 긍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보금자리가 대한민국에 아니, 전 세계에 이곳 하나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곧이어 울리는 알람으로 깨닫게 됐다.
[보금자리까지 오신 생존자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본 퀘스트에 앞서 지급해드린 보상과 장비를 착용하시고 이제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세계지도가 눈앞에 펼쳐지고 그 뒤 대한민국의 지도가 보였다.
[여러분들은 현재 이곳 대한민국의 경기도 지역 제 3 보금자리에 위치해있습니다.]
“경기도 지역 제 3 보금자리?”
“그럼 제 1, 제 2 보금자리도 있다는 거야?”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 웅성거림 안에는 희망이 담겨있었다. 자신의 가족들이 살아있으리라는 희망. 언젠가는 이들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였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듣고 구반장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 다행이다...”
아직은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가 걸었던 희망에도 기회가 있음을 확인했기에 불안했던 마음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린 것이다.
그것은 성사원도 마찬가지였고, 김대리도, 그리고 이곳 제 3 보금자리에서 자신의 가족을 만나지 못했던 다른 생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괜찮아요, 구반장님. 걱정 마세요.”
“그... 그래. 내가 참 주책이지.”
[제 3 보금자리에 있는 생존자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이곳이 거점입니다.]
[거점을 중심으로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을 조달하고 제조하십시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열두 번의 메인 퀘스트로부터 살아남는 것이 여러분들의 최종 생존 조건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생존하십시오.]
[행운을 빕니다.]
열두 번의 메인 퀘스트. 앞으로 자신들이 버텨야할 시련의 횟수가 열두 번이라니.
‘그럼 긴급 퀘스트는 뭐지...?’
김대리가 고민하는 사이 김대리의 고민을 덜어줄 알람이 나타났다.
[서브 퀘스트]
[거점의 리더를 선출하십시오.]
‘젠장...’
시련은 열두 번이 끝이 아니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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