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속 김대리는 광전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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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셔눅
작품등록일 :
2024.10.01 11:30
최근연재일 :
2024.10.21 23:59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673
추천수 :
59
글자수 :
81,593

작성
24.10.21 23:59
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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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첫 번째 메인 퀘스트 : 던전 공략(1) - 대화

DUMMY

“여기가 이렇게 생겼구나.”


복도를 울리는 발걸음 소리. 쩔그렁 거리는 쇠가 부딪히는 소리.


경기장의 안쪽. 응원석의 아래에 있는 선수 전용 통로에 양 손에 수갑을 찬 김대리의 중얼거림이 울려 퍼졌다.

김대리 또한 세상이 멸망하기 전 이곳에서 열리는 야구경기를 보러 가끔 들르곤 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경기장을 방문했기에 당연히 이곳에는 와본 적이 없어 마냥 신기해했다.


천보좌관은 김대리의 혼잣말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상사의 명령에만 집중해 충실히 이행할 뿐이었다.

김대리는 그런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따라 걸었다.


“그 애들은 어떻게 했어?”


“...”


천보좌관은 잠시 멈칫했다.

김대리의 질문에는 소리를 내어 답하지는 않았지만 그 잠깐의 멈춤이 답변을 대신해주었다.

그녀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 남지사에게로 향했다.


간밤에 자신이 구하겠다며 오지랖을 부리다 결국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한 아이들. 김대리는 그 아이들이 왜 죽임을 당해야 했던 것인지에 대해 궁금했다.


“전부 죽인거냐? 대체 왜?”


“...”


김대리는 계속해서 그녀의 뒤에서 질문을 했다.

소름끼치게 웃는 남지사의 옆에 있던 금발의 여자는 그의 살해행위를 묵인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 또한 공범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철없는 불평 때문이냐?”


“...”


일방적인 질문 공세.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고 그가 던진 질문만이 좁은 복도 안에서 울려 퍼졌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점차 남지사가 있는 라커룸이 다가오자 김대리는 한숨을 쉬었다.


“나를 죽이고 싶은가봐?”


“그래!!!!”


복도가 무너지고 고막이 찢어질 듯 복도를 가득 메운 외침.

그리고 그 안에 확연히, 담겨있다 못해 넘쳐서 드러나는 기세등등한 살기에 김대리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분노로 가득 찬 눈빛. 금방이라도 김대리를 향해 달려들 것처럼 그녀의 분노는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피의 광기를 해방하고 난 뒤 김대리는 타인이 발산하는 살기에 대해 민감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자신을 향한 살기에는 더없이 민감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 경기장 안쪽으로 걸어 들어오는 동안 김대리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욕지거리를 하며 자신의 분노를 표출했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천보좌관만큼이나 자신에게 이 정도로 살벌한 살기를 보내지는 않았다.


“그깟 애새끼들이 무슨 상관이야! 내 얼굴을 봐 이 개자식아!!”


밖에 있을 때는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단 둘이 서로를 가까이 마주하자 김대리의 눈에도 그녀의 얼굴에 드리운 절망이 훤히 보였다.

뭉개져버린 눈을 가리기 위해 붕대를 하고 있었고 붕대 밑으로 보이는 짓눌린 살점은 이미 흉터를 머금었다.


“당장에라도 찢어죽이고 싶으니까 입 닥치고 따라와.”


생존용 아이템인 빨간약을 발라도 현재 레벨로 발휘할 수 있는 재생력의 한계 탓으로 그녀의 얼굴은 예전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만큼 김대리가 내리친 분노는, 피로 물든 광기는, 천보좌관에게 있어서 치명적으로 작용했다는 뜻이었다.


“빨간약도 만능은 아니군.”


김대리의 도발에 천보좌관은 화를 이기지 못하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마비독에서 완전히 해방된 김대리는 수갑을 차고 있음에도 전날 밤보다 훨씬 더 빠르고 강하게 그녀를 제압했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그녀의 손을 흘려 넘긴 뒤 목을 잡고 벽으로 밀어 순식간에 그녀의 움직임을 막았다.


“컥!”


갑작스럽게 막힌 기도에 천보좌관은 안타깝게도 자신이 김대리보다 나약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일대일로는 김대리를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가 자신의 가냘픈 목을 쥔 손에 힘을 풀어주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사... 살려...”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고 미세한 공기만이 빠져나오는 그녀의 목을 김대리는 천천히 놓아주었다.

그대로 목을 분지르고 싶었지만 그 전에 김대리는 남지사를 만나야 했기 때문이다.


“커헉...! 컥! 콜록!”


눈물이 가득 고이고 충혈된 눈동자로 김대리를 바라본 천보좌관은 자신이 품은 막연한 살기와는 달리 김대리가 지닌 농도 짙은 살기에 몸이 짓눌려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사람의 것이 아닌 누군가의 의지가 섞인 것처럼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그깟 얼굴이 무슨 상관이야. 네가 한 짓을 생각하면 나도 널 찢어죽이고 싶어.”


김대리는 겁을 잔뜩 집어먹은 천보좌관을 내버려 둔 채 남지사가 있는 방으로 문을 발로차고 들어갔다.


라커룸 안을 마치 집무실처럼 개조해놓은 남지사는 거칠게 들어오는 김대리를 보자 반가워했다.


“오! 어서오세요, 김대리라고 했죠?”


김대리는 남지사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환하게 웃는 그의 뒷목을 붙잡은 뒤 책상에 그대로 내리찍었다.


-쾅!!


책상에 부딪혀 갈라지는 소리가 나면서 동시에 라커룸의 그림자에 숨어있던 누군가가 김대리의 옆에 순식간에 나타나 그의 머리에 석궁을 겨눴다.


“크하하하! 활기차보여서 다행입니다.”


책상에 부딪혀 찢어진 콧등에서 피를 흘리는 남지사는 즐겁다는 듯이 호쾌하게 웃었다.

그리고 손을 올려 자신에게는 공격의사가 없다는 것과 함께 김대리의 머리에 석궁을 겨누고 있는 그에게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김대리는 석궁을 들고 있는 그를 힐끗 보았다.

검정색 후드를 뒤집어쓰고 눈에는 고글을 착용하고 있으며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고 있기 때문에 정체나 성별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전날 밤 김대리에게 마비독을 맞춘 그자가 틀림없었다.


“화는 좀 풀리셨을까요? 궁금증은 아직 덜 풀리신 거 같긴 한데...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있으면 저도 원하는 대답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하하하!”


김대리는 남지사의 말에 천천히 뒤로 한발자국씩 물러났다.

김대리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남지사는 천천히 허리를 올려 김대리를 마주했다.


“역시! 가치가 있어. 당신은.”


남지사는 몸에 묻은 나뭇조각들을 털어내며 김대리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날 밤에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며 보였던 그 미소와 같았다.


“닥쳐. 네놈들 셋 지금 당장에 죽여 버릴 수도 있어.”


“호오...”


***


남지사의 라커룸에는 김대리와 남지사, 그리고 남지사의 옆에서 그를 지키고 있는 정체모를 궁사와 문밖에서 이 상황을 긴장하며 지켜보는 천보좌관이 있었다.


“왜 죽였어?”


남지사를 매섭게 노려보는 김대리를 향해 궁사는 석궁을 조준해 경계태세를 갖췄다.

하지만 김대리는 그의 행동에도 궁사를 쳐다보기는커녕 시선은 오로지 남지사에게만 꽂혀 있었다.

김대리는 분노는 동요하나 없이 남지사를 향해 있었다.


“누굴 말입니까?”


김대리의 질문에 남지사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애들 말이야!!”


그의 태도에 참다 못한 김대리는 분노를 표출했다. 그의 주변에서 붉은 아지랑이가 천천히 피어올랐다.


남지사는 김대리를 응시했다. 천천히, 그리고 옅게 피어오르는 붉은 아지랑이를 보며 남지사는 두려움보단 반가움을 느꼈다.

남지사는 또 다시 미소를 띠었다.


“애들... 아, 아! 그 작은 악마 놈들 말입니까?”


“뭐? 악마? 악마는 네놈이지 이 미친놈아.”


남지사의 알 수 없는 말에 김대리는 주먹을 쥐고 남지사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남지사는 조용히 검지를 치켜 올렸다. 그리고 좌우로 천천히 흔들었다.


김대리가 틀리고 자신이 맞다는 듯이.


“미친놈은 그 아이들이지요. 그들은 이곳 보금자리로 오면서 자신의 부모는 물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들을 단순히 아이라는 이름으로 속이고 짓밟고 왔습니다.”


“그게 무슨...”


그의 말에 따르면 소년, 소녀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낳아준 부모마저 죽이고 살아남은 영악한 패륜아들이었다.

남지사가 하는 얘기는 일반적인 세상이라면, 세계가 멸망하기 직전이라면 믿기 어려운 얘기들이었다. 하지만, 이 아포칼립스는 생존을 위해서라면 뭐든 허용되고 어떤 말도 안 돼는 일도 일어나는 곳이었기에 남지사가 김대리에게 한 얘기들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말을 믿으라고?”


“뭐, 그것은 김대리님의 자유지요. 하지만... 김대리님도 아실 겁니다.”


김대리는 남지사의 말에 순간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한 안대리를 떠올렸다.


“우리 같은 특별한 사람들이라면 믿을 수 없는 일도 일어나게 한다는 것을요.”


남지사의 주변에 피어오르는 짙은 청색의 아지랑이. 그것은 안대리가 뿜어내는 것보단 흉악한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강력함이 느껴졌기에 김대리는 뒤로 물러나 그를 경계했다.

전날 보았던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남지사의 존재, 그리고 그가 뿜어내는 위험한 살기. 하나 같이 인간이 낼 수 있는 능력과 기운을 벗어난 것이었다.


[핏빛신사가 적을 경계합니다.]


그리고 남지사 또한 김대리가 자신과 같은 존재임을 알고 있었다.


“당신의 기개와 무시무시한 전투력은 정말이지 인상 깊었습니다. 아주 잘 봤어요.”


그리고 남지사의 눈앞에도 김대리의 것과 유사한,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보내는 메시지가 보였다.


[변덕스러운 까마귀가 적의 존재에 호기심을 보입니다.]


“하지만 저를 지켜보고 있는 이가 준 힘 또한 인상 깊답니다. 단적으로 저는 상대의 과거를 볼 수 있죠.”


과거를 보는 힘.

그것이라면 김대리뿐만 아니라 소년, 소녀들의 발자취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을 믿을 수 있을까?


“지금 그 얘기를 나한테 하는 이유가 뭔데?”


“뭐, 이유는 없습니다. 단순한 변덕이라고 해두죠. 당신이 믿지 않아도 상관은 없습니다. 전 이제 계약대로 당신을 마음껏 부려먹을 거니까요.”


태연하게 옷걸이에 걸려있는 코트를 걸친 남지사는 김대리를 돌아보았다.


“저를 죽이던 저와 얘기를 하던 나머지는 메인 퀘스트를 처리하고 난 다음에 하시죠.”


그리고 때마침 김대리의 눈앞에도 푸른빛의 알람이 보였다.


[첫 번째 메인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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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메인 퀘스트 : 던전 공략(1) - 대화 24.10.21 11 2 10쪽
16 불공정 계약 24.10.20 14 1 10쪽
15 세상일은 때론 생각처럼 되지는 않습니다. 24.10.20 17 2 11쪽
14 피의 광기 24.10.15 22 3 10쪽
13 수상한 리더 24.10.15 25 2 11쪽
12 튜토리얼이 종료됩니다. 24.10.13 25 3 10쪽
11 오늘부로 퇴사합니다. 24.10.12 28 3 11쪽
10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닙니다. 24.10.10 31 5 11쪽
9 아윌비백 24.10.09 35 5 10쪽
8 피에 취해버렸습니다. 24.10.09 37 4 11쪽
7 던전에 갇혀 버린 날. 24.10.07 41 4 11쪽
6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잊지 말자. 24.10.07 43 4 10쪽
5 위험한 외출 24.10.05 48 4 11쪽
4 기싸움 24.10.05 53 5 12쪽
3 아무도 안 계세요? 24.10.03 60 4 12쪽
2 생존에 미쳐있습니다. 24.10.02 71 4 11쪽
1 오늘 세상이 멸망했으면 좋겠습니다. 24.10.01 11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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