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속 김대리는 광전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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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셔눅
작품등록일 :
2024.10.01 11:30
최근연재일 :
2024.10.21 23:59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693
추천수 :
59
글자수 :
81,593

작성
24.10.15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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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수상한 리더

DUMMY

‘리더라...’


현재 보금자리에 들어와 있는 인원들은 김대리와 그의 파티 구성원인 구반장, 정인턴, 성사원 4명을 포함해 총 50개의 파티 구성원 200명이 있었다.


하지만 200명이란 숫자는 그리 많은 수는 아니었다. 그의 몇 배수만큼 보금자리 밖에서 무의미하게 죽어버린 인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리님! 리더 한 번 나가보는게 어때요?”


“그래요, 형님이라면 분명히...!”


김대리의 파티 인원들은 그를 리더로 추천했다. 자신들을 구해준 강함, 빠른 판단력, 타인을 위하는 성품. 모든 것을 종합해보고 김대리의 곁에서 그를 지켜본 결과 자신들이 생각했을 때 김대리가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가장 높은 생존율로 어떤 시련에서도 생존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됐어요.”


하지만 김대리는 단호했다.

그는 추호도 자신이 이 많은 인원들을 이끄는 리더가 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어떻게 책임져.’


타인을 이끄는 위치에 있으면 자신 뿐 아니라 그들을 책임져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목숨이 값어치인 이 빌어먹을 아포칼립스 세계에서는 말이다.


“저를 뽑아주세요!”


의외의 인물이 사람들의 앞에서 큰 목소리를 내었다.


경기장의 부서진 좌석 위에서 자신의 대머리에 비추는 빛을 반사하며 연설을 시작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박부장이었다.


언제나 타인의 위에서 타인을 부리려하는 기회주의자.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자신을 위한 소모품이자 발판으로 생각하지만 머리가 좋지 않아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안대리보다 노골적으로 탐욕을 드러냈지만 안대리보다 훨씬 멍청했다.


“저는 중소기업의 부장으로서 있었고 망해가던 기업을 일으킨 공을 세운 박부장이라고 합니다!”


‘누가 믿어...’


근거 없는 자기 PR. 사람들은 그의 돌발 행도에 관심을 갖는 것도 잠시.

그의 주절거림에 집중력이 떨어졌고 배불뚝이 아저씨가 침을 튀기며 열심히 외치는 말들은 의미없는 소리가 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그가 그렇게 사람들 앞에 나서서 큰 목소리로 떠들기를 10분 정도 지났을까.

사람들의 관심이 그에게서 완전히 떠나갔다.


“저 사람 도지사 아냐?”


그들의 시선은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


중후한 외모에 단정하게 정돈된 검정색 머리카락. 꼿꼿하게 허리와 가슴을 펴고 당당하고도 여유로운 걸음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나타난 이 남자는 세상이 멸망하기 직전까지 경기도지사를 연임하던 남지사였다.


“남지사님!”


“아이고 이거 뭐 리더는 남지사님이 하셔야겠네!”


젊고 유능한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도민들로부터 얻은 단단한 신뢰를 바탕으로 그들의 생활과 안전을 지킨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그 일념 하나만으로 도지사 생활을 하던 그는 몇 년 전, 사람을 무차별로 찌르고 도망치던 살인범을 길거리에서 맨손으로 제압했다.

자신의 캐치프레이즈에 알맞은 이슈와 함께 그는 방송에 출연했고 덕분에 도민들의 신뢰와 함께 국민들로부터 유명세를 한몸에 받게 되었다.


“괜찮으세요? 몸은 좀 어떠세요?”


“도지사님, 영광입니다!”


“아유, 움직이지 마세요. 편히 앉아 계세요.”


남지사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지어보이며 악수를 하거나 어깨를 토닥이며 사람들을 격려했다.

마치 보금자리가 자신의 것이라도 되는 것 마냥.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거점의 리더로서 적합하다는 것에 반발이나 이견을 갖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리더로 추대하고 앞에서 연설을 하던 박부장에게 눈치를 주며 끝내 그를 몸으로 몰아내고는 남지사를 앞에 세웠다.


자신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곳에 있는 이들이 알아서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남지사는 손사레를 치며 리더가 되기를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그가 사람들에게 행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들은 선거 시즌이 되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정치인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행동들이 결국 하나의 목적으로 귀결되기를 바라듯 남지사는 결국 사람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또 하나의 리더 후보로서 자리하게 되었다.


“정 여러분들의 생각이 그러하시다면...”


그는 끝까지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음을 표현하였지만 얼굴에 드러나는 기쁜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쯧...”


결국 볼륨만 큰 혼잣말로 조촐하게 끝나버린 박부장의 연설을 뒤로하고 남지사는 사람들의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연신 환호하는 사람들 틈에서도 남지사의 후보 등록을 맘에 들어 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하... 저 아저씨가 우릴 어떻게 살릴 건데?”


“저 꼰대 누군데 저렇게 아재, 아지매들이 좋아하나?”


“딱 봐도 약골 같아 보이는데?”


아니 그저 이 상황에 대해 불만을 갖고 주변 어른들에 대해 조롱을 일삼았다.

10대로 보이는 8명의 소년, 소녀는 앞에서 떠들어대는 박부장도 싫었지만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른들이 환호하며 떠받드는 남지사도 싫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우우우~~~”


“물러가라~ 꼰대~~~”


남지사가 입을 열자 이유 없는 야유와 조롱이 어린 소년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킥킥대며 이 상황을 웃고 즐기는 그들을 향해 남지사의 시선이 꽂혔다.


그리고 김대리는 그 순간 보았다.

남지사의 눈에서 느껴지는 강렬하고도 매서운 살기를.

그 강렬한 살기는 피와 광기로 감각이 예민해진 김대리만이 느낄 수 있는 살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10대들은 남지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도 눈치 채지 못한 채 그저 철없이 웃고 떠들기만을 반복했다.


“대체... 뭐야, 저 사람?”


***


[거점의 리더가 결정되었습니다.]

[앞으로 모든 결정은 거점의 리더를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리더의 권한은 절대적입니다.]

[리더는 다음과 같은 권한이 주어집니다.]

[첫째, 메인 퀘스트의 결정권.]

[둘째, 서브 퀘스트의 참여 의사.]

[셋째, 거점 구성원의 방출 투표 발의]

[거점의 리더가 사망할 경우 거점의 리더를 새로 선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거점의 리더가 사망하지 않았음에도 교체를 원할 경우 투표를 통해 교체를 진행하거나 교체 방식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변은 없었다.

푸른빛의 알람은 남지사가 거점의 리더가 됐음을 알렸다.


작은 반발이 있었지만 그래봤자 미성년자들의 투정.

그들의 장난끼 어린 무효표를 제외하고도 어른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인해 경기지역 제 3 보금자리의 리더는 결국 남지사로 결정됐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꼭 생존에 이바지할 수 있는 그런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람들의 환호를 뒤로하며 남지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거점의 구역 분배였다.

200명에게 나누어주는 토지 분배. 이곳으로 들어온 파티원들끼리 지낼 수 있는 거주 공간의 분배였다.


“이게 뭐에요!”


그리고 10대들은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에게 주어진 공간은 고작 5평 남짓한, 빛도 들이치지 않는 경기장의 작은 구석 한 켠이었다.


작은 소란에 김대리는 그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남지사와 그의 사람들은 웃으며 10대들의 반발을 달래주고 있었다.


‘남지사는 그렇다 쳐도, 저 두 사람은 누구지?’


남지사의 옆에는 정장을 입은 190cm로 보이는 강인한 인상의 남자와 금발을 올림머리로 단정하게 묶은 혼혈의 여성이 있었다.

TV에서 봐왔던 남지사의 주변 인물들과는 전혀 달랐지만 생존하다 만난 같은 공무원들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김대리는 10대들에게 주어진 공간을 보았다.

그곳은 거주하라기엔 너무도 어두웠다. 마치 조용히 한 순간에 사라져도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어두운 음지였다.


가까스로 그들을 달랜 남지사는 발걸음을 돌렸다.

그들은 시간을 보고 서둘러 거점 밖으로 이동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금자리의 주변에는 방벽은 사라지고 없었지만 그 누구도 보금자리에서 나가려고 하는 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 여러분들 식사 하십시다!”


날이 저물 때 즈음 남지사가 자신이 대동하여 나갔던 이들과 함께 돌아왔다. 그들이 등위에 매고 있는 것은 거대한 소 두 마리와 돼지 한 마리였다.

사람들은 연신 감사하다며 식량에 대한 걱정도 시키지 않는 남지사에게 점점 무한한 신뢰를 느꼈다.

하지만 김대리는 무언가 꺼림칙했다.


‘소랑 돼지가 저렇게 가벼웠나?’


“형님, 뭐 보세요?”


“아... 아니야, 아무것도.”


***


사람들이 저녁식사를 마친 뒤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10대 소년, 소녀들은 슬그머니 보금자리 밖으로 나갔다.

날이 완전히 저문 이 시간에 밖으로 나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들은 알지 못했다.

김대리는 그들을 천천히 따라나갔다. 도착한 그곳은 보금자리의 바로 뒤편에 있는 공간으로 그들은 그곳에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아 시발, 꼰대새끼 진짜 어떻게 죽이지?”


“야 너 그 때처럼 술에 독 같은 거 타봐.”


“술이 있어야 타지 븅신아.”


“그럼 술 말고 다른데다가 타면 되지 븅신아.”


자신들끼리 떠드는 그들의 말소리에는 어딘지 모를 불쾌함이 서려있었다.

김대리는 천천히 그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갑자기 그들의 등 뒤에 나타난 거구는 팔을 힘껏 올려 그들 중 하나의 머리를 휘두르려 했다.


-퍽!


그가 내리치는 속도보다 빠르게 달려가 소년을 구한 김대리는 남자의 공격에 몇 걸음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뭐가 이렇게 쎄!”


김대리는 소년을 품에서 놔주었다. 그의 공격에 팔이 저려왔다. 단순히 손날로 내려친 것인데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이 것을 이런 어린이가 무방비하게 머리에 맞았더라면...


김대리는 남자를 경계했다. 지금 당장 인벤토리에는 쓸만한 아이템이라고는 고블린의 단창과 낮에 받았던 초보자 무기 외에는 없었다.


하지만 고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림자 속에서 검은 손이 드러나더니 이내 하나의 생명을 꺾어버렸다.


“꺄아아아악!!”


그의 곁에 있던 소녀가 비명을 질렀다. 이윽고 어둠속에서 그림자를 헤치며 남지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김대리의 눈앞에 한 어린 생명이 차갑게 식었다. 그는 조용히 분노를 억누르며 물었다.

그리고 남지사는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교화 시간입니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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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튜토리얼이 종료됩니다. 24.10.13 25 3 10쪽
11 오늘부로 퇴사합니다. 24.10.12 28 3 11쪽
10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닙니다. 24.10.10 31 5 11쪽
9 아윌비백 24.10.09 35 5 10쪽
8 피에 취해버렸습니다. 24.10.09 38 4 11쪽
7 던전에 갇혀 버린 날. 24.10.07 41 4 11쪽
6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잊지 말자. 24.10.07 45 4 10쪽
5 위험한 외출 24.10.05 50 4 11쪽
4 기싸움 24.10.05 54 5 12쪽
3 아무도 안 계세요? 24.10.03 61 4 12쪽
2 생존에 미쳐있습니다. 24.10.02 71 4 11쪽
1 오늘 세상이 멸망했으면 좋겠습니다. 24.10.01 1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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